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Finger RAW novel - Chapter 151
151. 납치당한 공주
상팔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였다.
“지금 사해의 영웅과 각대문파가 각성을 하고 있소. 그러니 형님은 심목풍을 죽이려는 생각을
너무 조급하게 갖지 마시오. 무림 내에서 심목풍에게 항거할 세력이 완전히 규합되면 일격에 백
화산장을 부수어 버릴 수 있을 것이오.”
“상형의 말도 옳긴 하오. 그러나 그 기간 동안이 큰 문제란 말이오.”
상팔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 동안이라고요? 그 동안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까?”
“심목풍의 악명은 너무나 높아 각대문파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소. 그들이 각성을
하고 있다지만 정식으로 표면에 나타내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오. 그 기간은 아무래도 이 년
정도가 되리라고 생각되오. 우리는 지금 시간을 끌면 끌수록 유리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틀린 생각이오. 심목풍은 이 기간을 이용하여 그 동안 무너진 조직계통을 재정비한다는 말이오.
그들의 명령 계통은 실로 놀랄 만하게 세밀하고 엄격하오.”
이번에도 소영의 이야기는 길게 계속되었으나 상팔은 조금도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소영은 주위를 훑어보고는 말을 계속했다.
“심목풍이 다시 세력을 규합한다면 그 거대한 조직에 대항할 힘이 없게 되는 것이오. 지금 무림
에서 세력이 제일 강한 파가 소림파와 개방파인데 첩자를 풀어 놓았기 때문에 불원간 큰 분열이
있을 것이오. 더군다나 그는 상대의 크고 작음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강호의 세력을 흡수하고 있
다는 소문이오.”
상팔은 소영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심각해져 있었다.
“천하영웅들을 한데 뭉쳐 우리편으로 만드는 것은 무위도장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소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되오. 무위도장의 무공과 명성으로는 족히 그런 대임을 맡을 수 있소. 그러나 그분은 아직까
지도 심목풍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소. 그러므로 지금 강호의 긴박한 사정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되오.”
“그렇다면 형님은 어떤 인물이어야 되오?”
소영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는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얼마가 지나자 소영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
나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일에 적격자는 꼭 한 사람뿐이오. 그러나 그가 응하여 줄는지…”
“누군데요?”
소영은 무뚝뚝하게 한 마디로 대답했다.
“우문한도!”
상팔은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아, 선기서영의 주인 말이군요.”
“그렇소. 그와 항주(抗州)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르겠소.”
상팔은 적극적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어째서 만나지 못한단 말이오?”
소영은 쓴 미소를 입가에 흘렸다.
“그는 출가하여 도승이 되겠다 하였었소. 만일 나와 만나기로 한 날에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는
속세와 인연을 끊고 도인이 될 것이오. 그가 도인이 되었다면 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소. 당
시에는 그의 도움이 필요치 않았었는데… 그래서 그를 그냥 보낸 것이오. 이제 와서 우리가 다급
하게 되니 그가 무엇보다도 긴요하게 필요하군요. 오늘의 일은 꼭 그가 있어야만 될 것이오.”
상팔은 그의 얼굴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고 있었다.
“그 우문한도가 정말로 그만한 능력이 있소?”
소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오. 그는 기지와 지혜가 뛰어나 절대로 심목풍에 뒤지지 않을 것이오.”
“그렇다면 곧 그 분을 모셔야 되겠군요”
“빙아와 두구가 돌아 오면 곧 사주(沙州)로 떠납시다. 그래서 우선 마문비와 무위도장을 설득시
켜야 되겠소.”
이 때 밖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와지고 있었다.
소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밖의 동정을 살폈다.
“사원 녀석인가?”
말발굽 소리가 거의 문 앞까지 가까와졌을 때 상팔은 몸을 날려 밖으로 나갔다.
소영은 사원의 장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형님, 밖으로 나와 보시오”
상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영은 펀뜻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무슨 일이 생겼나 보군.’
