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083
밥만 먹고 레벨업 1084화
바로간은 믿을 수 없었다.
‘2층. 그것도 헬난이도를 고작 30초 만에 깼다고?’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여전히 이방인들은 페널티를 받으며, 성장을 먹는 자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놈은 되려 30초 만에 클리어했다?
‘2층은 본인의 아티팩트 사용이 불가능하다.’
바로간은 간사하며 졸렬하다.
성장을 위한 길이라고 말하며, 어려운 난이도를 주어 도전자들이 모두 실패할 수 있게 모든 층을 설정한 것이다.
그런 바로간이 서둘러 수정구를 가져왔다.
바로간이 수정구를 가져와 2층의 그 상황을 리플레이하여 다시 보기 시작했다.
* * *
민혁은 화가 났다.
스승 베라든은 무척 좋으신 분이셨다.
그 누구라도 가르침을 원하면 주고자 하셨고 그런 자들을 위해 살아오셨다.
존경받아 마땅하신 분이셨다.
그런데 민혁은 성장의 탑에 와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을 ‘가르치는 자’라고 말하는 바로간을.
물론 그저 스스로를 칭하는 이름이 겹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바로간이 입고 있는 복장, 헤어스타일, 인자하셨던 미소마저, 바로간과 빼다 박았다.
그러나 빼다 박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체취였다.
누군가를 동경하여 그 누군가를 완전히 따라 하고 그 이름을 자신이 대신 쓰려는 자의 악취!
또한 성장의 탑은 이제껏 많은 자들의 경험치 하락 페널티를 얻어갔다.
모든 것의 존재 ‘의의’는 무언가를 취하기 위함이다.
마법의 탑은 마법사들을 육성하고 추후 그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아 갔으며.
기사의 탑은 훌륭한 기사들을 키워내어 그들이 이름을 높일수록 탑의 이름도 높아진다.
또 베라든은.
‘무수히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셨다.’
그런데 정작 가르치는 자를 모방하는 바로간은 어떤 이득을 취하는가?
돈도 받지 않고, 훌륭한 제자들이 탑을 방문하지도 않는다.
‘답은 페널티에 있을 확률이 높다.’
민혁은 아테네의 지존답게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부분을 보는 안목이 있었다.
‘도대체 저 높은 페널티는 어디에 쓰이는가.’
그 의문과.
이 탑의 정복이 기둥의 재료를 얻을 해답이라는 결론.
또한.
‘스승님의 이름을 더럽힌 것에 대한 대가.’
그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다.
2층의 입장과 동시에 울려오는 알림.
어처구니없게도 2층에 들어오자 바로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기에 대한 의존. 때론 그를 버리고 적과 겨루어 자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 나의 가르침일세.]역겨운 말이다.
마치 진짜 가르치는 자가 된 것처럼 하는 말.
솔직히 그의 얼굴을 힘껏 후려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기둥의 재료의 열쇠이기에 참았다.
[가장 기본적인 무기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민혁은 눈앞에 떠오른 무기들을 보았다. 그중 녹슨 철검을 집었다.
녹슨 철검은 10레벨 유저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이다.
‘이번 성장의 탑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유저들의 레벨은 약 550~640레벨 사이.’
민혁의 추정에 따르면 그들은 약 200레벨대의 무기를 착용하지 않을까 싶었다.
자신은 헬난이도를 선택했기에 이렇게 극악의 무기를 지급받은 것이고.
2층의 포식자는 말 그대로 호랑이와 닮아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일반 호랑이의 몇 배는 더 커다랗다는 것이었다.
[2층의 포식자 Lv 798.]매우 높은 레벨이다. 노멀 유저들은 600레벨 후반대로 추정된다.
‘600레벨대 유저들이 이런 무기로 600레벨 후반 몬스터를 사냥한다.’
매우 어려운 일임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시련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이런 무기제약은 커다란 단점이 여러 개 있다는 거다.
“크하아아아아악!”
집채만 한 크기의 호랑이가 민혁에게 번쩍 날아올랐다.
녹슨 철검을 쥔 민혁이 스킬. 폭주하는 칼날을 발동했다.
콰지이이이익-!
