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89)
089화
방숙자
“노 실장! 어떻게 안 되는 거야?”
“죄송합니다, 여사님. 재판받는 도중에 환각 파티를 한 것 때문에 재판부에서 상당히 괘씸해하는 중입니다.”
“그걸 누가 몰라? 한국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딨어. 안 그래?”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붙여뒀으니까 최악으로 가진 않을 겁니다. 지금은 당장 빼내는 것보다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니까 여사님께서 조금만 참아주셔야 합니다.”
방숙자는 이두영이 구속되자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도 못했다.
“노 실장! 나 몰라서 그래?”
“아니까 이런 말씀도 드리는 겁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도련님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가만있어야 우리 두영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여사님.”
“근데 노 실장. 조금 변한 거 알아?”
“제가요?”
“전에는 이렇게 또박또박 말대꾸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서 말이야.”
“죄송합니다. 하지만 도련님에게 그만큼 위기 상황이라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나가봐.”
“안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손 써뒀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알았어.”
노진모는 아차 싶었는데 지금은 보통 때와는 달라서 방숙자의 의심도 딱 거기까지였다.
‘조심해야겠어.’
따로 살 구멍이 생겨 자신도 모르게 의연해졌다는 것을 변했다는 방숙자의 말 한마디로 알게 되었다.
“엄마! 오빠 못 나와?”
이수영이 방숙자 옆에 앉으면서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장은 힘들어.”
“그러게 약은 왜 해 가지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니?”
“왜 나한테 그래. 잘못은 오빠가 했는데.”
“넌 네 일이나 잘해. 매출 보니까 바닥이더만.”
“일시적인 거야.”
“일시적인 거 좋아하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니?”
“뭘 아는데?”
“지금까지 흑자 난 적 없다는 거 다 알아.”
혼성그룹 4인조인 셔플의 활약으로 이익이 나야 정상인데 이수영은 과시욕이 많아서 지나치게 일을 벌이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이동진 회장이 이수영을 내버려 두는 것은 애초에 아진엔터로 돈 벌 생각이 없어서다.
그냥 딸내미가 뭐라도 한다니까 해보라고 자금을 대 준 것이다.
“자리 잡았으니까 이제부턴 흑자 날 거라고. 엄만 알지도 못하면서…….”
“모르긴 뭘 몰라. 셔플인지 뭔지 하는 애들 인기도 많다는데 정산 문제로 난리라며?”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느이 회사에 내 사람 하나 없을 줄 알았니?”
“누구? 아~ 김 이사?”
“넌 몰라도 돼 이것아.”
“근데 엄마!”
“왜 또?”
“아빠가 뭐라고 안 해?”
“뭘?”
“오빠 말이야. 예전 같았으면 빼내려고 난리가 났을 텐데 어째 너무 조용한 거 같아서.”
“노 실장이 조금 전에 다녀갔는데 지금은 가만있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양반도 가만있는 거니까 애먼 소리 하지도 마!”
이수영은 안 그런 척하면서 호시탐탐 이두영의 자리를 노려왔다.
이두영은 결함이 많은 맏아들인데 이번 일에 흠집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이대로라면 이동진 회장도 맏아들이라고 무작정 이두영에게 모든 걸 다 주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수영이 딱히 뭘 하는 건 없었다.
다만 지금은 이두영이 조금 더 망가지는 걸 원할 뿐이다.
“엄마!”
“넌 꼭 돈 달라고 할 때만 그렇게 살갑게 부르더라?”
“오!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뻔하지. 그래서 뭐?”
“내가 생각한 아이템이 있는데 우리 임원들도 다 괜찮다고 했어.”
“뭔데?”
“패션 사업인데 브랜드를 만들어서 우리 가수들에게 입혀서 방송에 내보내는 거야. 그럼 어떻겠어? 저절로 홍보도 되고 이건 될 수밖에 없다니까.”
“그래서 돈 달라고?”
“엄마! 100억이면 돼. 그럼 3년 안에 그럴듯한 의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고. 맨날 비싼 돈 주고 남의 옷 사 입으면 뭐 하겠어. 안 그래?”
