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9
밥만 먹고 레벨업 1300화
지옥의 주인이기에 ‘어둠’이고 ‘악’이다.
누가 만든 관념인가?
생명체들이 지치지 않고 살아온 삶에서 지옥은 그들을 안아주고 잘잘못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존재한다.
인간들의 지옥은 아주 무서운 곳이라는 편견이 죽음의 신을 ‘어둠’이요 ‘악’이라 불리게 했다.
태초부터 시작된 그것은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명.
지옥에 꽃을 심었고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아끼는 그 누군가가 그 틀을 깨부쉈다.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누구든 이 조건을 달성하면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카오스는 그들을 보며 한숨 쉬었다.
누군가의 잣대에 그들의 관념도 변하지 않으니.
스스로를 어둠과 악이라 칭하여 깊은 구덩이 속의 외로운 종자로 전락해 왔다.
그것을 깨부순 자.
‘죽음의 신’이 아닌 진짜 이름을 찾은 삶과 죽음의 기둥.
삶이란 우리의 아름다웠던 걸음이요.
죽음은 그 걸음 끝에 맞이한 안식처이리라.
그 안식처에 계속 꽃이 피어났다.
삭막했던 지옥 전체에 피어나는 꽃은 나비와 벌을 만들어냈고 높게 솟아오른 나무는 퀴퀴했던 지옥의 공기를 정화시켰다.
온몸이 썩어 문드러지고, 온몸에서 악취가 나며, 온몸이 영원히 ‘불타오르는’ 지옥마가 변했다.
생전의 그 아름다운 자태의 말처럼 멋들어진 갈기를 뽐내며 운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힝!”
죽음의 기사.
언데드의 왕.
모든 공포의 대상이라 불리는 데스나이트들.
그들의 몸에 살이 채워지고 눈이 채워지며 ‘감정’이 채워진다.
그들이 우리의 휴식처에 선다.
[삶과 죽음의 기둥은 지옥의 주인입니다.]또다시 들린 그 알림과 변화.
[지옥의 모든 존재의 능력치가 큰 폭으로 상향됩니다.]푸르고 아름다워진 지옥의 한편에서 백화의 불꽃에 다리가 사라졌던 민혁의 앞에서 피어난 한 송이의 꽃이.
[지옥에서 삶과 죽음의 기둥을 거스를 수 있는 자는 없습니다.] [백화의 불꽃이 지옥에 있는 동안 감히 당신을 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그의 힘이 온 세상을 아우른다는 기둥의 재앙마저 억압하고 있다.
그가 한 걸음을 떼며 낫을 휘둘렀다.
“타올라라.”
콰르르르르르르륵-!
지옥의 땅에서 솟아난 거대한 화염이 헬레냐를 삼켰다.
상식을 벗어나는 강력한 뜨거움에 그녀가 급히 실드를 두르려 하지만.
“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른다.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는 헬레냐의 비명이 온 세상을 울릴 듯 높다.
그녀는 자신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의 재생력은 역대 기둥들을 통틀어도 최강이다.
지금 살가죽이 녹아내리는 와중에도 빠른 속도로 새살이 차오르려 하고 있다.
온몸의 마나회로를 빠르게 활성화한다.
남아 있는 모든 마력을 끌어올린다.
오늘 삶과 죽음의 기둥을 죽인다.
콰르르르르르르릉-!
소용돌이치는 마력의 집약이 거대한 힘을 형성한다.
[9클래스 마법입니다.] [세상 모든 마법의 정점과 같습니다.] [그 거대한 힘이…….]“흩어져라.”
“……!?”
[지옥에서 그 누구도 삶과 죽음의 주인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한 줌의 바람이 되어 그저 흩어져 버렸다.
헬레냐는 완전히 깨달았다.
지옥 안에서 절대 그를 이길 수 없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로든 도망쳐야만 했다.
그래, 방법은 존재한다.
종전처럼 무저갱으로 떨어지면 된다.
무저갱의 그 끝까지 떨어져 민혁이 들어온 것처럼 자신은 도망치면 된다.
“두고 봐.”
화아아아아아아아아-!
그녀가 빛에 휩싸인다.
텔레포트를 이용해 단숨에 무저갱으로 도망치려는 거다.
“비겁한 헬레냐!”
민혁은 지금 그녀를 놓치면, 다음엔 지옥이 아닌 곳에서 보게 될 것을 알았다.
삶과 죽음의 기둥 루이스는 지옥에서의 황제.
지옥에서는 그 누구도 그를 거스를 수 없으나, 지상에선 다를지도 몰랐다.
빛이 되어 사라져 가는 그녀를 보며 민혁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소멸부(消滅簿).] [기둥의 재앙이 발동됩니다.]빛이 되었던 헬레냐가 도망치지 못하고 땅에 떨어졌다.
눈을 휘둥그레 뜬 그녀의 온몸을 쇠사슬 수십 개가 감싸고 있다.
목, 손목, 발목, 허리, 어깨.
감을 수 있는 모든 것이 감겨있다.
쇠사슬의 끝에 닫혀 버린 거대한 문이 있다.
보기만 해도 이질적인 그 문 위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족보행의 박쥐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낄낄 웃고 있다.
차락-
루이스의 앞으로 나타난 검은색의 낡은 책 한 권.
그의 손가락 끝에서 한 방울의 피가 송골송골 흘러나온다.
그 한 방울의 피가 소멸부에 이름을 적는다.
첫 글자가 허공에서 피로 새겨진다.
