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73
밥만 먹고 레벨업 1174화
길을 잃어 가이아 대륙까지 온 길치의 신을 만난 민혁은, 또다시 며칠을 헤매었다.
특히나 길치의 신의 ‘오오, 이쪽인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따라 움직인 게 화근이었다.
그 말을 들었다가 같은 곳만 뱅뱅 돌았을 정도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왕국을 발견하고 들어온 민혁은, 이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음식을 대접받았다.
그런데 미식가란 놈이 들어왔다.
[미식가 Lv 993.]“……?”
어떻게 되어먹은 건지 미식가의 레벨은 상식을 벗어났다. 조우하는 순간 민혁의 숨이 턱 하니 막혀왔다.
‘초반부터 네임드 NPC를 만난다고?’
애초에 이 가이아 대륙이 이런 식일까?
답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미식가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음식이란 적당히 맛있게 먹어야 가장 행복한 법이다.
물론 민혁의 경우 ‘폭식 결여증’에 의해 그 공식 자체가 성립되지 않지만 일반 사람들에겐 그렇다.
그런데 ‘미식가’라는 놈이, 그것도 맛을 즐긴다는 놈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방법이 식고문이다.
민혁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발바크의 배와 이젠 그의 입까지 벌려 음식을 밀어 넣으려는 그를 보며,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신은 탐사 중입니다.] [당신은 지금 대부분의 것을 제한받았습니다.] [제한받은 당신이 물리적인 힘으로 가이아 대륙의 누군가에게 해를 입힐 시, 당신은 가이아 대륙을 탐험할 권한을 박탈당합니다.]발바크를 구하기 위해 싸우려던 민혁이 낭패라고 생각할 때, 알림이 들려왔다.
[돌발 퀘스트: 발바크 구출하기]등급: SSS
제한: 그에게 은혜를 입은 자.
보상: 탐사율 일부 상승.
실패 시 페널티: 없음.
설명: 당신은 유일한 탐사원이다. 많은 것을 제약받은 당신이 발바크를 구출해라. 발바크를 구출해 낼 시 탐사율이 풀리면서 자연스레 일부 제한이 해지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아리송한 퀘스트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민혁이 남루한 티셔츠만 걸친 상태로 미식가 앞에 앉았다.
“내가 열 그릇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네가 한 그릇의 음식을 먹어라.”
그 말을 들은 미식가는 미간을 찌푸렸다.
웬 거지가 나타나더니 자신이 열 그릇을 먹을 때마다 한 그릇의 음식을 먹으라니?
“내가 백 그릇의 음식을 먹겠다.”
“푸, 푸하하하하하하하!”
미식가가 박장대소했다.
인간이 백 그릇의 음식을 먹겠다니? 그건 불가능하다.
물론 이 가이아 대륙에도 특별한 위를 가진 자들이 많았다. 실제로 미식가도 요리를 좋아하는 자였기에 그런 자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들은 음식을 먹으면 일반 사람들보다 몇 배가량 위가 늘어났다.
하지만 그들도 대부분 30인분 안에서 먹기를 그쳤다.
그 사실을 그가 어떻게 알까?
그들을 싸그리 잡아다가 재미삼아 실험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몇 배는 비대해진 위에 음식물을 쏟아붓고 그곳에 음식물이 차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대식가인가?”
“그래, 대식가다.”
미식가는 턱을 쓸었다.
과거엔 ‘전설 속의 대식가’와도 마주한 적 있다.
그는 유일하게 50인분을 먹었다.
자신의 요리가 맛있다며 넙죽넙죽 받아먹었다.
그 모습을 고깝게 보던 미식가는 그 자리에서 전설의 대식가를 음식으로 배를 터뜨려 죽여 버렸다.
그런데 이놈 또한 대식가란다.
“재밌겠군. 그대가 열 그릇을 먹으면 내가 한 그릇이라. 그럼 그대가 백 그릇을 먹으면 내가 열 그릇쯤 먹게 되는 거겠군?”
미식가도 일반 사람들보단 많이 먹는다. 최소 두 배는 된다.
그러나, 자신을 대식가라 소개한 자가 백 그릇을 먹을 거란 생각 자체를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끽해야 50 그릇이고 그럼 자신은 5 그릇을 먹는 격이다.
“내기란 무언가를 걸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만약 백 그릇을 다 먹지 못하면…….”
미식가가 턱을 쓸었다.
“저 거지도 백 그릇을 먹어야 할 거다.”
“그러든가.”
“……?”
