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72
밥만 먹고 레벨업 1173화
가이아 대륙 작은 변방의 나라 골르디스.
골르디스는 요리사의 왕국으로 유명하다.
골르디스에선 맛 좋은 과일이 넘쳐났고 곡식은 어떠한 곳보다 맛이 좋았다.
또 골르디스가 요리사의 왕국이란 이름에 걸맞게 해당 국가 요리사들의 능력이 뛰어났다.
실제로 가이아 대륙에서 손꼽는 요리사들의 50%에 가까운 인원이 골르디스의 요리사들이기도 했다.
그러한 골르디스 왕국이 끊임없이 뛰어난 요리사를 배출하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목숨줄’이었기 때문이다.
“발바트 님, 정말 도망치시지 않는 겁니까?”
푸른잎 레스토랑의 주인 발바트는 벌벌 떨고 있는 요리사들을 보았다.
곧 들이닥칠 미래에도 평생을 바쳐온 푸른잎 레스토랑을 지키는 발바트.
그들은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곧 미식가가 곧 들이닥칩니다. 놈은 애초에 우릴 살려둘 생각이 없다고요!”
“그렇겠지.”
발바트는 수십 명의 요리사들을 보며 고개를 주억였다.
미식가는 누구인가?
바로 이곳 가이아 대륙을 다스리는 자들의 가호를 받고 있는 자다.
그는 음식을 맛본 후, 그 음식을 가져가 그들께 제물처럼 바친다.
만약 한 달에 한 번꼴로 오는 미식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그 음식을 내간 요리사는 그 자리에서 식고문을 당한다.
식고문은 무엇인가?
바로 음식을 계속 먹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인간의 위는 대부분 2인분이 들어가면 배부르다 느낀다.
3인분이 들어가면 숨쉬기조차 버겁다 느끼고, 배의 팽창감을 느껴 괴로워한다.
그 상태에서 추가로 1인분이 들어가면?
‘죽을 것처럼 괴롭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계속, 계속 음식을 밀어 넣는 것이다.
물론 말 그렇듯, 이것은 ‘식고문’이다.
죽이진 않는다.
하지만 미식가는 특별한 힘을 가졌다.
식고문을 당하는 자의 ‘미각’을 완전히 빼앗을 수 있다.
요리사의 미각을 빼앗는 것은 그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것.
특히나 평생을 요리만 해온 자의 미각을 빼앗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그랬기에 이곳 요리사들의 실력이 뛰어난 거다.
살기 위해 매번 가장 최고의 재료로, 최고의 요리를 내놨으니까.
이 왕국은, 가장 뛰어난 요리사의 왕국처럼 보일지도 몰랐으나, 실상은 가이아 대륙 안에서 그들에게 착취당하는 왕국에 불과한 거다.
사건의 발단은 식당에서 일하는 사내가 그에게 술을 따라주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날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던지 이리 말했다.
-오늘따라 술이 쓰군.
그러곤 이런 말을 남겼다.
-날 기분 나쁘게 했으니 돌아올 땐 가장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의 모두가 식고문을 당하게 될 거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오늘따라 술이 쓰다며, 자신들을 위협하다니?
하지만 그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그에겐 당연했다.
애초에 인간이 모기를 죽이는 데 아무렇지 않아 하듯, 그들도 자신들을 벌레취급 한다.
물론 푸른잎 레스토랑은 그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 구하기 힘들다는 재료를 가까스로 구해냈으며 최고의 레시피로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오늘. 그 재료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발바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모두 도망가시게, 나는 이곳을 지키며 미식가와 겨뤄보겠네.”
고작 별 볼 일 없는 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보겠다는 그를 보며 요리사들은 말문을 잃었다.
“분명 검은달 레스토랑 새끼들 짓이 분명합니다!”
검은달 레스토랑은 푸른잎 레스토랑과 라이벌 구조를 형성한다.
실제론 푸른잎 레스토랑의 매출이 월등히 높은 편이긴 하나 검은달 레스토랑 뒤에는 검은 상인들이 떡하니 지키고 있다.