상팔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키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가 문께까지 이르렀을 때 상팔에게 부축을 받은 두구의 모습이 보였다.
두구의 안색은 하얗다 못해 시퍼렇게 변해 있었다. 단번에 그의 상처가 중상임을 알 수 있었다.
소영은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부상이 대단하오?”
두구는 눈을 감은 채 띄엄띄엄 입을 열었다.
“백… 리낭자가…”
소영은 손을 돌려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두형, 말하지 마시오”
그러나 무어라 입을 열려 애썼다.
“백…”
상팔이 부드럴게 말했다.
“두제, 형님의 말대로 입을 다물게. 이렇게 서두르면 오히려 한 마디도 못하고 죽고 마네.”
그제서야 두구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소영은 자신의 진기로써 그의 운기를 도와 주며 상처를 살펴 보았다. 두구의 상처는 내상이었다.
“누구에게 장력을 맞은 모양이군요.”
두구의 코와 입에서는 가늘게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소영의 내력을 받은 두구는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갔다.
안색도 제 색을 되찾았고 숨도 별 이상 없이 쉬었다.
상팔은 소영에게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형님, 두제의 부상이 심하오.”
소영은 계속 그에게 내공을 조식시켜 주면서 말을 받았다.
“중상이오. 그러나 때를 잘 맞추어 그에게 내력을 도와 주었으니 목숨만은 건질 수 있소.”
“어떤 인물이 두제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소영은 돌연 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갔다.
“쉬, 소란 피지 마시오.”
소영은 한시라도 백리빙의 소식을 알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지금 그가 이야기를 하게 되면 생명이 위험하다. 우선 살리고 나서…’
상팔은 수심이 가득찬 눈빛으로 소영과 두구를 번갈아 보았다.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였다.
약 반 시간이 지나서야 두구는 눈을 떴다.
두구는 괴로운 표정으로 사방울 둘러보고는,
“휴!”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소영에게 눈길을 돌리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형님 죄송합니다. 백리낭자는 납치당하였소.”
소영의 가슴은 순간 덜컥 내려앉았다.
‘빙아가… 빙아의 무공은 대단하여 그녀에게 부상을 입히는 것만도 어려을 텐데… 누구일까? 그
녀를 납치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혹시…’
불길한 예감이 스쳤으나 짐짓 가벼운 웃음을 보였다.
“두형 괜찮소. 납치되었다니 생명은 보장될 것이오. 그녀를 납치한 인물이 누구요? 서두르지 말
고 천천히 말해 보시오.”
두구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심목풍을 만났습니다.”
소영과 상팔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
“심목풍?”
“그렇습니다. 대인 대사를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심목풍의 급습을 받았습니다. 그는 먼저
백리낭자를 잡아 채고 나에게 일장을 뻗었습니다. 너무나 졸지의 일이라 미처 피하지도 못하였
소.”
상팔이 바싹 다가앉으며 다그쳐 물었다.
“심목풍이 뭐라고 안하던가?”
“말했소. 그는 우리의 거처를 알고 있다 하였소. 그러나 자신이 바쁜 일이 있어 이곳으로 쳐들어
오지는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형님에게 전하라는 말도 있소이다. 앞으로 일 개월 후에는 형님이
찾지 않아도 직접 나타나겠다나요? 그는 나에게 일장을 뻗을 때 죽게끔 하지는 않은 것 같았소.
일부러 손을 늦춘 것이오.”
그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소영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두형, 천천히 이야기하도록 하시오. 너무 조급해 하면 몸에 해가 되오.”
두구는 숨을 두어 번 몰아 쉬고는 다시 말을 꺼냈다.
“심목풍은 소제가 말에 올라 타는 것을 도와 주었소. 그리고는 그 정도의 상처로는 형님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으니 죽지 않는다고 하였소. 그는 형님의 내력의 도움을 받아 한 시진 동안 운기
를 조식해야 된다고까지 가르쳐 주었소. 그 한 시진 동안이면 자신은 멀리 도망칠 수 있다는 것
이오. 형님이 소제의 죽음을 보고 그대로 자신을 뒤쫓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때문이오.”
