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32
밥만 먹고 레벨업 1233화
㈜즐거움.
스크린을 보고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사장 강태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군신이 자신의 입지를 더 확고히 다지기 위해 계승식을 진행한다며 확신했던 임원이 말끝을 흐렸다.
“쟤가 왜 저러지……?”
“…….”
“…….”
모두가 한심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다 시선을 거뒀다.
강태훈 사장은 곧 벌어질 일을 예상했다.
역시나.
똑똑-
“대표님, 미국지부에서 긴급히 회의를 요청합니다.”
“중국지부도 마찬가집니다.”
“세계 각 지부들에서 긴급회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뛰어 들어오는 직원들을 보며 강태훈은 심각한 표정이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나서고 강태훈 대표와 박 팀장만이 남았다.
인류의 발전은 끝이 없다.
이제 화상통화라는 개념은 실제로 그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홀로그램으로 그들이 앉은 의자와 책상까지 보이고, 각 지부 지부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둥글게 앉아 있는 그들의 중심에 선 강태훈 대표에게 지부장들의 목소리가 꽂혔다.
“위기입니다. 고작 유저가 진짜 절대신. 그것도 군신이 되다니요.”
미국 지부장의 말이다.
중국 지부장이 동조했다.
“언젠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알았지만 너무 빠릅니다. 강태훈 대표. 빠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 지부장 대표가 말한다.
“도대체 뭘 했길래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두었습니까! 다른 절대신도 아니고 군신입니다. 그 자리가 가지는 값어치가 어떤지 아십니까!?”
강태훈 사장도 그 말뜻을 이해한다.
군신은 신들의 땅의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신들의 땅의 황제와 같다.
황제란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숙청할 수 있다.
그의 명이 곧 법이 된다.
그가 많은 신들을 숙청하고 정권을 교체하기 시작하면, 아테네의 흐름은 자신들이 걷잡을 수 없게 변한다.
물론 언젠간 민혁이 진짜 군신이 될 거다고 모두가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미래의 진짜 군신의 자리가 어울리는 민혁과 현재의 민혁은 달랐다.
“고작 스물한 살짜리한테 수십억 인구가 플레이하는 아테네의 운명을 맡기다니요!”
“이번엔 개입해야 합니다.”
“당장 서버 닫으십시오.”
“차라리 군신의 데이터에 바이러스가 심어져 일어난 버그라고 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런 말들 틈. 감히 박 팀장이 나섰다.
“대표님. 제가 말해도 되겠습니까?”
강태훈이 끄덕이자 박 팀장이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됩니까?”
차기 대표직 인물로 거론되는 박 팀장.
고작 팀장이란 직책이지만, 부장들도 후려잡고 임원들조차 벌벌 떤다.
그 이유는 그가 직설적이었고 모두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다.
“중국의 유저가 군신이 되었어도 그 말 하실 겁니까?”
“미국의 유저가 되었다면 그러실 건가요? 아니면 인도? 러시아? 일본?”
그의 시선이 지부장들에게 박힌다.
지부장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니요. 도리어 정부가 나서 홍보에 들어갔을 겁니다. 자랑스러운 우리 국민이 ‘군신’이 되었다.”
모든 지부가 더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렇기에 한국지부는 홍보할 거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겁니까?”
박 팀장이 무덤을 팠다고 그들은 여겼다.
강태훈이 슈퍼컴퓨터 아테네와의 대화를 시도했다.
“아테네. 그대도 이 상황이 위기라 보는가?”
모든 이목 속에서 아테네가 답했다.
[위기이다.]지부장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유저 민혁에게 위기라고 표현함이 옳다.]강태훈과 박 팀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군신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이 상황이 위기라니?
[군신이 내게 보고를 올린 후 모든 수를 예측했다. 유저 민혁의 섣부른 판단. 섣부른 결정에 의거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신들에 의거해 군신의 모든 힘을 파면당하게 될 거다.] [에피소드 K-51이 발동되게 되는 거다.] [에피소드 K-51에 의해 군신의 자리를 노리던 파벌들이 움직일 것이며 민혁이 그를 막아낼 확률은 0%다.]그 말뜻을 모두가 알았다.
민혁이 하나의 실수만 하더라도 그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
군신의 위임을 너무 빠르게 얻게 되어 벌어지는 부작용이다.
방금 전 시끄럽게 떠들던 지부장들이 애써 웃음을 참았다.
“그렇죠. 신들이 군신인 유저의 실수를 용납할 리가 없죠.”
“심지어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일주일도 그 자리를 유지하지 못할지도 모르죠. 그 상태에서 군신의 자격 박탈을 비롯해 그와 관련한 모든 것을 빼앗긴다면, 민혁은 아테네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겁니다.”
그들이 즐거워했다.
미국 지부장이 아테네에게 질문했다.
“민혁이 권력을 남용하면 어떻게 되지?”
군신으로서의 권력남용.
예를 든다면 많다.
