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06
밥만 먹고 레벨업 1007화
운동을 하고 돌아온 민혁은 들려오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신의 가신 코루가 자라나라의 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는 대머리로부터 고통받는 많은 자들을 구원하는 빛이 되어줄 것입니다.]“엥……?”
민혁은 ‘이런 신도 있을 수가 있나?’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울컥하고 입을 막고 말았다.
‘문수 아저씨…….’
서서히 대머리가 되어가는 아버지의 비서.
흑채를 사서 아무리 뿌려봐도 감출 수 없는 그것.
한 번은 돌풍이 부는 날, 가발이 날아가 정말 슬펐다는 문수 아저씨.
가까운 곳에 대머리가 있었기에 잠시나마 그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곧, 민혁이 더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천외제국에 12,313,000명의 사람들이 이주를 신청합니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군신의 교는 선착순으로 받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군신의 교를 위한 이주신청 자체는 금지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이주신청은 다른 케이스라는 사실이었다.
그때 멀리서 헤이즈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폐하, 머머리들…… 아니, 이제 풍성해진 자들이 탈모르교를 섬기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성벽 앞에 그들이 쫙 깔려 있습니다!”
민혁은 새삼 세상에 얼마나 많은 대머리들이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또, 헤이즈가 말하기를.
“그들 중 약 80%가 이 아테네를 살아가는 지킴이들입니다.”
지킴이는 NPC를 뜻하는 말이었다.
또 헤이즈가 말한다.
“그리고 벌써 그들이 탈모르교의 신전 건립을 위한 후원자금으로 200만 플래티넘을 냈습니다.”
민혁의 눈이 갈수록 커져간다.
“앞으로도 꾸준히 유입될 대머리, 아니, 풍성한 자들에 의해 1,000만 플래티넘은 족히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혁은 감격에 차올랐다.
그저 풍성한 머릿결을 얻게 된 것이 고마워 천외제국에 후원하는 자들이라니.
더 놀라운 사실은, 이주 신청자들이 끊임없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아테네를 시작한 민혁은 아버지와 마주칠 수 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회장 강민후는 허허하고 웃으셨다.
“사실 이 애비도 대머리가 될까 많이 걱정했었단다. 때문에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는구나.”
“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증조할아버지께서 대머리셨거든.”
“…….”
두 세대를 비껴간 대머리의 저주.
민혁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 * *
만능손 로카더.
그가 헤라클의 품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사실 민혁은 천외제국에 오자마자 곧바로 에이린의 무덤에서 그녀를 모셔오라 명한 바 있었다.
그리고 영원한 안식에 빠진 로카더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죽음의 신에 의해 에이린과 로카더는 지옥에서 함께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민혁은 최대한 성심성의껏 로카더의 장례를 치러줄 것을 명했고 에이린과 로카더는 나란히 묻혔다.
그리고 민혁이 다소 걱정되는 건 헤라클이었다.
‘헤라클이 천외제국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민혁은 헤라클을 잘 주시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울진 않았지만 뭔가 서글퍼 보이는 헤라클에게 말했다.
“헤라클. 중앙광장에 가면 라면가게가 있을 거야. 거기 라면이 아주 끝내주니 한번 먹어봐.”
“헤라클, 새로운 음식 좋다!”
심심했던 헤라클은 곧바로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그 라면집 앞에 선 헤라클은 체구가 작은 소년과 마주칠 수 있었다.
“나는 코니르!”
다짜고짜 자기소개라니?
헤라클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라면 먹고 가라!”
헤라클이 그 거대한 체구로 자리에 앉았다.
곧바로 소년이 라면을 끓이며 질문했다.
“라면 먹을 때, 면부터 넣나, 스프부터 넣나!”
소년은 여태껏 살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장 훌륭하게 해낸 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헤라클이 답했다.
“어차피, 코니르가 끓여준다!”
“……?”
소년 코니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니르는 새로운 경지에 눈을 떴다.
그러고 보면.
‘라면은, 내가 끓인 것보다 남이 끓인 게 더 맛있다. 민혁 형아의 라면을 뺏어 먹는 것처럼!’
그렇다. 분명 자신은 라면의 신의 경지에 이르렀건만.
남의 라면을 빼앗아 먹는 것이 훨씬 더 맛있었다.
“대, 대단하다.”
코니르의 감탄에 헤라클이 허세를 부렸다.
“나 헤라클, 이런 남자다! 나는 더하기, 빼기도 잘한다!”
코니르의 눈이 번뜩 떠졌다.
“저, 정말 멋지다, 헤라클. 더하기, 빼기를 잘한다니. 우와…….”
“후, 후후후후!”
헤라클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허세에 이토록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치켜세워 주는 사람은 말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를 보는 두 사람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헤라클이 곧바로 라면가게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민혁이 걱정이 되어 걸음하고 있었다.
‘너무 비슷한 성격이어서, 되려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
민혁은 그리 생각하며 라면가게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이랏사이마쎄!”
“이랏사이마쎄!”
“……?”
이마에 ‘부방보죽’이라고 써붙인 헤라클이 코니르와 함께 민혁을 반겨주었다.
그 두 사람을 보는 순간 민혁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이런 미친……!’
겉으로 보면, 헤라클과 코니르는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라면가게를 운영하는 순박한 소년과 청년으로 보일지도 몰랐다.