소영은 혀를 찼다.
“어허! 모든 것이 그의 마음대로 되는구려.”
상팔이 무슨 생각이 난 듯 다급히 말을 받았다.
“그러나 그도 한 가지만은 알아 맞추지 못하였소.”
“무엇이오?”
“형님의 공력이 진보됐다는 것이오. 그는 형님이 동생을 살피는데 한 시진의 도움이 있어야 된
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형님은 불과 반 시진 만에 동생을 회복시켰으니 그의 짐작이 틀린
게 아니오.”
소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두형이 다행하게 살아 왔으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오. 심목풍이 두형을 죽이지 않고 보낸
것으로 보아 무슨 계책을 꾸민 것 같은데… 혹시 두형에게 알려준 말이 없소? 그의 행적이나 백
리빙의 행적을 말이오.”
두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힘없이 말을 꺼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것이 분명 함정인 것을 알기 때문에 말하지 않으려 했소.”
“괜찮소. 어서 말해 보시오.”
두구는 큰 죄를 저지른 사람처럼 고개를 돌렸다.
그의 표정은 매우 신중하여 금시라도 무슨 발작을 할 것 같았다.
“심목풍은 백리낭자를 데리고 설봉산(雪峯山)으로 들어 간다고 하였소. 형님이 백리낭자를 만나
려면 설봉산으로 오라고 하였소.”
상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받았다.
“그 설봉산의 길이는 천 리에 달하는데 어떻게 심목풍을 찾을 수 있겠소. 그가 어디로 찾아 오
라고 자세한 말은 안했나?”
두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해 주지 않았소. 그러나 그는 형님이 그곳에 오기만 하면 곧 사람을 보내 마중하겠다고 하였
소.”
“그럼 정말 호랑이굴로 들어오라는 말이로군. 그들은 설봉산의 제일 험한 장소에다 소굴을 만들
어 놓았을 것이 틀림 없소. 그리고 요소마다 자객을 잠복시켰을 것이오. 심목풍이 사람을 보내 마
중하겠다고 하였으니… 좀처럼 그 소굴을 가르쳐 줄 것 같지가 않소이다.”
소영은 담담히 웃으면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심목풍이 무섭다는 것도 바로 그것을 가리켜 일컫는 말이오. 그의 계략은 간단하지만…
그러나 나는 백리빙을 찾으러 그곳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소.”
상팔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백리낭자를 구해야지요. 그러나 형님이 혼자 가게 되면 정말로 위험합니다.”
“내가 혼자 가지 않으면 심목풍이 사람을 보내 마중나오지도 않을 것이오. 그렇다고 우리는 천
리나 되는 설봉산을 뒤질 수 없는 일 아니겠소?”
상팔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
“형님, 그럼 이렇게 합시다. 형님이 먼저 길을 가면서 암암리에 표식을 하기로… 우리는 그 표식
을 따라 형님의 뒤를 따르면 될 것이 아니오.”
소영은 가볍게 탄식을 하였다.
“심목풍이 어떤 인물이라고 그런 것을 생각지 않았겠소. 도처에 깔려 있는 그의 부하에게 대번
에 들킬 것이오.”
“아닙니다. 우리는 변장을 하고 뒤따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소영은 그 말에는 더 반대치 않았다.
“좋소! 지금의 형편으로서는 딴 방법이 없으니… 그러나 이 일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도리어 역효과가 나오. 상형께선 무위도장과 마문비에게만 이야기하여 주시오. 내 뒤를 따라 오는
사람은 고수로 정선해서 다섯을 초과하지 않게 하시오.”
“형님은 누구를 지목하시겠습니까?”
소영은 잠시 생각하였다. 그는 내심 다섯 사람들을 손꼽아 보는 것이었다.