검은 상인들은 이 왕국 전체에서 가장 큰 상단이라 할 수 있다.
발바크가 오래되어 사이가 벌어진 나무로 만들어진 기둥을 어루만졌다.
‘오래도록 이곳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은 자그마치 4대째 이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 끝나리라.
그때.
바깥에서 소란이 들렸다.
“안 꺼져!?”
“이 빌어먹을 거지새끼들이!?”
“돈도 없이 남의 식당에서 밥을 달라고? 에라이, 이 거지새끼들아!”
발바크와 요리사들이 그 소란에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 오래도록 세상을 방랑한 듯 꾀죄죄해 보이는 차림새의 두 사내가 있었다.
그들에게 열심히 욕설을 하는 자들은 다름 아닌 검은달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었다.
“우리 레스토랑은 오로지 귀족과 왕족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거늘!”
두 방랑자가 씁쓸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이 거리는 ‘맛의 거리’다.
왕국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로 수백 개의 식당이 몰려 있는 곳.
발바크는 식당 주인들이 나와 거지들을 구경하는 걸 보며 알 수 있었다.
‘전부 내쳤나 보군.’
발바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귀족과 왕족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라니.’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요리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함이 맞다.
물론 돈이 없으면 비싼 음식을 먹기 힘들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나, 서민들은 때론 기분을 내어 그 비싼 음식을 사 먹기도 한다.
그런데 식당들은 ‘신분’ 자체를 논하며 출입을 금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 두 거지가 어깨가 축 늘어져 걸어오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던 때 발바크의 옆에 있던 요리사가 한숨을 쉬었다.
“발바크 님, 오늘은 안 됩니다. 오늘은 우리 코가 석 자…….”
“이보게들.”
그러나 발바크는 요리사의 말을 무시했다.
“식사하고 가시겠나?”
발바크는 작은 미소로 그들에게 안쪽을 가리켰다.
푸른잎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한숨 쉬는 듯하다 피식 웃었다.
발바크는 이런 사람이었다.
배고픈 사람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미식가는 평소처럼 6시에 올 테니 시간이 좀 있네, 저들을 먹이기엔 충분한 시간이야.”
발바크의 말에 요리사들이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발바크는 꾀죄죄함 뒤에 감춰진 꽃미모의 거지(?)를 보고 감탄했다.
‘무척 잘생겼군. 키도 훤칠하고.’
그런 그가 민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가 돈을 지불하기 힘든 상황인데 괜찮습니까?”
“괜찮네, 배고픈 자에게 한 끼 나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세. 들어오시게들.”
그 말이 끝난 순간 두 사내는 이미 테이블에 바람처럼 앉아 있었다.
꼬르르르르르륵-!
꼬르르르르르륵-!
두 사람의 배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장 잘하는 걸로 내어주겠네. 맛있게 먹고들 가주시게나.”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괜찮네, 맛있게 먹어주면 그뿐이지.”
“……멋진 분이시네요.”
꽃미모의 사내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발바크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면 요리를 내어줄까 하다 볶음밥으로 바꿨다.
‘쌀이 속은 더 편하겠지.’
간만에 먹는 음식일 테니 말이다.
심지어 그 양은 두 배로 만들어줬다.
발바크가 만들어준 요리는 다름 아닌 새우볶음밥이었다.
그들은 새우볶음밥이 앞에 놓이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와구와구!
쩝쩝!
참으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발바크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들 앞에 물을 따라준 발바크가 시간을 봤다.
“슬슬 가시게, 4시간 후면 미식가가 올 걸세.”
요리사들이 슬픈 기색으로 뒷문을 이용해 나갔다.
그들이 나서고 홀로 남은 발바크는 여전히 식사를 하는 그들을 보며 볶음밥을 추가로 볶아줬다.
“정말 감사합니다. 일주일 동안이나 굶었거든요!”
“저는 213일 동안 굶었습니다. 이분 찾아 다니느라요!”
