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66)
066화
양희권의 팀장이야말로 피해자였다.
그가 개발한 특허 기술만 해도 여럿인데 회사에서는 1년 연봉 정도의 인센티브만 제공하고 회사 소유로 만들어 버렸다.
아니 애초에 회사 소유니 넌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식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나 억울한 건 내가 책임지는데 넌 아직 개발한 특허도 없잖아.”
“그러니까 억울하기 싫어서 미리 나가는 겁니다. 여긴 아무리 울어도 안 바뀌는 거 아시잖아요.”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은 없다만 결국엔 우리 오성전자에 밀려서 도태되기 마련이야.”
“그래도 괜찮습니다. 적어도 일한 만큼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다. 그만 가봐라.”
“벌써 포기하시는 겁니까?”
“죽을래? 나보고 어쩌라고?”
“같이 가실래요?”
“뭐?”
“팀장님 정도면 제가 추천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뭔 소리야?”
“그러지 말고 이따가 껍데기 집에서 보시죠.”
“아이고~ 모르겠다. 그러든지.”
팀장은 양희권 대리가 핑계를 대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가 봤자 동종 업계에 취직도 못 하는데 어쩌려는 것인지 걱정할 뿐이다.
그러나 껍데기 집에서 들은 얘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정말 20억을 받기로 했다고?”
“네. 사직서 처리되면 바로 받기로 했습니다.”
“그놈 사기꾼 아니냐?”
“에이~ 제가 그 정도도 안 알아봤겠습니까?”
“그러니까 사실이라 이거지?”
“그렇다니까요. 연구팀이 저만 필요한 것도 아니고 팀장님이라면 한 팀 꾸려도 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내 자리가 있을까?”
“일단 제가 추천해보겠습니다.”
“근데 너도 빠지고 나도 빠져서 대연반도체로 가면 회사에서 가만있겠냐?”
“그건 문제없을 겁니다. 당장 옮기는 것이 아니고 저희만 따로 떨어져서 연구를 진행할 거니까요.”
“장비값이 얼만데 따로 랩을 준비한다고?”
양희권이 속한 증착 공정은 테스트에 필요한 장비만 해도 100억을 호가하는 장비가 수두룩하다.
본래 반도체 장비가 고가가 많아서 이미 연구원이 있는데 따로 랩을 차린다는 거 자체가 낭비일 수도 있는 일이다.
“네. 돈은 문제가 아니랍니다. 리스트만 제출하면 어떤 장비라도 구매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 그렇게 과감한 거지?”
“세화그룹이랑 컨소시엄 구성한 GBL.SCM(주) 오너라고 하던데 업계에선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분입니다.”
“가만. GBL.SCM(주)이면 그분이 CEO로 취임한 곳이잖아.”
“임유현 전무님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그분.”
“그분도 제가 말씀드린 그분이 끌어들이신 겁니다.”
“그런 거였어?”
“팀장님만 결정하면 제가 내일이라도 전화해서 추천하겠습니다.”
“나에게도 20억을 줄까?”
자신감과 불안감의 사이 정도에 위치한 안동희 팀장은 갈등하고 있었다.
20억을 준다면 당장 나가도 후회 없다는 기대감과 자신이 계획했던 인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팀장님 정도면 더 받아내야죠. 어쨌든 옮기실 마음 있으신 거죠?”
“오늘 집사람이랑 얘기 좀 해보고.”
“에이~ 형수님이야 당장 옮기라고 하시겠죠. 한두 푼도 아니고 20억이 걸린 일인데.”
“아무튼 내일 다시 얘기하자.”
“그러시죠.”
* ? ? * ? ? *
“안동희 팀장은 안 됩니다.”
“제가 존경하는 분입니다. 왜 안 된다는 건지 궁금하군요.”
“이유가 있는데 제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겪은 일도 있는데 그럴 리 있을까요?”
