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03
밥만 먹고 레벨업 1204화
파브로의 분신은 에고소드 상태로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었다.
봉인되었던 분신은 갑자기 깨어났다.
그가 깨어났을 때, 알렉산더와 로스골은 민혁과 악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해를 못 하겠다. 너라면 이방인 중 지존이 분명한데…….
-몇 번 답하나 나는 지존이 아니다.
-또 그 이야기냐? 악신을 부하로 둔 민혁?
분신은 경악했다.
악신을 부하로 두었다?
그리고 둘은 계속 이야기했다.
-그래, 지금은 수호신이 되었지만.
-허어, 이해되지 않는구나, 기둥에서 절대신으로 추락하는 길을 걷다니. 더불어 수호신이 됨으로써 그는 악신의 서를 잃고 말지 않았느냐. 그는 과거의 절반의 힘도 내지 못한다고.
-그렇지.
그 말을 들으며 분신은 희열했다.
둘은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밖으로 나섰다.
그 후로도 드문드문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이야기를 들은 분신은 결론 내렸다.
악신 오블렌은 한없이 나약해졌다.
수호신이 됨으로써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악신의 서는 완전히 삭제되었다.
그랬기에 분신은 민혁도 있었지만 오블렌 때문에 이곳에 오기도 했다.
오만의 극치였던 본체의 한쪽 눈을 파냈던 오블렌이다.
그러다 그다음엔 궁극자를 만나 반대쪽 눈이 파였다.
그에 파브로는 더 강해졌다.
자신보다 강자들이 있음에.
그제야 오블렌과 궁극자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거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분신이 ‘알맹이’만 빠진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다.
분신에게 멀리 있는 알렉산더와 로스골의 이야기를 들을 능력은 없었다.
가까이서 이야기하는 그들에겐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었다는 거다.
그랬기에 알렉산더는 말한 거다.
-범의 아가리에 들어왔다.
분신은 그 알맹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궁극자에 대해선 알렉산더도 잘 몰랐기에 듣지 못했던 이야기.
양쪽 어깨에 손 하나씩을 얹은 그들.
[다시 파줄까?]“다시 파줄까?”
그 소름 끼치는 말에 일순 분신은 다리에 힘이 턱 하고 풀릴 뻔했다.
트라우마다.
가볍게 자신의 눈 한쪽씩을 잃게 만든 그들에 의해 극도의 공포가 그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곧 침착해진다.
알맹이 빠진 이야기대로면 수호신 오블렌의 악신의 서는 완전히 삭제되어 약화…….
그런데 곧.
[미, 미쳤습니다.] [말도 안 나오는 장관입니다.] [처음 무기의 주인이 천외제국에 당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천외제국 멸망전이 시작되었다 말했습니다.] [실제로 그랬었습니다. 민혁과 가신들이 무척 뛰어난 건 사실이나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는 무기의 주인 파브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니까요.] [그런데 헤파이스토스가 그 예상을 뒤엎고 천외제국의 위상을 크게 떨치게 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오히려 무기의 주인이 천외제국 띄워주기의 들러리 아닙니까?] [와……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그 말처럼 분신도 뱉어냈다.
“와…….”
그것은 순수한 감탄이었다.
해설자들, 그리고 분신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온 이유.
본래 악신의 서는 모두 검은색이라고 들었다.
오블렌을 표현하던 신화에 따르면.
‘악귀 오블렌이 강림하는 날. 수백만 권의 흑빛 책이 세상을 가득 채운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젠 악신의 서가 아닌 다른 책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호신의 서가 천외제국을 지킵니다!]수백만 권의 책들이 밝은 빛을 흩뿌리며 천외제국 상공에 떠 있다.
수호신의 서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수호신의 서가 어떠한 위험으로부터든 천외제국을 지켜냅니다.]그렇다. 알맹이가 빠진 이야기.
