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74
밥만 먹고 레벨업 1175화
[식고문 스킬을 삭제하시겠습니까?]민혁은 식고문 스킬의 삭제 알림창을 들으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예.’
[식고문 스킬을 삭제합니다.] [히든피스. 먹는 것의 참뜻을 아는 자를 달성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대접하는 자의 행복을 획득합니다.](대접하는 자의 행복)
패시브 스킬
레벨: 없음
효과:
⦁당신의 요리를 먹은 이들이 행복해할 때마다 대접의 행복률이 차오릅니다.
⦁대접의 행복률이 100%가 될 시, 그들이 느꼈던 행복감에 따라 극소량의 스텟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루 상승시킬 수 있는 행복률은 2%로 제한됩니다.
설명: 미식가의 식고문과 비슷한 형태를 가졌으나 전혀 다른 스킬입니다. 행복률을 채우는 것은 어쩌면 미식가가 행했던 식고문보다 훨씬 더 어려울지 모릅니다.
민혁은 이채를 띄웠다. 애초에 누구보다 음식을 사랑하고 아끼며, 먹는 행위를 즐기는 민혁에게 식고문이란 스킬은, 역겨운 것이었다.
남을 먹는 걸로 고통스럽게 하여 그의 미각을 빼앗고 스스로를 강하게 한다?
이딴 스킬 따위 줘도 안 가진다.
다른 이들에겐 엄청난 스킬임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망설이지 않고 삭제하자, 민혁은 이 스킬을 얻게 되었다.
‘엄청난데?’
물론 행복률은 하루 2% 상승까지만 제한되기에, 이 스킬로 스텟을 얻으려면 최소 50일이 걸린다.
그렇다고 해도 평소처럼 생활하다 스텟을 얻게 되었으니 만족스러운 스킬인 셈이다.
[돌발 퀘스트: 발바크 구출하기 완료.] [탐사률이 4% 상승합니다.] [골로디스 왕국의 지도 일부가 개척됩니다.] [유저들은 개척된 곳에 한해서만 방문할 수 있습니다.] [가이아 대륙의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제한이 해제됩니다.] [이제 가이아 대륙에서 자라난 과일이나 가축을 사냥하여 먹을 수 있습니다.] [초월자의 갑옷의 아티팩트 제한이 해지됩니다.]“설마, 식고문을 없앤 거냐?”
미식가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식고문의 힘이 느껴지지 않자 경악했다.
그는 식고문을 빼앗겼지만 다시 빼앗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삭제시켜 버리면, 어떤 방법을 써도 식고문 스킬을 되찾을 수 없었다.
그제야 미식가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 이질감은 마치 혀에 마취제를 주사한 듯한 느낌이다.
‘침맛’이라는 게 있기야 하겠느냐마는, 분명히 그것도 어느 정도의 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 그의 입안에선 어떠한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미식가가 ‘미각’을 잃었다는 방증이다.
미식가는 본래 음식을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던바.
그러나 음식에 대한 미식이 뛰어난 그를 ‘그들이’ 식고문 스킬을 쥐여주고 세상에 내보냈다.
평범했던 미식가는 나날이 강해져 갔고 어느덧 지금의 경지에 이르렀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이곳 요리사들의 미각을 식고문으로 빼앗으면 그 또한 그들과 같아졌을지도 몰랐다.
“주, 죽여 버리겠다!”
분노한 미식가의 살기가 푸른잎 레스토랑을 채운다.
민혁은 피식 웃었다.
“잡소리 하지 말고 빨리 꺼져.”
곧 미식가는 들려오는 경고음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신은 내기에서 패배하였습니다.] [내기 패배 시 조건 중 하나는, 내기 당사자를 비롯해 이 푸른잎 레스토랑을 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식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살기를 뿜어내며 힘을 드러내려 해도 이곳 푸른잎 레스토랑 안에서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검을 뽑아 모두를 죽인다면 커다란 형벌을 받게 될 거다.
미식가는 데굴데굴 눈을 굴렸다.
이대로 끝낼 순 없다. 어떻게든 이 빌어먹을 놈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그때 미식가가 희열했다.
“내일 척살대와 함께 이곳에 오지.”
“처, 척살대!?”
“그분들의 척살대 말인가!?”
“척살대가 방문한다는 건 사람들을 죽이겠다는 거잖아!”
“히이이익!”
요리사들과 발바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척살대는 ‘오로지’ 죽이기만을 위해 키워진 자들이다.
그들은 감히 왕국에서 대항할 수 없는 강한 힘을 가졌다.
“요리사들 절반을 죽이겠다.”
