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15
코티지에게 물어봐
– 병먹금
– 무시하셈
– 성괴 맞으니까 대꾸 못하는거봐라ㅅㅂ
– 어디 병원인지 나도 정보 좀^^
– 스파클라 사 와놓고 불 없샴빱뻘玟?비흡연자 확인!
– 여기서 홍오란 주머니에서 라이터 나왔으면 레전설ㅋㅋㅋ
방금 내가 뭘 본 거지?
몽글몽글한 채팅 사이에, 끈적끈적하고 시커먼 타르 같은 찌꺼기가 끼어들었다.
여태껏 싸한 댓글이나 채팅이 없진 않았어도 저렇게 노골적인 채팅은 본 적이 없었다.
그 적나라한 악의가 나를 덮쳤다. 내가 아니라 오란을 대상으로 했음을 안다. 알지만 마치 내게 하는 듯 느껴졌다.
오히려 그 악의가 내가 아니라 우리 멤버를 향했기에 더 끔찍했다. 차라리 나에게 그랬으면 충격은 받았어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멤버들이 나를 악의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써도 이런 상황을 언젠가 맞이하리라고 예상했고 각오도 했다.
그런데도 머리가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띵했다. 가슴이 누군가 짓누르는 것처럼 미어졌다.
고작 이런 걸로 흔들리니까 멤버들이 애기라고 부르지! 이런 약한 멘탈로 갓 아이돌 될 수 있을까? 현오 형에게 한 약속 지킬 수 있겠어?
속으로 아무리 나를 채찍질해도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 고작 데이터쪼가리에 불과한 글자에 상처 입었다는 진실.
“이원아.”
초록 형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표정 관리를 하려고 했지만, 멤버들에게까지 숨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팬들에게라도 티가 나지 않았으면….
“나 아무렇지도 않아. 함이원. 그러니까 채팅창 확인해.”
가라앉은 오란의 목소리.
카메라 앞에선 톤이 높던 목소리가 오늘은 잠겨 있었다.
팬들도 이번엔 오란이 정색하더라도 이해해주겠지. 악담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하니까.
“함이원. 채팅창 보라니까? 애기야~.”
“……?”
잔뜩 분위기 잡은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호칭이 들려왔다.
‘그’ 호칭에 운율까지 넣다니? 이 심각한 상황에? 어쩌면 도피성 행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오란이 걱정스러워서 아래로 내렸던 시선을 올렸다. 오란의 표정은 의외로 어둡지 않았다.
미소까지? 이런 상황에서 미소 지을 수 있다니. 아무리 멘탈이 단단하다고 해도? 충격 받은 나머지 정신이 나갔나?
답은 오란이 보라고 했던 채팅창에 있을 것 같았다.
– 코티지는 안 그러니까 상처받지 마ㅠㅠ 이원아 오란아
– 분탕종자는 어디나 있어 쟤들 작전에 넘어가지마
– 코티지가 손봐줄까? 말 만해^^
– 이런 것들 나오는 거 보니까 테오라 떴나봐^^
– 어~ 코티지는 홍오란 좋거든? 사랑하거든?
– 성형했으면 뭐? 우리 보기 좋으라고 위험한데 한 거자나ㅜㅜㅜㅜ
– 사회생활 안 해봤냐? 일할 땐 업무 모드 모르냐? 아휴 답답
– 먹이금지!
– 테오라 사랑해♥♥♥♥♥
– 얘들아 예쁜 것만 봐♡ 너희 얼굴 마주 보면 되겠다♡♡
“고맙, 습니다. 코티지.”
인사 한마디를 겨우 꺼내는데 눈앞이 일렁였다.
간신히 시야를 깨끗하게 만든 후에야 챗창을 다시 봤다. 그런데 웬일인지 채팅창이 울음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목소리도 떨리지 않았고, 눈물도 떨어뜨리지 않았는데? 살짝 고인 눈물을 잡아낼 정도로 카메라 화질이 좋지도 않다. 텔레파시라도 전해졌나?
고개를 갸웃하기 전에 해답을 찾아냈다.
– 이원이가 코티지라고 불러줬어ㅜㅜ
– ㅠㅠㅠㅠㅠ
– 드디어!
– 우리 마음이 통했나봐 나 눈물 광광 흘리는 중
– 이게 뭐라고 감격이지…?
– ㅜㅜㅜㅜㅜ눈물나
내가, 초가삼간이 아니라 코티지라고 불렀다고 울음바다가 된 거다.