도통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발바크가 말했다.
“오늘 가게를 정리하는 날이라 재료가 변변찮네, 평소라면 더 많은 재료를 넣어 만들어줬을 텐데. 미안하네.”
“아닙니다.”
꽃미모의 사내가 말했다.
“제가 세상에서 먹어본 요리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먹는 누군가 가장 맛있어한다면 그 요리가 가장 값진 게 아닐까요?”
참 즐거운 말이다.
작은 미소를 띤 발바크는 주방을 정리하러 가기 위해 발걸음하려 했다.
그때.
“새우볶음밥이라. 하찮은 입맛들이 즐기기 나쁘지 않은 음식이지.”
“……!”
발바크가 눈을 부릅떴다.
본래 오던 시간보다 빠르게 온 미식가.
그가 테이블 한구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음식을 가져오게.”
“……예.”
발바크는 뒤쪽에서 식사를 하는 이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걸 볼 수 있었다.
발바크가 문 쪽을 가리키며 빨리 나가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시장하군.”
그러나 미식가의 말에 그가 서둘러 주방에 들어갔다.
“할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꽃미모 사내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재료는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비록 자신이 한 달이란 시간 동안 돈과 시간을 들여 사들였던 엘베니아의 곡식은 사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리란, 상대방이 맛있게 먹으며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면 최고의 요리가 될지도 모른다.
두려움을 잊는다.
그가 요리를 시작한다.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적은 재료만이 들어가는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기로 한다.
재료는 가장 적으나 파스타의 가장 순수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요리다.
불 조절은 훌륭했고 볶아지는 마늘향이 주방을 가득 채운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난 가장 낮은 재료로 가장 뛰어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이 나라의 요리사다.’
그 자부심을 가지며 만들어낸 요리가.
[전설등급입니다.]가장 평범한 재료로 전설의 경지에 이르는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낸다.
이 정도면 미식가도 만족할지도 몰랐다.
그가 상기된 표정으로 미식가 앞에 요리를 놔줬다.
마치 그리스신화의 신들이 입을 법한 새하얀 옷을 입은 미식가가 포크와 수저를 이용해 면을 말았다.
돌돌 말아 입안에 면을 넣은 그가 피식 웃음 지었다.
‘가장 단조로운 재료로 깊은 맛이 느껴진다. 씹을수록 느껴지는 짭짤함과 입안을 채우는 기름 맛은 감칠맛을 부른다.’
특히나 그는 재료의 본질도 꿰뚫은바.
‘고작 이 정도 재료로…….’
하지만 미식가는 곧 수저와 포크를 내려놓았다.
“역겹구나, 가장 쓰레기 같은 재료로 나를 대접하려 하였나?”
“예? 하지만 재료보단 맛…….”
“그걸 왜 네가 정하지? 불쾌하구나.”
미식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발바크는 깨달았다.
그는 맛이나 재료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화풀이할 곳이 필요했던 건가?’
미식가는 식고문을 당하는 이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서 즐기며 희열한다.
“너에겐 친히 100그릇의 요리를 대접해 주고 싶구나.”
“…….”
그 말뜻은, 발바크의 배를 터뜨려 죽여 버리겠다는 뜻이다.
발바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순간 미식가의 주변으로 정말 ‘백 그릇’에 해당되는 요리가 나타났다.
“산해진미들로 구성되어 있다. 먹을수록 내 힘의 일부를 가져갈 수도 있으니 좋지 않은가.”
미식가의 요리는 먹을 때마다 힘을 얻을 수 있다.
단 주어진 개수의 모든 요리를 먹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할 시 미각을 상실한다.
벌벌 떠는 발바크를 미식가가 의자에 앉혔다.
그의 등 뒤에서 양어깨를 짚은 미식가가 속삭였다.
“자아, 어서 먹어야지?”
“…….”
발바크는 떨리는 손으로 포크와 수저를 쥐었다.
살고자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첫 번째 요리를 먹었다.
“다섯 그릇을 먹으면 힘을 얻을 수 있다.”
