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45
밥만 먹고 레벨업 1246화
대루브앙 제국을 이끌었던 네르바.
그는 등장과 동시에 이런 말을 했다.
-검을 겨눌 것인가.
-고개를 조아릴 것인가.
처음엔 검을 겨누는 자들이 많았다. 왕국들이 타 제국을 주축으로 루브앙에 대항하고자 했다.
그러나 막강한 신의 검들과 그들을 이끄는 공작들, 수준 높은 루브앙 군에 의해 그들은 결국 ‘후자’를 택하게 되었다.
네르바는 그를 보며 또 한 번 말했다.
-불멸의 국가. 그 국가의 이름이 루브앙이며, 과거에도 현재에도 먼 미래에도 변치 않는 사실일 거다. 그 어떤 국가도 검을 겨누지 못하고 조아릴 거다.
당시 백작의 지위를 가지고 있던 바카만 공작은 그 말을 듣고 뜨겁게 희열했다.
불멸의 국가.
모든 국가가 고개를 조아리는 국가.
루브앙. 이 석 자만 읊어도 모두가 벌벌 떠는 국가.
그 말은 사실이 되었다. 그 어떠한 국가도 대항하지 못했고 루브앙은 불멸의 국가와 같았다.
천외제국도 마찬가지다.
평화협정이란 이름 아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황제는 빌빌 기었으며 우리의 눈치를 봤다.
“할 말 없지?”
한참이나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던 바카만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가 경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본다.
빠르게 머리가 식어갔다.
그가 공성무기의 잔재를 끌어와 먼지를 털어냈다.
그곳에 다리를 꼬고 앉아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을 올려다봤다.
“저 무엄한……!”
천외제국 가신들이 눈을 부릅떴다.
황제 앞에서 저러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황제를 대놓고 무시하는 거다.
“평화협정의 내용 중, ‘천외제국은 루브앙 제국의 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폐하.”
차가운 시선으로 민혁을 올려다보는 바카만이 히죽 웃었다.
“지금 평화협정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시겠다는 겁니까? 이해할 수 없군요.”
바카만이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의 평화협정 내용을 이행키 위해 고작 ‘넷’이서 승전을 거두신 폐하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것이요. 아, 혹시 먹을 때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란 걸까요.”
바카만이 종족군을 돌아봤다.
“아니면 항복한 군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신념 때문인가요. 맞습니다. 뒤처리란 의미는 감히 루브앙 제국과 대륙을 위협한 모든 종족군을 말살하는 것에 있습니다.”
살아남은 종족군들이 흠칫했다.
“우리 대루브앙 제국은 종족군을 모두 죽인 후 곧바로 모든 종족들의 터전으로 가 ‘몰살’시킬 계획입니다.”
“……!”
“……!”
반인륜적 행위이다. 평범한 유저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말 그대로 ‘학살’을 감행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식이면 우리 루브앙 제국도 평화협정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폐하.”
한숨 쉰 바카만 공작이 어깨를 으쓱였다.
“천외제국은 빠르게 제국을 번영시켜 왔습니다. 루브앙 대비 약 30% 정도 되던가요?”
바카만이 비웃었다. 30%를 언급한 것 자체부터 감히 루브앙 제국에 대항하겠냐는 공격적인 말이다.
시끄럽게 떠드는 바카만 공작을 보며 민혁은 인벤토리 속에 들어 있는 레이칸의 일기장과 종족황제의 증표를 떠올렸다.
‘모두 예상하고 있었던 건가.’
레이칸이 민혁에게 죽기 전 이것을 남긴 이유.
어쩌면 벌어질 모든 일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바카만 공작이 속삭이듯 말했다.
“폐하, 잘 생각하십시오. 종들은 그들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폐하가 좋아하는 진귀한 먹거리도 넘쳐나겠죠. 학살이 끝난 후 그중 20%를 드리지요. 어떻습니까? 군대를 잃은 그 수백만 종족들을 죽이는 건 쉬운 일. 가만히 앉아 제국의 금고를 채울 수 있습니다.”
바카만은 적당히 당근을 던졌다.
[레이칸의 일기장을 읽으시겠습니까?]민혁은 빠르게 레이칸의 일기장을 읽겠다 선택했다.
