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35
길포드 용병단은 제국에서도 제법 이름을 날리는 용병단이었다.
깔끔한 일처리. 탁월한 실력.
게다가 용병단장인 길포드의 호쾌한 성격까지.
오죽하면 길포드에게 의뢰를 맡기기 위해 멀리서부터 사람이 찾아올 정도였다.
길포드 용병단의 이번 임무 역시 먼곳에서 찾아온 의뢰자에 의해 맡게 된 임무였다.
길을 막는 마수들을 뚫고 오래된 건물을 조사해달라는 내용이었는데, 길포드의 실력을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실제로도 중간까지는 아무런 문제없이 마수 퇴치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단장? 갑자기 왜 멈춰선거지?”
용병단장인 길포드의 팔에서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통증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오른팔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길포드는 걸음을 멈춰세웠다.
전투를 치르는 동안 마수를 상대로 부상을 입은 기억은 없었다.
그럼에도 팔에서 전해져오는 따끔한 감각에 그는 소매를 걷어 오른팔을 확인해보았다.
“으음…….”
길포드는 화끈거리는 통증을 참아내면서, 자신의 팔에서 벌어지는 이상현상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피부가 붉게 물들면서 그 위로 검은색의 반점이 천천히 떠오르고 있었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보리이삭의 문양.
문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언젠가 마주했던 기억이 있는 모양새였다.
불편한 표정으로 팔을 붙잡고 있는 길포드의 모습에 용병단의 마법사였던 제니가 그에게 물었다.
“단장? 무슨 일이야?”
“팔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
“내가 한 번 살펴볼게.”
용병단의 최대 전력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용병단장인 길포드였다.
문제가 있다는 길포드의 말에 제니는 곧장 그를 향해 다가갔다.
마법사인 제니가 그에게 찾아오자, 길포드는 손을 치우고 자신의 팔을 제니에게 보여주었다.
머릿속에 짐작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마법사가 더 자세히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제니의 눈동자가 길포드의 팔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어떤 것 같지? 문제가 있어보이나?”
“단장. 혹시 이거 지금 생겨난거야?”
“음.”
“아무래도 이거… 영웅의 표식같은데?”
영웅의 표식.
자신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는 이야기에 길포드가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웅이란 악신에 맞서기 위해 여신에게 선택받은 자들이었다.
그의 팔에 남아있는 것이 영웅의 표식이라고 한다면, 길포드는 머지않아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용병단을 해체하고 신전으로 향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모른척하고 자신의 용병단을 계속해서 이끌어나갈 것인가.
어느쪽이든 저마다의 장단점이 존재하는 선택지였다.
“어떤 신전의 표식이지?”
“풍요의 신전.”
“풍요의 신전이라…….”
“표식이 나타났으니 성지에 찾아가면 될거야. 그나저나 단장이 영웅이라니,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조합일지도 모르겠네?”
성지에 직접 찾아가보았던 기억은 없다지만, 풍요의 신전에 대해서라면 길포드 역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풍요의 신전은 성지 내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신전이었다.
길포드가 풍요의 신전에 찾아가 영웅이 되었음을 밝힌다면, 풍요의 신전에서는 영웅인 길포드를 환대해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허나 길포드는 왠지 모르게 내키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정든 용병단을 떠나는 것도 싫고, 영웅이라는 책무에 얽매이는 것도 귀찮았던 탓이었다.
“성지에는 가지 않는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에겐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 않나. 아무래도 영웅보다는 용병단장쪽이 더 마음에 드는군.”
그렇게 말한 길포드는 제니를 지나쳐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멈춰서있던 길포드가 앞으로 나아가자, 그를 기다리던 부하들 역시 길포드를 따라 움직였다.
길포드는 자신을 따라 걷는 부하들을 향해 호탕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자, 별일 아니었다! 다들 계속 이동하도록 하지.”
길포드의 말에 멍하니 서있던 제니는 어느새 멀찍이 떨어진 일행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녀가 멍때리고 있던 사이에 수십걸음이나 거리가 벌어져버린 탓이었다.
