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of Emptiness RAW novel - Chapter 150
“부교주님. 놈이 나타났습니다.”
“귀혈공자 그놈이 간밤에 죽지 않았단 말이오?”
“그런 것 같습니다.”
삼뇌노인이 얼굴을 붉혔다.
보고를 받은 도마왕 역시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천마검도 없이 놈이 천마불사주의 독을 해독했을 리가 없소.”
“하지만 멀쩡해 보였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놈은 지금 어디에 있소?”
“천마비무대 옆에 있는 출전자 대기석에 있습니다.”
“군웅들은 모두 모였소?”
“네. 정식 대회 전날이라 그런지 십만이 넘는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이십만 정도가 될 수도······.”
“총군사의 생각은 어떻소? 놈을 지금이라도 실격시킬 수 있겠소?”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교도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그보다 정식도전자들을 이용하는 방법이 어떻겠습니까?”
“그들 일곱 명은 모두 나를 합의추대하기로 하고 이미 지장까지 받았다 하지 않았소?”
“바로 그겁니다. 합의추대의 명분을 내세워 압박한다면 귀혈공자 그 놈도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겁니다.”
“끝까지 놈이 대결을 고집한다면 어떻게 되오?”
“관례에 따라 놈 혼자서 합의추대 주장을 한 고수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일대 칠로 붙는 것이니 놈도 이기기 힘들 겁니다.”
“으음, 승산이 있겠소?”
“정식 도전자 일곱 명은 본교의 최고수들입니다. 한두 명이면 모르겠지만 일곱 명 모두의 공격을 받아낼 사람은 천하에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도 놈이 승리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아직 하루가 더 남아 있습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놈이 부교주님과 대결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하기야 여차하면 놈을 암살하면 되겠지. 천마암살대(天魔暗殺隊) 무사들을 대기시키도록 하시오.”
“그들은 천하일심맹주인 지옥맹주를 상대하기 위해 숨겨둔 힘이 아닙니까?”
“그렇긴 하나 지금은 발등의 불을 끄는 것이 급선무요. 천마암살대 무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본교의 장로급 고수이니, 반드시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준비시키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필요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책이겠지요. 제가 정식도전자들에게 부교주님의 뜻을 전달할 테니, 여기서 잠시 쉬고 계십시오.”
“알겠소.”
* * *
마교 총단 대연무장.
십만 명에 달하는 군웅들이 모여 시합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지체가 되고 있었다.
출전자 여덟 명 중 대기석에는 백소운 한 사람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진하림, 자운신녀, 유덕 등 일행 다섯 명이 그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걸까요?”
진하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구나. 내가 멀쩡한 몸으로 나타나니 주최 측에서 놀란 것이겠지.”
백소운이 담담히 말했다.
자운신녀가 말했다.
“아무래도 합의추대를 밀고 나갈 생각인 것 같네요. 다른 출전자들이 모두 보이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소?”
백소운이 의견을 물었다.
자운신녀가 지닌 신안통으로 상황을 파악한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대결을 포기만 안 하시면 돼요.”
“알겠소이다.”
백소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같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정식도전자 일곱 명이 대기석으로 들어왔다.
모두가 노인이었다.
한데 그 기도가 엄청났다.
백소운 또한 예상 밖으로 무공이 뛰어난 그들을 보고 흠칫할 정도였다.
둥둥둥.
북소리가 울리며 철탑객이 단상 위로 올라섰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부교주께서 관전을 위해 오셨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와아아.
짝짝작.
엄청난 함성과 박수 속에 도마왕이 백여 명의 지휘부 고수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단상 위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함께 등장한 삼뇌노인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철탑객이 자리를 비켜주자, 삼뇌노인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 영웅 여러분. 이곳 대연무장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면초가 상태인 본교의 진정한 힘은 바로 여러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 영웅께 경의를 표합니다.”
짝짝짝.
박수가 다시 쏟아졌다.
삼뇌노인이 대기석을 한번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오늘 저는 여러분께 한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것은 바로 놀랍게도 오늘 비무에 나설 도전자들이 합의추대를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본교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고 분열을 막는 것이 그 명분입니다. 물론 그들이 추대한 분은 바로 본교의 부교주이자 교주 대행이신 도마왕님입니다.”
