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어쩌다 보니 박인모 차장을 비롯해서 CIA 동아시아 지부장과 쿡스 국장까지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로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되었다.
주요 포로들이 그곳에 있는데 나 혼자 편하자고 100여 명이 움직여야 하는 부산을 떨게 할 수 없어서 직접 카불에 온 것이다.
그런데 사령관이 나를 보고는 비웃었다.
약간 인종 차별주의자 같기도 해서 나도 기분이 나빴는데 도착한 지 한 시간 만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무뚝뚝했던 첫인상과는 달리 살살 웃으면서 위스키를 권하는데 다른 사람이 된 줄 알았다.
“우릴 아래로 보는 것 같더니 갑자기 변했군요. 왜 저러는 걸까요?”
“쿡스 국장이 한소리 한 모양입니다. 레일건 전차를 수입해야 할 입장이니 아쉬워서 저러는 거겠죠.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서 이래라 저래라 하면 누구든 기분 나쁘잖아요.”
“그렇긴 하겠습니다.”
테일러 중장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기분 좋지는 않을 것 같아서 한 소린데 박인모 실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인모 실장은 3차장에서 기조실장으로 승진했는데 국정원에서는 2인자급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어쨌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환대받다가 탈레반 포로가 있는 기지로 이동했는데 카불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피폐해져 보였다.
웃는 사람도 보이고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들에게서 행복이 보이지 않았다.
전쟁 중이니 선입견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거지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한 시간 정도를 이동해서 외곽 기지에 도착한 우리는 삭막한 회의실로 안내되었고, 내 요청대로 밧줄로 묶은 뒤 눈을 가린 포로들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이렇게 다섯 명부터 보시죠.”
묶인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다섯 명을 보면서 차례로 능력을 발휘했다.
카불까지 와서 이 짓을 하는 이유는 탈레반 지휘부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들을 잡는다고 전쟁이 끝나는 건 아니지만 수렁에 빠진 미군을 건져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지휘부를 잡는다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명분이 되는 것이니 미군으로서도 간절한 순간이었다.
“다섯 명 말고 더 있습니까?”
“네. 이들은 우리로 치면 위관급 정도 되는 위치죠. 서열이 꽤 높은 포로 셋이 더 있습니다.”
“우선 그들까지 좀 보겠습니다.”
“그러시죠.”
총 여덟 명의 탈레반 포로를 만난 이후 따로 시간을 달라고 해서 가져온 노트북으로 정보를 조합해서 보고서 한 장을 작성했다.
“어?”
“왜 그러십니까?”
정리하고 보니까 사령관에게 들었던 이름이 포로에게서 획득한 이름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탈레반 지도자 이름이 아쿤차드라고 했었죠?”
“네.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 사람 칸다하르에 있다는데요?”
“정말이십니까?”
“네. 칸다하르 하지 하자르트 고등학교 지하에 비밀 아지트가 있는데 거기에 숨어지낸다고 합니다.”
“자, 잠시만요.”
쿡스 국장이 후다닥 뛰어가는데 아마도 사령관에게 보고하려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한 방에 탈레반 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아내다니 나로서도 의외였다.
“탈레반 지도자를 찾으신 겁니까?”
정인회 이사마저 신기했는지 아쿤차드가 칸다하르에 있다고 한 내 말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네. 포로들 정보를 취합해 보니까 거기로 나옵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게요. 저도 그래요. 아무튼 탈레반 지도자 잡고 잔당을 위구르 지역으로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 목적을 달성하는 겁니다.”
“정치에도 관심이 있으신지 몰랐습니다.”
“정치가 아니라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헛소리나 해대는 중국 때문에 그러는 거죠.”
이권 카르텔을 이용해서 리핑을 제거했지만 지금 중국 지도자라고 해서 한국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차라리 대통령이 되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고작 5년짜리로 뭐하게요. 전 그런 일엔 관심 없습니다. 중임제가 가능해진다면 몰라도요. 그리고 그 역할 해줄 분이 계시잖아요.”
어재영은 차근차근 성장 중이다.
국회의원을 거쳐 지금은 경기 도지사에 당선돼서 능력을 발휘하는 중인데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다.
* * *
“쿡스 국장!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전 사실을 전달하는 것뿐입니다.”
“아쿤차드가 칸다하르에 있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평소 이무혁 대표 정보 분석 능력을 봤을 때 적어도 확인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아니면 어떻게 할 겁니까?”
“더 망가질 거라도 있습니까?”
모두가 수렁에 빠졌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아프간 전쟁이다.
쿡스 국장 말대로 여기서 삽질 한 번 더 한다고 망가질 것도 없는 거였다.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사령관은 끙끙대더니 결국 CIA 도움을 받자고 말했다.
“좋습니다. 밀러 지부장에게 도움을 받아보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만약 아쿤차드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요.”
“솔직히 전 기대가 됩니다.”
“그 사람을 신뢰하는 모양이군요.”
“지금까지 봐온 게 있어서 그런지 괜히 해보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령관님도 곧 알게 되실 겁니다.”
10년이 넘는 전쟁 동안 셀 수도 없는 실패를 거듭하는 중인데 이 전쟁의 문제는 아군과 적군이 불투명하다는 거였다.
미군은 어차피 철군할 거라고 생각하는 아프간 사람들이 탈레반을 마냥 밀어내지 못하는 거다.