“손노선배님께서 오시게 되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테고… 그리고 무위도장이 온다면 반가
운 일이지만 억지로 무리해서 오진 마시오. 당원기와 삼양신탄(三陽神彈) 육괴장(陸魁章), 그리고
상형, 이렇게 다섯이면 충분하오. 두형은 상처가 심하니 어디 조용한 곳을 물색하여 얼마 동안 요
양을 시켜야 될 것이오. 상형은 마문비에게로 달려가서 모아 놓은 군호들을 잠시 은신케 하도록
전하시오. 앞으로 얼마 동안은 백화산장의 인물들과 충돌을 피해야 될 일이 있소.”
상팔은 미간을 약간 찡그리고 물었다.
“만일 손노선배님께서 돌아 오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오?”
“할 수 없지. 한 사람 모자라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오.”
소영은 말을 끝내고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려다가 우뚝 섰다.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아참, 그리고 또 한 가지, 영은사(靈隱寺)로 찾아가 우문선생에게 이 말을 전하고 도움을 청해
보시오. 내가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하면…”
“그분도 설봉산으로 같이 모시고 갈까요?”
소영은 묵묵부답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금화부인도 생각났다.
‘금화부인이라면 틀림 없이 도와 줄 것이다.’
“상형, 수고스럽지만 금화부인을 만나게 되면 그녀에게도 부탁해 보시오.”
상팔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시행할 테니 조금도 염려마시오.”
소영은 눈길을 돌려 두구를 바라보았다.
두구는 이제 좀 정신을 차렸는지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두형, 지금은 좀 어떠시오?”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겠습니다.”
소영은 손을 내밀어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은 아직까지도 많이 있었으나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요양하면 곧 완쾌될 것이오. 아마 설봉산에 다녀 오면 전과 같이 건강한 사람이 되
어 있을 것이오.”
상팔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형님, 우리는 특이한 암호를 정해야 하지 않겠소. 형님과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렇군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하자면 자연적인 것을 사용할 수밖에…
”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쑥덕공론을 했다.
소영의 말대로 자연의 물건들을 이용하기로 결정하였다. 두 사람은 먼저 두구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놓았다. 소영은 일각도 지체할 수 없는 몸이라 부득이 두구의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
다.
두구는 십분 이해하였다.
“형님, 몸조심하십시오. 소제도 몸이 낫는 대로 설봉산으로 달려가겠습니다.”
그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 금시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소영은 말할 수 없는 비애를 느끼면서 그대로 두구의 곁을 떠났다.
‘두형! 미안하오. 곁에 있어야 될 텐데…’
소영과 상팔은 일시에 성 밖으로 빠져 나왔다.
두 사람은 수중사주(水中沙州)가 있는 곳까지 달려가 마문비가 설치해 놓은 파수대에 다다랐다.
“여기까지 와서 심목풍을 만날 염려는 없으니 어서 가보시오. 난 이대로 설봉산을 찾아 떠나겠
소.”
소영은 혹시나 중도에서 심목풍이 나타나 상팔에게도 해를 끼칠까봐 이곳까지 같이 온 것이었
다.
상팔은 소영의 바쁜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만류하거나 입을 열지 않았다.
“상형, 수고하시오.”
소영은 몸을 돌려 쏜살같이 서쪽으로 달려갔다.
상팔은 멀리 사라져 가는 소영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중도에서 아무 일 없었으면…’
소영은 잠시도 쉬지 않고 길을 재촉하면서 백리빙을 입속으로 불러 보았다.
‘빙아야… 얼마나 고생이 많겠느냐? 심목풍의 악독한 수단에 걸려 뜻하지 않은 고생을 하는구
나. 조금만 참아라. 이 오빠가 목숨을 걸고 너를 구하러 간다.’
소영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요행을 바라며 계속 질주해 갔다.
‘중도에서 다행히 심목풍을 만날 수 있다면 힘 안 들이고 빙아를 찾을 수 있는데…’
소영은 오직 백리빙을 구해야 된다는 신념으로 하루종일 달렸다.