와아아.
짝짝짝.
함성과 박수가 다시 쏟아졌다.
하지만 그 기세는 아까보다는 훨씬 약했다.
물론 합의추대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천하일심맹의 대군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 때문이었다.
군웅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정말 모두 찬성한 겁니까? 직접 추대 의사를 확인시켜주시겠습니까?”
“물론이오. 아직 한 분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대세를 따를 것이 예상되오. 자, 대기석에 계신 출전자들에게 알리는 바이오. 합의추대에 찬성하는 분들은 모두 비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오. 합의추대서 역시 가지고 나오면 좋겠소.”
삼뇌노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식 도전자 일곱 명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 중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백발노인 한 명은 손에 추대서로 보이는 문서를 들고 있었다.
백발노인이 문서를 삼뇌노인에게 건넸다.
“합의추대서입니다. 우리 일곱 명의 지장이 찍혀 있습니다. 저기 있는 귀혈공자만 뜻을 같이하면 합의추대가 완성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삼뇌노인이 합의추대서를 받은 후 백발노인에게 고개를 조금 숙였다.
백발노인은 마교 원로원 고수로 전대고수인 초마객(超魔客)이란 자였다.
원로원의 원장이기도 한 그는 도마왕의 오랜 벗이었다.
삼뇌노인의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그가 주도적으로 합의추대를 끌어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한편 백소운은 대기석에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합의추대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표시였다.
자연히 군웅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삼뇌노인이 물었다.
“귀혈공자! 그대는 정녕 대의를 거슬러 본교를 멸망케 할 생각이오? 그렇지 않다면 어서 나와 합의추대서에 지장을 찍으시오. 그렇게 되면 내일 천마대회에서 부교주님을 정식 교주님으로 추대하고 힘을 결집할 수 있을 것이오. 적들이 코앞까지 도착한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없소. 어떻게 하시겠소?”
“저는 합의추대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부교주께서 저의 무공을 두려워하시는 것 같은데, 저도 못 이기면서 어찌 천하일심맹 고수들을 상대하겠습니까?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부교주께서는 겁쟁이셨군요. 하하하.”
백소운이 껄껄 웃었다.
누가 봐도 도마왕에 대한 비웃음이자 도발이었다.
하지만 도마왕은 태연했다.
애초에 백소운이 합의추대에 응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한 것 같았다.
삼뇌노인이 말했다.
“귀혈공자! 마지막으로 묻겠소. 만약 이번에도 거절하면 관례에 따라 합의추대한 고수 모두와 겨뤄야 할 것이오.”
“그게 좋겠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절대 찬성하지 않을 겁니다. 강요된 추대는 본교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교도들의 명예 또한 짓밟는 행위입니다. 저보다 여러 영웅께서 먼저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백소운이 대기석에서 나와 비무대 위로 올라가 오른손을 들었다.
이는 소극적인 저항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군웅들의 호응을 끌어내려는 행위였다.
하지만 도마왕이 직접 자리한 자리라서 그런지 호응이 없었다.
그때였다.
상황을 관망하던 자운신녀가 소리쳤다.
“우리 문주께서 이번 대회에 나선 목적은 바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교주님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교주님을 죽인 원흉을 반드시 찾아내어 복수를 해주실 적임자는 바로 우리 문주님뿐입니다. 부교주가 총군사를 시켜 시합을 무산시키려 하는 것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여러 영웅께서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교주님의 복수를 하고 싶은 분은 모두 함성을 질러주십시오. 문주께서 반드시 그 원흉을 찾아내 처단하실 겁니다.”
와아아.
군웅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도마왕이 발끈했다.
“저년이! 지금 날 모함하는 것이냐?”
엄청난 내공이 담긴 목소리였다.
군웅들이 깜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삼뇌노인이 호통을 쳤다.
“지금 보니 네놈들이 바로 복마회 놈들이구나. 어쩐지 강호에 귀혈문이란 문파가 없다고 했더니, 처음부터 우리를 속였구나. 여봐라! 뭣들 하느냐? 어서 반역자들을 체포하라!”
“존명!”