민혁은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지는 예측하지 못했다.
‘미식가가 이 정도로 미친놈일 줄이야.’
아니면.
‘가이아 대륙을 이끄는 자들이 미친 건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자신과 푸른잎 레스토랑은 건드리지 못해도 다른 이들을 죽일 순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푸른잎 레스토랑은 물론, 민혁도 끝이다.
미식가가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선 미식가가 사람들에게 같은 말을 번복했다.
“이 안의 거지꼴을 한 자가 나를 분노케 하였다. 나를 분노케 하는 것은 곧 그분들께 대항하는 것. 나는 내일 척살대를 이끌고 이곳에 올 것이다.”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가 민혁에게 들려왔다.
푸른잎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민혁을 보며 입을 달싹였다.
고마운 자다. 그러나 한편으론 상황을 악화시킨 자이기도 했다.
곧바로 문이 열리며 요리사들이 들이닥쳤다.
“발바크!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뒈지려면 너나 뒈지든가, 왜 버젓이 장사 잘하고 있던 우리가 이런 일을 겪게 하는가!?”
“저 거지새끼들 때문인가!?”
“저 거지새끼들 끌어내!”
“처 밟아 죽여!”
우르르 사람들이 푸른잎 레스토랑에 몰려든다. 당장 민혁을 찢어 죽이기라도 할 듯 식칼을 든 그들의 모습이 위협적이다.
그때.
발바크가 민혁의 앞을 가로막았다.
사실 그는, 요리사들이 끌어내려고 하여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발바크가 보았을 때 민혁은 엄청난 대식가에 불과할 뿐이다.
“감싸고 도는 게냐!?”
“네놈들이 작당한 게지!?”
“푸른잎 레스토랑놈들, 결국 일을 이렇게 만드는구나.”
그들의 으르렁거림에 발바크가 말했다.
“이자는 우리 푸른잎 레스토랑의 은인이다. 함부로 해할 수 없을 거야.”
그와 함께 푸른잎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발바크의 앞을 함께 가로막아줬다.
“모두 알고 있지 않나. 이렇게 계속 방치했다면 우리는 모두 식고문에 의해 고통받았을 거다.”
식고문이란 단어에 그들이 움찔했다.
“본래대로라면 내가 식고문에 의해 죽었겠지. 그리고 한 달 뒤엔 또 다른 누군가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또 한 달 뒤엔? 아니, 갑자기 주기를 바꿀지도 모르지. 그는 식고문을 통해 상대의 미각을 빼앗고 자신의 힘으로 축적하니까.”
시끄럽던 요리사들이 말문을 닫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이렇게 미식가의 입맛에 맞춰주는 건,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우리는, 미식가에게 익어가는 과일로 취급받았다.”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발바크의 말처럼 그는 식고문을 통해 더 큰 힘을 얻는다는 것.
“그리고 지금, 우리 골로디스 나라의 요리사들은 이례 없는 최고 수준을 맞이했다. 왜 갑자기 미식가가 작은 꼬투리로 나를 죽이려 했을까.”
아주 간단한 답이 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열매가 잘 익었기에…….”
그 자리의 모두가 몸을 떨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제 몇 년을 버틸 수 없는 수준이었을지도 모른다.
고작 1년. 미식가는 그 열매를 모두 따려고 들었을 거고, 모두 따낸 후엔 또다시 과일을 자라게 했을 거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구속의 굴레다.
“오늘 저자에 의해 미식가는 식고문의 힘을 완전히 상실했고 미각마저 잃었다. 식고문에 의한 굴레는 사라진 거다.”
실로 놀라운 이야기다.
더 이상 식고문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더 이상 요리사들이 민혁을 죽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의 죽음이 더 빨리 다가오고 있음을 자각할 뿐.
두려움에 떠는 누군가 말했다.
“그래도 난 아직 뒈지고 싶지 않다고. 빌어먹을…….”
“나도.”
“나도 마찬가지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우리 모두가 몰살당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라고?”
그때. 검은달 레스토랑의 주인이 나섰다.
“떠나라, 푸른잎 레스토랑, 아니, 그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사죄해서라도 막아라. 식고문이 끝났다는 건 기쁜 일이나, 모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모두에게 피해를 입혔다. 먼저 죄송하단 말 드립니다.”
그는 음식을 청했던 사내다.
그리고 엄청난 ‘위장’으로 식고문을 끝낸 이이기도 했다.
“제 개입으로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니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해결하겠다?
그 말에 검은달 레스토랑의 주인 안드레이가 콧방귀를 끼었다.
