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6
밥만 먹고 레벨업 1277화
기둥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분야의 이들을 이끌고 지탱하는 자들이다.
물론 악귀 오블렌의 경우 그렇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살해’와 ‘죽음’을 지탱했다 할 수 있다.
또 기둥이지만 그저 상징적인 존재들이 있는가 하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들도 있게 마련이다.
민혁은 생각한다.
기둥 중 인간들에게 가장 크게 개입할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생산직 클래스의 기둥이다.
[기둥의 자애에 로스임이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뜹니다.] [그가 성장한 만큼 특혜를 받습니다.] [손재주 5를 획득합니다.] [기둥의 자애에 안가가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뜹니다.] [손재주 3을 획득합니다.] [기둥의 자애에…….]루브앙 제국 황실 요리사들.
그저 그들은 민혁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자들이 태반이다.
그들은 민혁을 처음부터 경멸하거나 싫어하지 않던 자들이 대다수다.
단지 의심하고 있는 자들이었을 뿐.
‘헐…….’
그랬기에 민혁은, 등장과 동시에 울리는 알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민혁은 기둥의 자애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 힘이 남들을 이끌고 가르치는 것이며 결코 그것들이 쉽지 않은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데 쉽다.
생각보다 너무 쉽다.
‘나를 만난 것만으로도 수십 년간 가졌던 고정관념이 깨졌다?’
놀랍기 그지없다.
거기에 그로 인해 자신이 얻는 스텟은 보너스다.
등장만으로 손재주 86을 확보한 민혁이다.
“모두 반갑다. 천외제국 황제 민혁이다.”
‘요리란 맛이 최고다’를 보여주겠다 장담했던 그들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그러던 중, 민혁은 접시 위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처럼 생긴 것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누가 접시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놨나!?”
민혁이 분노했다. 주방은 청결해야 함이 맞는 게 1순위이건만 누가 접시에…….
“크림 리조또입니다.”
“……이게?”
민혁은 경악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천외제국 황제께서 칭찬하셨네.”
“오오옷!”
“우악!”
“칭찬 아닌데……?”
“…….”
“…….”
민혁이 요리의 상세정보를 확인해 봤다.
[오로지 맛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기이한 조리법이 추가되었습니다. 보기에는 별로이나, 굉장히 맛있는 크림 리조또입니다.]이게 맛있다는 게 놀라울 지경이다.
민혁은 문득 ‘기둥의 자애’가 가진 특별한 힘 하나를 추가로 떠올렸다.
‘다른 이가 만든 실패한 요리를 당신의 손끝이 닿은 것만으로도 특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요리이나 손끝이 닿은 것만으로도 변화시킬 수 있다.
민혁의 손끝이 접시에 닿았다.
작은 빛이 리조또를 감쌌다.
[기둥의 자애가 해당 요리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보완해 냅니다.]빛이 사라졌다. 그러자 진짜 크림 리조또의 모습이 드러났다.
누가 한껏 휘저어놓은 것 같던 모습이 사라졌다.
맛있어 보이는 크림 리조또 위에 올라간 파슬리가루가 군침을 돌게 한다.
“이럴 수가…….”
안가는 그저 손끝이 닿은 것만으로도 문제점이 보완된 크림 리조또를 보며 감탄했다.
상세설명을 확인한 민혁도 놀랐다.
‘맛과 능력 모든 것이 보존된 채 생김새만 변했다.’
안가가 말했다.
“폐하, 먹어봐도 되겠습니까?”
민혁의 끄덕임에 안가가 직접 맛을 봤다.
“오오…….”
변하지 않은 맛.
요리란, 먹는 것뿐만이 아닌 보는 것도 중요하단 걸 깨달은 안가는 감탄했고, 그 주변의 다른 요리사들도 감탄했다.
그로 인해 또 한 번 기둥의 자애 알림이 들렸고 43개의 손재주를 획득했다.
‘쏠쏠하다.’
바로 그때.
[제국 퀘스트: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 성장시키기가 생성됩니다.]띠링!
등급: ???
제한: 천외제국 황제.
보상: 성장 퍼센트에 따라 달라짐.
실패 시 페널티: 천외제국이 많은 플래티넘을 루브앙 제국에 지불해야 할 수도 있음.
설명: 현재 루브앙 제국 재상과 천외제국 재상이 만나 전쟁 간의 피해에 따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양측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더 많은 성장과 부족한 점등을 보완해준 이들에게 복구비용을 지불하기로 결정하였다. 성장률에 따라 얻는 금액이 달라질 것이며 때론 그들 스스로가 이주를 결정할 수도 있다.
민혁은 깨달았다. 헤이즈가 방금 전 협상 테이블 앞에서 어떠한 결정을 내렸음을.
* * *
30분 전.
