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192
관찰 금지 2회차
은 관찰 영상 편집 당시에도 시청률이 괜찮게 뽑히겠다고 기대를 모았다. 거기다 스튜디오에 나온 테오라 멤버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까지 보여줘서 시너지가 났다.
그런데도 2주에 걸쳐 방송하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감이 틀렸을까 조마조마했다.
한 회차에 한 명의 연예인이나 하나의 그룹을 집중해서 보여주는 포맷의 특성상, 일명 ‘스타빨’에 좌우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대박, 아니 초대박이 나버렸다. 2회차로 나눠 방송하기로 한 건 선견지명이었다.
한창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을 원하는 대로 섭외하리란 보장이 없었다. 인기 아이돌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니 말이다.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낸 덕에 시청률에 한 몫을 보태주신 고양이님(!)의 허락을 받아 추가 촬영도 진행할 수 있었다.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힘든 진귀한 장면이었다.
야옹 한 번으로 긍정, 두 번으로 부정, 세 번으로 모른다를 표현하기로 정한 뒤, ‘이 사람 이름은 함이원이다.’ 같은 고양이가 듣기에 고차원적인 질문을 던졌는데도 묻는 족족 정답이었다.
게다가 오른쪽으로 두 바퀴 돌아서 무릎 위로 올라와 같은 복잡한 행동을 요청했는데도 그대로 수행했다.
고양이는 제멋대로라 훈련시킬 수 없다는 게 정설 아니던가. 함이원의 천재 고양이 ‘함현’은 그 정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존재였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훈련을 시킨 적도 없다고 했는데.
‘아니, 애초에 고양이가 맞긴 하나?’
인간의 영혼이 들어갔다기엔 행동이 고양이 같긴 하니, 신인류 같은 신‘묘(猫)’류 같은 게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고양이에게 인간이 정복당할 수도 있다는 허튼 걱정을 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실시간 시청률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방송 시작합니다, PD님!”
초 단위로도 시청률을 집계하는 시대.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10초 단위로는 시청률 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있었다.
“7.1퍼센트! 역대급이에요!”
TV로 공중파를 보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다시 보기가 익숙해진 시대. 아무리 불금이라고는 해도 밤늦은 시간에 7퍼센트가 넘다니.
“시작부터 이러면 흐흐흐. PD님 저희 회식하나요? 네?”
“봐서.”
“시청률 순조롭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잘 지켜보고 있다가 특이한 변화 있으면 알려줘.”
“네!”
인기 아이돌이 출연했고, 재미도 있으니 당연히 시청률이 높아질 수밖에. PD가 기대하는 건 따로 있었다.
이번 방송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고양이 ‘함현’의 천재적인 면모였다.
보호자의 미모를 닮았는지 미묘라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데 의사소통까지 되는 느낌이니 눈길이 떨어질 리가.
PD는 커다란 스크린에 나오는 ‘관찰 금지’ 본방을 감상했다. 다시 봐도 잘 뽑았다고 자화자찬하면서 후반부를 기다렸다.
“고양이님 언급 후 시청률 급격히 올라갑니다! 현재 10퍼센트!”
발끝부터 짜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촬영하고 밤샘 편집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리려다가 그만두었다. 이번 테오라 편에서는 고생스러운 일도 없었으니까.
하눌 엔터에서 미리 기강을 잡아뒀는지, 원래 예의 깍듯하게 지키고 협조적인 애들인지 일하기는 수월했다고 아래 직원들마다 칭찬을 늘어놨다.
물론 아직 긴장이 풀리긴 이른 시기였다. 그렇지만 연예인들을 자주 접하다 보면 싹수가 노란 녀석들은 초면에도 어딘가 구린 냄새를 풍기곤 했다. 그 냄새를 구별하는 후각이 반응하지 않았으니 인성이 평타는 칠 듯했다.
하눌 엔터 소속 연예인들은 인성 좋기로 유명하지만, SEED가 사고를 쳐둬서 아이돌은 예외라는 소리가 돌았었다. 아이돌이 예외였던 게 아니라 SEED가 예외였던 모양이다.
테오라는 아주 복덩이들이었다.