농부의 신을 통해 많은 신등급 재료들을 착취하여 천외제국 배를 불린다거나.
버프의 신의 힘을 빌어 매번 강한 상태를 유지한다거나.
경험치의 신의 힘을 이용해 더 많은 경험치를 얻는다거나 하는.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할 시, 시스템적인 힘에 의해 자격을 박탈당한다.]미국지부장이 두 번 박수 쳤다.
“괜한 우려였군요.”
유저가 왜 군신이 되고 싶어 하겠는가?
권력에서 오는 달콤한 보상 때문이다.
이 자리의 모두가 군신이 되면 무엇을 하겠는가?
본인의 배부터 채울 것이 분명하다.
그 가치는 천문학적일 테니까.
“민혁은 스스로 자멸할 겁니다. 심지어 어리기까지 하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겠죠.”
미국 지부장의 말에 모두가 동감했다.
그에 박 팀장이 말했다.
“아까부터 어리다, 어리다 하시는데 한국 비속어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이목이 집중되자 박 팀장이 말했다.
“나잇값 못 한다.”
지부장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치 자신들에게 하는 말 같았다.
누군가의 몰락을 고대하며 낄낄대던 자신들을 알기에 얼굴만 붉힐 뿐.
박 팀장도 거대한 스크린 속 민혁을 보며 걱정했다.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하실 겁니까. 민혁 님.’
* * *
[차세대 군신의 이름이 사라집니다.] [절대신 중 하나.] [모든 군대를 이끌고 다스리는 신. 진짜 군신이 되셨습니다.]월드 메시지가 울렸다.
[유저 민혁이 신들을 이끄는 대군주(大君主). 군신의 자리에 올라섭니다.]만천하에 알려진다.
민혁이 신들의 땅의 통치자가 되었음을.
두려움은 사라졌다.
이제 냉정하게 현실을 볼 때다.
문득 엄청난 욕심이 솟구쳤다.
생각해 본다.
‘농사의 신을 이용해 수천 가지 신등급 재료를 확보 후 지상에 내려보내고.’
‘대장장이의 신을 이용해 무한한 아티팩트를 공급받으며.’
‘경험치의 신을 이용해 천외제국 병사들을 빠른 속도로 성장시킬 수 있다.’
‘나는 지금 마음만 먹으면 루브앙 제국을 이길 수 있다.’
그뿐인가?
‘이곳에서 신등급 재료들을 배 터지게 먹으며 절대자로 군림할 수 있다!’
민혁의 눈에 탐욕이 이글거린다.
이제 그는 절대신이 되었다.
기둥은 아니나 그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진 자다.
이제 이 세상은 나의…….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민혁이 아는 아테네는, 얻는 것이 크면 잃는 것도 커진다.
민혁은 일화그룹 회장인 강민후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
거대한 권력을 쥔 자는 그만큼 감당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러다 민혁은 레드카펫의 끝에 서 자신을 바라보다 씁쓸하게 몸을 돌리는 군신을 보았다.
* * *
군신.
정확히는 평범한 신이 된 벨슨은 초라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면 존경과 예의를 표했던 신들은 이제 없었다.
도리어 그의 뒤에 차가운 시선들이 향하고 있다.
각오했던 일이다.
벨슨은 전대 군신들의 최후를 안다.
자신 이전의 군신들을 떠올려본다.
그는 계승을 이뤄냈고, 권력에서 물러난 군신은 평범한 신이 되어 신들의 땅 한편에 기거하기 시작했다.
신들은 그런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절대적 명령을 내리는 것.
그것이 가지는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명령에 항상 만족할 순 없었고 호시탐탐 그를 노렸던 파벌들은 이제 군신의 자리에서 벗어난 그를 죽이기 위해 발버둥 쳤다.
당시 벨슨을 따르게 된 신하들은 외쳤다.
그가 가진 과거의 죄를 물어 그를 수감해야만 한다.
벨슨은 알았다. 져버린 태양은 떠오른 태양과 함께할 순 없다.
그의 과거의 잘못된 선택들 수백여 가지를 이용해 그저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자 했던 군신을 수감시켰다.
그 감옥 안에서 그 군신의 말이 떠오른다.
-군신 벨슨. 차라리 나의 신력을 앗아가 주겠나?
그의 말처럼 해줬다.
신력을 박탈했고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끝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것은 가장 흔한 절대자의 마지막 이야기.
‘너이니 다행이다.’
벨슨은 쓰게 웃었다. 민혁이 그럴 사람이 아닌 것을 아니까.
단지 두려운 것은 자신에게 들이닥칠 자들과 싸워야 되는…….
그때, 군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벨슨. 멈춰라.”
“…….”
벨슨은 걸음을 멈췄다. 모두가 그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신들은 더 이상 그를 위대한 군신으로 보지 아니했다.
단지 누군가 생각했다.
때가 되었구나.
벨슨은 당황했다.
‘너마저…….’
어쩌면 나보다 더 빠르게, 지금 해야 할 일을 안 건가?
