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83
밥만 먹고 레벨업 1284화
민혁은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적으로 인식된 자들의 숫자만큼 생성된 검기가 하늘을 가득 채운 신들과 그들의 군대를 갈가리 찢어발겼다.
‘그냥 검기가 아니다.’
검기라는 건 닿는 순간 적을 한번 베고 간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기둥학살검은 닿는 순간 적의 몸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하늘 위를 가득 채웠던 수백만 군이 잿더미가 되어 스르르 흩어져 갔다.
‘백화의 불꽃 이상이야.’
헬레냐의 8기둥의 재앙이었던 백화의 불꽃 역시 적으로 인식된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또 2초간 1,200%의 데미지로 모든 적을 불태운다.
다시 떠올려봐도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다.
그런데 민혁이 직접 본 기둥학살검은 더 뛰어났다.
‘검기 하나당 최소 6회 이상 베어내며 추가 공격력은 650% 이상이다.’
당시 백화의 불꽃은 7억 명 중 2억5천 명을 단숨에 불태웠다.
그러나 초당 데미지가 1,200이었고 2초 동안 총 2,400의 데미지를 발휘했다.
그리고 불이라는 것에 의한 지속데미지를 포함하면 총합 3,000%의 데미지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이건 훨씬 강하다.
총합 4,000% 이상의 데미지로 적을 난도질한다.
백화의 불꽃은 몸을 태우는 잔화를 끄면 그만이지만, 기둥학살검은 몸의 어떠한 부분 하나쯤을 날려 버릴 수 있기에 전투불능 상태로도 만들 수 있었다.
‘이걸 내가 얻는…….’
민혁은 생각을 정정했다. 재료는 하나뿐이고 세 명을 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으니까.
눈앞에서 커다란 피해를 입은 수만의 신들의 쏟아지는 공격이 보였다.
필립이 뒤를 돌아봤다.
두려움에 질린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보였다.
“걱정 마! 난 끄떡없으니까!”
[필립은 몇 날 며칠을 홀로 맞섰다.] [그것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사명감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그는 평범한.] [아버지였다.]처절하게 싸우는 필립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 어깨에 굵직한 창이 박힌 그가 요새에 발을 디디려는 신들과 격돌하고 있었다.
[갑자기 멸망이 선포된 세상에서 ‘소멸’이란 두려움 앞에 떠는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 [그는 악인이었던 자도 아니었고.] [선인이었던 자도 아니다.] [그저 조금 특별한 절대무신이었던 아버지였고 남편이었을 뿐이다.]민혁은 실감할 수 없었다.
‘벤더, 브로드, 나. 그리고 어쩌면 올림푸스의 신들.’
민혁이 알고 있는 현시대의 어떤 강자들을 떠올려봐도 필립만큼 강한 자는 떠오르지 않았다.
현시대뿐만이 아닌 어떤 역사를 거슬러도 ‘필립’ 같은 강자는 없을 거란 확신이 선다.
수만의 신들의 숫자가 줄어든다.
필립의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인간’의 모습으로 버티고 선 필립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신들은 승리를 확신하여 물러났다.]필립은 자그마치 33일 동안 요새 안에 가족들을 숨기고 싸웠다.
필립은 승리했다 믿어 요새 안으로 들어갔으나, 그곳에서 보았다.
[이미 그의 가족은 모두 숨을 거둔 뒤였다.]필립은 멸망해 가는 세상에서 그들을 이끌고 내달렸다. 그 과정에서 음식을 챙길 수도, 식수를 챙길 수도 없었다.
더불어 신들에게서 피어나오는 살기의 기운이 그들에게 계속 압박하였고 전투가 시작되고 고작 일주일 만에 그들은 숨졌다.
필립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자책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한 번만 더 돌아봤어도…….”
아니, 민혁은 그것이 말도 안 된다 생각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 중에 그들을 돌아보는 건 불가능했다.
그가 딸의 뺨을 쓰다듬는다.
“많이 배고팠지……?”
아들의 뺨을 매만진다.
“많이 목말랐지……?”
아내의 품에 안겨든다.
“날 계속 기다렸지……?”
필립이 무너졌다.
[필립은 멸망이 선포된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아 승리했다.] [그러나 10일 후.]화면이 변화한다.
변화한 화면 속. 필립은 죽은 가족의 시신을 요새 밖으로 데리고 나와 그 품에 안겨 있었다.
[그 또한 죽었다.]하지만 민혁이 지금 필립을 보고 있듯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죽은 필립에게로 ‘멸망’을 선고한 신이 나타났다.
“우리에게 대항한 죗값을 치르라.”
“너는 죽지도 살지도 못해 영원을 살아갈 거다.”
