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Life White Paper RAW novel - Chapter 158
158. 분명 천만은 가뿐하게 넘길 겁니다.
금마 석유화학 본사 앞.
오찬영 사장이 수행원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오자 진을 치고 기다리던 기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러고는 오찬영 사장을 둘러싼 채 카메라 플레쉬를 터트리고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형님인 오삼구 회장님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내셨다는데 사실입니까!”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금마 그룹에서는 고소 건에 대해 오해로 인해 생긴 일이라고 하는데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재계 수위의 재벌 그룹에서 벌어진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었기에 국민들의 관심만큼 취재 열기가 아주 뜨거웠다.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잠시 그대로 서 있던 오찬영 사장은 이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먼저 국민 여러분과 금마 그룹 임직원들에게 사죄를 드립니다.”
오찬영 사장은 앞에 있는 카메라를 향해 꾸벅 머리를 숙이고는 말을 계속 이었다.
“이번 일이 어떻게 보일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개인의 독선과 무리한 욕심에 의해 선대부터 어렵게 쌓아 올린 그룹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고육지책임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러고는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하고 수행원이 터주는 길을 통해 대기하고 있던 고급 세단에 올라탔다.
그날 저녁부터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을 통해 금마 그룹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금마家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금마 그룹의 미래는?] [금마 그룹 형제의 난. 예정된 파국이었다!]↳역시 돈 앞에는 형제고 뭐고 없네.
↳원래 있는 놈들이 더한 법이야.
↳그나저나 금마 산업 주식 장난 아니게 오르겠네.
↳경영권 싸움이 붙었으니 그렇겠지. 나도 한번 넣어봐?
↳기사 나오자마자 벌써 상한가 찍었음.
↳젠장, 뭐가 그렇게 빨라.
↳뉴스에 나오면 이미 늦은 거예요.
↳그건 그렇고 이번 싸움 누가 이길까요?
↳어차피 둘 다 그 나물에 그 밥 아니겠어요.
↳인정.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것이 재벌이랑 연예인 걱정이라고 배웠습니다.
댓글에 나온 것처럼 경영권 분쟁 이슈가 터지자 지주사인 금마 산업 주가가 상한가를 치며 연일 크게 뛰었다.
* * *
한편 재성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금마 그룹 형제의 난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켜보며 느긋하게 자기 할 일을 했다.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 새로 개관한 영화관들의 한 달 매출을 정리해 왔습니다.”
재성은 소파에 앉은 채 보고서를 건네받아 내용을 살펴봤다.
“기대치보다 매출이 더 높게 나왔네요.”
그러자 구청수 부장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픈 효과가 있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확실히 높은 매출입니다. 더군다나 여름 성수기 직전이라 이렇다 할 대작이 없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더욱 기대 이상의 성과일 겁니다.”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동의하듯 작게 머리를 끄덕이고는 재성이 물었다.
“원인이 뭔 것 같습니까?”
매출이 잘 나왔다고 좋아하는 건 1차적인 것이고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원인을 분석해 그걸 다시 활용할 줄 알아야 했다.
“아무래도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멀티플렉스 관람 수요가 훨씬 더 많았던 걸로 생각됩니다. 특히 저희 극장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부대시설들이 좋아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런 점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차를 타고 멀리 교외로 나가지 않는 한 데이트 코스로 극장만큼 좋은 곳이 없긴 하죠.”
“맞습니다.”
재성은 긍정적인 결과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영화 관람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겁니다. 그러니까 경쟁 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크린 숫자를 늘리는 데 더 신경을 써야 될 겁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향후 10년간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영화 관람객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그야말로 멀티플렉스 극장 전성시대가 열린다.
‘극장의 마지막 황금기라고 할 수 있지.’
재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도에 제대로 올라타 씨네박스를 국내의 작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아니라 글로벌 복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었다.
“참. 중국 극장 체인을 인수하는 건 어떻게 되고 있어요?”
“협상이 대부분 끝났고 매각 가격을 최종 조율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편에서 요구하는 금액이 얼마라고 했죠?”
“6천만 달러입니다.”
한국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성장세도 빠른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중소규모의 극장 체인 인수를 추진 중이었다.
‘직접 하나씩 극장을 설립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런 식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지.’
지금은 덩치를 키우고 중국 시장에 뿌리를 깊숙이 내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한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잠시 고심한 재성은 이내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대신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으니 그리 크게 손해 보는 건 아닐 겁니다. 협상을 너무 길게 끌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합의를 보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며칠 뒤.
씨네박스는 중국 상하이와 창저우, 쑤저우 등 장쑤성 일대에 20개 극장을 보유한 중소규모의 극장 체인인 동화 극장을 5천 8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씨네박스는 올 연말에 개관 예정인 상하이 1호점을 포함해 중국에 21개 극장을 확보하게 됐다.
단관 극장들을 멀티플렉스로 바꾸는 개조 공사를 거친 뒤 재개관을 하게 되면 씨네박스는 중국에서만 265개의 스크린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 * *
금마 그룹 회장실.