밤에도 쉬지 않았다.
얼마를 달렸는지 동쪽 하늘이 훤하게 밝아 왔다.
‘벌써 동이 트는가 보군. 얼마나 왔을까? 아직도 설봉산은 멀었나?’
소영은 싱후한 내공에도 불구하고 전신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다.
잠시 달리니 넓은 길이 나타나고 커다란 기와집 한 채가 보였다. 펄럭이고 있는 휘장으로 보아
음식을 파는 객점 같았다.
소영은 그 집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마당을 쓸고 있던 오십여 세쯤 된 노부인이 소영을 맞이했다.
“어이구, 웬 손님이 이렇게 일찍 오실까? 어서 오세요.”
노인은 좀 수다스런 인상을 풍기었다.
소영은 마루에 걸터앉으며 입을 열었다.
“주인, 먹을 것이 있습니까, 그는 전력을 다하여 밤길을 달려왔던 터라 몹시 배가 고팠다.
“예, 예, 있구 말구요. 어서 안으로 들어 가세요.”
소영은 그녀가 권하는 대로 대청으로 올라갔다.
주인은 곧 뒤따라 와서는 소영이 자리잡은 탁상을 닦으며 힐끗 쳐다보았다.
“손님, 퍽 이르셨습니다.”
“소생 산길을 지나다 그만 길을 잃었소이다. 그래서 밤길을 달려 이 곳까지 온 것이오.”
주인여자는 무엇이 우스운지 간드러지게 웃었다.
“호호… 그러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퍽 시장하실 텐데 빨리 식사를 올리지요.”
“고맙습니다. 주인! 한 가지 물을 것이 있는데…”
주인여자는 이상한 눈빛으로 소영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엇인데요?”
“이곳이 바로 설봉산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까?”
“손님께서 빨리 가실 수 있다면 날이 어둡기 전에는 닿을 수 있어요. 그러나…”
소영은 무엇인가 알아낼 욕심으로 다그쳐 물었다.
“그러나 무엇입니까?”
“그 설봉산에는 험한 산봉우리가 수없이 많으며, 그 길만도 천 리나 됩니다. 손님께선 어디를 찾
으시는지요?”
‘그렇지! 내가 설봉산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우선 설봉산의 위치나 알아 봐야지.’
소영은 내심 싱거운 웃음을 지으며 주인여자의 말에 반문했다.
“주인께선 조금 전에 한 말이 설봉산 어디를 가리키는 것이오? 저녁 때까지는 다다를 수 있다는
곳 말이오.”
주인여자는 다시 호들갑스런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 손님께서 어디를 묻는지도 모르고… 호호, 저는 설봉산의 지맥을 두고 한 말이지요. 설
봉산의 주봉은 아직도 오백 리나 더 가야 되지요.”
소영은 낙심하였다.
‘내가 여태껏 달려온 길이 이백 리는 족히 되는데 아직도 멀었다니… 심목풍이 빙아를 데리고
이곳으로 왔으면 나보다 늦을 터인데. 그렇다면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으로 주인여자에게 다시 물었다.
“주인, 장사에서 설봉산으로 가려면 길이 이곳과 틀립니까?”
주인여자는 소영이 길을 묻는 이야기가 자꾸만 엉뚱한 데로 흐르자 이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손님께선 설봉산 어디로 가려는지를 모르고 있으시지요?”
소영은 쓴웃음을 띠었다.
“그렇소이다. 제 친구가 설봉산에서 만나자고 하였지 어느 곳을 정해 주지는 않았소.”
주인여자는 동정의 빛을 보였다.
“저런저런…그렇게 흐리멍텅한 약속이 어디 있담. 만일 손님께서 설봉산 주봉을 가시려는 길이
라면 잘못 오셨습니다. 그러나 주봉이 아니라 칠성담(七星潭)을 찾으신다면 이 길이 맞는 것입니
다.”