“미식가는 몰라도 척살대는 그들의 가호를 받고 있다. 그들을 해하는 건 곧 그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과 같다.”
확실히 그렇다.
아직 조금의 탐사율밖에 올리지 못한 민혁이 척살대를 죽이면 탐사가 끝날 수도 있다.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
“그들과 싸우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건가?”
“그렇게만 되면 좋겠지. 우린 더 이상 식고문을 당하지 않게도 되었으니.”
“그 방법이 뭔가.”
“그걸 해낸다면 골로디스 왕국 ‘요리사연합’에서 두고두고 은혜를 갚겠네.”
띠링!
민혁에게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퀘스트명은 ‘미식가와 척살대로부터 요리사들 구원’이다.
보상은 역시 탐사율 상승과 더불어.
‘골로디스 왕국 요리사연합 식당의 평생 무료이용권……?’
‘골로디스 왕국의 특산물까지!?’
민혁은 희열했다.
그때.
어느덧 볶음밥을 싹싹 비워낸 길치의 신이 빈 접시를 들고 슬그머니 발바크 앞에 다가갔다.
“볶음밥 좀 더 주시면 안 되나요?”
“…….”
“…….”
‘얜 여전히 눈치가 더럽게 없구나.’
민혁은 한숨을 쉬면서 길치의 신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할 겁니다.”
* * *
다음 날.
미식가가 척살대를 소집했다.
소집된 척살대원은 고작 1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척살대원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고작 100명으로도 왕국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얼굴을 검은 옷감으로 둘둘 두르고 눈만 내보이는 그들은 날이 휜 도를 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다 죽여주마.’
미식가는 그들께, 척살대를 쓰는 걸 허락받지 않았다.
물론 어느 정도 권한을 가졌으나 본래 보고는 필수다.
하나 두려웠다. 자신이 미각을 잃었다는 걸 그들이 알게 되면 버려질까 봐.
그는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그가 척살대원들과 함께 빠르게 숲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런데 그때.
“……?”
그들 앞에 웬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어제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거지(?) 중 한 명이다.
그는 ‘오!’ 하는 표정이다.
“세상에, 내가 저들을 찾아내다니, 나 정말 대단하군!”
길치의 신은 자기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세상에!
만나고자 하는 자들을 두 번이나 만나다니?
정확히는 민혁이 그를 여기에 데려다 놓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라고 한 거다.
즉 둘의 경우, 모두 길치의 신이 찾았다기보다 길치의 신을 다른 이들이 발견한 경우다.
“저놈부터 죽여라, 기분 나쁜 놈이다. 음침하게 웃는 게 매우 불쾌하구나!”
“왜 웃는 걸로 뭐라고 하십니까.”
길치의 신이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그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연기가 스르륵 그들의 코에 스며들었다.
미식가와 척살대는 감쪽같이 그가 사라지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수도로 바로 들어가지.”
시답잖은 놈을 상대할 필욘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빠르게 내달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 길이 맞나……?”
“여기가 아닌가?”
분명 매일 가던 길인데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다 미식가의 머리에 길이 생각났다.
“이쪽이다!”
그는 떠오른 길을 따라 걸음했다.
그런데 곧, 그곳에 당도한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 어째서 내가 이곳에 당연한 것처럼 발을 들인 거지?’
이곳은 포르그나 숲의 포악한 탐식자가 있는 곳.
포악한 탐식자는 굉장히 강한 몹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그 영역에 직접 들어와 버렸다.
곧, 어쩔 수 없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놈은 강했기에 미식가와 척살대가 쉴 새 없이 놈을 공격했다.
그리고 마침내 놈의 멱을 따냈다.
하지만 척살대원 30명을 잃었다.
이 어이없는 일에 미식가는 탄식했으나 다시 나아갔다.
“……왜 또 이런 곳에?”
이번엔 용암군주 팔로이가 있는 곳이다.
녀석은 뜨거운 용암을 흩뿌려댄다.
이번엔 40여 명가량의 척살대를 잃었고, 미식가는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세 번째의 곳.
“왜, 왜……!?”
또다시 강한 몬스터가 있는 곳에 왔다.
그리고 네 번째의 곳.
“왜!!!?”
그는 이번엔 열 명의 척살대를 제외하고 모두 잃었다.
그리고 혼자 남게 되었을 때.
하루, 이틀, 사흘, 나흘이 지나도 그는 목적지에 당도할 수 없었다.
그는, 길을 잃었다.
그의 귓가에, 그가 듣지 못하는 알림이 울리고 있었다.
[당신은 죽을 때까지 끝없는 미로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