정확히는 알렉산더나 다른 유저들, 전문가들도 잘 모르던 진실이 있다.
오블렌이 수호신이 될 때 그는 이런 알림을 들었다.
[당신이 보유한 ‘악신의 서’가 ‘수호신의 서’로 변경됩니다!] [악신의 서의 힘 대부분이 다른 이들을 수호하고 지키는 방향으로 변경됩니다.] [수호신 오블렌의 악신으로서의 강력한 힘이 서서히 소멸되어 갑니다.]분신의 생각처럼 오블렌은 악신의 서가 삭제되고 수호신의 서가 생성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대규모의 수호신의 서가 모습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호신은 많은 제약을 받는 신이다.
‘제약’은 무엇인가? 일시적으로 묶어놓는다는 의미이다.
수호신 오블렌도 분명히 성장했다.
그는 천외제국 사람들을 지킬 때마다 성장했다.
그는 부족한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할 때마다도 성장했다.
그는 부족한 천외제국 누군가를 위로해 줄 때도 성장했다.
그 결과는 이것이었다.
[수호신의 모든 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이는 시스템이 인정한 재앙이 천외제국 수도를 강타했을 때만 발동 가능합니다.]최근에 들었던 알림이다.
오로지 수도가 습격받아야만.
그리고 시스템이 인정해야만 하는 까다로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조건만 충족하면 오블렌은 수호신의 서를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분신이 입술을 비틀었다.
“네놈이 약화되었다는 건 변함이…….”
하지만 그때.
더 거세게 빛을 뿜어내는 수호신의 서.
민혁은 요리를 만들었고, 가신들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쳤다.
과연 진짜 도망쳤을까?
아니다. 민혁의 눈짓에 따라 그들 모두 안전한 곳에 숨은 거다.
민혁은 눈치채지 못하게 발동시켰다.
‘만인의 즐거움’.
열 명의 이들에게 같은 효과를 가진 요리를 내리는 절대적인 힘.
오블렌은 상황을 지켜봤고, 궁극자는 새싹 아카데미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가신들이 민혁의 신등급 요리를 먹었다.
“…….”
분신이 침을 꿀꺽하고 삼키며 깨달았다.
그들의 기세가 단숨에 바뀌었다.
그가 서둘러 몸을 틀었다.
“수호신? 내가 아는 모든 수호신은 선하지. 오로지 지킬 줄밖에 모르는, 지켜야 하기에 몸을 던지는!”
분신은 악랄하다.
쑤화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늘에서 만들어지는 백만 자루의 무기.
그도 이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판단한바.
그 백만 자루에 이르는 무기가 떨어지는 곳.
바로 천외제국의 대피소 위였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부술 수 없다.
그러나 분신의 힘은 기둥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백만 자루의 무구가 대피소를 감싼 배리어를 무시하고 파고들며 떨어진다.
분신이 희열한다.
그는 후회해야 한다.
악귀의 이름을 버리고 수호신이 된…….
곧 그는 볼 수 있었다.
천외제국의 상공에 위치해 있는 수백만 권의 수호신의 서가 번쩍인다.
번쩍-!
번쩍-!
수백만 개의 빛이 섬전처럼 쏘아지며 백만 자루의 무기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 버렸다.
“…….”
분신이 한걸음 물러난다. 오블렌이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수호신은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대체로 선하고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귀하다.] [수호신이란 존재들은 사람을 지키지만, 개미 한 마리조차 죽이지 못하는 제약을 가진 자가 많지.] [그런데 난.]오블렌이 웃었다.
그 웃음은 악신일 당시의 웃음이었다.
그 미소에 분신은 한 걸음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오블렌은 그 팔을 꽉 잡고 있었다.
[악귀였던 자.] [수백만을 죽인 자.] [너의 눈을 파낸 자.] [신들의 땅에서 모든 신들과 전쟁을 치른 자.]속삭인다.