소영은 가볍게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주인아주머니의 견식이 퍽 넓으십니다.”
주인여자는 자신을 칭찬하는 소영이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녀는 묻지도 않은 말을 계속했다.
“이래뵈도 과거에는 단방(單幇)으로서 오, 륙 개의 성을 돌아다녔었다오. 그곳 칠성담은 아마 열
번을 들렀을 것입니다. 지금은 늙어 그렇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또한 칠성담을 찾지 못하는 몸
이 되었습니다.”
“그럼 장사에서 칠성담으로 가려면 꼭 이 길로 가야 된다는 말씀이군요?”
주인여자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 없습니다.”
소영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그들이 설봉산 주봉으로 갔다면 내가 길을 잘못 들은 것이지. 하여튼 모든 것은 하늘에
맡겨야지. 다행히 심목풍 일행이 칠성담으로 떠났다면 필시 내가 빨리 도착하였을 것이다. 몸도
피곤하니 이곳에서 쉬면서 그들을 기다려 보자.’
소영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것을 본 주인여자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그녀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만두를 한 접시 들고 왔다.
“손님, 시장하실 텐데 어서 드십시오.”
그리고는 조그만 잔에 차를 따랐다.
소영은 우선 목이 마르므로 찻잔을 들었다. 그가 막 차를 마시려는데 주인여자의 안색이 언뜻
변하는 것을 느꼈다.
‘아차! 내가 또 실수를 저지를 뻔하였구나. 강호에는 모든 일이 음흉스러운데… 더욱이 심목풍의
마수가 곳곳에 뻗혀 있어 이곳도 혹시…’
소영은 슬그머니 찻잔을 탁상에 도로 놓았다.
“주인장, 우리 이야기나 합시다.”
하고는 건너쪽의 자리를 가리켰다.
“거기에 앉으시오. 아직 손님도 없고 그리 바쁘지도 않은 것 같으니…”
주인여자는 소영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건너쪽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앉자마자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손님께선 무슨 말씀이라도…”
“아니오. 무슨 긴요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심심해서 그러는 것이오. 주인께서도 아
침 일찍부터 분주히 일하셨으니 시장하실 것이오.”
소영은 만두 접시를 그녀에게 밀어 주었다.
“자! 같이 만두나 드십시다.”
주인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가 있나요 저는 장사하는 사람인데…”
“괜찮습니다. 이것은 제가 산 것이니 그렇게 사양치 마시오.”
주인여자는 다시 소영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 손님은 퍽 건방지군.’
그녀는 빙그레 웃음을 띠고서 만두를 집어 먹었다.
“손님은 이곳을 의심하는 모양이지요? 그렇지요.”
소영은 가슴이 뜨끔함을 느꼈으나 짐짓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주인, 이 차도 드시오. 목이 메이면 체하십니다.”
주인여자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손님은… 좋아요, 그렇게 나를 의심하고 있다면…”
그녀는 즉시 그 차를 마셔 버렸다.
소영은 그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담담히 미소를 흘렸다.
“소생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소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이 객전에 투숙했는데 그중 하나가
까닭없이 죽었다는 것이오. 그리고 그 객잔의 주인은 죽은 사람의 살로써 만두를 만들었다는 것
이오. 훗날 그 사실이 밝혀지기는 하였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죽은 뒤였소. 그래서 소생도 어디를
가든 조심을 하는 것이오. 주인께서는 너무 허물치 마시오.”
주인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표정은 표독스러웠으며 눈빛은 잔뜩
살기를 띠었다.
“만일 내가 아직도 젊었다면 버릇없는 당신을 혼내주련만.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정말 염
치없는 짓이오. 마치 중에게 왜 머리를 깎았냐고 덤비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 홱 돌아서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소영은 그녀의 토라진 모습을 보고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했나 보군, 그 대신 음식값이나 후하게 치러야겠다.’
