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47
밥만 먹고 레벨업 1248화
신은 인간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무능한 전대 교황이 물러나고 최근 새로운 아테네 교의 교황으로 임명된 가르아의 확신이다.
‘신이 인간들의 일에 관여한다면 전쟁이 일어날 일도 없으며 전염병에 의해 죽는 인간도 존재할 리 없다.’
8기둥 중 하나였던 크로나드.
가르아는 그런 크로나드에 가장 가까운 교황이 될 거라 칭송받는다.
성기사 출신이었던 가르아는 크로나드가 남긴 서적의 일부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신조차 초월하는 신성력을 가지게 될 성녀는 더 이상 어떠한 교도, 신도 징벌하지 못하는 ‘절대적’ 길을 걷게 된다.’
크로나드의 곁엔 그 ‘성녀’가 있었다.
그 성녀는 모든 성녀들의 존경의 대상이 된다.
성녀들이 섬기는 ‘성녀’.
그녀는 새로운 신이 되는 것이며 더 알려진 사실도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치료하는 힘을 가진 자’.
흔히 많은 사람들이 ‘성녀’하면 떠올리는 게 존재한다.
바로 ‘치유’ 능력이다.
신조차 행하지 못하는 치유능력을 가진 아름다운 순백의 여인.
하지만 아테네의 모든 성녀는 달랐다.
그저 한 교의 ‘상징적’ 의미에 지나지 않다는 거다.
그것은 우스운 신들의 말들 사이에서 시작된다.
‘신들조차 누군가의 운명에 기여하지 않건만, 한낱 인간이 그 운명을 비트는가?’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치유능력은 갖출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사제급에 지나지 않으며 일반적인 인간들이 상상하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병을 치료한다든가.
잘려 나간 신체 일부를 붙인다든가.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성녀는 달랐다.
우리가 ‘아는’ 그 능력을 가진 성녀가 되는 거다.
‘크로나드는 그녀에 의해 무수히 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가르아는 크로나드가 되고자 했다.
자신의 곁에 그런 ‘성녀’가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오늘. 너는 절대적 길을 걷는 성녀가 될 것이다.”
가르아는 자신의 앞에 부복한 여인 에이아를 보았다.
그녀는 놀랍게도 가르아의 동생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고, 가르아는 오늘을 위해 계속 그녀의 신성력을 증가시켜 왔다.
성녀 로이나를 죽이는 건 많은 반발을 사는 일이다.
그럼에도 가르아가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크로나드처럼 신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을 독단적인 교황이 되기 위함이다.
더불어 가르아에겐 특별한 힘이 있는바.
‘로이나에게서 빼앗은 신성력이라면, 에이아가 절대성녀가 되기 충분하다.’
교황 가르아는 다른 이의 신성력을 빼앗을 수도 있는 권한을 가졌지만 다른 이에게 넘겨줄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로이나’를 죽이는 가장 큰 이유다.
로이나 처형식을 위해 가르아와 에이아가 밖으로 나섰다.
* * *
헤이즈는 민혁이 떠나기 전 궁금한 것이 생겨 물었다.
-폐하께선 신성력이 몇이십니까?
민혁의 신성력은 무척 높다고 알려진다.
신성력을 2배로 상승시켜 주는 아티팩트.
뿐만 아니라 과거 아테네 교를 ‘음식’과 ‘바다꿀’로 타락시켜, 사제들에게 많은 신성력을 받아내어 이룩한 쾌거라 알고 있다.
또 민혁은 신성력을 올려주는 음식들도 꽤 자주 먹는다.
그 이유는.
-막 씻은 싱싱한 채소에 싱싱함을 1+1하는 것 같달까?
-…….
헤이즈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물론 신성력을 올려주는 것들 상당수의 재료는 채소다.
하지만 그 싱싱한 맛을 더 느끼기 위해 신성력이 들어간 재료를 먹는 민혁을 보며 헤이즈는 할 말이 없었다.
또 그가 남긴 업적과 다양한 것들에 따라 들은 신성력의 개수는.
“43,345개라고 하시는데,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인 건가요. 코루 경.”
