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284
알고 보면
또 얼마나 좋은 노래를 들고 올까.
테오라가 컴백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기대감에 들떴다.
테오라는 데뷔 이래로 한 번도 리스너들을 실망하게 한 적이 없었다. ‘믿고 듣는 테오라’라는 말이 괜히 나왔을까.
팬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테오라는 호감을 얻었다. 아무리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아서 음원 차트 상단 붙박이가 되어도 ‘얘네라면 인정한다’라는 식이었다.
거기에 이번 싱글 앨범 타이틀 무대는 안무까지 화려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테오라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넋 놓고 보다 보면 어느새 노래가 끝나있다는 간증이 줄을 이었다.
짧은 음악 방송 스케줄이 마무리될 즈음, 테오라는 또 다른 이유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이제 테오라는 활동기, 휴식기를 가리지 않고 어느 때나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헬스인들 사이에서 관심을 얻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여러 헬스장에서는 테오라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테오라? 비실비실한 아이돌 얘기가 왜 여기서 나와?”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다. 근육의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돌은 안타까워 보일 뿐인 이들이었다.
빠짝 마른 꼬챙이 같은 애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혀를 차게 됐다.
“언제 적 얘길 하고 있어요? 요즘 아이돌은 마르긴 했어도 운동도 엄청 열심히 한다고요! 테오라 서혼이 형보다 몸이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에이, 허풍도 적당히 떨어야지. 팔로 걸어 다니는 것 같은 걔들도 춤추고 노래해야 하니까 운동은 해야겠지만 나보다 몸이 더 좋다고? 그게 말이 돼?”
“진짜라니까요?”
답답함에 못 이긴 남자는 휴대폰에서 서혼의 운동 영상을 찾아 내밀었다. 벤치프레스 한 세트를 끝내고 물을 마시던 그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조그만 화면을 응시했다.
바지만 입은 누군가가 턱걸이 풀업을 할 때마다 어깨와 등 근육이 생명력 넘치게 약동했다.
“…이게 아이돌 몸이라고?”
“형도 놀랍죠? 축복받은 신체 조건이라니까요. 어깨 너비도 그렇고 두툼한 흉통에….”
“이런 몸이었으면 내 눈에 안 들어왔을 리가 없는데?”
운동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은 옷을 입어도 어떤 몸인지 가늠해내곤 했다. 눈뜨자마자 헬스장에 출근 도장을 찍는 이 형은 그 방면으로는 예민한 눈썰미를 가지고 있었다.
“한창 활동할 때는 근육을 줄인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멤버들도 있는데 이런 몸이면 혼자 튀지 않겠어요?”
“일부러 근육을 뺀다고? 아이고, 그 아까운 근육을…. 자기가 근육을 줄이는 게 아니라 다른 놈들 근육을 키울 생각을 해야지! 육체미야말로 최고의 아름다움 아니냐 이 말이야. 이 세상이 우리 헬스인들을 억까한다.”
“억까는 무슨. 보통은 우락부락한 근육보다 마른 근육을 더 좋아한다는 거 몰라요?”
과하게 근육이 발달하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운동도 자기만족이니까 그 사실을 알면서도 헬스장 죽돌이가 됐지만 말이다.
“근육 많이 찌면 오히려 옷 태 안 나는데 아이돌이 이 정도까지 몸 만든 게 이상하죠.”
“흠, 서혼 기억해둬야지. 근데 얘 아역 배우 아니었어? 동명이인인가?”
“아이돌로 데뷔한 게 언젠데 그 얘길 지금 하고 있어요?”
“내가 남자 아이돌한테 관심 있으면 그거야말로 이상하지 않냐?”
“그러면서 테오라 노래는 운동할 때 밤낮으로 틀어놔요?”
“내가…? 난 그냥 차트 긁어다가 재생시킨 것뿐인데?”
음원 차트에 테오라 곡이 잔뜩 들어가 있다 보니 이런 착각을 일으킨 듯했다.
“가수랑 노래 제목을 굳이 알아야 하나? 템포 빠른 노래기만 하면 그만이지.”
음원 차트에서 늘어지는 곡을 전부 빼다 보니 아이돌 노래가 플레이리스트에 잔뜩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
“어제 형이 노래 괜찮다면서 한 곡 반복으로 듣던 거 테오라 거잖아요. 이번 타이틀곡.”
