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31
밥만 먹고 레벨업 1232화
전술의 신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사망자 80여 명, 중상자 190여 명입니다!”
들려오는 보고에 그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환호와 소란 틈으로 이야기가 들려왔다.
‘0.01%의 방법. 어쩌면 단 한 가지밖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방법.’
전술의 신이란 이름 앞에 살아가는 그조차도 찾아내지 못한 방법.
‘신의 일곱 번째 괴물에게 협력을 요했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을 거다. 생각할 순 있어도 실천하기에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차세대 군신은 해냈다.
전술의 신의 가슴 속에 더욱 큰 화가 싹 트는 게 느껴졌다.
저자가 군신이 되어선 안 된다.
환호를 받으면 안 된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죽음을 ‘데이터 삭제’라 부르는 이가 우리를 이끌어선 안 된다.
우리의 죽음을 개미의 죽음만큼이나 하찮게 볼 것이고, 가면 뒤로 숨어 탐욕을 드러낼 거다.
그때.
“……면목이 없습니다.”
무릎 꿇은 천군.
충성하는 다섯 장군.
군신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환호하는 백성들.
감탄하는 신들 사이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민혁이 있었다.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그는 신들의 땅에서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을 완수했다.
그에게 충성을 바치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불태우는 천군이 그 증거다.
민혁이 인벤토리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냈다.
그가 그 검을 땅에 깊숙이 박아넣었다.
푸욱-!
“병사 벨고르.”
검의 그립에 묻어진 말라비틀어진 피.
또 한 자루의 검을 꺼내 땅에 꽂았다.
“병사 안골르.”
그가 계속해서 품속에 있던 무기 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창과 검이 땅에 꽂힌다.
“병사 케인.”
“병사 안낼.”
“병사 쿠른.”
그 앞에 박히는 검과 창, 조심스레 내려놓는 활과 투구, 또는 목걸이.
그것들을 내려놓을 때마다 그 병사의 이름을 가족들이 울부짖었다.
수십 자루의 피 묻은 아티팩트 앞에 선 민혁이 고개 숙인다.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전술의 신의 입이 벌어졌다.
5만의 천군 중 고작 100여 명이 될까 말까 한 사망자만 나왔다.
4만을 잃고 나왔어도, 그는 존경받았을 거다.
그런 그가, 그들을 잃었음에 자책하고 있다.
또 말한다.
“그들은 심연으로부터 신들의 땅을 지켜냈습니다.”
그 공을 그들에게 돌렸다.
물론 천외제국의 황제인 민혁은 병사의 죽음을 숱하게 보아왔다.
그들도 민혁에겐 소중했으나 이 신들의 땅의 병사들은 더 크게 다가왔다.
일단 그들은 자신의 백성이 아니었다는 점.
환호하는 수만의 군중 사이,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이 묻혀선 안 된다는 점 등을 생각한다.
모두가 망연히 민혁을 바라본다.
고작 100여 명도 안 되는 사망자는 4만9천9백 명의 생존자들의 환호에 묻혀 사라질 뻔했다.
전술의 신의 몸이 전율에 휘감긴다.
그에게 있어 자신들의 죽음은, 데이터 삭제가 아닌 실제 죽음이다.
이방인이 모두 같다는 건 자신의 주관적 의견이었음을 깨닫는다.
한 과부가 민혁에게 걸어왔다.
그 앞에선 과부가 민혁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잊히지 않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혁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천군과 다섯 장군, 백성들이 민혁을 새로이 본다.
그저 불가능을 해낸 차세대 군신이 아닌 우리를 이끌어갈 진짜 군주로 보고 있다.
그들을 기린 후, 이제 무사히 돌아왔다는 기쁨을 누릴 때다.
다섯 장군과 살아남은 천군들이 뜨거운 충성을 맹세했고, 백성들은 환호했으며, 먼발치에서 군신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모든 것이 끝나 돌아갈 때, 민혁이 군신에게 뭔가를 건넸다.
그것은 글래드를 죽인 후 얻은 군신의 옥쇄였다.
“드디어 찾았군.”
이 군신의 옥쇄는 차세대 군신들에게 전해진다.
글래드는 전투에서 패한 후 이 옥쇄를 훔쳐 달아났다.
상징적인 의미와 계승식을 펼칠 수 있는 이 옥쇄를 통해 군신에 오를 자는 ‘진짜 군신’으로 거듭났음을 알린다.
사실상 현 군신은 글래드가 가지고 도망친 옥쇄에 의해 계승식을 치르지 못한 바 있다.
군신이 옥쇄를 받은 순간.
[군신의 옥쇄를 얻었습니다.] [계승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군신이 민혁을 보며 말했다.
“자네도 계승식에 오게.”
* * *
㈜즐거움 회의실.
사장 강태훈이 복잡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김대일 부장이 말했다.