주인여자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소영은 남은 만두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가 만두를 거의 다 먹었을 즈음 돌연 말발굽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분명 이곳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하나… 둘… 말발굽 소리로 보아 두 필의 말이었다.
첫 번째로 다다른 사람은 우림한 체격에 흰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온 늙은 노인이었다.
그는 등에다 청강(靑銅)으로 된 일원쌍륜(日月雙輪)을 메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에는 표대(標袋)
를 차고서 가볍게 말에서 내려섰다.
소영은 그 사람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어? 저 사람은…’
상대는 다년간 만나지 못한 초곤산이었다.
왕년에 그는 악누님이 갖고 있는 금궁의 열쇠를 뺏으려고 간섭했던 인물이었다.
둘째의 인물은 청포를 입고 머리를 뒤로 꼬아 튼 사마건이었다.
소영은 그들은 주의 깊게 살피며 내심 이상한 생각을 가졌다.
‘저 두 사람이 어째서 한데 뭉쳐 다닐까?’
이 때 뒤따라 내린 사마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초형! 여기서 좀 쉬었다가 갑시다.”
초곤산은 사방울 훑어보았다.
“사마형을 따라 벌써 보름을 헤매었는데 소영을 찾지 못했으니 어떻게 된 일이오?”
사마건은 담담한 미소를 입가에 흘렸다.
“제가 무어라 했습니까? 애초부터 그를 찾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소.”
“사마형은 한 달 내로 소영을 찾을 수 있다고 했잖소?”
사마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그러나 오늘이 며칠이나 되었기에 그토록 따지시오?”
초곤산이 잠시 손을 꼽아보더니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십칠 일!”
“그것 보시오. 아직 한 달이 되려면 십삼 일이 남았으니 너무 조급히 굴지 마시오.”
초곤산은 불끈 화를 내었다.
“조급히 굴지 말라니! 그래 십칠 일이나 헤매어도 찾을 수 없는 것을 십삼 일이 남았다고 찾을
것 같소?”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거칠어졌다.
소영은 변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별 관심을 사지 않았다.
그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면서 내심 의아심을 가졌다.
‘이상하다! 그들이 왜 나를 찾아 다닐까? 그리고 그 동안 초곤산은 어디 있었을까?’
소영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는데 돌연 벼락 같은 소리가 들렸다.
“주인장, 주인장! 아무도 없소?”
초곤산은 대문으로 들어서며 주인을 몇 번 소리쳐 불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안에서는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초곤산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고 다시 주인을 불렀다.
“주인, 주인장 계시오! 손님이 왔으니 어서 맞으시오.”
그래도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초곤산은 얼굴을 붉히며 앞에 있는 탁상을 힘껏 걷어 찼다.
“우지끈!”
탁상은 힘없이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다.
“내가 일생 동안 사방울 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손님 접대를 하는 곳은 처음 보았다. 그래도 나
오지 않으면 모두 부수어 버리겠으니 알아서 해라!”
초곤산의 음성은 조그만 객잔을 쩌렁쩌렁 울렸다.
사마건은 사태의 긴박함을 느끼고 앞으로 나섰다.
“정말 좀 이상하군. 초형께선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시오. 내 안에 들어가 자세히 알아 보겠소.”
초곤산이 그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알아볼 것도 없소. 내 목소리가 저 안까지 들렸으니 무슨 반응이 있을 것이오.”
“혹, 주인의 신상에 무슨 화가 미친 것이나 아닌지요?”
그제서야 초곤산도 더 말리지 않았다.
“그럴지도 모르지. 어서 들어가 보시오.”
사마건은 어깨를 들썩거리더니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그는 마당 한가운데 서서 사방울 유심히 훑어보았다. 그의 눈길이 대청으로 옮겨져 소영과 정면
으로 마주쳤다.
소영은 얼른 고개를 숙여 그의 시선을 외면하였다.
‘일이 점점 묘하게 되는군.’
소영의 예감으로는 주인여자가 필시 죽었을 것 같았다.
