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Crime RAW novel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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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팬텀이 눈을 뜬 날
T의료원 지하에는 조금 특이한 수술실이 있다.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는 몇 개의 구역을 넘어서야 그곳에 도달 할 수 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청소부까지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유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한바탕 작업이 끝난 수술실을 작업복을 입은 청년 두 명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씨벌~ 돌팔이 새끼가 또 동맥을 건드렸나. 완전 피바다구만.”
“웁……. 피비린내가 장난 아닙니다.”
“좆같아도 까라면 까야지. 돈 벌기가 쉽나.”
이곳에서 일한지 얼마 안 된 청년이 물었다.
“그런데 형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뭔데. 아, 거기 조심해라. 뒤질꺼면 곱게 죽을 것이지. 끝까지 바동거리다가 살점이 뭉텅이로 잘린 모양이다.”
잘못해서 미끄러질 뻔 했던 청년이 혀를 차며 살덩이를 집어 봉투 안에 넣었다.
“그런데 왜 마취를 안 하는 겁니까? 발버둥 치지 못하게 팔 다리 하나씩 자르는 것보다 주사 한 방이면 얌전해 질 텐데요.”
청년의 물음에 중년의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마! 그런 거 신경 쓰면 여기서 일 못 한다. 뭐 이유는 간단 해. 회도 산 채로 떠야 싱싱한 법이잖아. 넌 회 뜰 때 약치고 뜨냐?”
청년은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수술실 청소도 대충 끝난 것 같은데……. 이제 쓰레기만 버리면 됩니까?”
“그래. 창고에서 염산이랑 플라스틱 다라이 가져 와. 대충 담가 둔 다음에 3~4 시간 지나면 노곤 노곤해 질 테니까. 좀 쉬다가 드럼통에 넣으면 된다. 아참 드럼통은 두 개 준비해라.”
“아, 오후에 한건 더 하는 겁니까?”
“그러게 말이다. 요새 장사 정말 잘되나 보더라.”
중국에서 장기 적출이 법으로 금지된 이후 이식이 필요해진 사람들은 한국에 원정까지 와서 수술을 받고 있었다.
특히나 비위생적인 수술 환경으로 인해 합병증 등의 부작용이 뒤따르는 중국보다 훨씬 안전하기까지 했다.
최근 인도와 동남아 등지에서 대규모로 장기가 공급이 되는 바람에 국제 시세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다.
심장, 간, 신장 같은 가장 비싼 부위도 2억 정도에 거래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T 의료원에선 적합성 검사를 마친 신선한 장기를 검증된 의료진이 이식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거의 국제 시세의 2배 이상의 가격에도 수술을 원하는 이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대충 한 명당 15억이지요? 좆같이 태어나서 그런 비싼 값에 팔리다니. 죽더라도 행복 할 겁니다. 흐흐흐…….”
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외과 전문의 닥터 J가 들어왔다.
“뭐야. 아직도 청소 안 끝났나? 내가 바로 한 타임 더 뛴다고 최대한 빨리 끝내 놓으라고 했을 텐데. 단디 안 하지? 눈깔 한 짝 때이고 싶어?”
중년 청소부는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끝내겠습니다.”
“그래, 그래. 확실하게 처리 해 놓으라고. 보니까 김수빈인가 하는 애 아직 팔 한 짝 밖에 안 떼어 놨더만. 그래도 일정이 빡빡하니 어쩔 수 없이 바로 진행 해야지. 움직이지 못하게 확실하게 재갈이랑 해서 묶어 놓고.”
“예.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못하게 해 놓겠습니다.”
“에휴, 빙신 새끼들…….”
닥터 J는 한숨을 내 쉬고 밖으로 나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중년 청소부에게 청년이 물었다.
“저 분이 닥터죠?”
“그래, 임마. 여기 책임자 얼굴 정도는 기억해 둬라.”
“와……. 분위기가 장난 아니네요.”
“중국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전문가라고 하더라. 괜히 성질 건드려서 좋을 거 없으니까 알아서 처신하고.”
