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심상찮은 기류
“늦었지만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대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고작 4년이야. 안식년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너무 그럴 거 없어.”
“생각보다 타격이 없으신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근데 어떤 일로 보자고 하신 건지…….”
“어쩐 일이긴. 3억 돌려줘.”
“네?”
“뭘 놀라고 그래. 일이 틀어졌으니 당연히 돌려줘야지. 최 보좌관이 말 안 하든가?”
“금시초문입니다.”
“쯧쯧! 하여간 마음이 그렇게 약해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됐고. 난 3억 되돌려 받아야겠네.”
선거에서 지고 보수당 후보로 강남 3구에서 최초로 패배했다는 불명예란 멍에까지 짊어져야 했다.
돈은 돈대로 망신은 망신대로 당했으니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챙길 수 있는 건 챙기자는 심보로 조작 기사를 실어주는 대가로 건넨 3억을 되돌려 달라고 억지를 부렸다.
“전 의원님 부탁을 들어드렸는데 왜 돌려달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지금 못 주겠다는 건가?”
“저도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당황스럽네요.”
“그러니까 자네가 기레기란 소리를 듣는 거야.”
“제가 기레기인 것은 맞습니다만 기사 청탁하고 되돌려달라는 의원님은 뭡니까?”
“아쭈? 지금 나랑 해보겠다는 거야? 내가 비록 낙선하기는 했어도 한 다리만 건너면 대통령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래도 해보겠다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미 써버린 돈을 어떻게 되돌려 드립니까?”
“그 돈을 벌써 다 썼어?”
“그러지 말고 다음에 제가 의원님이 원하는 기사 또 실어 드리겠습니다. 그때는 재능 기부 해드릴 테니까 이번엔 그냥 넘어가시죠.”
“됐어. 그게 언제일지 알고.”
“그럼 이건 어떠십니까?”
최주원이 기레기라도 기자밥 10년에 주워들은 것도 많고 여기저기 정보가 나올 구멍도 많았다.
“확실한 거라면 몰라도 같잖은 정보로는 어림도 없어.”
“GBL 그룹 소식이라면요.”
“GBL?”
“네. 제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거든요. 그리고 GBL에서도 쉬쉬하는 소식이라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게 뭔데?”
“말씀드리기 전에 약속은 해주셔야죠.”
“들어보고 쓸모 있으면 인정해주지.”
“좋습니다. 저도 뭐, 억지 부릴 생각은 없으니까.”
최주원이 암만 중요한 정보라 해도 장호원이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억지를 부리기보단 일단 대화를 통해서 구슬려보려고 했다.
“얼른 털어놔 봐.”
“GBL 연구소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차세대 에너지원? 그게 뭔데?”
“그거야 의원님이 알아보셔야죠. 재벌이 쉬쉬할 때는 뭔가가 있는 것이고 제가 사회부 기자라 해도 한계가 있다는 거 아시잖아요.”
“겨우 그 정도로 3억을 까겠다는 거야?”
“겨우 그 정도가 아니라면요.”
“그러니까 그 차세대 에너지원이 뭔지는 몰라도 대단한 거는 분명하다?”
“그런 셈이죠. 일단 알아보시고 별거 아니라면 다는 안 되고 절반이라도 내놓겠습니다. 그러니까 의원님도 움직여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좋아. 알아는 보겠지만, 아니라면 각오해야 할 거야.”
“의원님, 절 너무 쉽게 보시는 거 아닙니까?”
“뭐?”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저도 그냥 당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차기 총선에 나가실 생각이면서 저한테 이래도 되겠습니까?”
“어디서 수작질이야. 아무튼 딱 기다려. 별거 아니기만 하라고.”
장호원은 씩씩 대면서 일어났고, 고민하다가 친분이 있는 국정원장에게 연락했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롭게 원장 자리에 낙하산 타고 내려앉은 사람인데 장호원하고는 대체로 쿵짝이 맞았다.
“제가 먼저 연락드렸어야 하는 건데 새 자리에 적응하다 보니 격조했습니다.”
“하하하! 당연히 바쁘시겠죠.”
“그러게 말입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것을 공부하려니 죽을 맛입니다.”
“저도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이게 워낙 중차대한 일이라서요.”
“나랏일이라면 당연히 신경 쓰시는 게 맞는 일이죠. 그래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다름 아니라 요즘 GBL에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했다는 첩보를 입수해서요.”
“차세대 에너지요?”
“네. 그렇습니다.”
“전고체 배터리를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고, 짐작하기가 어렵군요.”
“저도 정확하게 뭔지는 모릅니다만 국익을 위해서라면 국정원이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장호원은 어떻게든 GBL과 이무혁을 엿 먹이고 싶었다.
얼마나 대단한 기술인지는 몰라도 지들이 개발했어도 국익 차원에서 보호 기술로 지정이 된다면 나라 허락 없이는 어떤 일도 함부로 추진하기 힘들어진다.
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도 나라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대한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했으니 자기가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핑계만 있다면 인맥을 움직일 수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국익이 걸린 일이라면 당연히 우리 원에서 움직여야죠.”
“특히 이무혁 대표를 조심하십시오. 아주 약아빠진 놈입니다.”
“어떤 의미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런 기술을 개발했다면 당연히 정부 해당 부처에 제안해서 상의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런데도 쉬쉬하는 걸 보면 어떻게든 독식하거나 어쩌면 이미 다른 나라에 팔아먹으려고 수작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제가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오태규 원장은 장호원을 만난 뒤로 3차장을 움직여서 GBL이 어떤 기술을 개발했는지 동태를 살피게 했다.
“GBL 그룹 말입니까?”
