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12)
012화
하지만 이 집안도 우환이 없는 건 아니었다.
가족의 범위를 넓히면 처가 식구도 있고 시댁 식구도 있으니까.
그렇게 확장해서 보면 남인영이 오늘 나를 찾아온 건 행운인 셈이다.
“그런데 시아버님 건강에 문제가 좀 있네요.”
“네?”
“건강검진 하는 데도 어디가 문제일까 싶으실 텐데 보통은 머리 MRI까지 찍지는 않잖아요.”
“그, 그럼?”
“네. 지금 가셔야 수술받고 회복이 가능하실 겁니다. 조금만 늦어도 큰일 나니까 서두르셔야 합니다.”
“그런 걸 어떻게 아세요?”
“사모님 가족 일이라 저에게 보여서 그런 겁니다. 시아버님 건강 문제만 고비를 넘으시면 한동안 걱정 없으시겠어요.”
“제가 얼른 확인해 볼게요.”
“네. 그러세요.”
상담실에서 나간 남인영은 일행에게 먼저 가봐야 한다면서 휭하니 사라졌고, 나머진 그대로 나가서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선영아! 넌 왜 그리 일찍 나온 거야?”
“내일이라도 재희 데리고 다시 오래요.”
“이유도 말 안 해주고?”
“재희랑 같이 대화해야 해결된다면서 같이 오라는데 모르겠어요.”
“그럼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내일 재희 데리고 다시 가봐. 점 보러도 다니는데 그냥 하루 까먹는다 생각하고 가봐.”
“알았어요.”
“자기는?”
선영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자 선화에게 어땠냐고 물었다.
1순위 2순위는 있어도 유선화도 친한 사이라 젊은 도사가 뭐라고 했는지 궁금했다.
“저보곤 빨리 이혼하래요.”
“그거 물어봤어?”
“아니요. 먼저 말하더라고요. 참지 말고 빨리 이혼해서 정리해주는 것이 오히려 나진이한테도 좋다고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런 말을 했어?”
“그러게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던데 언니가 우리 얘기 한 거 아니죠?”
“내 사정 이야기하기도 바쁜데 너희들 얘기할 틈이 어딨어. 그리고 내가 뭐 너희 부부 얘기를 알면 얼마나 잘 안다고.”
“그럼 정말 보기만 해도 아는 건가?”
“신기하지?”
“그러게요.”
“이혼 문제라 내가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잘 생각해서 결정해.”
“그래야죠.”
유선화가 이혼을 생각 중이란 건 재경도 알고 이 모임 멤버라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 쉽게 말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근데 인영이는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그렇게 사라진 거지?”
“그러게요. 당황한 거 같던데.”
“설마 나보다 더하려고요.”
“그런가?”
유선화는 남편과의 이혼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재경이 상담받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했다지만 남 일과 자기 일은 다른 법이라 그 말만 듣고 이혼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
* ? ? * ? ? *
“뭐가 어쨌다고?”
“골드 엔터에서 배우 지망생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배우?”
“네. 대표님!”
이수영은 라이벌로 평가받는 골드 엔터가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것에 신경이 쓰였다.
가수랑 배우는 엄연히 분야가 달라서 아진 엔터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알아만 보고 있는데 골드 엔터가 먼저 그쪽으로 진출하겠다고 움직인다고 하니 자극을 받은 거다.
“갑자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그게 배우 지망생을 키우는 조건으로 투자받았다고 합니다.”
“투자?”
“제가 직접 들었으니 맞을 겁니다.”
“누가 투자했는지 알아보고 얼마나 투자받았는지도 알아봐.”
“네. 대표님!”
아진 엔터가 돈이 없어서 배우 지망생이 없는 게 아니다.
스물아홉인 이수영이 아진 엔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은 가수 쪽에 집중하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경험이 더 쌓인다면 그땐 아진 엔터를 대한민국 최고로 키워내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하나 더.”
“네. 말씀하십시오.”
