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Idol Project: Hope RAW novel - Chapter 78
드라마 감상 Live
“라이브는 짧고 굵게 하고 갈게요. 드라마 출연은 어땠어요?”
라이브 방송을 켜겠다고 예고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팬들이 모였다. 코티지들이 각자 자기의 소감을 얘기하느라 채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재미있었다는 뜻으로 알아들을게요. 연기는 나쁘지 않았죠?”
오늘은 연기 관련 콘텐츠라서 진행을 서혼 형이 맡았다. 아무래도 연기 쪽으로는 서혼 형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나가기 쉬울 테니까.
“감사합니다. 아역 배우였던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조금 낯설었을 것 같아요. 옛날 얼굴이 남아있긴 해도, 많이 달라졌다고 주변에서 많이들 얘기하시거든요.”
– 낯선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ㅎㅎ
– 서혼아 연기 병행할 거지?
– 연기 쪽으로 나갔어도 손에 꼽히는 배우가 됐을 거 같은데… 난 쫌 아쉽..
– 다들 모르시네 아이돌이면 배우보다 더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음, 연기는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대학교를 연출 쪽으로 다니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동안은 아이돌 활동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아이돌도 제 꿈이어서요.”
– tmi : 서 혼 (한예대 연극영화과 휴학중)
– 어차피 자리 잡고 나면 배우 생활도 병행하게 될 거ㅇㅇ
– 7년 후에도 서혼 28살이라 배우 하기에 딱 좋음
“그럼 본격적으로 드라마 감상회라고 말하긴 거창하지만, 코멘터리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사실 코멘터리 보다는 TMI 파티예요!”
박하가 끼어들어서 발랄하게 외쳤다. 서혼은 자기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꿋꿋하게 코멘터리를 해나갔다.
“자주 가는 헬스장 PT 선생님 행동을 참고했어요. 그분이 새로운 회원분이 오시면 되게 기뻐하시거든요?”
“서혼 형은 스케줄 없으면 매일매일 빠짐없이 출석하는 편이에요.”
“거의 운동 중독이죠.”
오란과 초록 형이 덧붙였다.
– 거의 매일 운동하는 것치곤 우락부락하지 않은데?
“앨범 컨셉 때문에 서혼 형이 일부러 근육을 작게 줄였어요. 아마 활동기 끝나면 알 수 있겠죠?”
– 좋은 정보 ㄱㅅ
– 그럼 난 활동기 끝나고 오겠음
– 컨셉도 중요하지만 난 비활동기의 서혼을 무대에서 보고 싶다…
“다른 멤버들과의 균형도 중요해서요. 다양한 컨셉을 시도해 볼 계획이라서 앞으로 제 평소 모습을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그러니까 기대해주세요.”
– ㅎㄷㄷ
– 평소 모습이래…
– 지금도 근육 깎아서 만든 수준인데…
– 혼이 오빠 헬X이에요…?
“크크, 서혼 형 저런 말 자주 듣지?”
“…응.”
“왜 기죽고 그래. 우리 코티지의 건강을 형이 지켜줄 수 있잖아. 안 그래?”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서혼 형을 달래기 위한 초록 형의 위로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서혼 형의 눈에서 순간 새파란 불빛이 번뜩이는 듯했다.
“코티지! 저랑 같이 운동합시다!”
어느 때보다도 힘찬 서혼 형의 목소리만으로도 기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발그스레하게 상기된 볼을 팬들도 보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 아, 음….
– 서혼오빠 나 숨쉬기운동밖에 해본 적 없어…
– 나랑 함께 해요! 나 현직 필라테스 강사ㅋㅋ
– 운동 극혐ㅠㅠㅠ
“아니, 운동이 왜 극혐….”
“자자, 서혼 형은 뒤에 가서 앉아 있으세용!”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부정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충격을 받아서 서혼 형은 뒤쪽으로 퇴장했다.
“이젠 제 차례에요! 저 어땠어요? 피디님은 무조건 괜찮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걱정돼서….”
– 연기 천재 박하준! 우윳빛깔 박하준!
– 능청스러운 연기 때문에 몰입도 상승!
– 박하가 놀러 가자고 하면 적금이라도 털어야지!!! ㅎㅎㅎ
– 무조건 잘햇어
“진짜죠? 휴휴, 테오라 멤버 중에 제가 제일 연기 못하거든요. 힝. 각인 뮤비 보시면 알겠지만요.”