똑똑하다. 현명하다. 내가 인정한 군신답게 잘하고 있구나.
벨슨은 쓰게 웃으며 몸을 돌려 부복했다.
이제 민혁은 이 땅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예상했다. 새로운 군신께서 첫 번째로 하실 일은 바로 ‘숙청’이다.
“어딜 가는 거지?”
벨슨은 그 질문의 의도를 이해했다.
“신들의 땅에 제가 거주할 곳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곳으로 가려 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군요. 그런 안락함이 허락될 것이라 여긴 것이.”
군신은 이제껏 잘못된 선택으로 수십만의 병사들을 잃기도 했다.
잘못된 정책으로 무수히 많은 백성들을 괴롭게 했다.
“그렇다. 나는 그대에게 안락을 허락한 적 없다.”
벨슨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민혁이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었다.
“이해할 수 없다.”
군신 민혁이 오로지 군신에게만 내려지는 심판과 하사의 검을 뽑았다.
절대신들이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무모한 짓이다.
계승과 동시에 벨슨에게 큰 해를 입히려는 행위는.
저 검은 신의 목조차 단숨에 베어 심판하는 힘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 그가 군신이기에 모두가 숨죽였다.
벨슨은 날 선 그 검을 보며 답했다.
“무엇이 이해되지 않으십니까.”
민혁이 벨슨의 앞에 검을 들고 섰다.
“왜 나를 두고 멀어지는지.”
벨슨은 혹시 민혁이 현 상황을 이해 못 하는가 싶었다.
정권이 교체되었다. 이제 옷을 벗은 자신은 그와 멀어져야 함이 맞다.
벨슨은 스스로 고백했다.
“많은 죄를 지었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수많은 아군을 잃었고, 백성들이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껏 수천 번의 전투 끝에 그는 내려선 안 될 판단을 했다.
자존심에 의해 많은 아군을 잃기도 했다.
잘못된 정책이 백성들의 목을 조였다.
“그 죄. 부정하지 않습니다.”
벨슨은 초라함이 두려웠다. 그리고 모두 각오했다. 자신이 그 자리를 민혁에게 건넨 이유는 쉬고 싶었기 때문도 있다.
이제 그런 압박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차라리 잘되었다.
검의 그림자가 비친다.
하늘로 올라간 그 검을 보며 벨슨은 민혁의 의도를 알았다.
‘내가 초라하지 않게 해주기 위함이냐.’
그는 내가 걸을 그 초라한 길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억지로 삶을 연명하는 것보다, 그 삶을 끝내는 게 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시대를 이끌었던 절대자에게 검이 내려쳐진다.
[군신이 절대적 명령을 내립니다.]그의 왼쪽 어깨에 검이 사뿐히 내려앉는다.
“삼촌이라 불러도 된다던 당신이 왜 내 앞에서 죽음을 앞둔 표정을 짓는지.”
“왜 나를 떠나 안락하려 하는지. 그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엔 그 검이 오른쪽 어깨에 내려앉았다.
“안락하지 마라.”
검이 마지막으로 벨슨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두 개의 태양이 떠오를 수 없다면 태양을 안은 하늘이 되어라.”
[당신이 군신의 보좌관으로 임명됩니다.] [군신의 보좌관은 군신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벨슨의 동공이 떨렸다.
이제 괜찮다. 지은 죗값을 받고 영원한 안식에 빠져들어도 만족한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하지만 아니다. 모든 존재는 살고자 한다.
그의 결정에 의해 그 누구도 군신을 해하라고 수감하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민혁도 그만큼 값진 것을 얻게 되었다.
아직 모든 것이 부족한 자신에게 벨슨은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조력자가 될 테니까.
[벨슨이 당신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그 시각.
㈜즐거움 회의실.
홀로그램으로 각 세계 지부장들과 진행 중인 회의.
모든 지부장들이 컴퓨터가 띄우는 알림을 들으며 침묵했다.
슈퍼 컴퓨터 아테네가 말했다.
[유저 민혁은 보좌관에 의거하여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결정에 있어 보좌관의 승인을 거쳐야 함으로써 모든 위험에서 벗어났다.] [벨슨은 가장 뛰어난 군신의 길을 걷던 자. 태양을 감싼 하늘이 되어 유저 민혁이 가장 현명한 군신의 길을 걸을 것으로 사료된다.]민혁의 나이를 운운하며 떠들던 지부장들이 돌파구를 만들어낸 민혁을 보며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조용하던 그들이 말했다.
“아니, 그래도 일개 유저가 군신이 되는 건 좀…….”
“강태훈 대표님, 이렇게 어린 유저가 군신이 되는 건…….”
그 말을 듣던 박 팀장이 입을 뗐다.
“아까 했던 말 다시 하겠습니다.”
그가 경멸 어린 시선으로 지부장들을 보았다.
“‘나잇값을 못 한다’는 말 기억하십니까? 다른 방법으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박 팀장이 조소했다.
“나잇값 좀 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