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en Spoon Life White Paper RAW novel - Chapter 363
363. 큰일 났습니다!
파티가 다 끝나고 호텔 밖으로 나오자 기다란 마이바흐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파트너인 클레어를 에스코트해서 차에 타자 리무진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애런을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한편으로는 아직 재선 투표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라출라 대통령 이후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괴짜 갑부에 불과했지만 몇 년 뒤면 강력한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으로 성장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미풍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워싱턴 정계를 뒤흔든 허리케인이 되어버렸지.’
사실 가장 좋은 건 가능한 역사대로 흘러가도록 그냥 놔두는 거였다.
작은 사건도 개입해서 변화를 주면 나비효과가 큰데 이건 무려 미국 대통령을 바꾸는 일이었다.
당연히 후폭풍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런이 백악관에 입성하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걸리는 것이 많은데…….’
어려운 문제에 재성이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고 있자니 문득 향수 냄새가 훅 풍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요?”
클레어가 가까이 다가앉자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뭐 이것저것.”
“내가 옆에 있는데도 딴생각을 할 여유가 있다니. 나한테 매력이 없나 보죠.”
“설마.”
재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 클레어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앞에 두고 그러겠어.”
고작 하루뿐인 파트너일 뿐이지만 재성은 클레어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이 얼굴로 유혹하면 안 넘어갈 남자가 없을걸.”
“당신도?”
“물론.”
“그럼…….”
클레어가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 재성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재성에게 더욱 몸을 밀착하고 가슴에 살짝 손을 얹으며 물었다.
“날 이대로 그냥 집까지 데려다줄 거예요?”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나며 벌어진 틈 사이로 새하얀 허벅지가 엿보였다.
분명 일부러 이러는 거다.
재성도 그걸 알았지만 노골적인 유혹 앞에 이성이 마구 흔들렸다.
그냥 해버릴까?
‘그래. 기왕 새 삶을 사는데 즐거운 일도 있어야지.’
이대로 일만 하며 살다가는 젊은 나이에 과로사하게 생겼다.
재성은 과감하게 클레어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아당겨 품에 끌어안고는 입술에 키스했다.
“으음…….”
달콤한 신음 소리와 함께 클레어가 재성의 목에 팔을 둘렀다.
‘아이템 창, 빨리!’
재성은 속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며 재빨리 아이템 창을 열었다.
그러고는 얼마 전에 히든카드를 돌려서 나온 아이템을 하나 클릭했다.
[하토르의 정기복용하면 스태미나가 크게 늘어나 하루 동안 강한 남성이 됨 (1회용)]
처음 나왔을 때는 이걸 언제 쓰나 했는데…….
이렇게 빨리 사용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물론 저~~얼대 정력이 약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저 한국 남자의 강한 힘을 보여줘 국위선양을 하려는 애국심의 발로였다.
‘암. 그렇고말고.’
아이템을 사용하자 몸이 살짝 달아오르면서 힘이 불끈 치솟았다.
‘약빨이 죽이는데!!’
하토르의 정기……. 어쩐지 앞으로 자주 사용하는 최애 아이템이 될 것 같았다.
* * *
다음 날 아침.
커튼 틈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재성은 눈이 부신 듯 인상을 찡그리며 잠에서 깼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알몸으로 하얀 어깨를 드러낸 클레어가 그의 품에 안겨 누워 있었다.
간밤에 저 몸이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 떠올린 재성은 가슴 깊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음……. 지금 몇 시?”
슬쩍 손을 뻗어 허리와 엉덩이를 지분거리고 있으니 클레어가 몸을 뒤척이며 물었다.
“아침 10시야.”
재성은 침대 옆 협탁에 풀어둔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후 클레어에게 아침 인사로 가볍게 입을 맞췄다.
“배고프지 않아?”
“그렇긴 한데 이따가 오후에 화보 촬영이 있어요.”
“그래서 안 먹게?”
“이쪽 업계는 촬영 전에 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바로 지적당해요. 얼마나 귀신같이 알아채는 사람들인데.”
클레어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지금도 충분히 날씬한데 뭘 그렇게까지 해.”
재성은 한 손으로 감싸 쥐었을 때 흘러넘치던 풍만한 가슴을 떠올리며 말했다.