“배우 지망생이라면 어떤 아이들이 있는지도 알아봐.”
“알겠습니다.”
며칠 후 골드 엔터에 대해 알아본 허지영 실장은 자신이 알아낸 것을 이수영에게 자랑하듯이 보고했다.
“투자한 사람들은 강 대표 지인들이고 배우 지망생 몇 명이 연기 수업을 받는 중인데 업계에 알려진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쪽 분야도 아니고 그냥 지인이라고?”
“네. 대표님! 그냥 아는 사이라 의기투합해서 투자한 거 아닐까요?”
“도대체 뭘 믿고 그리 무모한 투자를 감행하는 거지?”
“요즘 기획사가 돈 좀 번다고 하니까 덤벼든 모양인데 대표님께서 신경 쓰실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 주주들 이름을 보니 이상한 것이 있어서…….”
“뭔데?”
“여기 좀 보시죠.”
허지영은 골드 엔터 주주 명부를 건넸다.
그리고 그 리스트 끝에는 이무혁이라는 이름이 있었는데 허지영이 보고하는 이유는 이무혁이 아진그룹 혼외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이수영이 술 마시면 욕하는 걸 가끔 듣는데 어쩔 땐 살벌해서 측근이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탓이다.
“이무혁?”
“네, 대표님. 혹시나 해서 말입니다.”
“하하하하! 허 실장! 지금 장난해?”
“네?”
“그 찌질한 놈이 0.001%도 아니고 10%라고?”
“…….”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그렇지? 호호호!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잖아. 맞아! 동명이인일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사해볼까요?”
“허 실장! 요즘 시간 많은가 봐?”
“네?”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일이나 잘해.”
이수영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인 방숙자가 혼외자라면 이를 가는데 절대 기지개를 켜게 두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설사 그 이무혁이 맞다해도 언제든 방숙자가 무참하게 밟아버릴 거라는 걸 알기에 신경 쓸 필요 없다고 생각한 거다.
“네. 대표님!”
“그리고 누굴 영입하면 강 대표 기를 죽일 수 있는지나 생각해 봐.”
“네?”
“배우 말이야. 배우!”
“그 말씀은 이미 스타가 된 배우를 영입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가 뭐가 부족해서 햇병아리를 키우겠어. 계약 끝나가는 대표 배우들 있는지 알아보고 그중에 우리가 영입하면 좋을 배우 리스트 작성해서 가져와.”
“하지만 그럴 정도의 자금이…….”
“그건 내가 책임질게.”
“네. 대표님!”
골드 엔터가 신인을 키울 생각이라면 아진 엔터는 이미 스타가 된 배우를 영입해서 한발 앞서나가겠다는 거였다.
* ? ? * ? ? *
“노 비서!”
“네. 여사님!”
“봉천동에 좀 다녀와야겠어요.”
“살펴만 보고 오면 되겠습니까?”
“제대하고 뭐 하는지 알아봐요.”
“알겠습니다.”
방숙자는 혼외자인 이무혁이 전역 후에 뭘 하고 있는지 점검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행여라도 남편 사후에 유류분 반환 청구니 하는 쓸데없는 짓을 할까 봐 평소에 관리를 잊지 않았다.
이동진 회장의 수족인 노진모는 봉천동으로 가서 이무혁이 여전히 찌질하게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보고해야 한다.
위에서 시키는 일은 의문 갖지 않고 하면 된다고 믿는 노진모지만 방숙자가 혼외자에 대해 철저하게 구는 것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응?”
봉천동에 왔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도 집이 비어 있어서 몰래 들어가 봤는데 세간 살이가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냥 돌아갔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집은 그대론데 사람이 없다.
게다가 먼지도 수북하고.
‘뭐지?’
불길한 느낌이 발끝에서부터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앞집 문을 두들겨서 사람을 불러낸 노진모는 어떻게 된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저기! 어르신. 이 집 비어 있는 거 같은데…….”
