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48
밥만 먹고 레벨업 1249화
민혁은 로이나와 연이 깊었다.
골똘히 생각해 보면 그는 매번 ‘로이나’에게 도움만 받아왔던 것 같다.
현 ‘벤더와 관종들’의 중요한 멤버 중 하나인 로이나는 자신과 연관된 일에 발 벗고 나서주곤 했다.
민혁에겐 작은 꿈이 있었다.
‘그녀에게 부탁해 싱싱함에 싱싱함이 더해진 채소를 텃밭에 만드는 것!’
물론 이번에는 아홉 과일나무에 신성한 힘을 불어넣을 방법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아테네 교에 향하던 것이다.
물론 양심은 있다.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해줘야겠어.’
그리고 아테네 교에 도착한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로이나가 처형당한다고?’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냈다.
‘로이나가 왕국과 제국 등에 받은 돈을 교단이 아닌 아이들을 위해 사용해서가 첫 번째 이유고.’
‘그녀가 아테네 교에서 아테네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한 게 두 번째 이유라고?’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아테네 교는 문제가 많았다.
신을 섬기는 교이나 정작 높은 곳에 선 이들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정신이 팔린 것은 알고 있던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선을 넘었다 판단된다.
띠링!
[돌발 퀘스트: 아테네의 부탁.]등급: SSS
제한: 아테네의 부탁을 받은 자.
보상: ???
실패 시 페널티: 로이나 사망, 아테네와 친밀도 하락.
설명: 태초의 신 아테네는 로이나를 잃고 싶지 않다. 당신이 로이나를 구출하여라.
“아테네…….”
민혁은 놀랐다.
신은 이러한 식으로 인간 세상에 개입은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은 인간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
수십억 인구를 다스리는 아테네에게 어쩌면 로이나는 그중 한 명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신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이러한 ‘퀘스트’를 내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민혁은 의문을 느꼈다.
“오블렌.”
민혁은 가장 똑똑한 친구 오블렌을 불렀다.
“교황 가르아는 자신이 로이나를 죽이면 본인의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 만큼 반발이 거세질 것을 알면서도 왜 이것을 감행할까.”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오블렌은 교황들의 기둥 크로나드와 친우였던 자다.
[교황이 된 자들은 신성력의 통제권을 얻는다. 성녀 로이나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신성력의 집약체일 거다.] [교황 가르아는 로이나의 신성력을 빼앗아 절대성녀를 만들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절대성녀?”
생소한 이름에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오블렌은 절대성녀에 대해 설명했다.
민혁은 확신을 얻기 위해 사제들에게 물었다.
“혹시 차기 성녀후보가 있나요?”
“네, 가르아 님이 데려오신 에이아라는 사제분이 계십니다.”
확신이 서는 순간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내가 교황 가르아를 공격해도 되는 건가?”
민혁은 천외제국의 황제이나 아테네 교는 가장 거대하고 큰 교이다.
실질적인 그 크기는 천외제국과 견줄 정도이다.
그런 자신이 다짜고짜 교황 가르아를 공격한다고?
그에게 먼저 물리적 데미지를 입혀선 안 된다.
최소한 그 정도는 지켜야 했다.
민혁은 한가지 묘책이 생각났다.
“절대성녀는 신성력을 얼마나 필요로 할까?”
[최소 5만 이상일 것이다.]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절대성녀를 탄생시키는 게 어떨까.
그에겐 최근 레이칸을 통해 얻은 스텟 전이자라는 특이한 물품이 있었다.
민혁이 지니에게 귓속말했다.
[민혁: 지니야, 신성력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지금 바로 아테네 교로 보내줘.]* * *
모든 이들은 똑똑히 보았다.
새하얀 백합의 마지막 꽃잎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백여 개에 이르는 새하얀 꽃잎이 로이나의 주변을 휘감더니, 가장 크고 아름다운 백합꽃을 피워냈다.
[가장 고귀한 선(善).] [성녀 로이나가 절대성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월드 메시지.
[해당되는 절대반신 클래스는 신클래스 이상의 힘을 가집니다.] [절대성녀는 그 어떤 신들의 억압 속에서도 자유롭습니다.] [감히 신들이 그녀에게 징벌을 내릴 수 없습니다.] [가장 위대한 선(善)은 악(惡)을 강력히 징벌할 수 있습니다.]민혁은 희열했다. 에이아란 사제의 주변에 공전하는 꽃잎은 감히 로이나와 비할 수 없을 정도다.