탁자 위에 놓인 크리스털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가운데, 오삼구 회장이 새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주가가 또 올랐다고?”
“예. 오전에 4만 3천 원까지 상승했습니다.”
박주명 재무이사의 대답에 오삼구 회장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주당 3만 1,850원이었던 것이 며칠 만에 만 원 넘게 폭등했군.”
그러자 박주명 재무이사가 슬쩍 눈치를 보며 말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지분 매집이 있을 거란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것 같습니다.”
“제길. 이게 다 찬영이 그 자식 때문이야!”
화를 참지 못한 오삼구 회장은 새 담배를 분질러서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형제 경영을 먼저 어기고 그룹을 독단적으로 경영해 빌미를 제공한 건 오삼구 회장 본인이었으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동생 탓만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박 이사.”
“말씀하십시오.”
“쓸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남아 있지?”
뭘 하려는지 눈치챈 박주명 재무이사는 눈을 크게 뜨곤 다급하게 말했다.
“설마 금마 산업 주식을 사들이시려는 겁니까?”
“찬영이 그놈이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써놔야 될 것 아닌가!”
그러자 박주명 재무이사가 오삼구 회장을 만류했다.
“가뜩이나 검찰에 고발을 당한 상태인데 경영권 분쟁에 회사 자금을 끌어다 썼다가는 정말로 배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이대로 분탕질을 치는 걸 그냥 두고만 봐야 된다는 거야!”
내심 한숨을 내쉬고는 오삼구 회장을 달래듯 말했다.
“일단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사태를 봉합하는 것이 중요하니 오찬영 사장님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 자식을 내가 왜 만나!”
“불편하시겠지만 지금은 서로 오해를 풀고 원만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놈이 먼저 머리를 숙이고 들어온다면 생각해 보도록 하지.”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걸 애써 감추며 재차 설득했다.
“이번 사건이 장기화된다면 세계 건설은 물론이고 한국통운 풋옵션 해결에도 심각한 문제를 끼치게 될 겁니다.”
“으음.”
세계 건설 인수로 자금 여력이 떨어졌던 금마 그룹은 한국통운을 매입하면서도 풋옵션을 걸고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세계 건설처럼 말도 안 되는 계약이 아니라 투자한 원금에 대해 복리로 매년 9%의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세계 건설 풋옵션을 받아내는 것도 벅찬 상황에서 한국통운 재무적 투자자들까지 상환 요구를 한다면 최악의 경우 그룹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어.’
그룹의 자금을 총괄하고 있는 박주명 재무이사 입장에서는 정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았다.
오삼구 회장 역시 바보가 아니었기에 인상을 구긴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때 노크를 하며 비서실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님, 급히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방해를 받은 오삼구 회장은 짜증 가득한 얼굴로 비서실장을 봤다.
“또 무슨 일이야!”
“방금 소식이 들어왔는데 오찬영 사장님이 큰형님이신 오찬구 전 회장님과 함께 가지고 계시던 금마 산업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합니다.”
“뭐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오삼구 회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박주명 재무이사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이야?”
“네. 금감원에 지분 매도를 신고하고 공시도 올라왔습니다.”
“젠장 할! 찬영이 그 자식은 그렇다고 쳐도 큰형까지 내 뒤통수를 치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그동안 형제경영을 해왔던 금마그룹은 오삼구 회장 형제들이 큰형인 오찬구부터 시작해 10년씩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지주회사인 금마산업 지분도 각자 10%씩 균등하게 보유했다.
오삼구 회장이 씩씩거리면서 분통을 터트리는 가운데 박주명 재무이사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경영권을 잡으려면 지주사인 금마 산업 지분이 가장 중요한데 갑자기 주식을 왜 매각했을까요?”
“……!”
그러자 오삼구 회장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고는 이를 갈며 말했다.
“처음부터 그룹 경영권이 아니라 계열 분리를 노렸던 거였어.”
그제야 오찬구 사장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린 오삼구 회장은 얼굴을 온통 벌겋게 물들인 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금마 산업 지분을 매도한 오찬구 사장은 곧바로 자신이 경영하고 있던 금마 석유화학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그룹 경영권이 아닌 계열 분리를 시도한다는 것이 밝혀지자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던 금마 산업 주가는 실망감에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 * *
명동 씨네박스 본점.
평일 오후였지만 극장 내부는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바로 올해 가장 큰 기대작이자 한국형 블록버스터인 가 처음으로 언론 시사회를 여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순수 제작비에만 130억이 들어간 블록버스터인 데다 씨네박스가 메인 투자자와 제작, 그리고 배급을 맡은 터라 극장에서도 행사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였다.
홍보용 영화 포스터와 특수 제작된 포토 스팟, 그리고 현수막들이 곳곳에 자리 잡은 가운데 다른 쪽에서는 관계자들을 위해 음료수와 간단한 다과까지 제공되었다.
“이야. 역시 돈이 좋긴 좋다. 제작비가 130억이나 들었다고 하더니만 음식도 때깔이 다르네.”