“민혁이 추후에 내려질 군신의 퀘스트를 해냈습니다. 과연 보상이 내려질까요?”
민혁도 확인했다시피, 글래드를 죽이는 것은 언젠간 그가 받게 될 군신의 직업 퀘스트다.
하지만 본래 군신에게 해당 퀘스트를 받아야 하는 일이 ‘돌발 퀘스트’로 변경되어 발발되었다.
그로 인해 틀어진 것들이 있다.
다른 임원이 말했다.
“보상을 주지 않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군신이 하달한 퀘스트도 아닌데 그가 굳이 보상을 줄 필요는 없죠.”
임원이 손가락 끝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생각해 보면 군신은 옥쇄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가 진짜 군신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당시 그는 계승식도 치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올랐죠.”
계승식과 옥쇄는 생각보다 큰 상징성을 가진다.
“군신은 이제라도 진짜 군신의 자리에 오르려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김대일 부장이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차세대 군신인 민혁이 있잖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계승식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군신이 아직 자신의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음을 알리는 것과 같습니다. 옥쇄를 사용하면 유저들은 절대신인 군신의 계승식을 볼 수도 있죠. 그 말은 아직 진짜 군신은 자신임을 알리는 것.”
설득력이 있었다.
“이번 일로 하여금 신들의 땅에서 민혁의 입지가 상당해졌습니다. 놀라운 건 군신의 위상도 더 높아졌다는 거죠. 그는 많은 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2시간 동안 심연을 무너뜨리지 않아 천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게 되었죠. 계승식을 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모두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였다.
권력이라는 건 우습다.
“몇 살에 은퇴해야지, 이만 물러나야지. 어떠한 정점에 오른 자들이 줄곧 하는 말들입니다.”
막상 그러한 자들 중, 그 나이가 되었을 때 박수 치며 떠나는 자들은 없게 마련이다.
자신이 정점에 서 있을 때의 그 시선과 권력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십시오. 제 말처럼 될 테니까요.”
모두의 시선이 거대한 스크린에 향했다.
* * *
[군신이 잃어버렸던 옥쇄를 되찾았습니다.] [군신이 옥쇄를 발동함에 따라 계승식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한 번씩 방송으로 신들의 땅을 염탐할 수 있는 건 재밌는 일이다.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모여들었고 구름 위의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신들의 땅에 모두가 모인 그 자리.
지상과 크게 다를 바는 없어 보였다.
수천만에 이르는 천민들이 계승식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수천 명의 신들의 외모가 하나같이 출중하여 시청자들이 감탄을 난발한다.
군신의 성 앞에 모여드는 천민들을 보며 군신이 옥쇄를 발동시켰다.
[군신의 옥쇄가 힘을 발합니다.] [계승식이 시작됩니다.]놀라운 장관이 펼쳐진다. 신들의 땅으로 만개한 꽃들이 만들어진다.
하늘 위에선 이를 축복하기 위해 천계에서 보낸 날개가 달린 아기천사들이 빛 가루를 뿌려대고 있다.
차르르르르르르르륵-!
성 앞으로 펼쳐지는 거대한 레드카펫 끝으로 거대한 단상이 만들어진다.
그 단상 위로 여덟 개의 의자가 뒤쪽으로 펼쳐지고, 가장 앞으로 절대신 중 가장 뛰어나고 모든 통치권을 가진다는 의미의 군신의 군좌가 만들어진다.
화려한 모습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그 눈요깃거리가 그저 재밌었다.
한편에는 ‘민혁’도 보였기에 더 재밌고 신기할 지경이다.
[민혁이가 저기 있으니까 새삼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게 되네.] [와, 신들의 땅에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자.]단상 위로 빛이 내리친다.
내리치는 빛에서 나타난 절대신들이 각자의 자리에 앉는다.
애초에 태초의 신 아테네의 자리는 없었고 텅빈 하나의 자리가 모두의 이목을 끈다.
[죽음의 신은 역시 안 오네.] [오겠냐…….] [그 누구랑도 어울리지 않는 게 죽음의 신임.]모든 절대신들은 익숙한 듯했고, 시청자들도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단상의 양옆으로 수천 명의 신들이 나열하고 섰다.
그때 레드카펫의 절대신들이 민혁에게 손을 휘저었다.
무표정한 오블렌이 손을 휘휘 저었고 요리의 신도 마찬가지였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 ‘아!’ 했다.
죽음의 신의 빈자리를 대신해 앉아달라는 의미였음을 깨달은 거다.
민혁은 순간 레드카펫을 밟지 말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회하여 단상으로 향하려던 때, 군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밟아라. 민혁아.”
“…….”
민혁은 조심스레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 순간.
알림이 들려왔다.
[모든 군대를 이끌던 절대자가 새로운 군신의 걸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민혁은 군신의 목소리 발동에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멈춰야 하나 싶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계속하여 걸을 때마다, 그의 모습이 변화한다.
