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171
밥만 먹고 레벨업 1172화
㈜즐거움 회의실.
강태훈 사장과 임원들이 잿더미가 되어 흩어지는 민혁과 수호자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놀라는 한편, 유저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유저들이 민혁을 바짝 따라붙고 있군요.”
민혁은 아테네에서 가장 많은 칭호 보유자이면서도, 아테네에서 가장 뛰어난 아티팩트 소유자이며 가장 레벨이 높다.
700레벨을 넘어선 그는 애초에 그들과 격이 달랐다.
그러나 하이랭커들도 이번 전투를 통해 입증했다.
그들도 민혁만큼이나 크게 성장했음을.
물론 수백 명과 한명의 전투였다.
그러나 민혁은 결국 ‘미션’에 따른 특수물품의 도움을 받았다는 거다.
더불어 수호자 모습의 하이랭커들 전부는 모든 능력치, 모든 스킬 능력 10% 하락을 겪은 상태였다는 거다.
만약 그들이 본래의 상태였다면?
‘민혁은 혼자서 마흔 명을 감당하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700레벨의 벽을 넘어섰다면?
‘민혁은 열다섯 명조차 감당하지 못했을 거다.’
미친 듯이 성장한 하이랭커들은 민혁의 뒤를 바짝 쫓고 있었다.
그러나 수호자들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었다.
정말 극소수의 수호자들은 살아남았다.
“알렉산더와 알렉스는?”
“둘 모두 진작에 강제 로그아웃 당했습니다.”
알렉산더와 알렉스는 다른 지점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많은 수호자들이 민혁 쪽으로 몰리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여전히 수호자는 약 40여 명이 넘게 남아 있다.
때마침 잠에서 깨어나 절벽 밖으로 나온 브로드가 잿더미가 되어 스르르 흩어진 민혁을 보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
“어떻게 할까요?”
“…….”
그 질문의 뜻은 이러하다.
수호자로 초대장을 받은 하이랭커들은, 그들을 전멸시키지 못하면 ‘2레벨 하락’을 겪는다.
반대로 전멸시키면 3레벨업을 해낸다.
지금 결과만 놓고 보면 브로드로 인해 탐사대는 더 깊숙이 들어간다.
물론 카르딘 황제와 라그만도 마찬가지다.
거의 죽어가는 그들이었으나 브로드의 도움을 받는다면 그들은 더 안쪽 깊숙이 들어갈 수 있다.
탐사대는 수호자들을 전멸시키면 가이아 대륙의 한 부분을 탐색할 수 있는 영광을 거머쥔다.
그러나, 과연 그게 맞느냐는 질문이다.
“브로드도 크게 활약했으나 민혁의 활약이 더 두드러집니다. 사실상 400여 명에 가까운 수호자들을 살해했으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라그만 공작과 카르딘 황제는 민혁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던 것이란 표현이 어울립니다.”
확실히 그렇다.
정해진 룰대로 간다면 카르딘 황제와 라그만이 그 혜택을 받는 게 맞다.
그러나 그 과정을 본다면 민혁을 배제하는 게 그렇다.
또 수호자들도 그랬다. 물론 수호자들은 성공했다면 3레벨의 보상을 받는 구조였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준 멋진 활약상이 뭔가 아쉽게 했다.
하지만 강태훈은 언제나와 같은 답을 내놓았다.
“우리가 기존의 것을 변경할 순 없네.”
꽉 막혔다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나둘씩 자신들이 손대다 보면 아테네의 많은 것이 무너진다.
임원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안타깝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때 모니터 화면 속 그나마 건재한 카르딘 황제가 피떡이 되어버린 라그만 공작을 부축하고 있다.
라그만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그런 그들도 브로드의 도움을 받는다면 계속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곧 카르딘 황제가 말했다.
[저흰 돌아가겠습니다.]“……!?”
“……!?”
예상치 못한 일이다. 대루브앙 제국은 가이아 대륙 탐사를 가장 먼저 해내고자 하는 욕심이 가득하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었다.
브로드는 루브앙을 경멸하는 게 아니라 네르바를 경멸하는 것이었으니까.
[라그만 공작이 너무 크게 다쳤고 제 몸도 성치 않습니다. 브로드 경께서는 민혁 황제를 위해 계속 나아가십시오.]그리 말하는 카르딘 황제의 얼굴에서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그는 스스로 알고 있는 거다.