살을 빼면 필연적으로 가슴도 줄어들 텐데 그런 아까운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진에 더 예쁘게 나와야죠. 먼저 씻을게요.”
침대 시트를 몸에 두른 클레어가 일어나서 샤워실로 향했다.
클레어의 뒤태를 감상하면서 흐뭇하게 웃던 재성 역시 씻기 위해 다른 욕실로 향했다.
가볍게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펜트하우스 발코니 테이블에 앉은 재성은 룸서비스로 시킨 커피를 홀짝였다.
오늘자 조간신문을 반 정도 읽었을 때 클레어가 뒤늦게 욕실에서 나왔다.
그사이 말끔하게 헤어스타일을 정리하고 옅은 화장까지 끝낸 클레어에게서 상큼한 레몬 향이 풍겼다.
어젯밤에 맡았던 고혹적인 향수 냄새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파티용 드레스 대신 짧은 핫팬츠와 헐렁한 면 셔츠를 걸친 클레어는 어제보다 훨씬 발랄한 인상이었다.
“아침도 안 먹고 정말 괜찮겠어? 룸서비스를 시켜놨으니 조금이라도 먹고 가.”
“괜찮은데.”
그래도 생각해 주는 말투가 고마웠는지 클레어는 맞은편 자리에 앉아 덮개를 열었다.
은색 덮개를 치우자 간단한 샐러드와 과일 등 부담이 되지 않을 음식들이 나왔다.
일부러 클레어를 생각해서 주문한 느낌이 확 나는 메뉴였다.
“어머.”
“감동했어?”
그러자 클레어가 눈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그럼요. 대단한 배려네요.”
“자, 그럼 같이 먹지.”
재성은 커피를 곁들인 베이글로 속을 채웠고 클레어는 토마토 반개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브런치를 먹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엔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이제 정말 가야겠어요.”
클레어는 시계를 힐끗 보더니 더 이상 늦을 수는 없다며 일어섰다.
“잠깐 기다려 봐.”
재성은 클레어를 멈춰 세우곤 옆자리에 놔둔 상자에서 반짝거리는 물건을 가져왔다.
“그건.”
“어제 클레어가 했던 목걸이야.”
재성의 파트너로 파티에 참석하려면 그에 걸맞는 옷차림이 필요했다.
당연히 옷과 구두, 액세서리 등은 재성 쪽에서 준비했는데 이 목걸이 역시 명품 보석 브랜드에서 특별 제작된 것이었다.
시가로 치면 10만 달러가 넘는 고가의 보석에 클레어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하지만 이건 빌린 거잖아요.”
파티가 끝남과 동시에 클레어의 일도 끝났다.
어차피 재성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이라 다른 액세서리와 함께 벗어두었는데 그걸 왜 다시 주는지 이해가 안 됐다.
“선물이야.”
재성은 의아해하는 클레어에게 직접 목걸이를 걸어주곤 이마에 입을 맞췄다.
“정말 이걸 나한테 주는 거예요?”
“그래.”
클레어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으며 목걸이를 풀어냈다.
“고마워요. 하지만 받을 수 없어요.”
의아해하는 재성의 얼굴을 보면서 클레어는 그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이런 대가를 바라고 당신과 하룻밤을 보낸 건 아니에요.”
“나도 알아.”
재성은 혹시 클레어의 기분이 상했나 싶어 조심스레 말했다.
“이건 그냥 선물일 뿐이야.”
클레어는 재성의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겠죠. 그래도 어젯밤의 추억만으로도 충분한 선물이 돼요.”
클레어도 단순히 예쁜 액세서리 정도면 하룻밤을 보낸 증표로서 받아들였을 거다.
하지만 저렇게 비싼 고가의 보석은 항상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했다.
클레어는 가슴속에 담아둔 좋은 기억이 퇴색될까 봐 두려웠다.
“그리고 당신처럼 재벌은 아니지만 나도 돈에 궁한 여자는 아니거든요.”
농담처럼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하는 말에 재성은 어쩔 수 없이 목걸이를 돌려받았다.
마지막으로 손키스를 날리며 클레어가 문을 닫고 떠나자 재성은 왠지 모르게 허한 기분이 들었다.
둘이 있다가 혼자가 되니 더욱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느낌이 나쁘지 않은 여자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아직 다 보지 못한 신문과 커피가 남아 있었다.