이수영의 논리는 남의 옷 비싸게 사 입지 말고 그 돈으로 아진그룹 브랜드를 만들자는 거였다.
발상은 나쁘지 않지만 그게 이수영의 입에서 나오다 보니 방숙자는 미덥지 않게 생각했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방숙자는 딸내미와 대화하다가 어떻게 이두영을 빨리 빼낼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수영이 너 말이다.”
“왜?”
“연예계에 떠도는 소문 중에 1면에 날 만한 거 없어?”
“소문?”
“다들 쉬쉬하지만 공공연한 사실 같은 거 있잖아.”
“오호라.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그래. 아무래도 오빠를 빨리 나오게 하려면 그만한 게 없으니까.”
“그럼 100억 줄 거야?”
“떠들썩하게만 만들어 봐. 그럼 네가 한다는 패션 사업 밀어 줄 테니까.”
“엄마! 정말이지?”
“내가 언제 흰소리하는 거 봤니?”
정치권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비장의 무기 중 하나다.
크게 터질 법한 사건도 묵혀 뒀다가 필요할 때 빵 터트려서 여론 흐름을 바꿔놓으니까.
늙은 생강이 맵다고 하더니 딸이 엔터 회사 사장이니 뭐라도 알 거라고 생각했다.
“좋아! 내가 하나 터트려 줄 테니까 엄마는 돈이나 준비해.”
“적어도 뉴스에 일주일은 나와야 해. 알지?”
“걱정 마! 톱 여배우 마약 스캔들 정도면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은 시끄러울 테니까.”
“마약은 안 돼.”
“왜?”
“오빠가 마약으로 들어가 있는데 언론이 가만있겠니?”
“그럼 뭐?”
“음… 아! 그렇지. 갑질 같은 거 있잖아.”
“인성 논란 같은 거?”
“그래. 인성 논란. 그게 좋겠다.”
“알아볼게.”
“서둘러. 알았지?”
“걱정 마.”
이수영이 생각하기엔 마약보다 인성 논란이 오히려 더 쉬웠다.
그럴 것 같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 중에는 생각보다 개차반 같은 배우들이 많으니까.
‘배우가 좋겠지?’
가수 쪽이 시끄러워서 아진 엔터에 좋을 게 없다.
그러니 아진 엔터엔 없는 배우 쪽을 생각한 거다.
* ? ? * ? ? *
“허 과장!”
“네. 대표님!”
“요즘 말이야. 배우 중에 스텝 알기를 개똥으로 아는 여배우 있을까?”
“시건방 떠는 여배우요?”
“그래. 심하면 심할수록 좋아.”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최주아가 호스트 바에 들락거린다는 소문은 돌던데…….”
“호스트 바?”
“네. 대표님!”
“호오! 최주아 정도면 꽤 시끌시끌하겠네. 그지?”
최주아는 최근 몇 년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원톱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대형 배우라 방송가에서 그녀가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제대로 터지면 그렇긴 할 텐데… 서, 설마 터트릴 생각이세요?”
“못할 것도 없잖아.”
“그렇긴 한데 갑자기 왜 그러시는데요?”
“그런 게 있어. 스포츠 가양 문 기자에게 연락해서 나 좀 보잔다고 해.”
“네. 대표님!”
3대 스포츠 신문 중 하나인 스포츠 가양 연예부 기자를 불러낸 이수영은 천만 원을 내밀면서 은근슬쩍 스캔들 기사를 내달라고 했다.
“이 대표님! 의중은 알겠는데 증거가 부족해요. 이런 일은 자칫 했다간 제가 골로 간다는 거 정도는 아시잖아요.”
“문 기자! 장사 하루 이틀 해요? 차라리 돈을 더 달라고 해요. 얼마든지 줄 테니까.”
“최주아랑은 부딪힌 일도 없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데요?”
“좋아요. 이렇게 된 마당에 내가 못 할 얘기도 없고… 간단히 말해서 오빠 때문이에요.”
“오빠라면… 이두영 씨?”
“네.”
“아… 이제 좀 그림이 그려지네요. 연예계 스캔들로 그쪽에 쏠린 시선을 돌려보겠다는 거죠?”