“…그랬어? 뭐 하던 놈인지 몰라도 노래만 많이 들어주면 됐지. 아, 그래서 걔들 얘기가 왜 자꾸 나오는데?”
“그게 테오라 멤버 중에 작곡 잘하는 함이원이라고 있거든요. 걔가 헬스 노래를 작곡했다고 해서요.”
“헬스 노래? 그게 뭔 말이야?”
언뜻 들으면 굉장히 어색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헬스 노래라니.
“테오라 다른 멤버들도 운동 꽤 한대요. 체력 기르는 차원에서 운동은 필수긴 하죠.”
“그래서 본론이 뭐냐니까?”
“아, 좀! 인내심 있게 들어봐요. 헬스 루틴에 맞춘 노래? 그런 걸 작곡했다나? 저도 아직 안 들어봤는데 들어본 형들이 꼭 들어보라고 추천하고 다니더라고요.”
“헬스 노래라 이거지? 내가 빠질 수 없지. 어디서 들으면 돼?”
“테오라 뉴튜브에서요.”
바로 자기 휴대폰을 찾아온 남자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작은 휴대폰을 조작했다.
테오라의 공식 뉴튜브 채널에 들어가자 이번 앨범의 뮤직비디오가 먼저 나왔고, 그 아래에 ‘이 노래 하나면 헬스 완전 정복?!’이라고 적힌 섬네일이 보였다.
“이거구만.”
거침없이 영상을 눌러 재생시킨 남자는 한참 집중하다가 노래가 흘러나오자 폭소를 터뜨렸다.
회원님 준비 운동을 시작해 볼게요~ 다치지 않게~ 관절을 유연하게~
준비 운동을 시작으로 코어 운동을 하면서 주의할 점을 노래 가사로 읊고 있었다. 잠깐 맛보기로 들려준 거라서 전체를 듣지는 못했지만, 뒤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상이 갔다.
“…이놈들이 이런 놈들이었어? 난 왜 지금까지 몰랐지?”
“웬만한 트레이너보다 이 노래가 더 나을 수도 있겠는데요?”
친절하게 운동하는 법을 알려주는 트레이너가 있는가 하면, 대충 알려주고 휴대폰질을 하는 트레이너도 있었다.
PT를 받아서 어떤 식으로 운동하는지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저 노래 하나로도 기본적인 운동은 소화해낼 수 있을 듯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영상에서 테오라 멤버들이 수다 떠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단 스트레칭이랑 기본 코어 운동 동작을 하는 시간에 맞춰서 만들어봤어. 그러다 보니까 노래가 좀 길어.] [오히려 좋아! 이 노래 재생 시간에 맞춰서 운동하면 되니까!] [어깨 운동, 가슴 운동처럼 부위별 운동으로 나눠도 되겠다. 들을 때 조합해서 운동할 수도 있겠고.] […더 만들라고? 그냥 재미 삼아 만들어본 건데.] [어차피 이 노래도 뚝딱 만들었을 거 아냐. 안 그래? 우리 천재 작곡가님을 우리가 모르나.] [고양이 자장가를 만들지 않나, 뜬금없이 헬스 노래를 만들지 않나.] [이원이한테는 숨 쉬는 것처럼 당연한….]영상 아래엔 댓글이 만 개가 넘게 달려 있었다. 올라온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이 영상이 얼마나 뜨거운 호응을 얻었는지 알만한 대목이었다.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곡 전체를 들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앞부분과 재미있는 부분만 살짝 들려준 터라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 이원아 이 노래로 헬스 앨범 내주면 안 되겠니? 헬스인들이라면 환장하고 들을 텐데!
– 홈트레이닝 계의 애국가가 될 것이다!
└집마다 이 노래 흘러나올 거 생각하니까 개웃긴데ㅋㅋㅋ
– 앨범 출시 기원 1일 차
– 함이원 도대체 뭔 노래들을 만드는 거임?
– 아무리 낭비해도 흘러넘치는 재능이라니..
└이게 왜 재능 낭비죠? 이건 10억 헬스인들에게 주는 축복인데!
└10억 헬스인..?
