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7
밥만 먹고 레벨업 1278화
황궁 요리사들을 만났던 민혁은 귀빈실에서 보고를 들었다.
“에빗 재상이란 자가 헤이즈에게 그딴 말을 했단 말이지.”
헤이즈가 루브앙 제국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제야 퀘스트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 성장시키기’가 발발한 진짜 이유에 대해 깨달았다.
‘역시 명석해.’
민혁은 순수하게 헤이즈에게 감탄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려준 기둥의 자애의 정보에 대해 몇 번이나 생각해 봤을 거다.
자신은 직접 겪어봄으로써 이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달은 것인데, 헤이즈는 어느 정도 힘을 가진지 예측 하나만으로 알아내고 이 계약을 성사시킨 거다.
‘신하가 무시당했는데 황제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이지.’
때마침 맛의 요리사에서 황홀의 요리사로 더 뛰어나진 황궁 수석 요리사 안가가 들어왔다.
“오랜 고정관념에 틀어박혀 있던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깨우쳐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민혁은 작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은 타제국 요리사들에 비해 많이 뒤처지지. 그 이유가 있나?”
민망한 표정의 안가가 말했다.
“첫 번째 이유는 저 때문이죠.”
루브앙 제국 최고 요리사가, 맛은 뛰어나지만 끔찍하게 생긴 요리를 만들어내고 있던 바 있다.
그러나 안가 혼자서 루브앙 전역에 그런 영향력을 끼쳤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루브앙 제국에서 결국 존경받는 건, 더 많은 왕국의 것을 빼앗고 제국을 굴복시킨 자들이기 때문도 있을 겁니다.”
루브앙은 철저히 강군을 육성하는 국가다.
“요리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그로 인해 식당들의 매출은 타대륙보다 낮은 편에 속합니다. 뭐랄까, 어차피 뛰어난 요리사가 되어도 대접받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노력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노력하지 않는다?”
“예, 요리로 노력하여 뛰어난 요리사가 된다 한들, 뛰어난 기사 한 명에 비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이들이 많을 겁니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어쩌면 루브앙의 뛰어난 강자만이 대접받는다는 사상이 요리사들을 나태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루브앙 제국의 모든 식당들이 문을 닫는다면 커다란 타격을 입을까?”
안가가 고개를 저었다.
“천외제국은 먹는 것에 대한 행복이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식당들은 천외제국보다 훨씬 그 개수가 적고 병사들이나 백성들이 간편하게 먹고 갈 요리들을 만드는 편인지라 크게 타격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민혁이 고개를 주억였다.
“이미 루브앙 제국 각지에 자네가 나에 의해 새로운 힘을 일깨웠다는 소문이 퍼졌겠지.”
“소문은 천 리를 가는 법이죠. 어지간한 요리사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인 민혁이 말했다.
“새로운 요리의 깨우침을 얻고자 하는 모든 요리사들을 모아줘, 내가 직접 가르치겠다고.”
안가가 나섰다.
* * *
황제의 말 한마디는 제국을 바꾼다.
민혁이 요리사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듣고 브로드는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이 최대한 참여했으면 좋겠다’란 말을 했다.
그로 인해 원하든 원치 않든, 많은 요리사들이 민혁 앞에 있다.
루브앙 제국 각지에서 모인 요리사들은 NPC가 90%, 유저가 약 10% 비율이다.
사실 그들은 이해되지 않았다.
‘뛰어난 요리사가 되어도 루브앙 제국에선 대접받지도 못하는데, 왜 우릴 이렇게 귀찮게 하려 하는 거지?’
‘황제께선 기둥이시고 식신이시다. 애초에 식신으로서 일반 요리사들이 얻을 수 없는 힘을 거머쥐셔서 요리로 각광 받고 계신 것 아닌가?’
‘우리는 뛰어나진다 한들 별로 달라질 게 없는데.’
자그마치 3만이 넘는 요리사들이 모였다.
민혁의 솔직한 평으로, 그들의 눈은 퀭했다. 의지와 의욕이라곤 쥐뿔만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민혁은 많은 요리사들을 데려왔기에 그만한 페널티를 받았다.
[요리사의 숫자가 많다고 하여 더 많은 성장도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들의 성장도가 미미할 시, 더 큰 성장도 하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에 들어서고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내며 크게 성장해낼 시, 더 큰 성장도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무조건 많이 가르친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의미.
민혁이 그들을 보며 말했다.
“솔직히 의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군.”
그 말에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루브앙 제국에서 뛰어난 요리를 만든다 한들,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또 노력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여기고.”
맞는 말만 하는 민혁이다.
모든 요리사들은 궁금했다.