“예.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도대체 왜 횟감들의 팔 다리를 자르는 거죠?”
“거야 수술 도중에 발버둥 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가 제일 큰데. 의외로 수집가들한테 팔린다고 하더라. 게다가 어제 뉴스 봤지?”
“예.”
“닥터 J가 머리 하나는 정말 기막혀요. 어차피 버릴 부분 이용해서 사건을 토막 살인으로 만들어 버렸어. 최근에 실종 사건의 냄새를 맡은 경찰이 있거든.”
그때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닥터 J가 들어왔다.
그는 조용히 중년에게 다가가 목을 메스로 그어 버렸다.
“그……. 그억…….”
중년의 입에 피가 튀어 올랐다.
닥터 J는 손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주머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입 조심 하라고 했잖아. 어이 신입.”
“예? 예!”
얼어 있던 청년이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이제 네가 실장이다. 월급은 2배로 오를 거고.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배워 뒀겠지?”
새롭게 실장이 된 청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전부 할 줄 압니다.”
“그럼 저 새끼 따게 준비해라. 썩어빠진 몸뚱이지만 하나쯤은 쓸 만한 부분이 있겠지.”
담배를 다 핀 닥터 J는 과다 출혈로 정신을 잃은 남자를 수술대 위에 눕히고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것을 끝낸 닥터가 말했다.
“바로 오후에 한건 더 있으니까 깨끗하게 정리 해 놔라. 그리고 입조심 명심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닥터.”
청년은 뒷정리를 마친 후 점심을 먹으러 갔다.
메뉴는 내장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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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은 어둠속에서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열릴 때마다 같은 방에 있던 사람이 한 명씩 끌려 나간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결코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도 몸의 윤곽만이 어렴풋이 보일 정도였다.
김수빈은 떨리기 시작한 몸을 껴안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쪽 팔이 사라져 있었다.
그렇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유일한 친구와 나눈 약속의 징표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소중하게 새끼손가락에 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김수빈은 어릴 때부터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아이였다.
그녀의 엄마는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
그리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아빠는 김수빈의 모습에서 엄마를 본 것인지 매일같이 손찌검을 했다.
결국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게 되었다.
좀도둑질에서 삥뜯기까지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고 다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도망쳐 도달한 곳에 낙원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경찰에게 범행 현장을 들키게 되고 결국 보호시설로 끌려갔다.
그곳에서의 생활도 그리 다르지는 않아다.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있었기에 어른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무슨 일만 있으면 의심을 받고 심심하면 매질을 당했다.
이렇게 영원히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냐며 체념하던 그녀의 앞에 송해은이 나타났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닮은 두 사람은 순식간에 친해졌다.
행복 해 지고 싶어.
그런 생각이 처음으로 김수빈의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했다.
그날, 김수빈은 새로 태어났다.
더 이상 나쁜 짓은 하지 않고 열심히 기술을 배웠다.
최대한 빨리 고아원을 나와 송해은과 함께 살고 싶었다.
손을 뻗으면 그토록 갈구하던 행복을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던 그 때.
그녀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납치를 당했다.
뚜벅…….
그때 김수빈의 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방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이제 혼자뿐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었다는 것일까.
그녀는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끊임없이 빌었다.
그렇지만 납치를 당할 때도.
한쪽 팔이 잘렸을 때도.
어느 누구도 그녀를 구해주지 않았다.
‘어쩌면 누군가가 나를 구하러…….’
그렇지만 김수빈은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남아 있었으니까.
– 같이 행복해 지자.
그때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김수빈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저 남자다.
저 사람이 자신의 팔을 잘라갔다.
“아하, 아하하하! 기뻐해라 드디어 네 차례가 되었다. 이제 너는 온갖 고급 가구로 둘러싸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온갖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멋진 사람을 만나 심장이 뛰는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너는 행복한 매일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수빈은 남자의 말이 무엇을 뜻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했다.
그것은 그녀가 원했던 행복이 아니었다.
