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56
밥만 먹고 레벨업 1157화
사람들을 흡수하던 혼돈의 대재앙이 브라크의 죽음과 함께 소멸되었다.
사람들은 가로로 나뉘어 땅에 떨어진 브라크를 보며 진짜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의 누구도 웃지 못했다.
절반에 이르는 백성들과 군대가 죽어 나갔다.
심지어 건물의 곳곳도 파괴되었다.
‘혁명’이 적힌 견장을 착용했던 많은 자들도, 대부분 죽었다.
미이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자들의 시신이 도시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웃음보단 절규가 울려 퍼진다.
[낙인이 사라집니다.]그들 몸에 깃들었던 낙인이 스르르 흩어졌다.
이젠 억압받지 않아도 된다.
이젠 잠도 마음껏 자고, 밥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인가?
혁명은 성공했으나, 상처뿐이다.
기뻐야 했으나 웃지 못하여 엉엉 우는 소리가 세상을 가득 채웠다.
민혁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던 소녀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를 끌어안고 울던 그녀는 문득 보았다.
절망이 가득한 그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민혁을.
‘혁명’ 견장을 찬 이들이 숨이 끊긴 혁명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무기의 혁명가 레오.
군대의 혁명가 바랄.
이야기의 혁명가 가르뎅.
미약한 숨소리를 뿜어내던 자들도 전투를 치르는 도중 죽었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듬직한 뒷모습.
민혁은 이 혼돈과 관련되지 않은 자다.
그런 민혁이 더 치열하게 싸울 수 있게 만든 것은, 바로 그들이었지 않을까?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을 태워 ‘민혁’이란 혁명가를 만들었고, 그로 인해 이러한 결말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백색 망토가 바람에 펄럭인다.
소녀는 울음도, 슬픔도, 절망도, 안타까움도 비치지 않는 민혁의 뒷모습을 보고 ‘진실’을 알았다.
슬프나.
‘그가 울면 지탱되지 않기에 울지 않고.’
쓰러지고 싶으나.
‘쓰러지면 만백성이 쓰러지기에, 쓰러질 수 없으며.’
그들을 껴안고 싶으나.
‘그렇게 되면 이 슬픔이 오래가기에 그러지 못한다.’
기껏해야 자신보다 세 살, 네 살 더 많은 사내가 가지기엔 무거운 짐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소녀가 그에게 다가가 그 큰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고맙습니다.”
고개를 돌린 민혁은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사아아아아-
산들바람이 불어와 민혁의 뜨거운 뺨을 적신다.
그러던 때 들려오는 알림에 민혁은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었다.
소녀는 그 미소가 너무도 아름다워, 넋 나간 듯 그를 바라봤다.
민혁이 말했다.
“혼돈의 나라의 결말은 해피엔딩이야.”
“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다.
그 또한 지금의 상황이 꽤나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지 않나?
그런데 소녀는 곧 볼 수 있었다.
시간을 뒤로 감는 것처럼, 부서져 땅에 떨어졌던 건물의 잔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곤 부서진 건물에 스스로 붙었다.
그처럼, 모든 것이 되돌아가는 듯했다.
온 세상의 모든 것이 복구된다.
죽었던 사람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블랙홀에 집어 삼켜졌던 사람들도, 곳곳에 나타나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서 타오르던 화염이 꺼지고, 피어오르던 연기가 완전히 사라진다.
돌아오지 않는 건, 브라크뿐.
소녀는 되돌아오는 모든 것을 보며 입을 벌렸다.
그녀는 자신의 옷을 보았다. 피로 얼룩졌던 옷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소녀는 뒤쪽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벨레인.”
“…….”
바로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눈물이 가득 찬 그녀가 민혁을 바라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민혁을 본 후 힘껏 몸을 돌린 그녀가 아버지에게 달려가 안겼다.
“나 왜 살아 있지?”
“뭐야!?”
“팔르야! 미안해, 그렇지만 나 죽었지 않았어?”
곳곳에서 환호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민혁도 방금까지 바닥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이들이,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레오, 바랄, 가르뎅.
민혁이 들었던 알림.
[혼돈의 나라의 결말과 매우 유사합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집니다.] [브라크가 포식의 재앙을 사용하기 전으로, 모든 것이 돌아갑니다.]화상에 그을렸던 레오의 모습이 본래대로 돌아왔고, 복부가 꿰뚫렸던 바랄도 씻은 듯이 나았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던 가르뎅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지금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모두 살아 있는 건가.”