사마건은 잠시 소영을 쏘아 보고는 몸을 날려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주방으로 들어 가고 잠시 후 주방 안에서,
“초형, 이리로 와 보시오.”
하는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초곤산은 흰 수염을 날리며 번개같이 달려 들어와 주방으로 들어갔다.
초곤산이 들어간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먼저 사마건이 눈살을 찌푸리고 나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초곤산이 나왔는데 그의 팔에는 주인여자가 들려 있었다.
주인여자는 죽었는지 사지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소영에게 다가왔다.
“손님에 한 마디 묻겠소이다.”
먼저 사마건이 공손한 포권과 함께 소영에게 입을 열었다.
“손님께선 언제 이곳에 오셨소?”
소영은 푹 눌러 썼던 모자를 약간 위로 들어 올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소영의 정체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소영은 그들의 물음에는 대답도 않고 주인여자에게로 눈길을 돌리고 되물었다.
“죽었습니까?”
“아직 죽지는 않았소. 이것은 당신의 수작이오.”
소영은 기분이 언짢았으나 꾹 눌러 참았다.
“아니오. 제가 어찌 주인에게 해를 입혔겠소.”
초곤산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무엇이 아니겠소. 당신은 이 여인의 재산이 탐이 나서 손을 썼을 것이오.”
소영은 그래도 화를 누르고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시오? 혹시 주인이 스스로 자결하려는 것이나 아닌지요?”
사마건이 미간을 찡그리고 다그쳐 물었다.
“당신은 언제 이곳에 왔소?”
“아마 반 시진 정도 될 거요.”
사마건은 소영의 앞에 놓인 만두를 힐끗 쳐다보았다.
“당신이 이곳에 왔을 때는 주인이 무사했을 것 같은데…”
“그렇소. 주인이 차도 갖다 주고 만두도 주었소.”
“그 뒤로는…”
소영이 다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그들에게 보냈다.
“그 뒤로 주인이 이 차를 마시고 주방으로 되돌아갔소.”
사마건은 소영이 가리키는 주전자를 유심히 쳐다보고는,
“그렇다면 이 차가 수상하군.”
하면서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독성이 강한 약이 들어 있군. 색깔도 냄새도 없다시피한데 손님은 잘도 알아 내셨소.”
“원 별말씀을…”
“이 주인여자는 아마 당신의 보따리를 탐낸 것 같소. 몰래 차에다 약을 타서 당신을 해하려 했
지만 도리어 자신이 당한 것이오. 그렇지 않소? 당신에게 강제로 먹여서 말이오.”
소영은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
“어느 쪽이오?”
소영은 눈길을 돌려 주인여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주인이 스스로 먹었소. 제가 의심을 하니까 자기 스스로 먹어 보인 것이오.”
초곤산이 피식 실소를 하며 말참견을 하였다.
“주인은 참 어리석군. 자신이 독을 타고 그것을 먹다니…”
“아니오. 그녀는 나에게 차를 먹이기 위하여 일부러 그것을 먹은 것이오. 그리고는 해약을 먹으
러 주방으로 갔으나 시간이 늦은 것이지.”
사마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 당신의 말이 옳군요. 당신은 이 찻속에 독이 들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저는 그저 육감으로 알았을 뿐이오. 그러나 그것이 정말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으므로 두 분께
서 오시지 않았다면 아마 저도 이것을 마셨을 것이오.”
초곤산이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이 어째서 당신을 죽이려 했을까요?”
소영은 그들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주인이 죽지 않았다니 깨어나거든 물어 보시구려.”
“하아, 그것도 그렇군. 우리가 해약을 찾아 그에게 먹였으니 곧 깨어나겠지. 아니, 그보다도 깨우
는 것이 빠르겠다.”
사마건은 안으로 들어가서 그릇에 물을 떠왔다. 초곤산은 주인여자를 내려 놓았다.
사마건은 조금도 주저없이 그 찬물을 주인여자의 얼굴에다 끼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