“아~ 그 집 사람들 이사 갔어요.”
“네?”
“왜? 그 집 사람들 찾아왔어요?”
“네. 여기 사는 이무혁 군이랑 아는 사이라 좀 보러왔는데… 혹시 어디로 이사 갔는지 모르십니까?”
“글쎄요. 갑자기 이사 가서 물어볼 틈이 없었네.”
노진모는 몇 집을 확인해 봤지만,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동사무소로 향했다.
가족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터라 일단 동사무소로 향해서 민원 창구 담당 직원을 구슬려 보았다.
하지만 노진모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민원 창구 직원까지 이미 손을 써뒀다는 거다.
“죄송합니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자그마치 백만 원이나 제시했지만, 민원 창구 직원은 단박에 거절했다.
“백만 원이면 적은 돈 아닌데 왜 거절하는 거죠?”
“백만 원에 공무원직을 날려버릴 수는 없잖아요.”
“네?”
“얼마 전에 비슷한 일로 엄포를 놓고 간 사람이 있어서 여기 일하는 분들이라면 절대 알려드리지 않을 겁니다.”
“뭘 어떻게 했길래?”
“죄송합니다. 그럼!”
깔끔하게 거절당한 노진모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하고 일단 방숙자에게 가서 상황을 보고 했다.
“이사?”
“네. 여사님! 몇 달 전에 이사했고, 주변 이웃들도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디로 갔는지 알아볼 방법은?”
“찾아보겠습니다.”
“잠깐 틈을 줬더니 그 새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죄송합니다. 여사님! 제가 더 신경 써야 했는데…….”
“됐으니까 어디로 이사 갔는지나 알아 와요.”
“네. 여사님!”
노진모의 주 업무는 어디까지나 이동진 회장을 보좌하는 일이다.
그래서 방숙자도 선을 지키는 건데 이러는 거 보면 유독 혼외자에 관한 일에만 이성을 잃고 선을 넘었다.
* ? ? * ? ? *
“지금쯤 너희 집 비었다는 걸 알 텐데 너무 조용해서 어째 불안하다.”
“조만간 찾아낼 거야. 그보다 경호원 구한다는 건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냐?”
“최고로 구해달라고 했더니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었어.”
“그래도 그렇지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니냐?”
“하여간 귀신이라니까.”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아도 오늘 오기로 했는데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그런 거야.”
“그럼 진작 말을 하든지.”
동재가 경호원 구하겠다고 말한 지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경호원 구하는 일이 그리 힘든 일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이라 의아했는데 드디어 오긴 오는 모양이다.
“근데 오늘 오는 사람 마음에 안 들면 더 기다려야 할 텐데 그게 걱정이다.”
“경호원 구하는 일이 그리 힘든 거였나?”
“최고를 구하자니 어려운 거지 아무나 고용하려면 벌써 했지.”
“최고인지 어떻게 알아?”
“너 HID라고 들어봤냐?”
“HID 그게 뭔데?”
“오늘 오는 사람이 바로 그 HID란다. 일명 북파 공작원!”
“그래?”
“상사 출신이라니까 실제 북한에도 다녀온 사람일 거야. 그런 사람이 널 경호하면 최소한 위급할 때 피할 시간 정도는 있지 않겠냐?”
“글쎄!”
실력이 좋아도 숫자 앞에는 장사 없는 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재 말을 듣고 보니 그 정도 위험을 무릅썼던 사람이라면 언제 어느 때건 침착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스르륵!
순간 자동문이 열리면서 검은 양복을 입은 다부진 사람이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서동재 씨 찾아왔는데 계십니까?”
“아! 제가 서동재입니다. 들어오세요.”
“정인회라고 합니다.”
“이무혁입니다.”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정인회라고 하는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보기 위해서인데 신뢰해도 될 사람인지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동재는 어지간하면 고용하자고 말했지만 아진그룹의 농간에 놀아날 사람이라면 지금 잘라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