이 새롭게 얻은 폭주하는 칼날은 반경 8m 밖에서도 급소를 찌를 수 있다. 일 초에 12회, 총 5초 동안 추가 데미지 600%로 2층의 포식자의 몸을 갈가리 찢어발긴다.
검의 공격력? 매우 낮다.
그런데 민혁은 일반적인 699레벨과 다르다.
실제로 그의 스텟량을 다른 유저들과 비교하면 800레벨 이상이다.
그 이유는 민혁이 ‘식신’이었기 때문이다.
민혁의 스텟량 자체는 일반 유저들이 생각하는 상상의 범위를 넘어선다.
아무리 검의 공격력이 낮다 해도, 스텟에 의한 공격력만으로도 어지간한 적은 찢어발긴다.
특히나 이제 고작 798레벨대의 몬스터라면 더더욱.
그리고 놈은 레벨만 높다 할 뿐이지, 네임드 몬스터급은 아니다.
“크허허허허헝!”
‘데미지가 딸리긴 하네.’
민혁은,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지만 커다란 데미지를 입지 않은 2층의 포식자를 보며 웃었다.
그렇지만 이 2층이 간과하지 못한 또 다른 점.
‘내가 가진 스킬은.’
일반 유저들의 두 배 이상이며, 훨씬 뛰어나다.
“압도.”
쿠우우우우웅-!
온몸이 멈춰 버린 2층의 포식자에게로.
“무형검.”
수백 자루의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는 검들이 꽂혔으며.
“천우검.”
하늘에서 쏟아진 수백 자루의 검이 4분 동안 지속적으로 2층의 포식자를 끊임없이 베어낸다.
“크하학, 크허허허허헝!”
고통에 찬 비명을 토하는 2층의 포식자에게 스킬들이 쉴 새 없이 꽂힌다.
곧바로 연계되는 패왕지존도.
화르르르르르륵-
녹슨 철검에서 끓어오르는 화마가.
[더블스킬.]1.2%의 확률로 발동되는 강대한 힘에 두 배로 거대해진다.
그 거대한 힘이.
꽈르르르르르르릉-!
단숨에 2층의 포식자를 벽에 처박아 버렸다.
고작 30초 만에 2층의 관문을 클리어한 민혁이 어깨를 으쓱였다.
“쉽네.”
그리고 알림이 울렸다.
[신기록을 달성하셨습니다.] [헬난이도 2층을 30초 만에 돌파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2층을 돌파하신 유저이시기에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이벤트 중이기에 2배의 경험치가 추가 적용됩니다.] [경험치 2,323,053,030을 획득합니다.]‘와……?’
민혁은 크게 감탄했다.
한 번에 20억 이상의 경험치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민혁이 동레벨의 네임드 몬스터 몇 마리 정도는 처치해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었다.
‘일석삼조 정도인가?’
기둥의 재료도 쫓고, 경험치도 얻으며, 스승 베라든을 더럽히는 자에게 빅엿을 선사할 수도 있으니.
민혁은 곧바로 다음 층으로 올라갔다.
[가장 기본적인 무기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3층도 동일한 알림이 들려왔다.
민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아까와 같은 3층의 포식자 열 마리가 나타났다.
“……?”
민혁은 극악의 난이도에 말문을 잃었다.
“소환술사나 언데드가 아니면 이걸 어떻게 깨냐?”
* * *
2층을 고작 30초 만에 클리어한 사내가 한 말에 바로간은 경악했다.
‘도대체 발휘할 수 있는 힘들이 몇 개야?’
그는 일반적인 인간의 육체를 이미 넘어섰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데미지는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바로간은 웃었다.
[이걸 소환술사나 언데드가 아니면 어떻게 깨냐?]사내가 수정구 너머로 말했다.
‘네놈 말처럼 3층은 소환술사들이나, 네크로맨서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었지.’
그런데 곧 사내가 장난스레 웃었다.
[응, 깰 수 있어~ 쉬워~]그와 동시에 스무 개의 빛이 나타났다.
그 스무 개의 빛이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자들은 허름한 행색을 한 병사들이었다.
‘저런 허접한 병사들로 무엇을 하겠다…….’
하지만 열 마리의 3층 포식자들은 20초 만에 병사들에게 죽었다.
“…….”