[나는 수호신이며 악귀이다. 그래,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한다.]오블렌은 실제로 다른 존재를 ‘죽일 수 없는’ 페널티를 가졌다.
그러나.
“나는 엄청 잘 죽인다.”
“……?”
그 뒤에 궁극자가 있었다.
궁극자 룬달쿠의 검이 휘둘러진 순간, 수백 개의 무기가 분신에게서 튀어나왔다.
그러나 룬달쿠의 검이 그 무기들을 그대로 깨부수며 놈을 베어냈다.
“크하아아아아악!?”
[나는 죽이지 못해도, 파낼 수 있다.]오블렌은 여전히 그 팔을 놓지 않고 있다.
분신이 주변을 둘러봤다.
이미 요리를 먹고 강해진 천외제국 가신들이 그를 겹겹이 포위하고 있었다.
수호신의 서 수백 개가 동시에 빛을 뿌리며 빛의 쇠사슬을 만든다.
분신의 무기들이 그 쇠사슬들을 쳐내지만 몇 개의 쇠사슬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에 따라 가신들이 공격 자세를 취했다.
말 그대로 이곳은 ‘범의 아가리’.
지금 그 범의 아가리는 굳게 닫혀 버렸다.
이제 범은 그것을 씹어서 삼키기만 하면 된다.
궁극자 룬달쿠의 검이 몸부림치는 분신을 베어낸다.
방금 전보다 최소 1.4배 이상 강해진 가신들의 공격이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그가 소환하는 모든 무기들이 부서진다.
분신이 더 저항할 수 없는 이유는 수호신 오블렌의 힘에 있었다.
수호신들이 가진 제약.
공격을 하지 못한다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오블렌은 뛰어난 방어능력을 펼쳤다.
다른 이들의 심장에 무기가 꽂히려 하면, 수호신의 서가 빛을 발하며 그것들 모두를 무력화시켜 버리고 있었다.
짓밟히는 분신의 입에서 끊임없는 비명이 들린다.
어느덧 놈의 HP가 약 30%까지 하락해버렸다.
그때,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파브로의 분신을 웨폰 마스터 클래스가 아닌 이가 죽일 시 어떠한 보상도 얻을 수 없습니다.] [돌발 퀘스트: 웨폰 마스터와의 협력이 생성됩니다.]“……?”
* * *
알렉산더.
그는 처참한 기분이었다. 울컥하고 목구멍 끝으로 무언가 튀어나오려 했다.
최근 알렉산더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그 이유는 한 소년의 편지에서 비롯되었다.
‘안녕하세요,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스미스라고 해요.’
소년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고 적혀 있다.
‘꼭 알렉산더 님이 웨폰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알렉산더는 고독한 삶을 살아왔다.
그 누군가를 돌아보지도 아니했고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도 민혁에게 뒤처졌고 그는 은연중에 좌절하고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깨달았다.
지존이 아닌 자신을 응원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알렉산더는 최근에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년에게 웨폰 마스터가 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알렉산더는 단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다.
분신에게 도전하지 않은 것? 솔직히 말하자면 ‘퀘스트 알림’이 뜨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신을 사냥해 추가 각성을 하라는 퀘스트 알림.
그러나 분신이 천외제국에 가면서 퀘스트는 발발했다.
그와 함께 그는 방송을 켰다.
‘웨폰 마스터 전직 방송’.
전 세계 무수히 많은 이들이 알렉산더를 보고 있었다.
그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러나 그는 어떠한 활약도 하지 못했다.
그저 몇 초를 끄는 것이 다였다.
제압당한 분신이 죽어가고 있다.
그때 떠오른 알림.
띠링!
[돌발 직업 퀘스트: 식신과의 협력이 생성됩니다.] [돌발 직업 퀘스트: 식신과의 협력.]등급: SSS.
제한: 웨폰 마스터.
보상: 웨폰 마스터의 1차적인 힘 각성. 그 후 100레벨 하락.