이게 뭐라고. 고작 이걸로…?
“읏.”
참았던 울음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안돼. 안돼. 여기서 울면 진짜로 대망신이야, 함이원!
턱 근육에 힘을 줘 봐도, 눈을 부릅떠 봐도 눈물샘은 의지와 상관없이 터지고 말았다.
목울대가 울렁거렸다. 볼을 타고 내려오는 눈물의 감촉이 선명했다. 턱 끝에서 툭 떨어지는 물방울의 궤적을 감지해낼 수 있었다.
“아….”
…울음이 터져 버렸다. 기어코. 이 수많은 코티지들 앞에서.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그제야 채팅창에 눈길을 빼앗겼던 멤버들이 이상을 눈치챘다.
“이원? 울어?”
“이원 형이 운다고?”
“그렇게 충격이었구나? 아이고….”
“나 괜찮은데에! 네가 울 정도로 날 소중하게 여기는 줄 몰랐어! 감동이야!”
“이원아. 내가 다 찾아서 손봐줄까?”
각자의 성격대로 나를 위로하려는 건 좋은데, 못 본 척해줬으면 하는 작은 소원이 있어….
오란이 받은 악성 채팅에 대한 충격과 억울함. 테오라가 상처받을까 감싸주면서 사랑스러운 말만 해주는 코티지들에게 받은 감동. 그것들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면.
앞으로 멤버들과 코티지들에게 놀림 받을 미래에 대한 막막함. 이 모습이 영상으로 남겨 두고두고 자료화면으로 쓰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이것들이 울음이 멈추지 못하게 했다.
…나 어떡해?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어지는 저녁이었다.
* * *
문제의 그 날, 라이브 방송을 끝내고 나서 초록 형으로부터 상황을 자세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악성 채팅의 맥락이 전부 비슷한 걸로 봐서 소수의 인원이 여러 아이디를 사용해서 도배한 거라고.
매니저 형이 재빨리 라이브 관리자 계정으로 들어가서 강퇴시켰다고 했다.
그래서 그 후부터 안 보였구나. 뒤늦게야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우리가 라방할 때 매니저 형이 예의주시하기로 했단다. 나 때문에 번거로워졌다 싶으면서도 다신 악플러들이 활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기꺼웠다.
그런 사람들이 코티지일 리가 없으니까 강퇴당해도 괜찮다. 테오라가 바쁜 스케줄에도 라방을 켰던 이유는 코티지와 만나기 위해서니까.
지온이 하고 싶은 요리가 있대서 숙소에 돌아와 점심을 먹은 참이었다. 얼음을 가득 넣은 드립커피를 한 잔 마시는데 초록 형이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큰일이다, 이원아.”
“…알아.”
어제의 영상은 내가 환갑이 되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영원히 남겠지.
어제 그 모습을 지켜본 코티지들이 잠자코 있을 리 없다.
“코티지들이 벌써 여기저기로 퍼 나르지는 않았다고 말해줘, 제발.”
목 울림을 내면서 웃는 초록 형이 얄밉다. 자기 일 아니라고 즐기는 멤버들이라니. 배신자들.
“그러게, 왜 질질 짜? 그것도 수천 명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카메라 없다고 오란의 말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란에게 타격이 없다면 다행인데, 이놈을 위해 마음 쓴 시간이 억울해진다.
내가 걱정해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살 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멍청함의 대가를 치르는 수밖에.
“Sorry, 이원. 조용히 숨겨줬어야 했는데.”
“괜찮아. 어차피 들켰을 거야.”
지온이 처음 발견하고 말을 꺼내긴 했어도 그 전에 코티지들이 다 목격하고도 남았을 시간. 탐정 저리 가라인 멤버들에게 금세 발각당했을 터다.
“그럼 다음 개인 뉴튜브 영상은 어떻게 되는 거야? 계획대로 업로드해?”
테오라를 대상으로 한 테러가 아니라 오란을 목표로 삼았는데, 하필이면 첫 번째가 오란.
라방에 들어왔던 그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은 오란의 영상 아래에 악플을 달고도 남을 테니까.
“난 계획대로 올렸으면 좋겠는데.”
“나랑 순서 바꿔도 돼. 첫 번째나 두 번째나.”
“아니. 내 성격 몰라? 당연히 정면 돌파지. 뭘 잘못했다고 도망쳐?”
꼬리 말고 도망가는 게 오히려 오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구나.
멤버들을 보호하려는 초록 형의 노력은 오란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성형, 그거야 사실이고. 성격은 뭐….”