티가 하나도 안 난다고, 박하의 연기를 칭송하는 내용으로 팬분들이 울부짖었다.
애교가 몸에 밴 박하에게 맞춘 듯한 캐릭터인데다 턱없이 짧은 촬영 시간 탓에 연기력을 판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미 코티지의 눈에는 거대한 콩깍지가 껴 있었다. 그게 나쁘단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돌인 테오라에게 실망해서 이 콩깍지가 벗겨지는 날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이원 형이랑 홍오란은 어땠어요?”
“대사 한 마디짜리 역할이라서 배경 설정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박하 이웃집에 사는 소꿉친구라는 설정을 넣어봤어요!”
어쩐지 귀여운 척을 싹 빼고 담백한 연기를 선보이더라니. 오란은 캐릭터를 따로 만들고 그에 맞는 연기를 했던 모양이다.
상의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똑같은 생각을 한 거지?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사고방식도 비슷해지는 건가?
“저는 박하랑 같은 반 반장이자 모범생이라는 설정이었어요.”
– 그래서 안경 썼구나!
– 너무 잘 어울렸어♥ 함이원♡♡
– 거의 실제 모습이랑 비슷했던 거 아니에요? 이원 오빠도 공부 잘한다면서요!!
“공부는 못하진 않지만, 학급 임원은 한 번도 못 해봤어요. 반 친구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요.”
팬들은 연습생 생활을 하느라 반 친구들과의 관계에 소홀했다고 생각했다. 보통은 그렇겠지.
나는 아웃사이더 중에서도 극단적인 유형에 속할 테니까. 반 친구 연락처 하나 없는 게 보통은 아니겠지….
“박하랑 함이원이랑 저는 한 번에 바로 오케이 받아서 피디님한테 칭찬받았어요!”
– 오오오오
– 테오라 애들 데리고 웹드 찍으면 재밌을 듯ㅎㅎㅎ
– 웹드! 굿! 연기구멍 없어서 퀄 보장!
“코티지들이 원하니까 웹드라마 제의 들어오면 긍정적으로 고민해볼게요. 김칫국이지만!”
오란이 웃음 짓자 통통한 볼에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역시나 채팅창에는 오란의 보조개가 드러나자 끙끙 앓는 팬들이 수두룩했다.
“저는 능력 있는 투자자 같았어요?”
“비서…. 통역만 했는데, 피디님이 박수 쳤어요. 이게 끝이냐고 했더니 퇴근하라고 했어요.”
– 위화감 없었어 초록아!
– 나이를 커버하는 연기력~
– 피디님이 제톤 발음에 압도당한 듯ㅋㅋㅋㅋㅋㅋ
– 현지인 발음! 근데 제톤은 한국말도 되게 잘함
– 쇼미더골드 때만 해도 발음 굴린다고 지적받았는데 전부 고쳤네
– 스페인어가 그렇게 섹시한 언어란 걸 첨 알아따…
–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하는 거임?
– 근데… 전에 말했던 선물이 이건가?
– 선물?
“코티지 여러분들 기억하세요? 저희가 선물 준비했다고 했잖아요!”
오란이 멤버들을 보면서 생글생글 웃었다. 또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밑밥을 까는 거지.
“편집 끝내고 모레면 공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야! 타!’라는 자컨 시리즈로 뉴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거예요!”
“홍오란! 너 누가 스포하래!”
“나 잘못했어?”
“내가 선수 치려고 했는데에! 분하다!”
누가 먼저 말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을 텐데. 오란은 자기가 먼저 말했다고 의기양양해 하고, 박하는 좌절에서 테이블 위에 푹 엎드려버렸다.
“테오라 멤버들이 새로운 체험을 해보는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예능이에요. 회사 직원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테오라가 하나하나 기획했으니까 재미있게 봐주세요.”
리더 초록 형은 주제만 대뜸 던져둔 두 명의 멤버 대신 차분하게 설명을 마쳤다.
“웃기냐고요? 저희는 재밌게 찍었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음, 다음 편은 저희 스케줄이 한가한 날에 찍게 될 것 같아요.”