마교 무사 수십 명이 백소운과 일행을 포위했다.
백소운이 흠칫하며 자운신녀를 쳐다봤다.
자신도 한몫했지만 그녀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기 때문이었다.
자운신녀가 소리쳤다.
“우리를 공격하는 것은 바로 부교주가 교주님을 시해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겁니다. 영웅 여러분! 저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즉시 우리 문주님께서는 당당히 응수해 정의를 세울 겁니다. 모두 지켜봐 주십시오.”
짝짝짝.
박수 소리가 간간히 터져 나왔다.
그들은 죽은 검마왕을 흠모하던 마교도들이었다.
그리고 그 박수 소리는 점점 커졌다.
군웅들이 대거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짝짝짝.
분위기가 바뀌자 백소운 일행을 포위한 마교 무사들도 섣불리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삼뇌노인이 도마왕과 전음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그 직후였다.
얼마 후 삼뇌노인이 말했다.
“좋소. 아직 귀혈공자 그대가 복마회와 연루되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니, 정식 도전자들과의 시합을 허락하겠소. 하지만 칠 대 일의 싸움이 될 것이오. 이를 수락할 용기가 있소?”
“물론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주님을 시해한 범인이 부교주님이라는 증거 또한 없다는 겁니다. 그 점에 대해서 오해의 소지가 없었으면 합니다.”
“알겠소.”
삼뇌노인이 고개를 끄덕인 후 철탑객에게 눈짓했다.
철탑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관례에 따라 합의 추대 찬성자 모두와 귀혈공자의 대결이 있겠습니다. 귀혈공자가 이기면 내일 정식 대회에서 부교주님과 겨루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패하면 부교주께서 오늘 실질적인 교주로 취임하시게 될 겁니다.”
와아아아.
짝짝짝.
시합이 벌어지기로 결정되자, 군웅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한편 삼뇌노인은 자리로 돌아간 후에도 옆에 앉아 있는 도마왕과 전음을 나누고 있었다.
「부교주님. 어찌해서 시합을 허락하신 겁니까? 놈들이 노골적으로 부교주님을 몰아세웠습니다. 처음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교도들이 흔들리는 것을 봤소. 어떤 식으로든 놈을 무력으로 제압해야만 하오. 합의추대는 그다음의 일이오.」
「만약 놈이 오늘 승리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천마암살대를 동원하실 계획입니까?」
「그렇소. 어떻게든 놈이 죽게 되면 무공이 약하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하기야 놈의 기세가 너무 강해 사실 체포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도 한 이유요. 나에게도 무형의 살기를 뿜어냈는데, 가공했소.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천마암살대 백대살수(百大殺手)의 공격을 받아낼 수는 없을 테니까.」
「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삼뇌노인이 전음을 보낸 후 백소운 일행을 둘러싼 무사들을 물러나게 했다.
백소운은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때 자운신녀의 전음이 들렸다.
「아쉽군요. 도마왕이 공격을 허용했다면 차라리 우리에게 유리했을 텐데······.」
「그건 왜 그렇소? 도마왕이 본인의 적수가 못 되는 것은 맞소만······.」
「오늘 명분은 문주님께 있었어요. 도마왕 세력을 제압했다면 일반교도들은 모두 문주님을 따랐을 거예요. 하지만 내일까지 끌게 되면 두 가지 면에서 우리가 불리해요. 첫째는 오늘 밤 도마왕이 최대의 전력을 보내 문주님을 제거하려 할 가능성이 크고, 둘째는 내일 소교주가 나타나기 때문이에요. 실질적으로 두 번째 이유가 결정적이지요.」
「하기야 소교주의 뜻을 알 수 없으니······.」
「바로 그 점이에요. 소교주가 제2의 검마왕이 될 수도 있으니, 우리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아요. 결론적으로 소교주 보다는 문주님이 교주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일리가 있는 말씀이오. 하지만 일단 소교주의 생각을 듣고 나서 판단할 일인 것 같소.」
백소운이 전음을 보낸 후 정면을 봤다.
초마객을 비롯한 정식 도전자 일곱 명이 좀 더 다가와 품자 형태로 묵묵히 서 있었다.
철탑객이 소리쳤다.
“시작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