“제, 제발 살려 주세요. 시키는 일은 뭐라도 할 게요……. 제, 제……. 웁!”
닥터 J의 뒤에 서 있던 젊은 실장이 김수빈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김수빈은 끌려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다.
그러자 닥터 J가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저래서 미리 나머지 한쪽 팔도 잘라 뒀어야 하는 건데. 요즘 너무 바빠서 말이지. 너 한명이 죽는 것으로 10명이 넘는 사람들의 행복을 되찾아 주는 거라고. 평생 밑바닥 인생으로 구질구질 하게 사는 것 보단 그게 훨씬 이 세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닥터 J는 마치 칭찬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김수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목에 국소 마취제를 주사했다.
발버둥 치던 김수빈의 몸이 순간 축 하고 늘어졌다.
“오 실장, 끌고 가. 신선도를 위해서 약을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뭐 별로 독한 놈은 아니니까, 몸은 움직이지 않더라도 의식은 남아 있을 거다.”
“예. 모든 준비를 끝내 두었습니다. 닥터.”
닥터 J는 만족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넌 전임자에 비해 조용해서 좋군.”
오 실장은 김수빈의 몸을 어깨에 들쳐 메고 수술실로 향했다.
닥터 J는 조용히 말했다.
“조심하도록. 네가 업고 있는 계집년 몸값이 15억이야.”
두피, 동맥, 간, 쓸개, 신장, 혈액, 피부, 안구, 치아, 어깨, 심장, 비장, 위, 소장…….
어느 것 하나 버릴 데 없이 소중한 돈줄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김수빈은 끊임없이 생각했다.
‘미안해……. 해미야…….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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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혁은 멀리서 T의료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병원이었다.
그렇지만 저 곳의 지하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저곳을 날려 버리고 싶었다.
‘그랬다간 단숨에 훌륭한 폭탄 테러범이 되겠지.’
중요한 것은 명분이다.
태혁은 인형 놀이 사건을 통해 매스컴에 팬텀의 존재를 알릴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한 준비는 신세호PD가 착실하게 하고 있었다.
‘우선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참극을 확실하게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가방 속에서 오페라 가면을 꺼내 썼다.
그러자 찬물이라도 뒤집어 쓴 것처럼 차분한 기분이 되었다.
오페라 가면 안에는 특수하게 제작한 초소형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태혁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이 FHD 영상으로 녹음된다.
증거를 모두 모은 후에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그것’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지하실은 병원 정문으로는 절대 들어 갈 수 없었다.
그곳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태혁은 철조망을 넘어 T의료원 뒷문으로 향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경비원이 달려왔다.
“죄송하지만 이곳은 출입 금지입니다.”
건물에는 겉으론 보이지 않았지만 몇 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것을 통해 불법 침입자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있을 뿐,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모습에 방심한 것일까.
경비원은 태혁에게 이곳에서 나가라는 것처럼 위협적으로 경관봉을 휘둘러 댔다.
태혁은 피식 웃었다.
무기를 들었다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위협하는 상대가 우스웠다.
– 쇠파이프를 장비 합니다.
태혁은 단숨에 상대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쇠 파이프를 휘둘러 상대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 쳤다.
“크억!”
경비원은 찍 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大자로 엎어졌다.
태혁은 상대의 목소리가 조마경에 등록 된 것을 확인했다.
이제 변조 스킬을 사용하면 이곳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조작을 할 수 있다.
“일단 구석에 적당히 짱 박혀 계세요.”
태혁은 경비원을 묶어서 잘 보이지 않은 곳에 가져다 둔 다음 소지품을 확인했다.
출입증과 경관봉 무전기 핸드폰 등등.
아쉽게도 시큐리티 레벨이 낮아 지하로는 들어 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정도만 해도 상당히 유용하게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에는 분위기가 중요한 법이다.
태혁은 전원이 꺼져 있는 무전기에 대고 중얼거렸다.
“여기는 팬텀. 지금부터 적진에 돌입하겠다.”
(다음에 계속…)
00081 팬텀이 눈을 뜬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