“안동희 팀장은 남의 연구 실적을 가로챘습니다. 그걸로 특허도 출원했죠. 그게 2년 전이었죠?”
“특허를 출원한 건 2년 전이 맞는데 누구 연구 실적을 가로챘다는 겁니까?”
“같은 팀에 그즈음 그만둔 이주경 대리라고 계시죠?”
“네.”
“심지어 그분과 부적절한 관계였습니다. 안동희 팀장이 이주경 대리 연구 실적을 가로채려고 일부러 접근했을 겁니다. 심지어 처음엔 강압적이었구요.”
아버지 일을 겪었으니 마냥 흘려들을 수는 없는 이야기다.
양희권은 혼란스러웠다.
존경했던 안동희 팀장이 그런 파렴치한에 쓰레기였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걸 믿으란 겁니까?”
“사람은 본래 자기 편의대로 생각하더군요. 아버지 일에는 혹시나 어떻게 되면 안 된다는 간절함이 있으니 긴가민가하면서도 제 말대로 하셨는데 이젠 아니란 겁니까?”
“그게 아니라… 후~ 죄송합니다. 워낙 충격적인 얘기라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몇 년간 같이 일했는데 지금 말씀하신 건 전혀 몰랐습니다.”
“남녀 사이란 것이 본래 사적인 영역이니까요.”
“제가 이주경 대리를 만나봐야겠습니다.”
“확인하고 싶겠지만 그럴 수 없을 겁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이주경 씨는 1년 전에 사망했습니다. 자살이었죠.”
이건 양희권 대리가 몇 년 뒤에 알게 되는 사실인데 계기는 안동희 팀장과 갖게 된 술자리 때문이었다.
내가 양희권의 미래를 읽었기에 말해줄 수 있는 건데 지금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자… 자살이요?”
“네. 자살 이유가 뭐였을 것 같습니까?”
“설마…….”
“그것까지 제가 알지는 못합니다만 안동희 팀장이 계속 외면해 왔던 건 사실입니다. 특허출원 후에 본색을 드러냈을 테니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추측이잖습니까?”
“물론 그렇긴 합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추론이죠. 양 팀장님이 그 팀에서 일하기 전에 출원했던 특허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는 남자 직원이었지만요.”
“무서운 사람이었군요. 안동희 팀장은…….”
“적당히 안 된다고 하세요. 아는 체하지 마시고. 양 팀장이 자신의 부정한 사실을 안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알고도 가만둘 순 없습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인수 작업이 끝나고 나면 움직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그러죠.”
이미 사표는 제출한 상태고 인수인계를 위해 근무 중인데 안동희와 계속 근무하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인계를 성실히 해주는 건 맞지만 남은 기간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가급적 안동희 팀장과 떨어지세요.”
“그게 낫겠네요.”
인수인계를 불성실하게 하면 남은 직원들에게 욕이야 먹겠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연구 실적 자체가 자기 밑천인 이상 나가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제대로 된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니 양희권 팀장이 남은 기간 연차를 쓰고 출근하지 않아도 욕은 하겠지만 다들 그러려니 할 것이다.
문제는 안동희 팀장이다.
이미 20억이란 달콤한 사탕을 입에 넣는 상상을 하고 있어서 양희권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양희권은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바로 안동희 팀장에게 불려갔다.
“양 대리! 추천한다는 거 어떻게 됐어?”
“죄송합니다. 그분이 갑자기 미국 출장을 가셨어요. 알고 보니 미국에 호텔도 있고, 영화 투자사를 소유하고 있더라구요.”
“이야~ 부자긴 부자구나.”
“참! 팀장님! 저… 남은 기간 연차휴가로 대체하고 싶은데 괜찮겠죠?”
“갑자기?”
“어차피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어렵다는 거 아시잖아요.”
“하긴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래 알았다. 그렇게 해.”
“감사합니다.”
양희권은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만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보안이 철저해서 그동안 연구했던 것들은 모두 두고 나와야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 담겨 있어서 그리 걱정할 건 없었다.