루브앙 제국 재상 에빗은 여전히 천외제국이 눈엣가시 같았다.
에빗은 총명하며 뛰어난 자다.
루브앙 제국에서 그처럼 뛰어나게 재정을 관리하고 적은 투자로 극대화된 수익금을 얻은 자는 없다는 평이 자자했다.
그런 에빗은, 천외제국에 의해 죽은 유족들에게 나랏돈으로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
더불어 며칠밖에 이어지지 않은 전쟁이었으나 양측의 피해가 막대한 실정이다.
하나 허무하게도 두 국가는 이제 완전한 휴전을 맺었고 사실상 동맹국의 길을 걷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럼 그 피해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에빗은 50대 초반의 남성이다.
반대로 헤이즈는 20대 초반의 여인으로 어렸다.
또 천외제국보다 루브앙이 우세에 있던 만큼 자연스레 에빗은 헤이즈를 얕봤다.
“1억 플래티넘 정도라면 전쟁의 슬픔을 딛고 부족한 천외제국이나마 끌어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해할 수 없군요. 먼저 전쟁을 발발시킨 것은 루브앙 제국이 분명하고, 현재 더 많은 피해를 입은 것도 천외제국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1억 플래티넘을 루브앙 제국에 줘야 합니까.”
에빗이 잠시 말없이 작게 비웃었다.
그가 돌려 말했다.
“그렇죠. 더 많은 피해를 입었지요. 천외제국이.”
그것은 루브앙이 더 강국이니 따르라는 말.
“루브앙 제국은 앞으로 천외제국과 잘 지내보고자 합니다.”
그러기 싫어도 새로운 황제에 의해 그래야 했다.
“그 과정에서 1억 플래티넘이 아깝습니까?”
“더럽게 아깝네요.”
맹랑한 대답에 에빗의 이마에 실핏줄이 올랐다.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고 에빗이 잔머리를 썼다.
“민혁 폐하가 루브앙 제국에 방문하여 요리사들에게 가르침을, 라그만 공작께서 부족한 천외제국 병사들에게 가르침을 내리고자 함을 압니다.”
루브앙 제국 요리사들이 하위에 머문 것처럼 천외제국 궁수들의 수준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신궁 루트가 있긴 했으나 결국 그는 유저였으며 천외제국엔 궁술에 능한 자가 딱히 없었다.
사실 과거 루브앙 제국도 그랬다.
궁술은 평범한 수준이었으나 라그만 공작이 옴으로써 아테네에서 가장 뛰어난 궁수들을 가진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10m 내의 과녁도 못 맞히던 병사들이 50m의 과녁도 맞힐 수 있게 성장시켰다.
‘가르치는 자 베라든에게 활의 총명함을 얻어왔다고 했던가.’
라그만 공작은 기둥에 가까웠던 베라든에게 힘을 얻어온 특별한 자다.
그렇기 때문인지 고작 2개월 만에 루브앙 제국의 궁수들의 수준을 몇 배로 끌어올렸다.
허나 라그만 공작이 가진 이 힘에 대해선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들이 성장시킨 만큼에 따라 플래티넘을 지급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공평하게 말이죠. 성장도 1%에 2만 플래티넘씩이요.”
헤이즈는 알았다.
이것은 폐하의 능력을 꼬집는 것도 있었다.
고작 민혁 혼자서 요리사들을 성장시켜 봤자 얼마나 성장시킬까 하는 것.
헤이즈는 민혁이 기둥이 됨으로써 ‘기둥의 자애’를 얻은 것을 안다.
민혁은 ‘생각보다 별로야’라고 했지만, 그 정보를 모두 들은 헤이즈는 여러 계산을 해봤던 바 있으며, 역대 기둥들의 행보에 대해서도 책으로 모두 조사한 바 있다.
‘내 예상이 맞다면…….’
또한 먼저 공격한 것은 에빗이다.
“좋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추가하죠. 타 제국으로 이주코자 하는 자들을 허락하는 것으로요.”
에빗이 박장대소했다.
천외제국이 신흥 강국은 맞으나, 루브앙 제국에서 잘살아가는 자들이 왜 굳이 이주하는가.
되려 에빗에게 더 좋은 기회다.
‘라그만 공작의 궁술을 익힌 자들. 그리고 천외제국의 시선이 신경 쓰여 맘 놓고 이주하지 못했던 병사들을 뺏어올 수 있는 기회다.’
에빗은 신날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를 체결했고 쾌재를 부른 에빗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래서 어린 것들을 대표로 내세우면 안 되는 거겠죠. 사리판단 능력이 떨어지니까요. 자, 한 달 후에 봅시다.”
고개 숙인 헤이즈가 눈을 비비고 있다.
자신의 어리석은 계약서 싸인이 천외제국에 끼칠 막대한 악영향을 깨닫고 자괴감에 울고 있다 에빗은 생각했다.