도대체 이 3만 명의 많은 요리사들을 이끌고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그들에게 민혁이 선언했다.
“무박 15일의 요리과정 교육을 시작한다.”
“……!”
“……!”
“……!”
그들은 커다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15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요리와 관련된 것을 한다?
“폐하, 저희들은 병사들이 아닙니다.”
“병사가 아니기에 할 수 없다? 병사들만큼의 대우는 받고 싶어 하는 눈치인데, 정작 병사들처럼 할 자신은 없다는 개 같은 논리는 뭐지? 뭐 요리사들은 전쟁 나면 그냥 죽길 기다리나?”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이해되지 않는 말속에서, 민혁은 그들을 이끌고 루브앙 제국이 보유한 갈파리아의 숲으로 향했다.
갈파리아의 숲은 진귀하고 좋은 요리재료가 넘쳐나는 땅이다.
‘한 번쯤 이곳에서 재료들을 캐보고 싶었는데…….’
브로드가 황제가 되니 좋긴 좋구나!
민혁은 기분이 좋았다.
이 갈파리아의 땅의 특징은 어떠한 요리재료를 획득해도 일주일이면 다시 자라난다는 사실이다.
말그대로 요리사들의 천국이다.
“우린 이곳에서 5일간 자지 않고 재료들을 채집한다. 이 정도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병사들만큼, 전쟁에서 큰 공로를 세운 기사들만큼의 대우를 바라며 살아왔던 건 아니겠지?”
‘우릴 대놓고 무시하시잖아?’
‘나도 꽤 뛰어난 요리사이건만!?’
자신들에 대한 무시에 요리사들의 의욕이 충만하다.
5일? 그 까짓거 뭐 대수란 말인가.
곡괭이, 호미, 작은 칼등을 든 요리사들이 재료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반나절.
그들은 필사적으로 재료를 채집했다.
그 때문일까? 손재주를 얻는 이들이 태반이다.
당연하다.
레벨이 낮을수록, 손재주가 낮을수록 반복에 의한 손재주 획득이 쉬운 법이니까.
한편으로 그들은 이해되지 않았다.
‘요리사를 성장시키는 것과 우리가 이걸 얻는 게 무슨 상관이지?’
‘재료는 따로 얻어다 주는 자들이 있건만?’
“손재주는 요리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손재주가 높아질수록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지. 난 손재주가 5만을 넘는다.”
‘자랑하시는 건가?’
‘그것도 식신이시니까 가능한 거지.’
‘기둥이시기에 높은 손재주를 보유한 것 아니던가?’
우리도 하고자 하면 누구보다 잘한다.
그들은 그리 외치며 힘을 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절반이 넘는 이들이 지쳐 헐떡였다.
이틀이 지났다. 잠을 자지 못하니 몽롱했다.
사흘이 지났다. 쓰러지려는 자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나흘이 지났다.
파앗, 파앗, 파앗, 파앗
전부 쓰러지려는 그 틈에 유일하게 혼자 계속 재료를 채집하고 있는 민혁이 있었다.
그런 그들은 볼 수 있었다.
자신들 모두가 얻은 것보다 민혁 혼자서 얻은 재료가 더 많았다.
민혁은 재료들이 쌓여갈수록 얼굴에 행복감이 물들었다.
‘힘드시지 않은가?’
‘왜 저렇게 행복해하시지?’
‘재료는 그냥 우리가 사서 요리한 다음 높은 값에 파는 것 아니었나?’
그런 그들을 보며 민혁이 짧고 굵게 말했다.
“나약한 새끼들.”
“…….”
“…….”
그들이 다시 일어선다.
수만의 요리사들이 마지막 남은 하루를 위해 잠도 자지 않고 재료를 채집한다.
그러다 어떤 요리사가 활짝 웃었다.
“정말 싱싱한 재료다. 심지어 무척 높은 급의 재료. 이걸로 요리하면…….”
아차!
그는 깨달았다.
재료는 여러 유통과정을 거쳐 사게 된다.
그러나 이런 재료의 경우, 바로 요리사의 것이 되기에 싱싱함은 배가 된다.
더불어 더 높은 급의 재료를 얻는다는 쾌감도 가지며, 노력함에 따라 이것들은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그것보다도.
‘식신께선 이렇게 노력하시기에 손재주가 높으셨던 거였나?’
‘그렇기에 그리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거였나?’
‘이래서 식신님이 되신 건가?’
‘나도 이 정도의 노력으로라면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민혁이 얻은 기둥의 자애는 정말이지 여러 효과를 보유하고 있다.