“고양이님 등장! 시청률 올라갑니다!”
“와! 10.6퍼센트!”
“귀여운 동물은 역시 치트키죠. 아이돌을 간택한 것부터 남달랐다 이겁니다!”
“스튜디오 촬영할 때 다 본 장면인데 분석하는 거 잊고 빠져들 뻔했어요.”
“진짜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네요. 저런 고양이님이랑 같이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이러다가 랜선 집사 탈출해서 진짜 집사 되게 생겼네. 저런 고양이는 없을 텐데? 너 집에도 잘 못 들어가면서 무슨.”
냉정한 조언을 들을 정신도 없어 보였다. 한 귀로 들어가서 반대쪽 귀로 빠져나가 버린 듯했다.
“알아서 해라, 알아서. 나중에 나한테 징징거리지나 말고.”
“네? 무슨 얘기 하셨어요?”
“…됐다.”
“시청률 11.2퍼센트! 심장 떨려 죽겠어요! 고양이님 특집으로 따로 섭외하시면 어때요? 시청률 보장되어 있는데.”
“관찰 카메라는 괜찮겠지만, 아마 현장 촬영은 하기 어려울 거야. 이번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다신 안 한다고 하셨다네.”
“고양이님이요?”
자연스럽게 붙는 존칭에도 어색함이 없었다. ‘고양이님’이라는 호칭은 한순간에 사람을 극성 야옹교 신자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그래. 고양이님이.”
“그럼 어쩔 수 없죠. 싫으시다니…. 함이원도 못 보겠네요.”
“넌 고양이가 보고 싶은 거냐, 아니면 같이 딸려올 함이원이 보고 싶은 거냐?”
“둘 다요!”
외모지상주의에 찌들어버린 사고를 바꾸려고 괜히 고생할 생각은 없었다. 남 일에는 적당히 신경 끄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투덜대면서도 눈은 화면을 훑었다. 추가 촬영이라는 강수를 둔 보람이 있었다.
지금 전국에 방송되는 장면엔 찐 리얼리티가 담겨 있었다. 실제 상황이 훨씬 자연스럽고 톡톡 튀는 장면이 뽑혀서 짜뒀던 대본은 저 멀리 던져버렸다.
시청자들도 그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렸기에 시청률이 상승하는 것일 테다.
“11.8…! 12퍼센트 가즈아!”
“11.9! 조금만, 조금만! 12퍼센트! 달성했습니다아아! 으왓!”
공중파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었다.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간당간당한 수준.
올해 방영한 예능 중에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봤다.
“PD님 그렇게 좋으세요? 입꼬리 하늘로 올라가겠는데요.”
“크흠! 나 말고 시청률이나 지켜봐.”
“네네~.”
놀리고 놀림 받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다른 PD한테 슬쩍 가서 통화하는 척 자랑이라도 늘어놓고 싶은 기분이었다.
평판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간신히 충동을 참아냈다.
내일 집에 들어가면 얼굴 보기 힘든 아들과 딸에게 용돈이라도 두둑하게 줄 생각이었다.
기분파 PD는 야옹교를 믿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다가 머리를 털었다.
‘테오라와 고양이는 시청률이 검증된 소재란 말이지. 너도나도 데려가려고 할 텐데 뭔가 먼저 우려먹을 건이 없을까….’
갈수록 희소성은 떨어질 테니 지금이야말로 가치가 제일 클 시기. 이 시기를 놓쳤다간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쟤네 다시 찍을만한 뭐 없나?”
“뭐가 있어도 나와주긴 할까요?”
“저번 주부터 섭외 요청 쏟아져서 이미 몇 달 치 스케줄 전부 찼을걸요? 그래도 저희 쪽 요청을 우선 고려해주긴 하겠지만요.”
“좋아. 그럼 아이템부터 짜봐. 내가 직접 연락 넣을 테니까.”
“PD님 불붙으셨네요. 이럴 땐 무슨 수를 써서도 테오라 데려올 테니까 우리는 아이디어나 발굴해보죠.”
“…이것만 다 보고 하면 안 될까요?”
“또 보는데도 재밌어?”