‘쯧쯧, 저런 것을 재상이라고 둔 천외제국 꼬라지 하고는.’
에빗이 밖으로 나선 후.
“눈에 뭐가 들어갔어. 응……? 에빗 재상 어디 갔지?”
혼잣말로 중얼거린 에빗이었기에 그녀는 잘 듣지 못했다.
뒤쪽에 선 병사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헤이즈가 황당하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 달 후가 기대되네.”
* * *
한 달 후.
에빗 재상은 신의 검들을 이끌고 가이아 대륙에 다녀왔다.
가이아 대륙은 무궁무진한 것들이 넘쳐나는 땅이다.
서서히 개척되고 있는 이 가이아 대륙과의 계약을 위해 에빗 재상이 자그마치 한 달이란 시간 동안 그곳에 머문 거다.
더불어 에빗 재상은 가이아 대륙의 한 구역을 개척해야 함을 알았다.
‘희생이 불가피하다.’
재상으로서 그는 머리를 굴렸다.
한 달이 지났으니 헤이즈 재상과 체결한 계약도 결과물이 드러났을 거다.
‘천외제국의 많은 병사들이 이주해왔겠지.’
그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재상으로서 애초부터 자국의 병사들이었던 자들과 이주해 온 병사들은 그 대우를 다르게 해줄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써먹을 일이 바로 생긴 것도 있고.’
더불어 에빗 재상은 가자마자 큰 포상을 예상했다.
‘1억 플래티넘은 가뿐히 얻어왔을 것 같은데.’
사실상 전쟁의 피해라고 해도 1억 플래티넘은 과하다.
에빗은 처음부터 센 금액을 부른 것이다.
그만큼 계약내용의 1%의 성장도에 2만 플래티넘 지급은 과하다 못해 넘친다.
물론 천외제국도 성장하고 루브앙도 성장할 테니, 서로 합한 후 더 많은 성장도를 가진 이들이 나머지를 제하고 가져가는 구조다.
그 구조라고 할지라도 수천만 플래티넘은 가뿐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성장도란 다양한 것이 반영될 예정이다.
흔히 유저라 말하는 이방인들의 성장도.
그들이 달성하게 된 경지.
NPC들의 변화 등 다양할 거다.
‘정말 1억 플래티넘을 얻었으면 어쩌지? 흐흐’
에빗은 부푼 꿈을 안고 루브앙 제국에 도착했다.
도착과 동시에 헐레벌떡 병사들이 뛰어왔다.
“오오! 정말 1억 플래티넘을 받기로 된 거냐!?”
에빗은 버선발로 마중 나온 그들을 보며 감격했다.
자신이 얻게 될 보너스까지 생각하자 입이 귀에 걸렸다.
“예……? 무슨 소리십니까.”
“1억 플래티넘을 받다뇨. 받는 게 아닌 1억 5천 플래티넘을 천외제국에 주게 되었습니다.”
“……?”
에빗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병사가 사색이 되었다.
“루브앙 제국 요리사 60%가 천외제국으로 이주를 신청했습니다.”
“뭐, 뭐……?”
머리가 하얘진다.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리고 요리사들이 이주했다 한들 우리 쪽도 천외제국 측 병사들을 데려왔을 터.
“천외제국에선 얼마나 이주해 왔는……?”
“한 명도 이주해 오지 않았습니다만…….”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한 명도 이주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때, 루브앙 제국의 돈이 가득 담긴 마차행렬의 선두에 선 헤이즈를 발견한 에빗이 헐레벌떡 달려갔다.
“머, 멈춰라. 어떤 요술을 부린 것이냐. 이 요망한…….”
헤이즈는 그를 발견하고 마침 잘됐다는 표정이다.
“아, 저번에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고 나가셨다면서요?”
헤이즈가 목을 가다듬고 그를 흉내 냈다.
“‘이래서 어린 것들을 대표로 내세우면 안 되는 거겠죠. 사리판단 능력이 떨어지니까.’라고요! 저도 드릴 말씀이 있는데!”
헤이즈의 양쪽 눈꼬리가 올라갔다.
파들파들 떠는 에빗의 귓가에 헤이즈가 속삭였다.
“이래서 꼰대들을 대표로 내세우면 안 되는 건데 말이죠. 사리판단 능력이 떨어지니깐요.”
“……!”
에빗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때 병사들이 다가왔다.
“브로드 폐하께서 뵙자 하십니다. 화가 많이 나셨습니다. 재상님의 보직해임을 고려하고 계신다는군요.”
헤이즈가 씩 웃었다.
그녀는 어린 친구들의 인사법처럼 쾌활하게 말했다.
“님, 수고요.”
에빗이 절망했다.
도대체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