‘당신의 가르침 하나에 그들이 새로운 스킬을 개방하고 더 뛰어난 요리사가 될지도 모릅니다.’
효과 중의 하나다. 이것의 효과처럼.
[기둥의 자애.] [요리사들이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고르며 더 뛰어난 재료를 얻어야 하는 진짜 이유를 깨닫습니다.]유저 요리사 알디는 이런 알림을 들었다.
[패시브 스킬 싱싱함을 유지하는 힘을 획득합니다.] [당신의 요리가 15% 더 뛰어나질 것입니다.]또 다른 NPC들도 비슷한 알림을 들었다.
[패시브 스킬 채집의 즐거움을 획득합니다.] [당신의 요리가…….] [당신의 요리가…….]그들이 평소보다 더 뛰어나게 요리할 수 있는 힘을 거머쥔다.
[기둥의 자애에 의해 요리사들이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뜹니다.] [그들이 성장한 만큼 특혜를 받습니다.] [손재주 308을 획득합니다.] [모든 요리스킬 숙련도 7%가 상승합니다.] [성장도 18%를 달성합니다.]그들도 얻고, 나 또한 얻었다.
민혁의 입꼬리가 귓가에 걸렸다.
더불어 민혁이 획득한 재료들을 이용해 그들의 피로함을 가시게 해줄 음료를 만들어줬다.
아직 무박 14박 15일은 끝나지 않았다.
* * *
남은 10일.
민혁이 말했다.
“10일 동안 자신이 만들었던 요리등급보다 한 등급 더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 수 있게 계속 요리하라.”
생뚱맞은 소리다.
“폐하, 요리란 것이 더 높은 등급을 만들고자 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만.”
그 말은 사실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민혁은 그를 무시했다.
“안 된다고 생각하기 전에 해보기나 해라.”
처음 요리사들은 민혁이 식신이기에 높은 손재주를 얻었다 생각했다.
그러나 재료채집 과정에서 괴물 같은 그를 보며 깨달은 사실이 있기에 군말 없이 도전하기 시작했다.
요리사들이 쉴 새 없이 요리를 만든다.
대부분 기둥의 자애에 의해 15%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더 좋은 요리가 나왔다.
그러나, 민혁의 피로회복 음료를 먹었다고 해도 며칠 잠을 자지 않았기에 그들은 빠르게 지쳤다.
사흘이 더 지났을 때. 그들은 여전히 미친 듯이 요리하는 민혁을 보았다.
“도대체 신등급 요리가 몇 개가 나온 거야…….”
“전설등급 요리는 수백 그릇 정도는 되어 보여.”
“미쳤다…….”
그들이 민혁을 보며 감탄했다.
그렇게 다시 3일이 지났을 때, 오로지 민혁만 요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저 민혁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둥의 자애.] [요리사들이 기둥의 길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을 당신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그들은 요리사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당신에 대한 존경심이 하늘을 찌를 듯 높습니다.]홀로 물러서지 않고 요리하는 그를 보며 다시 모든 요리사들이 힘을 낸다.
그렇게 사흘이 남았을 때.
여전히 요리사들 중 자신의 기존 등급을 깨부순 요리사는 거의 없었다.
여전히 홀로 나아가는 민혁을 보며 어떤 요리사가 물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요리하십니까?”
“너희들의 생각처럼, 요리하는 것은 전장에서 싸우는 병사와 기사들에 비해 각광 받지 못하는 일이다.”
루브앙이 유독 심하긴 하나 어디를 가도 비슷하다.
“병사 한 명의 목숨이 요리사 한 명의 목숨보다 훨씬 귀하게 취급되지.”
그렇다. 그 사실을 알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나태함의 구렁에 빠트렸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요리사든 병사든 동등하다.”
“…….”
모두가, 프라이팬 위에서 음식을 뒤집는 민혁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우리가 병사들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면, 우리는 노력해서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면 된다.”
“…….”
“그래도 부족하다면 더 노력해서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면 된다.”
“그렇게 어느 정도 요리를 만들게 되었을 때.”
“그들이 우리를 찾아오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
그들이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뛰어난 요리를 만들게 된 우리를 그들은 찾아올 거다. 그리고 말하겠지.”
“제발, 우리에게 한 그릇의 요리를 만들어주십시오!”
“당신의 요리라면 어떠한 위험도 딛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뛰어난 요리가 전장에서 수백 명, 수만 명의 목숨을 구할 겁니다.”
“우린 전선에 없으나 그들을 구할 수 있고.”
깨닫는다. 요리사의 값어치는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우린 주방에서 치열한 전쟁을 벌이면 되는 것이며.”
“우리가 그들보다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뜨겁게 전율했다.
“요리사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