└전 세계 인구가 대충 80억이니까 대충 반의반의반^^
– 애들 몸 좋아졌다 했더니 이런 비결이 있었구나
– 얼마나 운동에 진심이면 노래까지 만들어버리는 건데여
– 나 필라테스 하는데 필라테스 노래도 만들어주면 안 돼?
└코티지가 부탁하면 진짜 만들어줄 것 같은데 ㄷㄷ
아이돌에게 눈곱만큼 관심이 없어도 테오라가 얼마나 바쁜지 알 정도로 인기가 많은 그룹이 테오라였다.
“미친놈들 아니야? 공식 스케줄만으로도 바쁠 텐데 진짜 만들었잖아?”
보던 영상 아래에 진짜로 ‘이 노래 하나면 필라테스 완전 정복?!’이라고 적힌 섬네일이 보였다.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영상이었다.
팬들이 댓글로 부탁했을 뿐인데 바로 필라테스 노래를 만들어 올리다니.
팬 사랑이 대단한 건지, 흘려들어도 될 이야기를 실천하는 행동력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그걸 뚝딱 해치울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한 건지. 아마 전부 다 맞는 말이겠지.
“…헬스 노래 나오면 나한테 재깍 알려라. 알겠지?”
필라테스 노래를 작곡할 정도면 다른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을 리 없다. 아마 헬스 노래는 공식 음원으로 내려고 준비 중인 상태가 아닐까.
“그거야 당연하죠. 어쩌면 제가 알려주는 것보다 형이 먼저 알게 될지도 몰라요.”
이 헬스장에서 운동하러 온 사람이 먼저 크게 틀어버릴 수도 있을 터다. 그 노래 하나면 헬스장에 온 운동러들의 관심을 듬뿍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근데 형한테는 별로 필요 없는 노래잖아요?”
오래 운동하다 보니 운동 관련한 지식도 경험도 준 트레이너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헬린이에게나 도움이 될 저 노래가 필요한 사람은 아니었다.
“나야 필요 없지. 그렇지만 운동에 관심 없던 사람을 이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지 않겠어?”
“…형.”
이 땀내 나는 세계로 끌려 들어올 사람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기까지의 고난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 자신이 바로 그 증거였다.
“…형, 저한테도 이제 후배가 생기는 건가요.”
“후배가 뭐야. 후배, 후후배, 후후후배도 생기지 않겠냐. 아무튼 테오라 호감이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불러오듯, 테오라의 ‘운동 노래’는 운동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실물로 된 헬스 앨범이 나오기까지 했다.
테오라의 공식 앨범이 아닌 이벤트성 앨범으로 초동 600만을 넘어가는 기염을 토했지만, 한참 나중의 일이었다.
* * *
코티지들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부러움을 샀다. 코티지만큼 행복한 덕질을 하는 팬덤이 없던 탓이었다.
사회면에 나오는 사건을 일으키지도 않았고, 소소한 말썽들은 바로바로 해결되어서 길게 속 썩일 일도 없었다.
거기에 떡밥도 넘쳐나서 덕질하는 팬들이 오히려 버거워할 정도였으니 오죽할까.
덕질을 그만두거나 쉬더라도 추억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그룹이 테오라였다. 애초에 테오라를 한번 좋아하게 됐다가 빠져나가는 팬 자체가 극소수였다.
들어갈 땐 쉽고 나오는 탈출구가 없는 그룹.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슬쩍 간을 보려고 발을 들였다가 양다리를 걸치게 되는 경우가 흔했다. 그 때문에 다른 그룹을 좋아하는 아이돌 팬들에게도 테오라 욕을 하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생겼다.
알고 보면 테오라 팬이기도 해서 대판 싸움이 나곤 했으므로.
그 사실이 안티들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테오라는 일당백 정예병들이 대기하고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라서 공략할 틈이 없었다.
국민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만큼 대중의 호감을 산 테오라 때문에 머리가 폭발할 지경인 사람이 여기 또 한 명 있었다.
“…테오라는 이미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왜! 내가 왜 사람 하나 마음대로 못 가져야 하는데! 내가 원한다는데!”
평범한 방법으로 가질 수 없다면 평범하지 않은 방법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눈을 빛냈다.
그 목소리는 하늘이 제게 내려준 것이니 그걸 갖기 위해 무슨 짓을 하든 다 괜찮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