당황한 제니는 일행이 있는 앞쪽을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하아. 무리해서 달린 탓에 거친 숨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가까스로 길포드의 옆에 따라붙은 제니가 그의 팔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단장, 정말 성지에 가지 않을 생각이야?”
“그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지. 나는 지금의 동료들이 좋다.”
“아이고, 우리 단장은 땀냄새나는 남자들을 엄청나게 좋아하는구만!”
부단장인 가프의 말에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가 웃는 가운데 길포드 혼자만이 난감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앞장서서 걸어나가던 길포드는 가프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헛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이야기했다.
“가프. 헛소리는 술자리에서나 하도록.”
“허어억! 영웅님의 말씀에 제가 감히 어떻게 거역하겠습니까!”
“흐하하하하!”
길포드를 향한 가프의 대답에 용병들이 재차 웃음을 터뜨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가프의 목소리에 길포드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언제나와 같은 부하들의 모습이었다.
길포드의 팔에 표식 하나가 생겨났다고 한들, 용병단의 모습은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었다.
터벅. 터벅.
용병들의 거친 발걸음 소리가 산길에 울려퍼졌다.
몰려오던 마수들을 대부분 정리했기 때문일까.
길포드와 용병들이 길을 걷는 동안, 새로운 마수들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단장! 저기에 뭐가 있어!”
다만 마수를 대신해 길포드의 앞에 나타난 것은, 허름하게 지어져있는 정체불명의 건물이었다.
화려한 도료로 칠해져있었을 벽은 세월의 흔적을 견디지 못하고 흔적만이 남아있는 채였다.
건물의 지붕 역시 모종의 이유로 일부가 가라앉아있는 모양새였다.
원래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만한 건물은 아니었다.
건물을 발견한 길포드와 용병들이 건물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건물이 많이 낡아보이는군.”
“저게 의뢰에 나왔던 건물이지?”
“아마도 맞을거다.”
건물의 규모는 지나치게 작은 편이었다.
건물을 세우는데 들어간 정성과는 대비되는 크기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용병단의 용병들이 전부 들어갈 수 있을만한 크기는 아니었다.
예상보다 작아보이는 건물의 크기에 길포드는 고개를 돌려 사람을 추려보았다.
마법사인 제니. 그리고 부단장인 가프.
이 두 사람을 데리고 동반하면 충분할 것 같았다.
“가프.”
“어, 대장!”
“제니.”
“응.”
“너희 둘만 나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간다. 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대기 명령을 들은 용병들은 저마다 휴식을 취할 자리를 찾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갈 사람들을 추린 길포드는 건물의 문을 열어젖혔다.
끼이익.
경첩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건물의 내부가 드러났다.
오랫동안 건물이 방치되어있었기 때문일까.
건물의 내부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에엣취……!”
“제니! 기침을 왜 내 쪽으로… 어, 단장! 저기 비싸보이는 검이 하나 보이는데?”
기침하는 제니를 피해 고개를 돌리던 가프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리질렀다.
오랜 세월이 지나버린 탓에 건물의 안쪽으로 떨어져내린 지붕의 너머.
그곳에는 낡은 제단과 함께 수상쩍은 빛을 내뿜는 검 한자루가 보였다.
제단에 올려진 검의 광채는 햇빛을 반사해 만들어지는 빛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찬란한 광채를 머금고 있는 검의 모습에, 길포드의 손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
검을 향해 손을 내뻗은 길포드가 눈앞의 검을 움켜쥐었다.
꽈악.
그의 손아귀가 강하게 검을 쥐는 것과 동시에, 길포드의 팔에 새겨져있던 표식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검을 쥔 손아귀에서 따스한 감각이 전해져온다.
그와 동시에 길포드의 머릿속에 강렬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길포드의 귓가에 전해져오는 것은 위엄있는 남성의 목소리였다.
– “영웅이여. 눈을 떴는가.”
목소리를 들은 길포드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건물 안에 존재하는 것은 제니와 가프, 그리고 길포드 자신뿐이었다.
그 이외에 낯선 인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목소리의 주인을 찾지 못한 길포드가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모습을 숨기고 있는 모양이군. 너는 대체 누구냐.”