“네!”
“그럼 오늘은 봐준다. 그럴싸한 아이디어 가져오면.”
“PD님 오늘이라고 해봤자 이제 3분 남았는데요….”
“그럼 내일.”
“아니 주말은 쉬어도 되잖아요….”
“방송인이 주말이 어딨어. 그럼 월요일 아침 회의 전까지 아이디어 가져와. 나도 생각해볼 테니까.”
“네!”
입으로는 대답은 야무지게 하면서도 다음 화 예고편이 끝날 때까지 화면에서 눈을 떼어내지 못했다.
‘이거 국장실에 쳐들어가서 금일봉을 내놓으라고 하극상을 일으켜도 무탈하게 지나가겠는데?’
시청률이야말로 방송쟁이들의 계급. 높은 시청률로 광고를 빵빵하게 받아오기만 하면 업고 다닐 사람이 천지였다.
간판 예능 프로 PD라서 그런 대접은 익숙하지만, 이번엔 윗선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12퍼센트가 아무나 달성할 수 있는 시청률이냔 말이다.
“다들 정리하고 조심히 들어가. 푹 쉬고 내일 보자고.”
“PD님 내일 일요일인데?!”
혹시나 잡히기 전에 후다닥 모니터링 실에서 빠져나왔다. 끈질기게 전화가 걸려 와서 결국은 월요일 아침으로 회의가 미뤄졌다.
어쨌든,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다.
* * *
테오라의 예상 밖의 활약은 다른 아이돌 그룹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1군으로 손꼽히던 프케이의 빈자리를 데뷔한 지 1년이 겨우 넘은 신인이 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붕 떴던 프케이의 팬들 일부는 한동안 방황하다가 ‘관찰 금지’를 통해 테오라 팬으로 영입되었다.
프케이와 짧고 굵게 만나고 헤어졌기에 더 애틋한 기억으로는 남았다. 하지만 프케이 팬이라면 누구나 그 짧은 시간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예능에서 아쉬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아이돌을 발견해버린 것이다. 프케이와는 달리 오래오래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아이돌로 보이는 점이 그들의 결핍을 충족시켰다.
테오라 팬 계정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프케이 홈마로 유명했던 사람이 테오라 홈마가 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 소문은 아니 땐 굴뚝에서 나는 연기는 아니었다.
“아이 썅, 내가 찍고 싶은 사람 맘대로 찍겠다는데 무슨 고나리질이야.”
계정을 따로 팠는데도 끝까지 추적해서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파던 돌을 버리고 다른 돌로 갈아타는 행위에 예민하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취급까지 받아야 하나?
“할 일도 드럽게 없네.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거야?”
사진에 지문이라도 있는지, 아니면 오프에서 마주친 적 있는 X이 기억하고 입을 놀렸는지 알아낼 방법도 에너지도 없었다.
“아 스트레스 받아!”
이럴 때는 무작정 출사 나가는 게 최고였다. 감동적인 풍경을 찾아다니던 취미 사진러에서 아이돌 전문 홈마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실, 프케이 홈마가 되기 전에도 여러 아이돌을 찍었었다. 안타깝게도 그 아이돌들이 다 망돌이라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뿐.
사진으로 팬덤을 들썩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혼을 담아서 제발 뜨라고 빌면서 사진을 찍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제는 ‘영향력’이라고 부를만한 게 생긴 듯했다.
“지금이라면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텐데….”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추억의 망돌을 떠올리며 묵직한 카메라 가방을 짊어졌다.
아, 흔적 없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해체는 했지만, 멤버 한 명은 조연급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니까.
“잘 지내나 모르겠네….”
테오라 노래를 들으면 묘하게 옛날 기억이 떠오르는 건 못 이룬 소망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번엔 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 우리 애기들.’
테오라 스케줄에 맞춰 출근길을 촬영하러 출석했는데, 매일 출석 도장을 찍던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사생 짓 하는 X이라 가까이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으니까 불안함이 몰려왔다.
마음을 고쳐먹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리라곤 생각하진 않는다. 그럴 수 있었다면 애초에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어디 가서 사고 치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