머릿속으로 일기장 내용이 빠르게 주입되었다.
* * *
[인간이었던 레이칸은 갓난아이일 때 종족왕들에 의해 키워졌다.]오크왕, 용족왕, 웨어울프 왕.
세 왕이 갓난아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빠르게 그 장면이 흩어지며 새로운 장면이 모습을 드러낸다.
[래이칸은 다른 종족들 사이에서도 훌륭하게 커갔다.]변화한 화면에서 열 살 남짓의 소년인 레이칸이 보인다.
용족은 그를 목말 태웠고, 오크는 싱싱한 과일이 담긴 바구니를 레이칸에게 내밀었다.
웨어울프는 웅크린 채 혹여 레이칸이 목말에서 떨어져 다치지 않을까 애증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크, 용족, 웨어울프는 본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종들에게 평화를 준 것. 그것은 고작 버려진 인간 아이에 의함이었다.] [레이칸은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느 날 불청객이 찾아왔다.]변화한 화면 속에 비치는 것.
그것은 인간군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의 등 뒤엔 루브앙 제국을 나타내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자신들이 살던 땅을 내놓고 떠나는 수백만의 종족들이 보였다. 그 선두에 레이칸이 있었다.
[황무지 같은 땅에 새로운 터전을 잡은 그들은 먹을 것을 빼앗겼고 쉴 수 있는 터전을 빼앗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염병까지 돌기 시작하였으며,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초가 전에 살던 터전에 있음을 안 레이칸이 그곳으로 가 한 사내를 만났다.] [사내는 약초를 주지 않겠다 하였다.]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는 레이칸은 돌아갔다.]변화한 화면 속. 죽어가는 종족들과 배고픔에 비쩍 마른 종족들이 보인다.
그 중심에 레이칸이 군대를 모으고 있었다.
과거 자신을 키워준 용족왕, 오크왕, 웨어울프의 왕과 함께였다.
“그저 우리가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함이다.”
레이칸이 출정했다. 그 선두에 선 레이칸에게 종족왕들이 말했다.
“전쟁에서 패하면 루브앙은 모든 종족을 말살할 거다.”
레이칸도 그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번식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레이칸은 약탈과 침략을 즐기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과 다른 인간도 있을까?”
“…….”
“…….”
누구도 답하지 못했다.
레이칸이 쓰게 웃음 지었다.
“만약 다른 자가 있고 내가 그에게 종족황제의 증표를 준다면…….”
모두 그 말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 모든 종들의 왕은 그였기에 모두가 고개를 주억였다.
하지만 그리 말해놓고도 레이칸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런 자가 존재하긴 할까…….”
* * *
“폐하.”
바카만이 마치 자신이 네르바인 듯 말했다.
“검을 겨눌 것입니까.”
“고개를 조아릴 것입니까.”
결국 모두가 같은 길을 걸었다.
짙게 깔리는 침묵 속.
“취이이익, 취이이이익…….”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 레이칸이 앉았던 의자를 들고 오크왕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오크왕이 그 의자를 천천히 땅에 내려놓고 있었다.
“폐하? 대답해 주시죠.”
오만한 표정의 바카만이 조소 섞인 한숨을 뱉었다.
“후우우우, 피곤하군요.”
어차피 고개를 조아리는 길로 갈 것을 너무도 피곤하게 가지 않는가.
해설자들이 말했다.
[승전했으나 웃을 수 없는 상황이군요.] [루브앙의 개입이 참 씁쓸하게 합니다.] [변하지 않는 아테네란 게임의 역사입니다. 이 루브앙 제국의 횡포 아래, 우리 모두는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그때.
“왜 루브앙이 ‘평화협정’을 깨겠다 말하지?”
“……?”
바카만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불멸의 제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대는 바뀌고 사람들이 따르는 ‘왕’도 변하게 마련이다.”
“루브앙 제국 병사들이여.”
바카만이 뒤를 돌아봤다. 병사들 상당수가 천외제국 황제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그대들은 어떤 세상에 서고 싶은가.”
루브앙 제국의 병사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입고 있던 망토를 벗어 던졌다.
망토를 벗어 던진 병사.
정확히는 ‘유저’가 민혁을 향해 걸어왔다.