“그대의 뛰어난 힘은 직접 목도한바.”
“다음의 세상을 지탱할 이들을 위한 힘을 만들어라.”
“오로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운 절대무신이여.”
“그대는 오로지 그들을 위해서만 살아가게 될 것이다.”
끝으로 민혁이 깨어났다.
* * *
헤라클이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헤라클은 많은 이들이 가이아 대륙 합동 군사작전을 위해 떠났지만 함께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머릿속에서 들려온 목소리 때문이었다.
‘헤라클. 나는 너이다.’
헤라클은 처음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를 부정하고 무서워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자신의 것과 같았으며, 누구보다 자신을 위하고 있어 차츰 마음을 열었다.
‘헤라클. 안주해선 안 된다. 너의 사람들을 지키고 싶지 않나?’
헤라클은 자신이 부족함을 알았다. 또 힘이 너무 강해 많은 것들을 부수기도 했다.
그럼에도 천외제국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따스하게 안아줬다.
헤라클은 그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
‘헤라클! 코니르와 천외제국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그는 또 다른 자신에게 말했다.
‘말했듯 나는 너이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그러나 나조차 이해할 수 없게도 이렇게 너와 대화는 나눌 수 있는 것 같더군.’
‘헤라클. 그곳에 가서 나를 깨워라. 그렇게 된다면 나의 힘을 온전히 가질 순 없어도 적어도 네가 원할 때 ‘비로소’ 너의 진짜 모습을 잠깐이나마 찾을 수 있게 될 거다.’
헤라클이 걸음을 멈춰섰다.
그가 도착한 곳. 가이아 대륙의 관리되지 않은 한 신의 신전이었다.
그곳에 세워져 있는 동상은 사자 머리 가죽을 쓰고 몽둥이를 앞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신이었다.
헤라클이 ‘진짜 자신’을 깨우기 위해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 * *
잠에서 깨어난 민혁은 필립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필립은 먹먹한 표정을 짓는 민혁의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내가 슬프지, 자네가 슬플 일인가. 또 난 절대무신이라 불린 자네.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나를 뛰어넘는 자는 드물겠지. 그런 강한 나는 감정조차 강하다네.”
거짓말이다.
감정이 강한 자는 있을 수 없으니.
쓰게 웃은 필립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자, 이제 확인해 보시게.”
띠링!
[스킬 ‘소화(消化)’를 획득합니다.] [8기둥의 재앙입니다.](소화(消化))
등급: 기둥의 재앙.
액티브 스킬.
레벨: 1
소요마력: 6,000
사용 시 페널티: 본인을 위한 소화 시 없음, 광역소화 시 모든 스텟 -25
쿨타임: 본인 소화 168시간, 광역소화 3,000시간.
효과:
⦁본인을 위한 소화 시 이제껏 당신이 먹었던 요리들의 힘을 축적하여 한 번에 소화시킵니다.
⦁소화되는 양에 따라 더 높은 등급의 요리를 만들 확률, 요리 관련 스킬 레벨, 손재주 등이 상승하게 됩니다.
⦁당신이 원할 시 소화(消化)를 공격형으로 변형시켜 발동할 수 있습니다.
⦁단 그렇게 할 시 요리를 위한 소화 시보다 그 위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기둥급 요리를 먹었을 시 약 10% 정도를 축적합니다.
⦁신등급 약 2%, 전설 등급 약 0.5%. 에픽등급 약 0.01%가 축적됩니다.
⦁단 소화율 50% 이상일 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역소화 시 아군이 가진 공포, 두려움, 열망, 의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 등 다양한 것들이 깃들어 그 모든 것을 소화시킵니다.
⦁대상은 아군으로 인식된 모두입니다.
⦁소화시킨 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하게 모든 스텟과 스킬레벨 등이 상승하게 됩니다.
⦁소화로 인한 유지시간은 그들의 느낀 여러 가지 것들에 따라 달라집니다.
설명: 더 뛰어나고 대단한 요리를 많이 먹고 소화시킬수록 스킬이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모르며, 8기둥의 재앙 중 유일하게 성장 가능한 힘입니다. 대단한 요리를 많이 먹었어도 800레벨에 1레벨업 할 수 있으며 다음 레벨업은 900입니다.
민혁은 감탄했다.
확실히 전보다 훨씬 뛰어나졌다.
어쩌면 남들이 보았을 때 백화의 기둥과 같은 것에 비하면 한없이 비루해 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민혁의 예상이 맞다면.
“백화의 불꽃은 한 번 발동 후 언제 발동되었죠?”
“3개월일세.”
“…….”
그만큼 쉬운 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에 있었다.