“우리가 한, 두 번 거래한 사이도 아니고 도와줄 거죠?”
“그래도 최주아는 너무 센데…….”
증거도 없이 최주아 정도 되는 톱 여배우를 건드리는 것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일이라 기레기 소리 듣는 문호길도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천만 원이 눈앞에 있으니 돈 냄새 때문에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문 기자님 실력이면 얼마든지 증거 찾아내잖아요. 최주아 정도 되는 여배우가 드나드는 호스트 바가 얼마나 된다고.”
“어디 아는 데 있어요?”
“문 기자님! 제가 밥상 차렸으면 숟가락 정도는 직접 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좋습니다.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죠. 대신 이걸론 부족합니다.”
“좋아요. 일단 그럴싸하게 터트려만 주세요. 3천으로 맞춰드릴게요.”
“하하하! 그만하면 적당하네요.”
“기대할게요.”
“근데 좀 이상하군요.”
“뭐가요?”
“이두영 씨가 구속되면 이 대표님께는 좋은 거 아닙니까?”
“그 정도로 후계 구도가 막 바뀌고 그러진 않아요. 아버지가 오빠에게 거는 기대가 워낙 큰 편이라.”
“그렇다고 이 대표님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는 없잖습니까?”
“저도 얻는 게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어요?”
“아! 제 생각이 짧았군요.”
문호길은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톡톡 건드리면서 말했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다는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그럼 1면 기대할게요.”
“일주일은 주셔야 합니다.”
“그 정도는 참아 드릴게요.”
* ? ? * ? ? *
최치훈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겠다고 고급 원 테이블 식당으로 나를 초대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내 기준엔 이 식당에서 나오는 한우가 최고라 생각해. 먹어 봐.”
“네. 형님!”
한눈에 보기에도 한우 마블링이 대단해 보였다.
“어때?”
“정말 맛있네요. 씹는 줄도 모르겠어요.”
“하하하! 나도 처음엔 깜짝 놀랐어. 이렇게 살살 녹는 고기도 있나 싶어서.”
“그러게요. 먹어 보니 그 기분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사귀는 여자는 없고?”
“글쎄요. 뭐라 대답하기가 좀 곤란하네요.”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지 곤란한 건 뭘까?”
“그런 게 있습니다. 한국엔 없고, 미국엔 있고. 아무튼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됐어요.”
제인을 생각하면 조금 전에 말한 대로 마음의 정리가 안 되는 편이다.
사랑하는 건 아닌데 때때로 생각나고 그래서 솔직히 내 여자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럼 우리 수희는 어때?”
“제 스타일 아니에요.”
“그럼 어쩔 수 없고.”
“형수님은 어때요?”
“아! 이 대표 말이 맞았어. 경주 용 한의원에 다녀와서 정밀 검사를 했는데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문제였다고 하더라. 그것도 모르고 그 고생한 거 생각하면…….”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죠.”
“그러게. 그나저나 참 신기하단 말이지. 신내림 받은 것도 아니라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야?”
“어느 날 갑자기 각성한 거라 저도 이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게 신내림이라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제 운명을 받아들이는 거죠.”
“아무튼 대단해. 그리고 다행이지 뭐겠어. 이 대표가 우리 가족을 싫어했다면… 으~ 생각만 해도 무섭단 말이지.”
“죄지은 거 없으면 그만이지 무서울 것까지야 있을라구요.”
최치훈이 멋쩍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사람이 어떻게 죄도 안 짓고 살겠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재벌들이 깨끗하게 살 수 있을까?”
“그만큼 좋은 일을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이 대표가 그리 말하는 거 보니 이제부터라도 신경 써야겠네.”
“제 지인 중에 어린이 재단을 작게 하는 분이 있는데 그분 좀 도와드리세요.”
“오케이! 그건 그렇고, 신미진 그 괴물은 어떻게 하면 될까?”
“한 짓이 있으니까 망신을 줘야죠.”
“어떻게?”
“신미진 씨를 한 번 보면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으면 불러내세요.”
“지금?”
“네.”
“잠깐 정도야 볼 수 있을 거야. 기다려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