우린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이 없다.
또 브로드와 민혁을 보며 느낀 게 많은 표정이다.
5m 내에 들어올 시 고통을 입는다는 것을 무시하던 브로드에게서 많은 걸 느꼈다.
브로드는 굳이 그런 그들을 말리거나 하진 않았다.
몸을 돌렸던 카르딘 황제가 브로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째서 저희 아버지가 당신을 인정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브로드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카르딘과 라그만이 씁쓸하게 돌아간다.
유일한 생존자는 브로드다.
그러나 브로드는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그 자리에 무릎 꿇고, 폐하가 사라진 곳에 남아 있다.
아직 살아남은 수호자들은 그런 브로드를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고 있다.
그때, ㈜즐거움을 대신해 답을 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가이아의 ?들’이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논의를 시작합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은 자신들을 위해 수호자들이 보여준 회광반조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이 그들이 가지게 될 페널티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
이건 이제 ‘우리’가 바꾼 개념이 아니다.
아테네의 존재들이 스스로 바꾼 개념인 것.
곧바로 추가알림이 들려왔다.
[가이아 대륙의 ?들이 많은 수호자들을 살해한 탐사대의 유일한 생존자와 대화를 나눕니다.]브로드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그러나 강태훈 사장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그가 가이아 대륙의 ?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윽고 브로드가 몸을 돌렸다.
그 또한 가이아 대륙에 더 이상 진입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 거다.
흘러가는 상황에서, 강태훈 사장은 곧 벌어질 일을 예측해 냈고, 그 예측은 정확히 적중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이 논의를 끝냈습니다.] [탐사대는 이미 어느 한 지역을 탐사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 명의 탐사대원이 그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였습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은 이미 떠나간 두 사람에게도 의견을 구한 바 있습니다.]먼저 떠나간 두 사람은 카르딘과 라그만 공작이다.
[모든 의견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이 ‘민혁’이란 이름의 탐사대원에게 탐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단 민혁이란 사내가 탐사를 승낙하여 실패할 경우, 3배에 달하는 페널티를 입게 될 것입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이 모든 수호자들을 돌려보냅니다.]모든 이들에게 보이던 가이아 대륙이 짙은 안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짙은 안개에 휩싸인 가이아 대륙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카메라가 멀어지며 여전히 베일에 싸인 가이아 대륙을 보여준다.
자연스레 영상이 종료되었다.
강태훈 사장은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으나,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조율되어야 할 것이 있었다.
“업데이트 공지 띄우고 서버 열게.”
본래 업데이트 종료는 탐사대원이 어떠한 지역을 개척하면서 시작된다.
그와 함께 유저들이 그 개척된 곳에 갈 수 있게 됨으로써 오픈된다.
그 후엔 유저들이 서서히 가이아 대륙을 탐험하고 개척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지게 생겼다.
일단 업데이트를 끝낸 후, 민혁이 개척하면 때에 맞춰 가이아 대륙을 오픈하는 게 맞다.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으나, 임원들과 강태훈 사장이 모두 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래도 자신들이 원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서 기쁜 것이다.
박민규 팀장, 그 역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늘도 모두 야근이겠군요.”
“…….”
“…….”
“…….”
웃던 그들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 * *
민혁이 강제 로그아웃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아테네의 업데이트가 종료되었다.
민혁이 공지사항에 올라온 업데이트 내용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전설 등급과 신등급 아티팩트 드랍률이 상승한다고 되어 있다.
그 외에 아테네에 새로운 등급의 아티팩트나 요리재료, 광물 등이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을 ‘가이아 대륙’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브로드가 가이아 대륙의 어떤 지역을 개척했나?’
그렇다고 하기엔 업데이트 내용이 너무 빈약했다.
그랬다면 유저들이 그곳으로 넘어가야 정상이니까.
하지만 곧 그 의문은 민혁이 접속하자마자 풀렸다.
그가 나타난 곳은 다름 아닌 숲속이었다.
“……?”
민혁은 자신이 천외제국에서 다시 나타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전혀 생소한 곳에서의 등장에 의문은 당연했고 곧 해소되었다.