더불어 민혁은 본인 소화를 통해서 이제까지 자신이 오르지 못했던 요리의 한계를 깨부술 수도 있었다.
더불어 요리란 곧 자신이 버프효과를 받는 것임을 감안하면 엄청나다.
‘원한다면 공격형으로 소화시킬 수도 있기까지.’
심지어 광역소화는 악신강림, 백화의 불꽃처럼 아군으로 인식된 자들을 전 대상으로 하는 버프기인바.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쉬운 건.
‘소화 시 얼만큼의 힘을 내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지 못한 것.’
그리고 주목할 건 이거다.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는 거군요.”
“기둥의 재앙이 성장하는 건 최초일세. 이방인인 자네에게 뛰어난 기둥의 재앙을 만들어주기 위한 제약을 부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
그의 천재성에 감탄이 나온다.
그럼 이제 민혁이 보답할 때다.
필립은 궁금해졌다.
“멜론은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과일이지, 그런 과일을 어떻게 요리하는가?”
과일은 때론 잘못 요리하면 그 본연의 맛을 잃는다.
그에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필립 님의 가족들 누구든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생각해 뒀습니다.”
필립이 관심을 보였다.
“멜론빙수입니다.”
“호오, 빙수라.”
민혁이 요리를 시작하기 전 하늘을 보았다.
오늘은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처럼 햇빛이 아주 쨍쨍한 날이다.
‘빙수 먹기 좋은 날씨네.’
작은 웃음을 지으며 시작한다.
멜론을 반으로 잘라낸다.
멜론 반 통의 씨앗을 긁어내고 멜론 속을 둥그런 스쿱으로 파내주면, 아주 둥글고 이쁜 멜론이 여러 개 나온다.
모두 파내진 멜론을 한곳에 잘 모아주고 우유를 갈아 눈꽃처럼 만들어낸다.
‘참 대단한 사람이야.’
우유를 갈아 ‘눈꽃빙수’라 이름 지은 사람은 말이다.
그처럼 뽀얗고 아름답게 갈린 우유 얼음을 멜론을 파낸 껍질 안에 잘 쌓아준다.
그 위로 연유를 한가득 뿌려준 후에 미리 파냈던 둥근 모양의 멜론들로 채워 나갔다.
멜론빙수를 완성해 가는 민혁은 다시 씁쓸해졌다.
그가 멜론빙수 만들기를 택한 이유는 성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할 만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필립은 누굴 살릴지 결정하지 못한 듯싶었다.
복잡한 표정의 그를 보며 민혁은 멜론빙수를 거의 완성시켜 갔다.
속을 파낸 멜론 껍질에 얼음을 가득 채워 만들어진 눈꽃빙수. 그 위에 가득 뿌려진 연유와 그 위로 장식된 동그란 멜론 여러 개.
그리고 남은 반 통도 씨를 파내고 동그란 스쿱으로 떠 계속 동그란 멜론을 만들어 쌓았다.
완성되어가는 멜론빙수를 보며 필립이 씁쓸하게 말했다.
“……양이 많군. 혼자 먹기에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민혁은 알았다.
네 명은 족히 먹을 수 있는 양.
그렇기에 더 슬픈 거다.
이걸 먹을 사람은 고작 한 명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민혁도 방법이 없음을 깨닫고 멜론빙수를 완성시켰다.
[멜론빙수를 완성하셨습니다.] [멜론을 훌륭하게 요리함에 따라 30분 동안 죽었던 누군가를 되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민혁이 씁쓸한 표정으로 결국 무너져내리는 필립을 보았다.
필립은 ‘어떤 이’도 선택할 수 없었다.
어떻게 자신이 셋 중 하나만을 살린다는 말인가.
그럼 나머지 이들은 어쩐단 말인가.
하늘이 무심하다.
자신에게 너무 큰 죄를 짊어지게 하였다.
필립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의 욕심에 불과했던 일이다.
셋 중 하나만 잠시 살려 고맙다 전할 거라면 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를 민혁이 바라볼 때.
띠링!
[더블드랍이 발동됩니다.]알림이 들려왔다.
‘더블드랍? 잠깐만, 내가 알고 있는 더블드랍이라면.’
이 더블드랍이란 스킬은 바로 로카더의 완전해진 목장갑에 붙어 있는 힘이다.
그리고 이 더블드랍이 가진 힘은.
‘하나의 요리를 완성했을 때 1% 확률에 따라 같은 효과의 요리를 하나 더. 0.1%의 효과로 발동되었을 땐 두 개를 얻는다는 거다.’
곧 들려온 알림을 들은 민혁이 좌절해 울고 있는 필립에게 말했다.
“필립 님, 한 명을 선택할 수 없다면.”
민혁이 환하게 웃었다.
“모두 살리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