자기 성격을 되돌아본 오란은 말을 잇지 못했다. 본인도 할 말이 없나 보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살필 줄 아는구나. 고칠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했어.”
“으음. 그렇긴 하지.”
악플은 연예인의 숙명 같은 것.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오죽하면, 선행으로 유명한 국민 MC에게도 악플이 쏟아질까.
회사에서나 팬들 악플을 완벽하게 막기란 불가능하다. 익명 뒤에 숨어 현실에서 풀지 못한 열등감을 풀어내는 악플러는 뽑아내도 계속 자라는 잡초 같은 존재니까.
“전체 인구에 비하면 악플러 비율은 극히 낮아. 활발하게 활동해서 많아 보이는 것뿐이지. 예나 지금이나.”
서혼 형은 아역배우일 때 악플을 받아봤다면서 경험을 풀어놨다.
어린아이에게도 악플을 다는데, 아이돌인 테오라는 그보다 손쉬운 먹잇감이리라.
“악플에 대한 방침을 세워둬야겠다. 아직 신인이라 고소까지 가긴 부담돼도, 증거를 모아둘 순 있으니까.”
연예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악플러에게 대처한다.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무시하는 경우, 소속사 차원에서 법적 대응 하는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법적 대응 후에 선처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다시 나뉘고, 악플러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특이 케이스도 존재했다.
악플을 달지 말아달라 부탁한다면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봉사활동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려웠다.
새로운 악플러가 생길 때마다 봉사활동이라니. 테오라가 국제적으로 유명해지면 세계적인 규모로 봉사활동을 다녀야 하는 걸까?
무엇을 선택하든 장단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테오라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무반응과 강경 대응 두 가지.
“악플러 선처 안 했으면 좋겠어! 선처는 그다지 효과 없는 거 같아!”
“법적 대응에 선처 없음은 신인인 우리 이미지에 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어.”
연예인의 이미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분들이 대다수인 거겠지.
“선처해서 반성문 쓰게 한다고 해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으면 그만이야. 난 악플러들이 너무 싫어!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들이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면 화나!”
박하가 동경했던 아이돌 그룹에는 악질 악플러들과 엮여서 안 좋은 선택을 한 멤버도 있었다. 박하가 악플러에게 치를 떠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냐앙?
현이가 박하의 기분을 눈치채고 박하가 앉은 의자 주위를 맴돌았다. 비싼 고양이 현이의 대출혈 서비스였다.
금세 반색한 박하가 현이를 한번 안아보려고 팔을 쭉 뻗었지만, 탄력 있는 고무처럼 빠져나갔다.
“현아아!”
의자에서 바닥에 내려와 엎드린 박하가 현이를 애타게 불렀지만, 어느새 바지에 발톱을 박아 올라온 현이가 내 허벅지 위에 안착했다.
박하의 반응이 찰져서 은근히 승리감이 들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뭐얏! 이원 형 지금 비웃어? 함현 집사면 다야? 다냐고오!”
떼를 쓰듯 바닥을 청소하며 굴러다녔다. 내심 뜨끔해서 현이를 들어서 내밀었다. 뒷감당은 현이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이원 형, 현이가 엄청 한심하다는 듯이 보는데?”
“미안해, 현아.”
야옹?
한번 봐주겠다는 뜻처럼 들려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이는 선심 쓴다는 식으로 박하의 품에 얌전히 안겨줬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소통되는 반려동물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았다. 나중엔 현이한테 야단맞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아무튼, 테오라는 강경 대응 쪽으로 가닥을 잡자는 소리였어.”
“난 무조건 찬성. 테오라 건드리면 인생 족 된다는 걸 알려줘야지.”
“홍오란. 됐다….”
초록 형이 잘못된 언어 습관을 지적하려다 포기했다. 어차피 오란은 알아서 말 가릴 줄 아는 사람이라 에너지 쏟지 않겠단 투였다.
리더의 고충이 느껴지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배우 선배님에게 듣기로도 개중에 제일 나은 방법이 법적 대응이었대. 그러더라도 악플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팬들은 주로 어떤 방법을 원해?”
심리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은 우리 말고도 있다. 악플을 마주하는 코티지들. 그러니 팬들의 의견도 중요하지 않을까?
“코티지들도 악플에 상처 입잖아.”
“이원. 하산해도 되겠어.”
하산? 뭐를 하산하지. 지온이 말을 꺼낸 걸로 봐서, 래퍼 스피릿 수련인 거 같긴 한데….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코티지에게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