“박 차장은 GBL 그룹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GBL 그룹이라면 최근에 특허 기술을 쏟아내는 것 때문에 저희도 주시하고 있는 곳이긴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보고받은 기억이 나네요.”
“갑자기 GBL 그룹에는 왜 관심을 두십니까?”
3차장인 박인모 차장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원장이란 자리는 정치적인 자리라 수시로 바뀌는 통에 진정한 리더로 받아들일 수 없어서였다.
그냥 적당히 자리나 지키다 나가는 것이 암묵적인 룰인데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오는 오태규 원장 때문에 3차장도 당황하는 중이다.
“이상한 소리를 들어서요. 그리고 3차장이 알아서 잘하는 거 아는데 원장 입장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무시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GBL 그룹이 차세대 에너지원을 개발했다는 말이 있던데 어떻게 된 내용인지 아는 것이 있습니까?”
“전고체 배터리를 두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내가 아무리 뭘 몰라도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요.”
“알아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국익을 위해 중차대한 일이니 3차장 전권으로 조치 바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원장님!”
박인모는 내심 당황했다.
전고체 배터리 때문에 주시하고는 있지만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니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일파만파란 말이 이럴 때 어울리는지 박인모 차장 역시 GBL 그룹을 맡고 있는 책임자를 불러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부르셨습니까, 차장님.”
“나 국장, GBL 그룹과 관련해서 특이사항 없나?”
“특허가 계속 신청된다는 거 말고는 아직 없습니다.”
“뭐가 있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없고?”
“무슨 첩보라도 입수하셨습니까?”
“그게 말이야. 좀 전에 원장님을 만났는데…….”
원장실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 나영천 국장에게 설명해 주고 뭔가 떠오르는 것이 없냐고 물었다.
“제가 특별히 보고드릴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를 골라서 보고하자면 뭐가 있을까?”
“최근 특허 신청 건 중에 아크 반응로랑 폐비닐에서 재생 오일을 추출하는 재활용 기술이 그나마 특기할 만합니다.”
“아크 반응로?”
“네. 그게 연구 수준이라 특허도 그 정도 수준일 거라고 판단됩니다.”
“혹시 모르니까 특허청 주시하고 그나마 폐비닐에서 오일 추출하는 기술이면 국익과도 관련된 문제 아닐까?”
“성공만 한다면 획기적인 기술이긴 합니다.”
“전례가 없었나?”
“오일 추출 기술이 개발된 적은 있습니다.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은 아닌데 문제는 추출 과정에서 발암 물질이 발생하는데 그것을 걸러낼 기술이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폐비닐이나 폐타이어는 열분해를 통해서 오일을 추출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다.
그것만 해결된다면 썩지도 않는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재생 기술이 될 수 있는 거였다.
“설마 GBL 연구소에서 완벽한 기술을 개발한 건 아닐까?”
“무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세계적인 기업들도 실패한 기술입니다. GBL이 대기업이긴 해도 아직 10년도 안 됐는데 그렇게 대단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뭐든 있는 거 같으니까 알아봐.”
“알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가 한번 만나볼까?”
“누굴 말입니까?”
“핵심 인물이 누구야?”
정보에 관해서라면 뭐든 알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복잡한 것도 싫어해서 필요한 질문을 하면 나영천 국장이 바로바로 대답했다.
“차장님께서 굳이 만나시겠다면 서득영 회장이나 오너인 이무혁 대표, 둘 중 한 명을 만나셔야 합니다.”
“특허 기술을 점검해야 하는데 회장이랑 말이 통할까?”
“그렇다면 이무혁 대표가 나을 겁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이무혁 대표가 작성하는 기술 보고서가 토대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는 나대로 움직일 테니까 나 국장은 따로 조사해서 보고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 ? ? * ? ? *
아크 반응로 특허가 나오기 전인데 국정원 3차장이 나를 찾아왔다.
3차장이 왜 찾아왔는지 능력을 발휘해 보니 원래 3차장 하는 일이 국익과 관련된 기술 동향을 체크하는 거였다.
‘아크로 때문인가?’
처음엔 아크로 때문인지 알았는데 첫인사를 나누는 동안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해서 이유를 찾아냈다.
‘간을 보시겠다?’
뭔가 낌새를 알아채고 찾아오긴 했지만 정확한 포인트를 찾아내지는 못한 상태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박인모 차장이 의심하는 두 가지 중 폐비닐에서 오일을 추출 해내는 재생 기술 쪽으로 몰아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술만 해도 잘만 활용하면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서는 쓰레기도 줄이고 폐비닐이나 폐타이어에서 오일을 재생해낸다면 산유국이나 다름없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아크로까지 상용화되면 한국은 에너지 자립도 100%를 넘어설 것이다.
“국정원이 뭐 하는 곳인지는 아실 겁니다. 해서 말인데 솔직하게 답변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국익 차원에서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국가 차원에서 보호도 하고 지원도 할 테니 말입니다.”
“전고체 배터리만 해도 전략 기술로 지정해도 이견이 없을 기술인데 지금껏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그거야 굳이 저희가 나서지 않아도 세화그룹이랑 협력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아크 반응로나 오일 재생은 다른 부분입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니까요.”
“아크 반응로는 아직 한참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고 오일 재생은 상용화를 앞두긴 했습니다.”
“오일 추출 과정에서 환경 오염 물질이 다량 발생한다고 하던데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 맞습니까?”
“우리 연구진이 노력한 덕분이죠.”
솔직히 아크로에 집중하다 보니 나조차 오일 추출 기술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국정원 3차장이 찾아온 것을 보니 훌륭한 미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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