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s Tooth Chief Chaebol Shaman RAW novel - Chapter (92)
092화
“여기서 보시죠. 기다리는 동안 저도 독서 좀 하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이후로 3시간 정도를 각자 독서 하는 시간으로 보냈다.
모든 약속을 취소한 최현조 회장은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눈을 지긋이 감았다.
“자네, 우리 수희 마음에 없나?”
“죄송합니다. 회장님!”
“안타깝군. 진심이야.”
“항간에는 절 더러 박수무당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안타까우십니까?”
“그거야 자네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겠지. 맘 같아서는 자네 맘에 쏙 드는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네.”
“과분하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 보고서는 최 사장에게 제안한 대로 받아들이면 되겠나?”
“그렇게 해주시면 조금 더 보완해서 드리겠습니다. 보고서 완성을 위해서는 유럽이나 미국 쪽도 다녀와야 하니까요.”
“그럼 보고서가 완성되면 자네 요청대로 처리하겠네.”
“회장님이라면 가치를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이 보고서를 들고 다른 사람 찾아가지 않은 것만 해도 고맙네.”
솔직한 심정을 말한 거다.
조선 분야에서는 대연그룹이나 오성그룹이 앞서 나가는 중이다.
세화중공업은 3위 소리를 듣는데 이 보고서도 대연조선소나 오성중공업으로 간다면 세화중공업은 영원히 따라잡기 힘들어질 것이다.
“의리가 있는데 그럴 수야 있나요.”
“반도체 보고서야 멋모르고 봐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 보고서는 두 세대는 뛰어넘는 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어. 아무튼 우리에게 먼저 제안해 줘서 고맙네.”
“전 회장님께서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셨으면 합니다.”
“무슨 의미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회장님.”
“나는 왠지 협박으로 들리는 데 아닌가?”
“협박까지는 아니고 바람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바람이란 말이지?”
“네. 회장님!”
“내가 자넬 실망시키지 않는다면 이런 보고서를 또 볼 수 있는 건가?”
“보고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계속 나올 예정입니다.”
동문서답 같지만 최현조 회장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대답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리 말했다.
“벌써 궁금하군. 다음엔 어떤 보고서가 나올지 말이야.”
“제대로 계약이 진행된다면 다음엔 석유 산업에 대한 미래 보고서를 작성해 볼까 합니다.”
“석유 산업?”
“네, 회장님.”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놀라는 최 회장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석유 쪽이야말로 세화그룹의 근간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말이야.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전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는 건가?”
“가능성이 없진 않습니다.”
“…….”
최 회장은 진심으로 놀랐는지 말문을 잃었다.
아차 싶었을 거다.
반도체와 조선 분야에서 이런 보고서가 나올 수 있다면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진작에 생각해냈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거다.
어떻게 보면 순서가 바뀔 수도 있었는데 최 회장은 지금 그걸 아쉬워했다.
“놀라셨습니까?”
“허허! 그것참!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그러네.”
“뭐가 말입니까?”
“내가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다면 자네에게 그걸 먼저 요청했어야 했어. 안 그런가?”
“아, 그럴 수도 있었겠네요.”
부인하지 않았다.
순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거니까.
최현조 회장은 어디까지나 모태가 되는 석유화학 분야에 애정이 많았다.
“다음엔 그 보고서를 부탁해도 되겠나?”
“1년 안에는 보여드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고맙네.”
“그건 그렇고 최현수 사장님은 제게 지분 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계시던데 괜찮겠습니까?”
“문제없을 거야. 대부분 내 지분을 넘길 생각이니까.”
“그럼 지배력이 약해지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조선은 내 동생 몫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되어도 문제 될 건 없네.”
친동생이기에 세화중공업을 유산으로 생각해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최현수 사장이 세화그룹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직은 지분이 15%를 넘기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현수를 만나본 느낌은 어떻든가?”
뭔가 해줄 말이 없는지를 묻는 거다.
내가 자기 가족을 만났을 때 충격적인 제보를 했으니 동생 가족에게도 우환이 있다면 말해 달라는 것이다.
“화목한 가정이라 별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만…….”
“…만?”
“사모님이 다시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데 최 사장님은 반대하고 계시더군요.”
“자네가 굳이 말을 꺼내는 건 반대하지 말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사모님이 다시 연기를 하게 되면 기업 이미지도 좋아질 겁니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이 되실 테니까요.”
“가족 일이라 내가 뭐라고 하기가 좀 그러네만…….”
“지금이야 괜찮겠지만 점점 불화가 심해질 겁니다.”
“그것참!”
본래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못 하게 하면 불만이 쌓이는 법이다.
특히나 대중의 사랑을 받던 여배우가 오랫동안 카메라를 떠나 살았으니 내재 된 욕구가 어떻겠는가?
그리고 내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 어차피 예견된 일이었다.
“그대로 두면 결국엔 이혼까지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나 말인가?”
“불만이 쌓이다 보면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자네 충고는 알겠네.”
내가 말하는 건 현실이 된다는 걸 아는 최현조 회장이기에 뭐라도 달라질 것이다.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잠깐 기다리게.”
“오늘 할 일은 끝났습니다만?”
“자네에게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대로 넘길 수야 있나. 뭘 준비할까? 고민 많이 했는데 자네한테 어울리는 시계가 있다길래 하나 구해봤네.”
“전 명품을 잘 모릅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게 자라서 명품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었고, 지금은 지금 대로 명품이나 알자고 할애할 시간은 더 없다.
“그래도 받게. 꽤나 희귀한 거니까 남한테 주지 말고.”