[스텟전이자로 신성력 스텟의 90%를 성녀 로이나에게 이전하였습니다.]후회는 조금도 없었다.
어차피 민혁에게 신성력 스텟은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민혁이 희열하며 로이나를 바라본다.
반대로 교황 가르아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에이아와 로이나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다.
‘분명 절대성녀는 에이아가 되고 있었다.’
갑작스레 상승한 로이나의 신성력에 의해 그 자리가 찰나의 순간 뒤바뀌었다.
교황 가르아는 자신의 모든 계획이 비틀렸음을 알게 된 거다.
‘왜 움직임이 없지?’
민혁은 그녀를 보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치 절대성녀가 된 로이나다.
이제 그녀는 자유다. 아테네 신은 그녀에게 벌을 내리지 못하고, 절대성녀를 벌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설령 그것이 교황이라 할지라도.
하지만 그것은 시스템적 이야기에 불과함이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자신의 존재 이유는 아테네에게 있는데, 이제 그녀의 통제권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서로 간의 협의 없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택한 민혁이 이해되기는 하지만, 그녀는 일어서지 못했다.
그저 기도했다.
나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아테네였으니까.
그때.
교황 가르아가 다른 선택을 내리고 있었다.
“로이나. 감히 이런 잔꾀를 부린 것이냐!?”
그는 사전에 민혁과 로이나가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성녀 로이나가 에이아의 신성력을 초월하여 성녀가 되었다.
이것은 불과 5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성녀 로이나를 죽여 그 신성력을 뽑아내고, 에이아의 신성력을 그녀보다 더 뛰어나게 해낸다면 결과가 달라질지도 몰랐다.
방금 에이아가 선택되었다가 로이나로 변경된 것처럼.
쿠르르르르르르-!
가르아의 손끝을 따라 거대한 징벌의 화염이 로이나를 감쌌다.
하나.
[악(惡)은 가장 순수한 선(善)을 징벌할 수 없습니다.]가르아는 성기사 출신이며 모든 성기사의 우상이었을 정도로 강하다.
오로지 무력만으로 교황의 자리에 섰다는 평이 맞다.
한데 로이나가 입는 피해량은 너무도 미미해 보였다.
그럼에도 자신의 공격에도 순순히 받아들이는 그녀를 보며 가르아는 웃었다.
“네년의 그 맹목적 믿음! 그래, 그 믿음이 있기에 너는 나를 벌할 수 없음이다!”
아테네가 선택한 교황.
그런 교황의 공격 앞에 로이나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로이나는 지금 당장 죽이기 힘들다.’
가르아의 생각이 바뀌었다.
그가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그리고 휘두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성기사와 사제들이 밀집되어 있던 곳에 백화의 폭발이 일어났다.
쿠화아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쉴 새 없이 솟구친다.
밀집된 자들은 최정예 사제들과 최정예 성기사들로 구축된바.
그들은 곧바로 죽지 않았으나 막대한 충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의구심을 품었다.
로이나를 통해 들은 목소리를 통해 ‘교황 가르아’가 악(惡)이라는 것을 의심했다.
선인지 알았으나 가장 추악한 악.
그 악을 교황이란 이름으로 부정했던 자들.
민혁은 그들이 검을 뽑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제들이 반격을 준비할 거라 여겼다.
한데 그들은 어떠한 말도 없이 교황 가르아를 경멸 어린 시선으로 바라만 봤다.
누군가는 한쪽 팔이 날아갔고. 누군가는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누군가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검을 뽑지 아니했다.
민혁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광적인 믿음에 있다.
설령 그가 악일지라도 아테네에 의해 임명된 교황을 공격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제국도 비슷하다.
폭군이 백성을 죽인다 한들 당장 그 폭군에 반기를 들지 않으니까.
“이 미친……!”
그렇기에 지금 자신이 가르아를 공격하는 순간, 아테네 교와 천외제국이 진짜 ‘적’이 될 것임을 깨달았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그나마 사제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 방패를 둘러 살아남고자 했다.
고작 그것만이 그들의 발악이다.
죽음에 가까워진 그들.
그리고 교황으로서 신성력을 약탈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 가르아의 힘에 따라 서서히 그들의 신성력이 손톱만 한 구의 크기로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신성력은 곧 에이아에게 향할 것이며 결국 로이나는 죽음의 길을 걷게 될 거다.