[탐사대 전원이 탐사를 포기합니다.] [가이아 대륙의 ?들의 논의 끝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자에게 탐사권을 부여합니다.] [가이아 대륙을 탐험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부여받으셨습니다.] [가이아 대륙 변방의 작은 나라. 골로디스에 출입하실 수 있습니다.] [가이아 대륙 안에서 탐사권을 가진 자는 일시적으로 골드, 인벤토리 내의 소모품, 요리재료, 양피지를 비롯한 그 어떤 것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가이아 대륙 안에서 탐사권을 가진 자는 일시적으로 모든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단, 탐사율을 달성할 때마다 조금씩 풀리게 됩니다.] [골로디스의 수도 알르간에서 발발하는 퀘스트를 진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퀘스트 실패 시 유저들은 다른 방법으로 가이아 대륙을 개척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탐사 실패시 강제 로그아웃 페널티의 3배를 적용받습니다.]탐사대 전원이 탐사를 포기했다는 것은 의외였다.
물론 브로드는 이해되었다.
‘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겠지.’
물론 나아가는 것이 자신을 위한 길임을 알아도 사람이 모두 원칙대로 할 순 없는 법이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 걸지도 몰랐다.
민혁은 죽었으나 결국 유일한 탐사권 획득자가 되었고, 브로드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면 그는 자책감을 덜 테니까.
‘신대륙엔 얼마나 많은 맛있는 게 있을까.’
첫 탐사가 중요한 이유는, 가장 먼저 독식할 권한이 주어진다는 거다.
그리고 민혁은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런데도 어디로 가야 한다는 화살표나 알림 따위는 없었다.
‘아, 탐사가 이런 의미였어?’
가이아 대륙 시스템은 참 불친절했다.
민혁은 자신의 굳건한 두 다리로 골로디스 왕국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더 어이없는 것도 있었다.
나무에 자라난 맛있는 열매를 따서 먹으려고 하자 시스템이 통제했다.
[당신은 가이아 대륙에서 많은 것을 통제당하고 있습니다.] [가이아 대륙의 어떤 것도 함부로 먹을 수 없습니다.]“배, 배고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가이아 대륙 자체가 민혁이 이곳에서 어떠한 것을 사용하는 걸 모두 통제하고 있다.
심지어 인벤토리 내의 요리들마저 통제하고 있는바.
그렇게 왕국을 찾아 헤맨 지 1주일째.
또 다른 산을 오르며 헤매고 있던 민혁은 펑펑 눈물을 쏟을 뻔했다.
사람의 뒷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민혁의 온몸이 희열로 벌벌 떨려왔다.
시스템은 분명, 나무에서 자란 버섯, 나무에서 딸 수 있는 과일, 가이아 대륙 가축들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람이 주는 음식이라면, 민혁도 먹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가이아 대륙 소유의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것이었으니까.
민혁은 희열했다.
저 듬직한 뒷모습을 가진 사내에게 무언가라도 얻어먹어 배를 채우고 마리라.
“안녕하세요! 저는 민혁이라고 하는데요!”
민혁은 최대한 밝고 쾌활하게 인사했다. 특히나 가이아 대륙에서 만나는 첫 사람이었기에 더욱더 예의를 갖췄다.
그 인사를 들은 그가 천천히 몸을 틀었다.
몸을 돌린 그를 본 민혁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길치의 신과 조우하셨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길치의 신이 ‘누군가’를 찾아 나선 후 그 사람과 만난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당신은 지금 기적과 같은 일을 마주했습니다.] [명성 100을 획득합니다.]민혁은 자신처럼 간절한 표정으로 울먹이고 있는 길치의 신을 보았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그를 마지막으로 본 때는 바로 궁극의 군주를 사냥한 후였다.
그 당시 민혁은 헤어지기 전 길치의 신에게 ‘천외제국에 놀러 오면 식사를 대접하겠다’라고 말했다.
그에 길치의 신은 곧바로 출발했다.
“아니, 길을 잃어서 가이아 대륙까지 왔다고?”
“……민혁 님.”
길치의 신은 예나 지금이나 눈치가 없었다.
“먹을 것 좀 있습니까?”
“…….”
민혁은 좌절했다. 도대체 자신을 며칠이나 찾아 헤맨 건지 궁금해졌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날 찾아다닌 거야?”
“오늘로써 정확히 209일째입니다.”
길치의 신도 울고 민혁도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