실패 시 페널티: 1차 각성을 할 수 없음.
설명: 시스템은 아직 당신이 분신을 죽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신과 협력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식신이 협력한다면, 오로지 당신과 식신만이 분신을 상대할 수 있게 되며 5분간만 협력 가능합니다. 5분이 지난 후 분신은 스스로 자멸하게 됩니다.
알렉산더는 그 알림을 보며 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민혁은 자신의 라이벌이다.
이 사실을 안 로스골도 씁쓸해졌다.
“돌아가자, 알렉산더.”
그 어떤 자도 지금의 상황에서 그 공을 나누려 하지 않음이 맞다.
알렉산더는 한 게 없다.
상대방은 알렉산더의 경쟁자이기까지 하다.
경쟁자인 그가 알렉산더 좋은 일을 시킬 필요가 없음이다.
‘위험부담도 있다.’
승낙하는 순간 5분간 전투해야 한다. 민혁 입장에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견고했던 그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무너져 내렸다.
많은 이들의 기대감이 그를 무너뜨리고 있다.
소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그가 눈물을 삼킨다.
정작 분신은 자신이 죽여야 맞는 건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알렉산더가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고 꺽꺽 울었다.
그것은 자신의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 최대한 감추는 거다.
그 누구도 알렉산더를 조롱하진 못했다.
[알렉산더, 네가 걸어온 길을 응원한다.] [형, 부담감 많이 느꼈지? 그래도 괜찮아. 형은 내 마음속의 1번이야.] [식신님도 가신들 아니었으면 분신 못 이겼어. 결코 네가 더 못나서가 아니다.]그들의 말처럼, 식신도 오블렌, 궁극자가 아니었다면 헤쳐 나가지 못했을 난관이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그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퀘스트를 승낙합니다.]알렉산더는 소리 없이 울며 보았다.
분신을 둘러싼 수십 명의 가신들을 헤치며 민혁이 걸어오고 있다.
그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었다.
알렉산더는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은 그와 라이벌이다. 어쩌면 알렉산더는 이로 인해 한층 더 강해질지도 모른다.
민혁이 말한다.
“알림이 떴거든. 하나는 내가 분신을 죽여도 어떠한 보상도 얻지 못한다는 것.”
그럴 수 있다.
분신의 존재 이유는 웨폰 마스터의 각성을 위함이니까.
민혁이 말한다.
“두 번째 알림은 HP가 30% 미만 남았을 때, 네가 아니면 더 이상 HP를 깎을 수 없다는 알림이었어.”
알렉산더는 알았다.
거짓말이다.
아무리 직업 퀘스트와 관련되었다 해도 그런 제약이 걸릴 리가 없다.
알렉산더는 알았다.
“알렉산더, 나를 도와 저 분신을 죽여줘.”
그는 자신을 라이벌 이전에 친구라 생각하고 있었고.
“네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깨를 나란히 하여 함께 걷어갈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채팅창이 시끄럽다.
[내가 죽기 전에 이 조합을 본다고?] [미쳤다, 미쳤어. 와, 와!] [형들, 사랑해!]알렉산더가 몸을 일으켜 민혁과 함께 나란히 걷는다.
민혁의 등 뒤엔 포크와 나이프가 각인되어 있다.
알렉산더의 등 뒤엔 검, 활, 창, 도끼와 같은 여러 문양이 낙인되어 있다.
민혁의 백색 망토와 알렉산더의 검은 망토가 펄럭인다.
여전히 그들은 혼자 헤쳐 나갈 수 없는 난관이 존재했다.
로스골은 그 뒷모습을 보며 전율했다.
‘저 둘이 함께라면…….’
아니, 고작 저 둘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로스골은 이 순간 먼 미래를 내다봤다.
‘먹는 자들의 기둥’.
‘무기의 주인’.
두 기둥이 함께 지탱할 세상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