그리고 새 회사에서 새로 시작하는 거라 옛것은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기에 자신이 아는 것들은 이미 새롭게 정립해 둔 상태다.
“조만간 연락할 거지?”
“그럼요.”
“그 사람 언제 돌아오는데?”
“열흘쯤 걸린다고 했으니까 돌아오시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고맙기는요.”
고맙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저런 사람이 불륜에 남의 연구를 가로채서 성과를 독차지했다니 지금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 ? ? * ? ? *
오늘은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인재 영입이 아니라 누출을 막아야 하는 일로 대연반도체 본사 공장을 찾아왔다.
“저를 보자고 하셨다구요?”
지금 만난 엔지니어는 박민석 과장으로 2012년 대연반도체가 세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기술개발에 앞장섰던 독보적인 엔지니어다.
그렇다고 그가 계속 대연반도체에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니고 대만의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로 넘어갔다가 2010년이 돼서야 다시 합류했다.
오늘은 그가 대만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 날이다.
“이무혁이라고 합니다.”
“어?”
“절 아십니까?”
“세화 쪽과 컨소시엄 구성한 대표자 성함이 그 이름이었는데 그분이십니까?”
“정확하게는 대표자가 아니라 자금줄이죠. GBL.SCM 대표는 임유현 사장입니다.”
내가 알려진 건 연구원에서 한 달 실습하고 나간 일 때문이다.
거의 막판까지 잘 숨겼는데 내가 말실수하는 바람에 결국 탄로 났다.
“어쨌든 절 만나자고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만으로 가는 거 막으려고 왔습니다.”
“그… 그걸 어떻게?”
“우연히 알게 된 겁니다.”
박민석 과장이 대만 기업에 스카웃 된다는 건 김기태 원장의 미래에서 읽어낸 거다.
내가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려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그걸 믿으란 겁니까? 설마 공장을 인수한다는 목적으로 저희를 뒷조사한 겁니까?”
“정당한 스카웃 결정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결국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 겁니다. 당장이야 높은 연봉과 같은 대우 때문에 대만행을 결정했을지 모르겠으나 순간에 불과합니다. 박 과장님은 지금도 고민하고 계시잖아요.”
“저에 대해 뭘 안다고 이러십니까?”
“이 공장에 필요한 인재라는 건 압니다.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서 제가 보상하겠습니다. 퇴사하고 다시 제가 스카웃했다고 생각하세요. 어차피 회사 이름도 바뀔 테고 혁신이 일어날 겁니다.”
“뭘 보고 이 공장을 인수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법정관리를 받는 동안 목표 의식이 사라졌으니 박 과장님이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됩니다만 바뀔 겁니다. 그것을 박 과장님이 주도하시면 됩니다.”
“제가요?”
“네. 박 과장님이 속한 파트를 책임져 주세요.”
이 이상으로 어떤 확신을 줘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당장은 박민석 과장이 돈 때문에 대만 기업으로 가지 않도록 막는 것이 급선무다.
그런 다음에 그에게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건 자신 있었다.
“진심입니까?”
“물론입니다. 인재 영입에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회사 규칙이란 것이 있으니 연봉을 올려드리긴 힘들겠지만, 특별 상여금을 드리겠습니다.”
“얼마를 주겠다는 겁니까?”
“20억입니다.”
“…….”
“믿어도 좋습니다. 1년이면 될 겁니다. 그 이후에도 바뀌는 것이 없다면 마음대로 하셔도 좋습니다.”
“후~ 좋습니다. 딱! 1년입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제 보니 돈도 돈이지만 방만하게 굴러가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필요한 장비가 있어서 예산을 청구해도 채권단이 각종 핑계를 대고 거절하거나 대폭 삭감해 버리니 일할 맛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대만 기업으로 가려고 했다면 1년이 아니라 몇 개월이면 그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