재성이 혼자 발코니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얼마쯤 지났을까.
권혁재 실장이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올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지 자연스러운 등장이었다.
“회장님. 데이비드 씨한테서 온 전화입니다.”
재성은 대답 대신 손을 까딱여 핸드폰을 건네받았다.
“나예요.”
[페이스북 지분 재매입이 다 끝나서 연락을 드렸습니다.]“그래요?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고 분할 매수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빨리 끝났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가격 하락에 겁을 먹고 던지는 매물이 많았습니다. 그 덕분에 낮은 가격에 목표량을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었습니다.]“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네요.”
[맞습니다. 이제 하락은 멈췄지만 여전히 27달러 선에서 주가가 지지부진 머물고 있는데 매수를 더 진행할까요?]데이비드의 물음에 그는 약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지분이 더 늘어나면 루크 CEO가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회사 창업자 대부분이 경영권을 민감하게 생각했지만 페이스북을 만든 루크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그 때문에 골드원이 지분 투자를 할 때도 보유한 주식 의결권을 루크 CEO한테 맡긴다는 조항을 넣고 나서야 돈을 넣을 수 있었다.
“그러고 길게 장기 투자로 끌고 갈 종목이니까 이 정도가 딱 적당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서 주식 매수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나중에 결산을 끝내봐야 정확한 액수를 알 수 있겠지만 이번 거래로 대략 12억 달러 정도 수익이 났습니다.]“예상했던 것보다 많네요.”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대량 매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않아 매입 금액이 줄어든 덕분입니다.]“수익금은 이야기해 둔 대로 하이닉스와 유니콘 데이터 전환사채 매입 자금으로 쓰도록 해요.”
[알겠습니다.]이걸로 미국에 투자할 자금 일부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날, 재성은 전용기를 타고 뉴욕을 떠나 일리노이주 노스필드로 향했다.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일리노이주로 날아간 건 그동안 비밀리에 진행되던 크래프트 푸드 인수 협상이 최종 타결됐기 때문이다.
* * *
크래프트 푸드는 유명한 벨비타 치즈와 오스카 메이어 미트 등을 만드는 미국 식품 업체로 시가총액이 28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이다.
치즈, 가공육, 포장음식, 맥스웰 하우스 커피 등이 주력인 크래프트 푸드는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이 건강 유기농 식품 쪽으로 돌아서면서 성장이 정체되어 있었다.
유니콘 푸드는 프리미엄 120억 달러를 더해 총액 400억 달러에 크래프트 푸드 지분을 완전 인수해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한 달 뒤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인수가 확정되면 크래프트 푸드 주주들의 주식을 현재가에서 45%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유니콘 푸드가 전량 인수하게 된다.
박재성 회장과 유니콘 홀딩스가 150억 달러를 추가로 출자하고 나머지 인수대금은 금융권에서 차입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로써 유니콘 푸드는…….]
↳얼만데? 45조 껌값이구만.
↳맥심 커피에 오레오까지 동방식품에서 라이센스 받아 팔고 있는데 난리 났겠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저거 존맛인데 이제 한국 꺼구나.
↳식품 업체들 이 뉴스 듣고 심장이 쫄깃하겠는데.
↳솔직히 국내 업체들 지금까지 사실상 독점 시장에서 지들끼리 잘 나눠먹고 있었는데 엄청난 메기가 등장했으니 난리가 나지 ㅋㅋ!!
↳메기라니. 고래지. 그것도 지구상에서 제일 큰 대왕 고래.
↳ㅇㅈ
노스필드에 있는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보던 재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대왕 고래라. 딱히 듣기 싫은 별명은 아니네.”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자니 권혁재 실장이 가까이 다가왔다.
“회장님. 이제 공항으로 가실 시간입니다.”
“그래요.”
재성은 들고 있던 애플 패드를 권혁재 실장에게 건네주며 몸을 일으켰다.
지금쯤이면 완벽하게 정비를 끝낸 전용기가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재성이 막 걸음을 떼려고 할 때 문이 벌컥 열리며 선정혁 대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고 재성이 눈썹을 찡그렸다.
“방금 본사에서 온 연락입니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 반군이 난입해서 유니콘 에너지 직원 다섯 명이 인질로 잡혔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재성의 눈이 크게 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