“가르뎅, 정말 이게 자네의 힘으로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
모두가 가르뎅을 보았다.
하지만 정작 가르뎅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던 건, 결말이 비슷할 시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뿐이었네.”
가르뎅의 말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가?
기뻐하는 이들도 지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모두 그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민혁이 말했다.
“그야 가르뎅, 당신이 이곳, 혼돈의 나라의 신이니까요.”
“……?”
그 말을 듣는 이들은 민혁의 말이 너무 생뚱맞은 소리인지라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민혁을 보고 있었다.
가르뎅도 황당한 표정으로민혁을 보았다.
“대체 그게 무슨…….”
“이곳에서 실제로 ‘사신’들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그 질문에 어떠한 자도 답하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신들과 만났다고 알려진 유일한 존재는 왕 브라크뿐이었다.
가르뎅은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추측만으로…….”
“왜 당신에겐 낙인이 없었습니까.”
“……?”
가르뎅은 이곳에서 아주 오래 살아왔다.
첫 번째 혁명을 성공함으로써, 사람들은 더 이상 입장과 동시에 낙인이 새겨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가르뎅은 첫 번째 혁명 이전에 이곳에 입장했다.
그런데 그에겐 낙인이 없다.
“왜 당신은 첫 방문자들에게 임무를 주었으며, 그들이 그것을 해오면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까, 애초에 음식이 통제된 곳에서 어디선가 음식을 구하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민혁의 말은 커다란 신빙성을 가졌다.
“또 어떻게 일개 작가인 당신이 오랜 시간 ‘혁명가’ 중 한 명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가요.”
“…….”
가르뎅은 말을 잇지 못했다. 변명하려 하지만, 어떠한 변명 거리도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었는지.
왜 자신은 낙인이 없는지.
그 순간, 가르뎅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윽!”
그와 함께 이질적인 알림들이 떠올랐다.
[이야기의 혁명가가 혼돈의 나라…… 정정됩니다.] [이야기꾼이 혼돈의 나라의 어떠한 것을 창조…… 정정됩니다.] [이야기의 혁명가…….] [이야기꾼이…….]불안정해 보이는 가르뎅에 의해, 알림에 혼선이 생긴다.
애초에 그 알림은 모두 가르뎅에 의해 만들어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
[이야기의 혁명가가 이야기꾼인 자신에 대해 각성합니다.]“크아아아악!”
가르뎅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혼돈의 모든 자들이 알지 못했던 것들이 들려온다.
[아주 오랜 시간, 그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적어왔다.] [어떤 용사의 이야기.] [어떤 신의 이야기.] [또 어떤 궁극자의 이야기.] [어떤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 [그러나 그 이야기들 대부분은, 가르뎅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용사는 죽었고.] [신은 타락했으며.] [궁극자는 벌을 받았고.] [평범한 사람은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 죽었다.] [수백이 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보고, 쓰던 그는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혼돈에 들어왔고,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혼돈 안에서의 그는 더 특별했다.] [한계가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혼돈의 나라가 탄생하였다.] [행복한 혼돈의 나라를 보던 그는, 갑자기 많은 이가 무한함, 한계가 없음을 찾아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에게 엄청난 혼란이 왔다.] [이미 지칠 대로 지쳐 버린 그는, 자신이 이야기꾼인지 다른 누군가인지조차도 잊기 시작했다.] [그러나 큰 문제가 있었다. 그는 결국 자극적인 이야기를 썼던 이야기꾼이었기에, 습관적으로 브라크라는 인물을 넣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흘러 그는 완전히 자신을 잊었다.] [그리고 지금, 혼돈의 나라가 완결되었다.] [완결된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야기꾼이던 당시,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끄으으으……!”
비명을 지르던 가르뎅, 정확히는 ‘이야기꾼’의 머릿속에 모든 기억이 주마등처럼 돌아왔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안 돼……!”
그는 완결된 이 세상이 어찌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좋아하던 소녀도, 죽었던 전우가 되살아나자 기뻐하던 병사도, 가족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기사도.
그들 모두가 투명해졌다.
이야기꾼은 자신을 원망했다.
자신의 욕심이 만들어낸 소설.
작가로서의 욕심에 의해 브라크를 넣은 자신.
완결에 의해 불필요해진 세상.