음료수 바에서 가져온 아이스커피를 홀짝이며 기자 하나가 옆의 동료에게 말했다.
“그치? 난 처음 보고 무슨 호텔 디저트 같은 건 줄 알았다니까.”
두 사람은 연신 감탄하면서 무료 제공되는 음식들을 종류별로 맛봤다.
보통 다과라고 하면 마트에서 파는 과자나 비스킷 같은 걸 예쁘게 차려서 내놓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씨네박스에서 준비한 음식들은 차원이 달랐다.
부드러운 빵 위에 생크림과 오렌지가 토핑된 것, 참치와 아보카도를 곁들인 카나페.
작은 컵에 담겨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생과일 종류, 진주 모양으로 장식을 한 타르트 등 보기만 해도 눈이 호사스러워지는 핑거푸드의 향연이었다.
“거기다 책정된 광고비까지 포함하면 영화에 들어간 돈이 160억은 훌쩍 넘는다 하더라고.”
“대단하네.”
기자가 휘익 휘파람을 불었다.
“그럼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도대체 관객이 얼마나 들어와야 하는 거야?”
“못 해도 천만은 넘겨야 되지 않을까.”
“아, 저런.”
맛있는 음식 덕분에 들떠 있던 기자가 안타깝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천만은 힘들 것 같은데.”
“으음.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지.”
“모처럼 나온 한국형 블록버스터인데. 이거 실패하면 한동안 또 충무로에 대작 영화들이 씨가 마르겠어.”
두 사람은 영화계에 악몽으로 불리는 몇몇 영화들을 떠올렸다.
이런 분위기는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돈을 퍼부은 행사장 분위기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대긴 했지만 이게 과연 손익 분기점을 넘길 정도로 흥행할까 하는 물음에는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재성이 제작 자회사 사장인 차은석과 함께 도착했다.
“오, 저기 있군요.”
차은석 사장은 재성을 때마침 나와 있던 감독과 주연 배우들에게 소개시켰다.
그동안 여러 일들로 인해 재성의 이름이 꽤 알려져 있던 터라 다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아차린 눈치였다.
감독과 배우들이 한데 모여 재성에게 정중한 태도로 인사하는 것을 보면서 주변에선 궁금해하는 물음들이 튀어나왔다.
“누군데 저러지.”
“투자자 아니야?”
그때 기자 한 명이 재성을 알아보곤 아, 하고 소리 내었다.
“저 사람 그거잖아. 제일 그룹 3세!”
“뭐?”
“아, 중국에서 대박을 쳤다는 게임회사 오너?”
“어디 그것뿐이야. 경제부에 있는 동료 기자한테 들었는데 요즘 아주 핫한 인물이라고 하더라고.”
그러자 배우들에게 쏠려 있던 관심이 어느새 재성에게로 향했다.
금방 스탭에게 저지당하긴 했지만 몇몇은 자리에 맞지 않게 사진을 찍어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재성은 주변에 신경 쓰지 않고 차분히 감독과 주연배우들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재벌 3세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건 흔치 않았다.
거기다가 재성은 여러 가지 일로 인해 나름 꽤 유명했기에 다들 눈에 신기하다는 빛이 가득했다.
게다가 세간의 편견과 달리 아주 소탈한 모습을 보니 더욱 호감도가 치솟았다.
“저번에 감독님께서 잠깐 가편집본을 보여주셨는데 아주 잘 나왔더군요. 분명 천만은 가뿐하게 넘길 겁니다.”
그러자 재성의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듯 주연배우 중 하나가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저희한텐 아무것도 없나요? 선물이라도 하나씩 돌려주시지.”
“하하, 좋지요. 으음. 뭘 해드려야 하나…….”
재성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자 배우가 당황하며 손을 흔들었다.
“당연히 농담이지요. 아무것도 안 해주셔도 됩니다. 그렇지?”
“맞아요.”
하지만 재성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일단 한번 말을 꺼낸 건데 지켜야죠. 천만 기념으로 좋은 선물을 준비해 둘 테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그때 마침 시사회 준비가 다 끝났다는 말이 들렸다.
재성은 차은석과 함께 나란히 상영관으로 들어가 VIP석에 앉았다.
관계자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은 뒤 이내 극장 안이 어두워졌다.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고, 제법 긴 러닝 타임이 흘렀다.
마지막 스탭 스크롤이 올라가면서 꺼졌던 조명이 다시 켜지자 주변에서 만족스러운 한숨 소리들이 들려왔다.
일어나는 관계자들의 얼굴을 보니 다들 한껏 들떠 있는 것이 아주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재성은 지난 삶에서 자신이 봤던 것보다 영화가 훨씬 잘 뽑힌 걸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대박을 확신했다.
특히나 스틸 워리어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특수효과 팀에 CG를 맡긴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원판에서 다소 아쉬웠던 CG가 훨씬 더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져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이렇게 작품 완성도가 높아지다니 역시 CG에 추가로 제작비를 더 투자하길 잘했어.’
재성은 전국에 있는 극장에서 관람객들이 광안리를 보게 될 걸 상상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