“……교황급 두 명은 될 겁니다. 아니, 상식적으로 어떻게 그런 신성력 스텟을 쌓을 수 있는 거죠?”
“싱싱한 맛을 더 느끼고 싶어 일부러 신성력을 올려주는 채소를 드셔서 그렇습니다.”
코루가 할 말을 잃었다.
헤이즈가 울먹인다.
“말문을 잃는 게 당연한 거죠? 제가 이상한 거 아니죠? 폐하의 최근 꿈 중 하나가 뭔지 아십니까?”
“뭔데요.”
“로이나한테 부탁해서 텃밭 키우는 거랍니다. 그럼 매일 ‘싱싱함에 싱싱함을 더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고…….”
“꿈이 소박하시네요…….”
“폐하 앞에선 ‘소박’하다는 말은 ‘금기어’ 중 하나입니다. 그럼 오이소박이 먹고 싶다고 하시거든요.”
아무튼.
“사제나 성기사가 아니심에도 그 정도 신성력을 쌓았다는 건 경이로운 일 그 자체입니다. 폐하께는 다소 죄송스러운 말이지만.”
코루가 정확한 팩트를 짚었다.
“아쉽게도 높은 신성력을 가졌지만 크게 효율은 없어 보입니다.”
신성력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군이 신성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높다면 엄청난 도움이 된다.
사제의 치유능력과 버프능력은 올라가며 성기사의 공격력과 방어력은 증가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의 신성력 스텟이 높으면 고작해야 언데드나 마족들에 대한 공격력과 방어력 상승이다.
그마저도 일정 수준 신성력을 쌓으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으니, 민혁의 신성력은 말 그대로 그냥 ‘높기’만 할 뿐 더 이상 쓰일 곳은 없었다.
“역시 그렇군요.”
헤이즈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녀는 코루에게 또 다른 궁금한 것도 있었다.
“천외제국의 사제들 수준은 어떤 것 같습니까?”
코루는 자그마치 아테네 교의 성기사였으며 로이나의 수호기사였던 자다.
제국 전체를 보았을 때 그 수준을 코루가 말한다.
“이 정도 규모에 이 정도 사제가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적은 편입니다.”
뼈아픈 말에 헤이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지니가 다급하게 헤이즈를 찾았다.
“무슨 일이신가요?”
“민혁이가 제국에 있는 신성력을 올려주는 모든 걸 가져오래. 양피지, 엘릭서, 요리재료. 그 어떤 것도 가리지 않고 전부.”
“신성력과 관련한 모든 것을요?”
민혁은 헤이즈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 판단을 내리는 자다.
그랬기에 재상 헤이즈가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
그녀의 명령에 따라 천외제국 각지에 있는 신성력과 연관된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모였다.
그 모든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성장한 루나의 등 뒤에 실렸다.
“끼에에에에에에!”
아테네 교는 워프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루나에 등 뒤에 탄 콩이가 신성력과 연관된 모든 것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무사배달 하겠다, 꿀!’
하늘로 날아오르는 루나를 헤이즈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폐하’
* * *
꽃의 처형식.
교의 누군가를 ‘사형’할 때, 모든 교에 내려져 오는 말이다.
신을 섬기는 그들은 어떠한 것에 순수함과 기도, 여러 가지 것들에 의하여 신성력을 빼앗길 때 꽃잎을 피운다 알려진다.
그리고 이 꽃의 처형식의 끝은 그 꽃잎이 모두 땅에 떨어짐으로써 끝이 난다.
가장 크고 웅장한 아테네 교의 이브라함의 신전.
교좌에 앉은 가르아와 멀지 않은 곳.
어떠한 것도 묻지 않은 순백의 옷을 입은 로이나가 앉아 있다.
“보아라. 이것이 너의 죽음의 이유이다.”
꽃의 처형식에 교의 이들은 이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존재한다.
이 꽃의 처형식에 그들은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아테네 교의 이들이 로이나와 같은 흰옷을 입고 있다.
그녀를 죽이는 것이 곧 우리를 죽이는 것과 같다는 의지다.