앉아 있다 봉변을 맞은 길치의 신이 눈치 없게 뭐라 말하려 했다.
민혁이 고개를 돌려 눈알을 부라리자 조용해졌다.
“아, 그리고 이 자리의 모두를 식고문으로 죽일 것이다.”
애초에 발바크는 몰랐어도 다른 이들까지 죽일 생각은 없던 미식가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음식을 먹을 동안 당신의 그 먹을수록 힘을 얻는다는 능력? 을 나에게 두 배로 활성화시켜 주면 좋겠군. 그리고 이 레스토랑을 건드리지 않는 것도 추가하고.”
“그러지.”
미식가가 피식 웃음 지었다.
“도대체 이 무슨……?”
“백 그릇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요리사들이 벌벌 떨어댔다.
두 사람의 내기에 의해 자신들의 배가 터져 죽게 생겼다.
물론 자신들을 구하기 위함임은 알았으나 너무도 허황된 것이지 않은가.
그와 함께 미식가가 손을 휘릭 젓는 순간, 허공으로 백 그릇의 음식이 떠올랐다.
백 그릇의 음식은 모두 다른 음식들이었다.
“내가 세상을 유람하며 먹었던 음식들이다. 나는 그 음식들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지. 물론 그때의 맛보단 떨어지지만.”
무척 부러운 능력이었다. 곧 민혁의 앞에 한 그릇의 음식이 내려앉았다.
[백 그릇의 음식 먹기 내기가 시작됩니다.] [백 그릇의 음식 먹기 내기에서 미식가는 열 그릇의 음식을, 당신은 백 그릇의 음식을 먹어야 할 것입니다.]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단호박 스프다.
“호오.”
민혁은 싱글벙글 웃었다.
첫입을 뜨는 순간 입안 가득 달콤함이 번져 나갔다. 또 적당히 단맛이었기에 기가 막혔다.
20초 후.
“다음.”
“……?”
게눈 감추듯 사라진 음식에 미식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곧바로 다음 음식이 놓인다.
새우 필라프다. 수저로 퍼서 입안 가득 넣으면 행복해진다.
“다음.”
“……?”
무슨 두 그릇이 35초 만에?
미식가는 음식을 먹는 민혁을 보며 놀라는 한편 그의 음식을 먹는 모습에 감탄하고 있다.
‘아니, 어찌 음식을 저리…….’
복스럽게 잘 먹지?
이상한 일이다.
보는데 자신도 배가 고파질 지경이다.
그렇게 민혁이 순식간에 열 그릇을 먹어치웠다.
[식고문을 당하고 계십니다.] [체력 3을 획득합니다.] [100그릇의 요리먹기에 실패할 시, 얻었던 모든 스텟은 회수되며 미각을 상실합니다.]민혁에겐 가장 절망적인 알림이다.
그리고 이십 그릇째.
[힘 3을 획득합니다.]민혁의 입장에선 매우 좋은 일이었다.
아니,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스텟도 올린다고?
[민첩 3을 획득합니다.]삼십 그릇째.
이거 완전 개꿀이다.
미식가도 민혁이 열 그릇씩 먹을 때마다 한 그릇씩 먹기 시작한다.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한 그릇을 먹어치울 때마다 민혁은 열 그릇을 먹는다는 거다.
그리고 민혁이 사십 그릇째, 오십 그릇째를 해치운다.
[지력 3을 획득합니다.] [카리스마 3을 획득합니다.] [손재주 3을 획득합니다.]끊임없이 민혁의 스텟이 상승했다.
육십 그릇이 넘어가자 미식가의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전설의 대식가보다 더 많이 먹지?’
혹시 이놈은 대식의 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백 그릇을 위장에 담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 무게만 해도 약 50㎏은 될 터.
그런데 민혁은 끊임없이 먹어치웠다.
벌써 칠십 그릇째.
그로 인해 미식가는 일곱 번째 요리를 먹고 있었다.
미식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배 속에 가득 차오른 음식이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더 이상 음식을 집어넣지 못하고 멈춰 선 그는 수저 위에 얹어진 음식을 보는 순간 토악질이 나올 뻔했다.
그러나 지금 자신들은 내기 중이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내가 제시한 식고문의 음식 개수를 채운 적은 없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상대방은 힘을 얻는 것뿐만 아니라 더 특별한 것도 얻게 된다.
그래선 안 된다.
그랬기에 고통스러웠으나 다시 한 수저를 뜬다.
그때 민혁은 팔십 그릇째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코끼리인가……?”
“저 정도면 트리케라톱스 아닐까요……?”