나름의 생존 전략인데 미군이 그만큼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동행한 밀러 지부장이 칸다하르에 있는 요원을 동원해서 내가 지목한 하지 하자르트 고등학교를 감시하기 시작했는데,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때문에 요원들이 추가로 배치되고 정찰 드론과 인공위성까지 동원해서 의심 가는 고등학교를 살피기 시작했다.
“우선 미안하단 말부터 해야겠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익히 겪어 왔던 일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닙니다. 쿡스 국장이 처음 말했을 때 전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쿤차드가 칸다하르에 숨어 있었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지 뭐겠습니까?”
아프간의 수도는 카불이라 해도 칸다하르가 실질적인 수도라 평가받고 있었다.
그렇게 큰 도시에 탈레반 지도자인 아쿤차드가 숨어 있었다니 파병군 지도부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한국 속담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쿤차드도 가장 의심받지 않을 곳을 골라서 숨어 있었을 겁니다. 여차하면 학생들을 인질로 삼을 수도 있으니까요.”
만일 인적이 뜸한 곳이 아지트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면 미군은 그 즉시 미사일 공격을 결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교 지하라면 학생들 때문에라도 절대 미사일 공격은 생각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그리 한 거라 추측이 가능했다.
“그렇군요. 듣고 보니 제가 너무 편협했던 것 같습니다. 진작 회장님을 만났더라면 상황이 훨씬 나아졌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제라도 잘해 봐야죠.”
한국에도 할 일이 많지만 전자 결제를 통해 급한 일은 처리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일은 세 명의 부회장이 알아서 잘하고 있었다.
내가 회장이 되었어도 세 명의 부회장에게 권한을 많이 위임해 두었기에 그룹 일과는 크게 관련 없는 일에 매달려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쿤차드가 우리 계획을 따를지 모르겠군요.”
“죽기 싫다면 해야겠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그렇긴 합니다.”
아쿤차드가 숨어 있는 아지트가 발견된 이상 놓치지만 않는다면 곧 신병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아쿤차드를 이용해서 탈레반을 중국 접경지역으로 몰아 보자는 내 계획이 성공할지도 모른다.
* * *
카불에 도착한 것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아쿤차드를 직접 보고 그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고 싶어서 아직 남아 있는데 밀러 지부장을 통해 아쿤차드를 비롯해서 지휘부를 확보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 뒤 그들이 카불로 이송되었다.
“1대1로 만나서 대화해 보시겠습니까?”
“그럴 필요는 없고, 조사 과정에 참관만 시켜주세요. 전 조용히 지켜보기만 해도 되니까.”
“알겠습니다.”
아쿤차드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거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어떤 식으로 조사하든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난 아쿤차드의 약점을 알아내면 그만이다.
보통 이런 자들의 최대 약점은 바로 돈줄이다.
전쟁도 밥을 먹어야 가능하고 무기도 사야 하니 돈 없이는 미군에 대항하는 탈레반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파병군 사령부가 아쿤차드에게 탈레반 부대 위치를 알아내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내가 끼어들었다.
여러 사람이 조사실에 들어가서 과정을 지켜보고 감독하는데 그 중에 나도 끼어 있어서 아쿤차드는 내가 누군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나 때문에 잡혀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수를 하려고 할 것이 뻔해서 정체를 감추는 것 또한 내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아쿤차드를 비롯해서 지휘부가 한꺼번에 체포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는 과정도 꽤 지난했고, 며칠이 지나서 다시 보고서 한 장을 작성해서 쿡스 국장에게 전달했다.
“이게 무슨 파일입니까?”
“아쿤차드가 이용하는 비밀계좌 목록입니다. 탈레반 자금줄 같으니까 도움이 될 겁니다.”
“…….”
“왜 그러세요?”
엄청 놀란 표정을 짓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더 황당했다.
“비… 비밀계좌요?”
“네. 뭐가 이상합니까?”
“그런 것도 알아낼 수가 있는 겁니까?”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샤먼이 독심술도 하는 겁니까?”
“알려고 들지 마세요. 그런 건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자칫 능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아!”
“어쨌든 서둘러야 할 겁니다. 아쿤차드가 여기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옮기려고 할 테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쿡스 국장은 바로 밀러 지부장에게 이 소식을 알렸고, 밀러 지부장은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탈레반 비밀계좌를 동결시켰다.
처음엔 가로챌까도 생각했었는데 그래 봐야 내겐 푼돈이고 미국에 명분을 주려면 이렇게 하는 것이 맞았다.
한편 테일러 사령관은 아쿤차드와 마주 앉아서 위스키를 건넸다.
주위엔 아무도 없었고, 녹화나 녹음 기능도 꺼져 있었다.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하는데 들어보고 결정해.”
“제안?”
“아니면 재판받고 사형받든지, 그게 아니라면 이송 중에 사고로 죽을 수도 있고.”
“차라리 지금 날 죽이지 그래.”
“정말 죽고 싶나? 그렇다면 뭐 어쩔 수 없고. 참! 자금 동결된 것은 알고 있나?”
“…….”
“하긴, 갇혀 있으니 몰랐겠지. 어때? 그냥 갈까? 내가 지금 여기서 일어나면 당신에게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야.”
테일러 중장은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말없이 버티던 아쿤차드도 자금이 동결됐다고 하니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왜? 마음이 변했나?”
“자금이 동결됐다는 말을 믿으란 건가? 계좌관리는 내가 직접하고 있는데?”
“혹시 당신 머릿속에만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래 맞아.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동결했다는 거지?”
“아! 말로만 해서는 못 믿겠다는 건가?”
테일러 중장은 부관을 시켜서 노트북을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직접 확인해 보라고 아쿤차드에게 노트북을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