“선물 받은 건데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그만 가보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내가 몰라서 그렇지 최 회장이 준 시계는 세계 최고 명품 리미티드 제품이라 한국에는 단 하나뿐인 모델이고 가격도 10억이 훌쩍 넘는 고가의 시계였다.
함정이라면 내가 그걸 모른다는 거다. 별로 신경도 안 쓰는 편이고.
그렇게 따지면 최 회장이 선물 고르는 솜씨는 꽝이란 소리다.
내가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니 말이다.
* ? ? * ? ? *
예정된 각본에 의해 노진모 실장이 내 앞에 나타나서 이동진 회장이 찾는다는 멘트를 날렸다.
“회장님께서 뵙고 싶어 하십니다.”
“별로 뵙고 싶지 않다고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만…….”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노진모 실장이 그렇게 말하자 정인회 이사가 나와 노진모 실장 사이를 가로막았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대표님!”
연습도 없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정 이사가 나섰다.
“아니에요. 귀찮아서 안 되겠네요. 어차피 한 번은 만나야 하니까 오늘 해결하죠.”
“알겠습니다.”
“노 실장님이 앞장서세요. 정 이사님, 노 실장님 차 따라가죠.”
“네. 대표님!”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 이동진 회장을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니 답답해지고 마음이 울렁거렸다.
* ? ? * ? ? *
“훤칠해졌구나.”
제법 훈훈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나에겐 가식으로 들릴 뿐이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용건만 간단히 말씀하시죠.”
“매정하구나.”
“세월이 흐른 만큼 할 뿐입니다.”
“그 사람은 잘 지내고?”
“용건만 말씀하세요. 없으면 가겠습니다.”
“…부탁할 것이 있다.”
최근 아진그룹 자금 사정이 열악하다 못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추징금 문제도 있지만 금융권에서 아진그룹을 외면하기 시작해서다.
아무래도 신미진이 당한 게 있다 보니 신기동 회장도 압박을 계속 유지하는 거다.
시기동 회장도 자기 이익 앞에서는 악랄해지기로 유명한 사람이라 아진정밀과 아진제약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부탁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렸을 때 기억이 아스라해서 이렇게 대면하는 건 처음이나 마찬가진데 그런 자리에서 부탁이 있단다.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래 부탁이다.”
“뭡니까? 그 부탁이란 것이…….”
“우리 아진그룹 재정 상태가 영 엉망이다. 듣자 하니 자금이 넘쳐난다고 하던데 이참에 날 좀 도와주는 건 어떻겠느냐?”
“…….”
각오는 했지만, 막상 들으니 말문이 막혔다.
“놀란 모양인데… 하긴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지. 대신 널 족보에 올려주마.”
“족보에 올리는 건 사양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돈이 필요하단 거군요.”
“2천억만 빌려다오.”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는데 정말 돈을 빌려달라고 할 줄이야.
정말 이 집안사람들은 상상 초월이다.
“담보는 생각해보셨습니까?”
“담보?”
“그럼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달라는 겁니까?”
“아, 그렇지. 담보는 있어야겠지.”
“회장님이 보유한 아진그룹 전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하시죠.”
“그건……”
“싫다면 어쩔 수 없구요.”
“2천억에 주식 전부를 담보로 잡힐 순 없다. 1조 원 정도면 몰라도.”
아진그룹의 자산 가치는 대략 10조 원 정도였다.
하지만 아진정밀과 아진제약을 용데그룹에 넘기기 일보 직전이니 그 자산이 절반으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해 있었다.
‘돈이 왜 필요한 거지?’
생각해 보니 두 계열사를 넘기게 되면 얼마간이라도 현금이 생길 텐데 2천억이 왜 필요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진정밀과 아진제약을 넘기지 않고 돈으로 해결해 보려는 걸까?
의아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동진 회장의 미래가 읽혀지기 시작하자 왜 돈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거참! 신기동 회장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하겠다니…….’
위험한 생각이다.
자칫하면 아진그룹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는데 신기동 회장을 상대로 꼼수를 부리려고 했다.
이동진 회장은 2천억으로 관련 분야 중소기업을 인수하고 아진정밀과 아진제약의 핵심 인력과 기술 장비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어쩌면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겠어.’
돈을 빌려주고 절대 갚지 못하게 하면 아진그룹을 통째로 인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조 원은 무립니다. 현실적으로 5천억이면 적당할 거 같은데 어떻습니까?”
“5천억?”
“네. 대신 방숙자 여사님이나 자녀분들 지분까지 모두 담보로 내놓는다면 1조 원까지 빌려드릴 용의는 있습니다.”
“아이들은 몰라도 안 사람은 절대 내놓을 사람이 아니야.”
“어쨌든 전 제안했으니까 생각해보시죠. 이자는…….”
내가 한 제안은 5천억이든 1조 원이든 6개월 동안이고 이자는 은행 대출 이자 정도로 정했다.
“6개월이면 빠듯하다. 1년으로 하자.”
“1년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9개월로 하죠. 대신 여사님을 포함한 모든 지분을 담보로 잡혀야 합니다.”
“이혼 소송 중이라 현실적으로 그건 좀 어렵다.”
“이혼 소송 중이라면 어차피 회수해야 할 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해결하시죠.”
이동진 회장도 내게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차피 서로 진심을 숨기고 하는 거래나 마찬가지다.
“조만간 다시 연락하마.”
“다음엔 노 실장님 보내서 뜻을 전하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나를 낳아준 생물학적인 아버지와의 만남은 이렇게 정리되었다.
애초에 뭘 바란 건 아니다.
그러나 돈 이야기라니… 정말 최악이다.
꾸욱!
힘있게 주먹을 쥐는 것으로 감정을 추슬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