그 순간, 루브앙 제국군 사이로 수십만 개의 망토가 하늘 위로 펄럭였다.
[루브앙 제국의 유저 58만 명이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합니다!]그들은 직접 보았다.
천외제국으로 가면 ‘군신의 검술’이란 최강의 검술을 얻을 수 있는바.
[루브앙 제국의 국력이 1% 약화됩니다.] [천외제국의 국력이 1% 강화됩니다.]“이, 이이, 이……!”
“바카만 공작이여, 지금 앞에 보이는 것만 믿는 것인가?”
민혁이 걸음을 떼었다.
바카만 공작은 깨달았다. 루브앙 제국의 무수히 많은 이방인들이 같은 선택을 내리고 있다.
이득에 의해 움직이는 그들은 단번에 깨달았다.
천외제국에 가면 그 대단한 군신의 검술을 배울 수 있다!
[루브앙 제국의 유저 153만 명이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 [루브앙 제국의 유저 173만 명이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 [루브앙 제국의 유저 241만 명이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모든 것이 갖춰졌다. 그들을 받아들일 ‘영토’, 막강한 군대를 이끌어갈 ‘검술’, 더 이상 너희에게 기어도 되지 않을 뛰어난 ‘다른 종족들’의 지혜까지.”
그 말뜻을 바카만은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계속 한 걸음, 한 걸음 걷던 민혁이 레이칸이 앉았던 왕좌 앞에 도달한다.
민혁이 질문한다.
“아직도 그리 생각하는가? 천외제국은 루브앙 제국 대비 30%밖에 되지 않는다.”
그때, 이 모든 장면을 보고 있던 다섯 왕국 유저들이 민혁의 앞에서 선언한다.
“천외제국의 황제시여, 마세르라티 왕국을 받아주십시오!”
다섯 왕국의 왕이 동시에 부복한다.
[천외제국이 다섯 개의 왕국을 휘하에 두었습니다.] [천외제국의 국력이 9% 강화됩니다.]바카만 공작이 비웃었다.
“설령 다섯 개의 이방인의 왕국을 삼켰다 한들…….”
민혁이 검지로 입술을 막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직.”
[보그만더 왕국이 천외제국에 종속되길 원합니다.] [베이건더 왕국이 천외제국에 종속되길 원합니다.] [에긴더 왕국이 천외제국에…….]끊임없는 알림 열댓개가 떠올랐다.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직 천외제국은 부족하다 하여 그들의 편에 서지 못했던 유저왕국들.
그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 중엔 루브앙 제국과 동맹국이란 이름으로 숨죽였던 국가도 여럿인바.
[루브앙 제국의 국력이 2% 약화됩니다.] [천외제국의 국력이 4% 강화됩니다.]왕좌에서 다리를 꼬고 앉은 그가 오만한 시선으로 바카만 공작을 보았다.
그런 민혁의 앞으로 종족왕들이 섰다.
그들이 민혁 앞에 부복했다.
레이칸이 건네준 종족황제의 증표를 받은 자가 가지는 힘.
[세 개의 종족이 천외제국에 충성할 것을 약속합니다.] [세 개의 종족의 다양한 이점을 받아들임으로써 천외제국의 국력이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됩니다.]띠링!
월드 메시지가 퍼졌다.
바카만 공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다리를 꼬고 오만하게 앉은 민혁이 조소를 머금었다.
“묻겠다.”
“검을 겨눌 것인가.”
“고개를 조아릴 것인가.”
바카만은 대답하지 못했다.
검을 겨누면 평화협정은 깨진다.
이제 천외제국은 루브앙 제국에 위협이 되는 상황이었고, 진짜 ‘전쟁’이 발발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루브앙이 승리한다는 확신은 있다.
그러나 승리한 루브앙도 초토화가 되어 있을 거다.
하지만 민혁은 네르바와 달랐다.
“아니, 됐다. 그냥 이렇게 하자.”
[천외제국이 루브앙 제국과의 평화협정을 깨트립니다.] [일방적으로 평화협정을 깸으로써 루브앙 제국이 천외제국을 적대…….]“우린 이제 니들 눈치 안 봐.”
[천외제국이 루브앙 제국에 전쟁을 선포합니다!]“자신 있으면 들어와 보든가. 루브앙의 X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