검은색 돌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찬 흰색 바둑돌과 같이 보인다.
“시작한다.”
[꽃의 처형식이 시작됩니다.] [성스러운 불꽃이 신성력을 빼앗기 시작합니다.]화르르르르르륵-
로이나의 몸을 새하얀 불꽃이 뒤덮었다.
신성력이 타들어 가는 꽃잎을 피운다.
곧 모두가 놀란 소리를 토해냈다.
양손을 모으고 마지막 순간까지 기도하는 로이나에게서 수십 개의 꽃송이가 피어나 아름다운 백합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백합의 꽃잎은 평균 6개 정도이며, 처형식의 이들 대부분이 6개의 백합을 피워냈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뻗어 나온 백합의 꽃잎은 서른 개에 가까웠다.
새하얀 백합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과 순결이다.
그리고 가르아는 눈치챘다.
‘절대성녀의 재목이었다고?’
그 어떤 성녀도 열 개 이상의 꽃잎을 피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가르아는 깨달았다.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절대성녀는 그녀가 걷게 될 길이었을 거다.
‘절대성녀는 에이아가 될 것이다.’
가르아의 기다란 손가락 끝이 그녀를 가리켰다.
그녀의 몸에 붙었던 불들이 더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뜨거운 화마 속에서, 로이나는 괴로워하지 않았다.
“……!?”
비상식적인 일이다.
신성력의 힘을 태우는 자신의 힘에 그녀가 괴롭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순결하다는 것인가?’
선(善)으로 선(善)을 심판할 수 없다.
아주 작은 어떠한 ‘악(惡)’이라도 있다면 그녀를 징벌하여 고통스럽게 태우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그녀를 보며 가르아는 더욱더 힘을 끌어올렸다.
악(惡)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가르아가 일부러 고통을 주고자 한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이는 그녀는, 여전히 자애로운 아테나 여신상을 보며 기도하고 있다.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죄인들은 이때 자신의 죄를 실토하여 편안해지고자 한다.
로이나는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잉태(孕胎)된 자가 아닌 빚어진 자였습니다.”
“과거가 없었고, 이젠 미래가 없습니다.”
“하나.”
그녀가 아테네 동상을 보았다.
아테네 신은 응답하지 않을 걸 알았다.
자신도 그녀를 꿈에서나마 보았으니.
“잉태된 자들의 미래를 살펴주세요.”
“어머니.”
“저는 혼자 가겠습니다.”
“당신께 가는 이 길을 혼자 걷고자 합니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꽃잎을 제외한 모든 꽃잎이 떨어졌다.
그 꽃잎들은 자연히 에이아의 주변에 공전하고 있었다.
가르아는 희열했다.
드디어 자신의 동생이 절대성녀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로이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웃었다.
“혼자 갈 테니…….”
마지막에도 그녀는 아테네 교와 그곳의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악(惡)을 징벌해 주세요.”
마지막 꽃잎이 스르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성녀 로이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잠들어갑니다.] [한 줌의 신성력이 되어 그녀의 몸이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그의 마지막 기도가 아테네 교에 기록되어 대대로 내려집니다.]로이나는 외로웠다.
빚어진 삶. 한 조각사에 의해 만들어진 동상이 오롯이 그 자리에 서서 누군가의 위상만을 위해 존재하듯.
자신은 그것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왔다.
이젠 과거가 없고 미래마저 없다.
즐거웠던 순간?
있던가, 내게?
아, 아아. 딱 하나 있었다.
‘벤더와 관종들.’
그들과 함께일 때는 좀 웃었던 것 같다.
사뿐-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는 순간.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막지 못한. 있어선 안 될 소리.
[누군가 절대성녀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그녀의 신성력이 그 어떤 신도 거스를 수 있을 정도로 높습니다.] [가장 고귀한…….]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가진 신성력 85,898개를 성녀 로이나에게 이전시킨다.”
[정정됩니다.] [누군가 절대성녀의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그녀의 신성력이 그 어떤 신도 거스를 수 있을 정도로 높습니다.]알림은 되풀이되나 그 본질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