발바크가 희망을 품었다.
다섯 그릇이면 해볼 만하다.
그가 미친 듯이 음식을 먹는다.
한 그릇을 먹을 땐 괜찮았고.
두 그릇을 먹을 땐 배부름을 느꼈으며.
세 그릇을 먹을 땐 턱 끝까지 차오른 음식물에 고통스러워졌다.
그리고 네 그릇째에선, 숨마저 막혔고, 토악질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우웁…….”
살고 싶었다. 목구멍 뒤로 음식을 억지로 넘긴 그가 네 그릇을 비운다.
그리고 다섯 그릇째.
그가 입안으로 음식을 구겨 넣는다.
사색이 되고 눈이 발라당 까뒤집힌다.
그가 음식을 입안에 넣지 못하자, 미식가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 그의 턱이 절로 움직이고 목구멍이 반응한다.
“자아, 삼켜야지? 응? 크흐흐흐흐!”
괴로워하는 발바크를 보며 그가 희열한다.
그리고 발바크는, 마지막 순간 결국 다섯 그릇을 먹어치웠다.
배가 찢어질 듯하다.
당장 쓰러질 듯 숨이 헐떡거린다.
오장육부가 꼬이는 느낌이다.
그러나 살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힘 1을 획득합니다.]이것이 미식가의 힘.
그러나.
“자, 이젠 열 그릇이다.”
“…….”
애초에 미식가는 자신을 살려둘 생각이 없음을 깨달았다. 발바크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렸다.
그만이란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려던 때.
“발바크 님!”
“멈추지 못하겠느냐!”
떠난 듯했던 요리사들이 식칼이나 프라이팬과 같은 조잡한 것들을 들고 나타났다.
“우웁, 모, 모두…… 나가……. 어서…….”
그들은 토하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발바크의 말을 무시하고 미식가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미식가의 손끝에 따라 그들의 움직임이 통제되었다.
움직일 수 없게 된 그들에게 미식가가 즐겁다는 듯 말했다.
“이놈을 먹이고 너희도 먹여주마.”
여섯 그릇째가 시작되려 한다.
이미 발바크는 초점이 흐려지고 있었다.
한계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억지로 미식가가 발바크의 턱을 붙잡고 입을 벌렸다.
“자아, 요리 들어간다아~”
그때, 흐릿해진 초점의 발바크의 눈에 보였다.
“그만.”
“……!”
“……!”
“……!”
모두의 시선이 홱 하고 돌아갔다.
미식가가 중얼거렸다.
“기척이 없다?”
그 말을 들은 발바크는 혹시나 했다.
그도 어린 시절 많은 환상 속 소설들을 본바.
보통 저러한 자들은, 이러한 부당한 상황에 멋지게 검을 뽑아 들며 적을 처단하곤 한다.
그가 허리춤에 손을 뻗는다.
“당신이 준 요리. 세상에서 가장 맛있었습니다. 은혜를 갚겠습니다.”
“…….”
발바크는 자신의 예상이 확신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민혁 님, 지금 검 없잖아요.”
“아, 맞다. 나 검 없지? 어떡하지?”
“…….”
“…….”
“…….”
“…….”
발바크와 요리사들, 그리고 미식가가 어이없는 눈빛으로 사내를 보았다.
발바크는 자신의 예상이 그저 ‘희망’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곧, 뚜벅뚜벅 걸어와 방금 전 발바크가 앉았던 자리에 사내가 대신 앉았다.
“당신 요리를 먹으면 힘을 가진다고?”
“……뭐냐, 네놈은.”
미식가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곧 사내가 말했다.
“내가 대신 먹지.”
“……어이가 없군.”
미식가는 황당했다. 본인이 대신 먹겠다?
거지꼴을 보아하니 딱 거지스러운 영웅심이다.
그런데 곧 사내가 말했다.
“내기 하나 하자.”
“……?”
곧 사내가 말했다.
“내가 열 그릇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네가 한 그릇의 음식을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