가끔 채팅창으로 올라오는 물음에 성실하게 답했다. 앞으로 스케줄이 얼마나 들어올지 가늠할 수가 없어서, 다음 자컨 촬영에 대해 확답할 수 없었다.
지금도 시시각각 매니저 형에게 섭외 전화가 걸려 오는 상황이라서.
“오늘의 TMI 토크는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아요.”
채팅창에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아쉬움이 담긴 채팅을 보고 위로가 될만한 말을 전했다.
“잠깐이라도 여유 생기면 라이브 방송 켜볼 테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마요. 금방 올게요. 저도 초가삼간 그리울 테니까.”
다른 멤버들은 팬들을 코티지라고 부르지만, 나만은 꿋꿋하게 ‘초가삼간’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팬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인 거나 마찬가지니까. 적어도 한동안은 초가삼간이라고 불러줄 생각이다.
“그럼 안녕!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지금까지 테오라였습니다!”
“돌아올게요, 코티지에게로!”
테오라 멤버들이 함께 인사를 마치고 소파에 늘어졌다. 이번에는 폭신한 소파가 배치된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를 진행했다.
“이원 형, 쫌 하네?”
“뭘…?”
뭘 한다는 거야. 왜 주어를 빼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맥락으로 봤을 때 내가 팬들에게 한 어떤 멘트가 남달랐던 모양인데.
“순수한 채로 있어 줘.”
미간을 찌푸리자 박하가 손사래를 치면서 뒤로 물러났다. 여전히 싱글거리며 웃는 중이라서 얄미웠다. 나한테도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내가 언제까지 모를 거로 생각하지 마. 알기만 하면 그날 바로 끝이야.”
“…안 되는데? 이원 형이 깨달음을 얻는 날은 매력 하나를 잃는 거라구!”
“…매력? 몰라야 생기는 매력이 있다고?”
“있어. 있고말고!”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그럼 재미없으니까 패스할게.”
초록 형까지…. 설마 서혼 형도 저 무리에 동참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서혼 형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태연하고 태평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
아무리 평소에 쓸데없이 연기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서혼 형이 나를 골탕 먹일 리가 없었다.
“자, 집중. 자컨 시작했으니까 하는 말인데, 난 우리 멤버들이 각자 가진 끼를 보여주지 않는 게 아깝거든.”
초록 형의 말에 멤버들이 의아해했다. 우리 그룹이 아니라 개인 차원의 끼를 말하는 것 같다. 아직은 거기까지 고려하기는 이르지 않을까.
“테오라라는 그룹을 대중에게 알리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이 시기의 우리가 가진 잠재력을 가만히 놔두는 것도 아까워. 뭐 일종의 성장일기를 남기고픈 마음이랄까.”
“리더 하더니 이젠 우리 부모라도 되고 싶은가 봐?”
오란이 시비 걸듯 말했지만, 그 의미는 약간 이해되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다 컸는데 성장일기는 너무 갔다. 리더의 역할을 훌쩍 넘어섰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과하긴 한데 의도는 좋아!”
“그래서. So what?”
“우리 개인 뉴튜브 영상을 찍어봤으면 해.”
개인 뉴튜브? 테오라 멤버들이 다 같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멤버 1명을 메인으로 하는 영상을 찍고 싶다는 거였다.
“지금은 테오라 앨범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잖아. 자컨의 목적도 테오라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고. 그러니까 공개는 나중에 천천히 하더라도 우리의 자유로운 모습을 남겨봤으면 좋겠어.”
“구체적으론?”
오란은 초록 형에게 자세히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흥미가 생기는 듯했다.
“개인 영상이라 멤버 각자가 선택해야겠지만, 나라면 뷰티 쪽을 시도해보지 않을까? 창작 안무를 올릴 수도 있겠고.”
우리가 외부 활동 외에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나 해보고 싶은 일을 대본 없이 솔직하게 해보자는 제안. 점점 스케줄이 빠듯해지고 있지만, 미리 컨텐츠를 준비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컨텐츠를 쌓아둬서 나쁠 건 없긴 하지.”
“초록이가 그런 생각 하고 있었는지 몰랐어. 해보자. 앞으로 형이 많이 도울 테니까.”
“혼자서 free하게 해보라는 거지? 초록.”
“나! 나! 개인적으로 찍고 싶은 영상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우리는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던 초록 형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신의 한 수가 될지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