기존에 입고 있던 그의 갑옷이 아닌 군신이 입었어야 할 은빛 갑옷이 입혀진다.
머리 위로 투명화 모드에 감춰져 보이지 않던 가장 찬란한 왕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그가 착용한 망토의 문양이 완전히 변한다.
[군신의 문양이 각인됩니다.]검, 창, 활이 한데 어우러진 문양이 새롭게 각인되었다.
계속 걷는 그가 단상 앞에 섰다.
그 앞에 선 민혁이 멈춰 서자 양옆에 선 신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그를 바라본다.
민혁은 차마 걸음을 떼어 계단을 밟을 수 없었다.
민혁은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내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겨우 살아남은 자신이.
진정 이 자리에 앉아도 되는 건가.
덜컥 겁부터 났다.
나보다 강하고 뛰어난 신들은 세상에 많았으니까.
그리고 민혁은 알 수 있었다.
“폐하, 오르십시오.”
나만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고개를 돌리자 한쪽 무릎을 꿇은 가신 밴이 보였다.
하, 하는 웃음이 나왔다.
‘나만 몰랐던 거지?’
밴의 목소리가 힘을 실어주어 한 걸음을 더 옮길 수 있게 한다.
“오직 폐하만이 오를 수 있는 길.”
폐위된 황제.
어쩌면 나보다 더 군신의 자격이 있는 자의 말에 또 한 걸음을 뗀다.
“형아, 올라가라.”
코니르와 헤라클이 자신을 바라봄에 또 한 걸음을 떼어본다.
그들이 거대한 중압감을 나눠 안고 있다.
그러나 세 개의 계단 앞에서 민혁은 망설였다.
차마 계단을 밟지 못하는 그를, 오블렌이 단상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멍청한 녀석. 지금 내가 널 내려다보는 게 맞는 거냐?]수호신 오블렌이 손을 뻗는다.
닿지 않는 거리였으나 그 말을 따라 한 걸음을 더 뗀다.
묵묵히 선 민혁의 몸이 두려움에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때 누군가 그의 등에 손을 얹었다.
뒤를 돌아보자, 평소 군신이 입는 화려한 은빛 갑옷이 아닌, 금수가 수놓아진 일반 신의 천옷을 입은 군신이 있었다.
그가 힘을 주어 천천히 민혁의 등을 밀었다.
마지막 계단 앞에 선 민혁이 모두를 둘러봤다.
절대신들과 시선을 맞추자 도망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 두려움은 그때와 흡사했다.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했다.’
민혁은 아테네를 시작하기 전 담당의 이진환으로부터 이 게임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요요로 인해 자신의 죽음이 더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내딛지 못했다.
당시 자신을 이끌어준 이들은 주변에 있던 많은 자들이다.
아버지가 나를 믿었고, 오창욱이 나를 이끌었으며, 자택에 사는 모두가 있었기에 두려움을 딛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 두려움 앞에 선 민혁의 다리가 덜덜 떨린다.
오블렌의 뻗어진 손을 보면서도 민혁은 그 손을 잡지 못했다.
그때.
화아아아아아악-
휘몰아치는 검은 기류와 함께 누군가 나타났다.
그 자리의 모두가 깜짝 놀랐다.
거친 머리카락에 얼굴이 가려진 그는 이 성대한 장소와 어울리지 않았다.
대인기피증이 심한 듯, 그 누구도 바라보지 못하는 그는 오로지 민혁만을 보고 있다.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깃든 그를 보며 민혁은 깨달았다.
그는 과거의 자신처럼 ‘새로운 시작’의 문턱 앞에서 용기를 내어 문고리를 쥐어 돌렸다.
문고리를 쥐어 문을 연 그.
죽음의 신이란 이름 앞에 이젠 세상과 교류하겠다는 문을 열어젖힌 그가 용기를 내고 있다.
“나 또한 무섭다.”
“그러나 너이기에.”
“그대이기에 헤쳐 나갈 수 있다.”
“신들을 이끄는 대군주(大君主).”
민혁이 용기를 낸다.
팔을 뻗어 수호신과 죽음의 신의 손을 맞잡아 단상 위에 선다.
두려움을 버린다.
나는 더 이상 죽음 앞에 두려워 벌벌 떨던 그 아이가 아니다.
등 뒤에 선 절대신들이 나를 지켰고 앞에 선 가신들이 나를 위했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등 뒤에 두 사람이 앉는 소리를 들으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왕좌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신들의 땅과 절대신들에게 계승 소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자신에게 향한 수천만 개를 넘을지도 모르는 시선.
모든 두려움을 던지고 오만한 미소로 신들의 땅의 모든 것을 둘러보는 그가 선언했다.
“내가 군신이다.”
[차세대 군신의 이름이 사라집니다.] [절대신 중 하나.] [모든 군대를 이끌고 다스리는 신. 진짜 군신이 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