[완결된 혼돈의 나라가 사라지기 시작합니다.]외부에서 흘러들어 온 자들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투명해지고 있다.
그의 힘이 이제 그들 모두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시, 싫어……!”
“이제 행복해질 수 있나 했는데.”
“혁명은 없었어!”
그들은 진실을 깨닫고 절망했다.
당황한 이야기꾼은 다급히 눈을 굴렸다.
그리고 민혁을 보았다.
띠링!
[돌발 퀘스트: 혼돈의 나라의 삭제 막기.]등급: SSS.
제한: 이야기꾼의 부탁을 받은 자.
보상: 혼돈의 나라의 통치권.
실패 시 페널티: 소설, 혼돈의 나라 삭제.
설명: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삭제시키는 자신의 힘이 발동되려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정신을 차린 그는 이곳을 지키고 싶다. 그는 그 방법이 ‘자신의 힘이 그들을 삭제시키기 전에 자신이 죽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야기꾼이 외친다.
“어서 날 죽이게, 내 목을 쳐! 시간이 없어!”
“…….”
“날 죽이면 내가 설정한 삭제가 사라질 걸세. 자네가 이 땅을 이끌어주시게, 천외제국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거야, 아니, 어쩌면 천외제국은 가장 강한 제국이 될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른다.
혼돈의 나라엔 바랄이 있고, 레오가 있으며, 많은 자들이 있다.
만백성이 민혁을 본다.
그들이 간절히 원한다.
어서 그를 죽여!
민혁이 한 걸음을 뗀다.
“저와 처음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날.”
이야기꾼이 바닥에 있던 검을 집어 민혁에게 내밀었다.
“당신은 술에 취해, 가르뎅으로서 말했습니다.”
“‘가장 행복한 결말을 가진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라고.”
“또 이야기꾼으로서도 말했습니다.”
“가장 잘 팔리는 명작을 남기고도 싶다고, 그렇기에 브라크를 넣었겠죠. 그래야 혁명이 일어나고, 가장 멋진 결말로 마무리되니까.”
“그런 당신은 누구입니까?”
모두가 민혁을 미쳤다는 듯 보았다.
이야기꾼은 이 세상을 만들었고, 브라크를 넣었고, 우리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당신은 이야기꾼의 힘을 가진 ‘혁명가 가르뎅’입니다.”
민혁이 그가 쥔 검의 날을 맨손으로 쥐었다.
모두가 그를 원망하듯 본다.
[10초 후 혼돈의 나라가 삭제됩니다.]“제발, 그를 죽여어어어!”
그러나 민혁은 말한다.
“이 혼돈의 나라를 빌어먹게 만들었던 건 이야기꾼이나, 마지막에 모두가 행복하길 바랐던 건, 바로 이야기꾼의 힘을 가진 가르뎅이라는 걸 명심하십시오.”
“…….”
이야기꾼, 아니, 가르뎅의 눈이 커진다.
“떠올리십시오.”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내십시오.”
“당신이 원하던 세상을.”
“버리십시오.”
“이야기꾼으로서, 명작을 만들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겠다던 탐욕을.”
가르뎅은 눈물 흘리며 웃었다.
깨닫는다. 그의 말처럼, 자신은 이야기꾼의 힘을 가진 ‘가르뎅’이다.
그랬기에.
촤아아아아악-!
책장을 펼친다.
책장을 펼친 그가 서둘러 펜을 집어 든다.
그리고 써 내려간다.
[외전.] [제목: 행복한 나라.] [혁명이 성공한 ‘혼돈의 나라’에 신은 사라졌다.] [그리고 풀과 나무가 무성히 자라나기 시작했다.]만들어진다.
풀과 나무조차 억압되었던 이 혼돈의 나라에 무수히도 많은 나무와 풀이 자라난다.
[어두웠던 하늘은 푸르러진다.]우중충한 하늘이 걷힌다.
[그곳에 새로운 왕 가르뎅이 있었다.] [왕 가르뎅은, 모든 죗값을 달게 받으려 하고 있다.] [죗값을 받으며, 가르뎅은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 한다.] [가장 행복한 나라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투명해졌던 모든 사람들의 몸이 본래대로 돌아오는 동시에, 가르뎅이 다급히 적어 내려가던 펜을 놓았다.
[외전 ‘행복한 나라’의 연재가 시작됩니다.] [행복한 나라는 영원히 연재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