– “내 이름은 신기 아스칼론. 나는 이곳에서 세계를 구할 영웅을 기다리고 있었다.”
“설마…….”
– “그래. 네가 쥐고 있는 검이 바로 내 정체다.”
자신을 소개하는 검의 목소리에 길포드가 입을 떡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스스로 말을 하는 검이라니.
전설로만 전해져오던 검을 자신이 직접 만나게 될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길포드였다.
길포드가 놀란 얼굴로 검을 바라보자, 아스칼론이 한차례 강렬한 빛을 발하며 길포드에게 물었다.
– “풍요의 영웅이여. 네 이름은 뭐지?”
“나는 길포드 용병단의 용병단장… 길포드 플라우드다.”
– “용병 출신의 영웅인가. 전투에 있어서는 제법 능숙하겠군. 그런 면에서는 전대의 영웅보다도 낫겠어.”
아스칼론은 길포드의 정체를 듣고나서도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자신이 몇차례고 영웅을 만나보았다는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건데, 길포드의 눈앞에 있는 신기는 영웅의 표식과 무언가 관련이 있는 모양이었다.
영웅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
이것은 길포드에게 있어 부족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길포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궁금해하던 정보를 아스칼론에게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아스칼론. 궁금한게 있다.”
– “뭐가 궁금하지?”
“너는 영웅과 어떤 관련이 있는 존재지?”
– “당대의 영웅들에게는 그에 걸맞는 신기가 주어진다. 그리고 나는 풍요의 영웅을 위해 준비된 신기지.”
“그 말은…….”
– “네가 나의 주인이라는 이야기다.”
눈앞의 아스칼론은 길포드의 것이었다.
물질의 소유권에 대한 의미에서도, 그리고 종교적인 의미에서도 전부.
그의 눈앞에서 빛나는 신기가 자신의 것이라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기분 좋은 것이었다.
어디까지나 신전에서 골치아픈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주인이라. 마음에 드는 이야기군.”
– “물론 신기를 싫어할만한 사람은 별로 없지.”
“그렇게 생각하나?”
– “적어도 전대 영웅들은 다 그렇더군. 그외에도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충분히 대답해주지.”
“그렇다면 아스칼론, 내가 성지로 찾아가지 않더라도 별로 문제가 없나?”
길포드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신기를 향해 다음 질문을 꺼냈다.
악신을 몰아내기 위해 구태여 신전의 밑에서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그것이 길포드의 생각이었다.
용병단을 운영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악신의 교단을 박살내는 것은 문제가 없어보였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길포드의 질문에 대해, 아스칼론은 기분 나쁜 웃음을 터뜨렸다.
– “물론 그래도 좋겠지. 어디까지나 자신이 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나는 길포드 용병단의 용병단장 길포드다. 나에게 그럴만한 자신이 없어보이나?”
– “전대보다 낫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전대의 이야기에 불과하지.”
“그게 무슨 소리지?”
– “너희는 지금까지의 영웅들중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될테니까 말이다.”
지금까지의 영웅들중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길포드는 아스칼론의 말이 결코 가벼운 경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길포드가 아스칼론의 말을 곰곰히 곱씹어보고 있으면, 아스칼론은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 “세계의 법칙이 너희를 비호하지 못할거다.”
“세계의 법칙이라고……?”
– “세계를 조율하는 카르마의 천칭은 선과 악의 양극성을 띄고 있는 존재다.”
– “선이 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악이 있어야만 하지. 그건 악이 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 “이 경계가 완전히 무너져내리는 순간, 세계는 무질서로 가득차버리고 마는거지.”
“설마 지금 여신에게 무언가의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인가?”
카르마의 천칭에 대한 이야기는 길포드에게 있어서도 낯선 주제였다.
그럼에도 그 다음의 이야기만큼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선이 있어야만 악이 존재한다.
하늘을 지배하는 위대한 존재가 지켜야 한다기에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이야기다.
신이라고 해도 무언가의 제약에서 결코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길포드는 지상을 내려다보는 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문제가 하나 있지.”
“무슨 문제지?”
– “거대한 악이 존재해야만 너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줄 수 있다는 문제.”
우주의 법칙.
그것은 길포드가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크고 거대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