또 세상 밖으로 나가면 그런 코니르와 헤라클을 빼앗고 무시하려는 이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실상은.
‘검신과 괴력신.’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아올랐다.
또 헤라클이 코니르에게 검술을 배워 몽둥이를 더 체계적으로 휘두르게 된다면?
민혁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추후, 신화로 남을 라면지존 형제의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민혁이 간부진들과 함께 회의실에 앉아 있다.
“이번 광고영상은 어떻대?”
로크의 질문에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케런이 오픈되기 전까진 당사자한테도 숨겨서 말이지.”
민혁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주억였다.
비밀을 유지하는 빽빽한 케런의 자세는 굳이 나쁜 건 아니었으니까.
“단지, ‘자신 있다’라고만 하시던데?”
“오.”
간부진들 모두 그 정도면 되었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이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들 모두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군신의 광고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시청하시겠습니까?]당연하게도 해당 알림은 모든 유저들에게 들려온 알림이다.
민혁이 망설이지 않고 승인했다.
* * *
[아스간 대륙년 719년. 온 세상은 평화로웠다.] [그 평화로운 대륙의 어딘가. 한 사내를 향해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다.]“츤츤이 아저씨,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이 멍청이들 같으니. 또 내게 옛날이야기를 해달라니. 쯧.”
“츤츤이 아저씨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도 이야기 해줄 거면서.”
한 아이의 장난스러운 말에 츤츤이 아저씨라 불린 이가 입을 열었다.
“백 년도 더 오래전.”
[팔기둥이라 불리는 자들이 있었단다.] [그들은 이름처럼 총 여덟 명이 존재했단다.] [그중 첫 번째가.]이야기가 시작된다.
곧바로 츤츤이 아저씨의 말과 함께 아이들의 눈앞이 변화한다.
그처럼 시청자들이 보게 된 곳도 변화했다.
구름이 가득한 세상. 그 세상으로 얼굴이 빛에 가려진 여인이 나타난다.
곧바로 츤츤이 아저씨가 말을 이어나간다.
[온 세상 교황들의 아버지라 불리던 크로나드.]수십만 명의 교황들 앞에 선 멋들어진 크로나드의 모습에 아이들이 전율했다.
츤츤이 아저씨가 한 명 한 명 설명할 때마다 그 화면이 변화하며 그들을 비춘다.
[왕 위의 신. 모든 왕과 황제들의 무덤을 다스리는 에게논.]거대한 무덤 위.
수만 명의 죽은 왕과 황제들 위에 군림하여 선 자의 모습이 비친다.
[세상의 모든 무기를 다스리는 무기의 주인 파브로.]홀로 당당히 선 파브로의 주변으로 빛에 일렁이는 수만 개나 되는 무기들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우와아아아.”
“와아아아아.”
아이들의 입에서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손재주의 아버지라 불리던 만능손 로카더.]수백 개의 손으로 한 번에 여러 개의 아티팩트를 제작하고 있는 한 사내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 중 누군가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불멸의 대마도사 헬레냐.]변화한 화면으로, 수십만 명의 시체를 밟고 걸어가는 붉은빛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귀찮다는 듯 그녀가 손을 휘젓는 순간, 모든 시체가 불타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그녀가 이제 깨끗하다는 듯 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리고 마지막.]매번 듣는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은 더 귀를 기울였다.
[수백만 명의 인류를 무자비하게 살해한 악귀.] [그리고 8기둥 중에서 가장 뛰어났던 자.]화면이 변화한다.
정확히는 변화한 화면은 다시금 츤츤이 아저씨와 아이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오블렌. 바로 나였다.]“우우우우우.”
“츤츤이 아저씨, 매일 이름 똑같다고 자기가 악귀래.”
“아저씨가 악귀면 저는 아테네예요!”
“이 바보 녀석들이!”
“아저씨는 천외제국의 수호신이잖아요!”
츤츤이 아저씨. 오블렌이 아이들에게 꿀밤을 먹인다.
그러나 아이들은 익숙한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한 다섯 살 소녀는 자연스럽게 오블렌의 무릎 위에 앉아 품에 안겨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래서 안 들을 거냐!?”
“피…… 맨날 거짓말만 하고.”
“그래도 이야기는 들을래요.”
“다시 시작한다. 아무튼.”
흘끗, 오블렌이 아이들의 눈치를 보다가 험, 하고 헛기침을 하며 다시 말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에 의해 완전한 강림에 실패한 불멸의 대마도사 헬레냐가 세상에 깨어나게 된단다.] [깨어난 헬레냐는 자신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누군가를 찾아갔단다.] [그것은 바로, 왕 위의 신 에게논이었다.]화면이 변화한다.
변화한 화면 속. 에게논을 깨운 헬레냐가 말한다.
“나와 함께 아테네를 죽이겠어?”
이윽고 에게논과 아테네가 손을 잡는 영상이 스쳐 지나간다.
[신들의 땅을 에게논의 천군만큼 뛰어난 수천만의 군대가 습격하였단다. 아비규환. 수많은 자들이 죽었단다.]푸우우우우욱-
수천의 신들의 시체가 쌓인 화려한 누군가의 신전의 모습이 비친다.
그 끝에 서 있던 사내의 심장이 꿰뚫린다.
[그리고.]주르르르륵-
심장이 꿰뚫린 사내가 무너져내린다.
에게논이 검을 힘껏 뽑아냈다.
[군신께서 서거하셨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