민혁은 요리사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흘려들었다.
물론, 민혁도 맛있는 것을 좋아하지, 대식가 BJ들처럼 위가 엄청나게 크다거나 하진 않다.
그렇다고 유저라고 하여 전부 위대한 위를 가지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다.
유저에겐 ‘포만도’ 시스템이 존재하며 포만도가 가득 채워지면 스스로 입안에 음식을 넣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민혁은 아테네 게임을 플레이하고 초창기에 높은 포만도를 계속 달성해 ‘소화’라는 특수스킬을 얻었다.
처음 소화는 운동량에 비례해 포만도를 낮출 수 있는 효과를 가졌었다.
하지만 이제 더 업그레이드된 소화 스킬에 의해 ‘민혁의 포만도’는 항상 70% 선에서 유지될 수 있다.
포만도 70%는 먹어도 먹어도 적당히 위가 부른 상태를 의미한다.
즉, 민혁은 100그릇이든, 1,000그릇이든 숫자에 불과할 정도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였다.
민혁이 구십 그릇째를 먹어치우고 있다.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미식가는 고작 한 그릇씩임에도 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99그릇째일 때.
미식가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놈, 사람이 아니었군…….”
“……?”
묘하게 기분 나쁜 말이었으나 민혁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다.
민혁이 마지막 100그릇째를 먹어치웠다.
그 순간.
[식고문을 모두 견뎌내셨습니다.] [미식가의 식고문을 견뎌낸 유일한 인물이십니다.] [미식가가 식고문을 실패함으로써 그가 가진 ‘식고문’ 스킬을 약탈합니다.]“……?”
민혁은 식고문을 확인해 봤다.
누군가에게 ‘식고문’을 제시하고 그들이 실패할 시, 미식가의 힘들이 소폭 상승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능력치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정말 소폭이다.
그러나, 미식가가 어째서 ‘식고문’을 해왔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민혁의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
설명에 따르면, 수준 높은 요리사를 식고문으로 망가트릴수록 그가 얻는 힘도 더 커진다고 되어 있다.
그는 이제까지 조금 더 강해지기 위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민혁에게 ‘식고문’ 스킬을 빼앗김으로써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이 스킬은 내가 평생을 살면서 딱 한 번만 사용할 거다.’
바로 오늘이었다.
[미식가에게 식고문 스킬이 발동됩니다.] [그가 열 그릇의 요리먹기에 실패할 시, 그의 미각을 빼앗으며 당신의 힘은 소폭 상승합니다.]여덟 번째 그릇째에서 미식가가 토악질을 하려다 입으로 틀어막았다.
“우우우웁!”
미식가 또한 그 알림을 들었다.
자신이 열 개의 음식을 먹어치우지 못하면, 자신이 사람들을 괴롭게 했던 것처럼 당하고 말 것이다.
‘미식가인 내가 미각을 잃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가이아 대륙의 그들께 완전히 버려질 것이다.
토악질을 했던 그가 다시금 힘겹게 수저를 가져가 음식을 먹는다.
마침내 여덟 그릇째를 먹어치운 그의 배가 찢어질 듯 아려왔다.
‘아, 안 돼…….’
더 이상은 한계다. 더 이상 기도 끝까지 음식물이 차올라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민혁이 웃었다.
“도와줄까?”
민혁이 수저로 음식을 가득 펐다.
그러곤 배부름에 움직이기조차 버거워진 그의 턱을 부여잡았다.
평소의 민혁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 행위는 미식가가 ‘발바크’에게 했던 짓이기도 했다.
“적당히 맛있게 먹으면 행복한 게 음식이다.”
“미식가인 너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 테지.”
“그런데 너는 ‘미식가’란 이름을 가졌으면서 식고문이란 힘을 이용해 사람들을 괴롭게 해왔다.”
“니 새끼는 그냥 자격이 없어.”
“……!”
결국 밀고 들어오는 음식을 미식가가 고개를 돌려 거부했다.
그리고 참았던 토악질을 해냈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쉴 새 없이 토하는 미식가를 민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토악질을 해대던 미식가가 웃었다.
“내가 미식가 자격이 없다!? 응!? 미친 소리! 네놈도 이제 그 힘에 도취되어 그 힘을 쓰게 될 것이다.”
사실이다.
민혁은 식고문 스킬이 생각보다 엄청난 상승을 일으키자 놀랬다.
하지만 그와 민혁은 그 결이 다르다.
“난 이딴 쓰레기 스킬 줘도 안 가져.”
[식고문 스킬을 삭제하셨습니다.]망설임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