그때 단상 위로 뛰어드는 아이들이 보였다.
공포에 휩싸인 그들은 자신들을 따스하게 안아줬던 로이나의 품을 찾은 거다.
수십명의 아이들이 꺽꺽 울어댔다.
“성녀님, 무서워요.”
“성녀님. 으아아아앙!”
“저 너무 아파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도 로이나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 답을 주세요…….”
그녀는 세상을 채우는 거대한 폭음을 듣고 있었다.
이제 몇 번만 더 폭발이 일어나면 그들은 진짜 죽는다.
가르아는 비웃듯 로이나와 아이들을 겨눴다.
“나는 그런 맹목적 믿음이 역겹다.”
가르아가 지껄였다.
“평생 응답하지 않는 신을 통한 안락을 위해 기도하는 너희가 경멸스럽다.”
“때문에 내가 신이 되고자 한다.”
그것은 크로나드와 닮아 있었다.
“최소한 나는 너희에게 응답할 거다. 꺼져라. 아테네의 품으로.”
쿠르르르르르르-
로이나가 선 땅이 흔들렸다. 폭발의 징조다.
그 징조 속에서 여전히 패닉에 빠진 로이나가 고개를 돌린다.
하늘 위로 폭발하는 성기사들의 팔들이 보인다.
누군가의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또 누군가의 신성력이 하늘로 뻗어 나간다.
로이나의 눈이 흔들렸다.
가르아의 말처럼 아테네께선 이런 상황에서도 응답하지 않으시는 걸까.
결국 아테네 님은 이런 죽음 따위 개미의 죽음이라 여기는 걸까?
자조 섞인 미소가 흩어지려 할 때.
“로이나. 나를 이곳에 보낸 것은 아테네다.”
그 한마디가 로이나의 심장을 뛰게 했다.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정확히 표현하면 ‘응답하기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응답하셨다.
그것은 최선이었을 거다.
그녀가 내게 말씀하신 걸지도 모른다.
절대성녀가 되어라.
구원하라.
그분의 부름에 응답한다.
모인 그녀의 양손에서 가장 찬란한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성녀의 가호.]그 빛이 모든 폭발을 흔적도 없이 삼키기 시작했다.
하늘 위로 떠오르는 팔과 다리, 핏줄기.
죽음에 이르는 자들에게 또 한 번 빛이 내리 선다.
[성녀의 회복.]파아아아아아앗
하늘에서 내리치는 빛들이 죽어가던 자들에게 깃든다.
떨어져 나갔던 팔들이 되감기 하듯, 다시 그들의 몸에 붙는다.
솟구쳤던 핏줄기들이 다시 그들의 몸에 빨려 들어간다.
민혁은 살면서 이토록 대단한 치유능력을 본 적이 없었다.
죽어가던 모든 자들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화르르르르륵-!
로이나가 입고 있던 새하얀 옷이 타오르며 검은 드레스로 변화한다.
이 순간 그녀는 선인가, 악인가.
아무도 답하지 못한다.
그녀의 손바닥이 지면에 닿는다.
폭발의 전조가 사라졌다. 그녀의 손에 검은 기류로 만들어지는 창이 쥐어진다.
일반 성녀는 직접적으로 생명을 해할 수 없다.
하나 절대성녀는 사람을 살리는 자이자 유일무이하게 심판하는 자.
아이들을 뒤로 물린 로이나가 말하였다.
“어머니께서 응답하셨다.”
[신성력이 폭주합니다!] [신성력이 폭주합니다!] [신성력이 폭주합니다!]그녀의 몸에서 거대한 신성력이 솟구쳐올랐다.
검은 드레스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녀가 자신이 쥔 흑빛창을 가르아의 심장에 겨눴다.
[아테네 교의 성녀 로이나가 명령을 내립니다.]“성기사들은 검을 뽑아라.”
0.5초의 오차도 없이 모든 성기사들이 검을 뽑았다.
“사제들은 기도를 올려라.”
모든 사제들이 양손을 모았다.
모든 사제와 성기사들이 딛고 선 지면에서 새하얀 빛이 솟구쳤다.
“심판의 시간이 도래했다.”
[절대악(惡) 심판.] [가장 위대한 선이 절대악(惡)의 징벌을 시작합니다.] [절대성녀의 빛이 온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