바로간은 마른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이방인 중에 저렇게 강한 자는 처음이다.
하지만 다음 층은 아닐 것이다.
‘억센 뿌리의 잡초를 모두 뽑아내야만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다.’
손재주도 높아야 하고, 공격력과 방어력도 높아야 공략 가능하다.
그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자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쑤우우우욱.] [잘 뽑히네.]그는 뒤쪽의 몬스터에게 맞으면서도 잡초들을 한 번에 쭉쭉 뽑아내고 있었다.
“도대체, 손재주가 얼마나 높은 거지?”
바로간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심지어 몬스터들에게 공격당하면서도 그는 큰 피해량을 입지 않고 있었다.
몸에 찰과상이 생기기는 하지만 깊은 상처는 없었다.
높은 방어력과 체력의 방증이다.
‘잡탕?’
아니, 잡탕도 쓸데없는 것들이 어우러져 있을 때 불리는 이름이다.
사내는 하나하나가 모두 뛰어났기에 잡탕이라 부를 순 없었다.
‘어찌 이방인이 저리 골고루…….’
또다시 40초 만에 4층이 클리어됐다.
그다음 5층.
그리고 6층.
청년이 2층에서 6층까지 뽑아간 경험치가 벌써 150억 경험치를 넘어서고 있다.
반응은 바로 왔다.
“탑장님, 성장을 먹는 자의 알 크기가 작아졌습니다.”
“뭐……?”
성장을 먹는 자는 페널티에 따른 성장을 먹는다.
반대로 성장을 먹는 자는, 그들이 성공하면 자신의 성장을 나눠준다.
비록 150억 경험치라면 그렇게 심하게 작아지진 않았을 테지만 위험한 일이다.
바로간은 다급해졌다.
“오만하고 비열한 새끼!”
저 빌어먹을 놈을 멈추게 할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다간 정말 성장을 먹는 자가 있는 11층까지 도달할지도 몰랐다.
‘잠깐만 그렇다면 혹시……?’
헬난이도 7층과 노멀 난이도 3층을 연결하는 건 어떨까?
어차피 이 탑의 시련을 조정하는 건 자신이다.
그리고 저 건방진 놈한테 제안을 하는 거다.
그 제안은, 난이도를 헬에서 더 올리는 것. 대신에 천문학적인 경험치를 주겠다며 유혹하는 거다.
그는 마치 베라든이라도 된 것처럼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의 힘은 무척 뛰어나군, 나의 가르침을 받아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건 어떤가? 도전이란 때론 자네를 더 강하게 만든다네.”
수정구 너머 사내가 자신에게 들리는 목소리를 듣더니 수락했다.
바로간의 얼굴이 희열에 젖더니 입가가 쭉 찢어졌다.
천문학적인 보상? 엄청나게 올라갈 난이도와 그가 다음 층을 공략하지 못할 시, 얻게 되는 페널티는 150억 경험치를 넘어서 700억 경험치쯤을 빼앗을 것이다.
“크흐흐흐흐!”
[야.]“……?”
바로간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역겨우니까, 베라든 스승님 좀 그만 흉내 내라. 그런다고 네가 스승님 발끝이나 따라가냐?]바로간은 되고 싶었다.
8기둥 아테네의 존경을 받았고 헬레냐라는 가장 큰 악인을 만들었으며, 세상을 놀라게 할 악신 오블렌을 키워낸 베라든이.
그리고 그가 키워낸 제자들이 명성을 떨치며 그를 아껴주는 것이.
그렇다. 바로간의 그 모든 것은 자격지심에서 오는 것이었다.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그러나 될 수 없으니 머리를 따라 했고.
옷을 따라 했으며, 그처럼 웃는 법을 연구했다.
그런데.
[넌 그 어떤 것도 스승님과 닮지 않았다.]“……!”
바로간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진다.
[그분의 훌륭한 인품에 비하면, 그를 따라 하는 너는 ‘가짜’이고.] [그분의 제자를 아끼며 짓던 미소에 비하면 너의 미소는 토가 나올 정도로 ‘가식적’이다.] [너는, 내 스승이 될 수 없고.] [가르치는 자가 될 수 없다.] [너는, 가짜에 불과하다.]바로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의 말 대부분이 사실이었기에 창피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