[헬.]두 번째 글자가 그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새겨진다.
[레.]마지막 글자가 새겨지며 소멸부에 적힌 자의 이름이 완전히 드러난다.
[헬레냐.] [소멸부(消滅簿).] [소멸부(消滅簿)에 적힌 자는 영원한 소멸을 맞이하게 됩니다.] [소멸의 문이 개방됩니다.]쿠우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문의 양쪽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끼이이이이익-
공포에 질린 헬레냐가 사색이 되어 문을 돌아본다.
[소멸부(消滅簿)란 오로지 삶과 죽음의 주인만이 다를 수 있는 기둥의 재앙입니다.] [소멸부는 ‘지옥’에서 살아갈 가치가 없는 자들에게 선고됩니다.] [그에겐 환생할 자격조차 없습니다.]“크헤헤헤헤헤헤헤!”
문 위의 박쥐가 무언가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헬레냐의 몸이 끌려간다.
저항하려 발버둥 치지만 벗어날 수 없다.
마력을 폭주시키려 해보지만.
[소멸부에 감히 저항할 수 없습니다.] [모든 마력이 일시적으로 차단됩니다.]헬레냐가 쇠사슬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앞으로 엎어진다. 질질 끌려가는 헬레냐의 기다랗고 아름다운 손가락들이 땅에 박힌다.
손톱이 부서진다. 그녀의 손가락이 끌려가며 땅이 파인다.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억!”
비명을 지르던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루이스와 민혁을 바라보며 처절하게 우는 그녀가 애원했다.
“새롭게 살아갈게, 인간들을 위해 살아갈게. 아니! 너희 둘을 위해 살아갈게, 그러니 제발!”
처절한 절규. 가여운 아이와 같이 엉엉 우는 그녀가 질질 끌려가며 양손을 싹싹 빌었다.
뒤로 끌려가는 그녀의 머리 위로 숫자가 떠오른다.
“선고한다. 헬레냐. 856,389,019명을 살해.”
그녀를 바라보는 루이스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한다.
“삶과 죽음의 주인의 이름으로 집행한다.”
“사라져라.”
엉엉 울던 헬레냐가 뚝 그쳤다. 이윽고 흉측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녀가 중얼거렸다.
“X발.”
루이스의 낫이 허공을 그었다.
땅에 손을 박아넣었던 헬레냐의 양쪽 손목이 잘려 나갔다.
문 안으로 그녀의 몸이 빨려 들어갔다.
안에 있던 수백만 개의 손들이 그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육체를 감쌌던 그 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헬레냐의 머리를 감쌌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쿠우우우우우우웅-
굳센 문이 닫혔다.
“싫어, 싫다고!”
쿠쿠쿠쿠쿠쿵-
문 안쪽 세상이 크게 진동한다.
약 10초여 정도가 흘렀을까.
[소멸이 집행되었습니다.]문이 검은 불에 휩싸여 사라졌다.
오랜 시간 인류를 공포에 물들였던 자의 초라한 최후.
모든 것이 끝났다.
그리고 지옥은 이제 ‘죽은 자’들의 것이 아닌, 달려온 삶에서 안식을 이루기 위해 ‘머무는 자’들의 땅이 되었다.
루이스는 주변을 둘러봤다.
헬라가 바랐던 것처럼 되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이곳에서.
“히히히히히힝…….”
흉측한 모습이 아닌 멋들어진 모습의 지옥마가 루이스의 얼굴에 머리를 비벼대고 있다.
죽었던 자들에서 이젠 머무는 자들이 된 데스나이트를 비롯한 스켈레톤들, 리치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
삭막하지 않고 더럽지 않고 냄새나지 않는 이곳의 ‘자신을 아끼는’ 표정을 짓는 머무는 자들 사이에서 루이스는 한 사내와 마주 섰다.
그를 본 순간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민…….”
그보다 더 솔직한 민혁이 그를 꽉 안아주었다.
누군가의 온기는 너무 오랜만의 것이라 낯설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따스함이 ‘죽은 어둠’, ‘죽은 악’을 안아 들고 새로운 자가 태어났음을 알리는 듯하다.
“다행이다.”
한참 그렇게 있었다.
다시 몸을 떼어내어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
“…….”
서로가 다시 어색해졌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어떤 말을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하다 깨닫는다.
어떠한 말도 할 필요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루이스는 지옥의 대행자 벤스라는 자의 말을 떠올렸다.
친구란 누군가 정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자신이 그를 친구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태동하는 자신의 심장이 그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그저 작게 웃음 지었다.
* * *
환생의 강.
양손 위에 공손히 올려놓은 헬라의 영혼이 천천히 다시 환생의 강 안으로 가라앉는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민혁은 가슴이 아파졌다.
그는 데스와 벤스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루이스는 환생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을 인식했는지 말없이 환생의 강을 바라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 있던 루이스가 말했다.
“환생부라는 것이 있다.”
“죽음의 신으로서 수천 년의 시간을 채우면 환생부는 그에게 자신의 이름을 적을 특혜를 준다.”
“이 환생부는 태어날 시간. 날짜, 위치. 그 모든 것을 적을 수 있다.”
“나는 6개월 뒤 환생부를 통해 환생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때…….”
민혁은 그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헬라와 함께 평범한 이로 환생할 거다.
그렇기에 데스에게 자리를 위임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거겠지.
‘가지 말라고 하는 건 내 욕심이지.’
환생부가 특혜를 준다 한들 결국 그가 기억을 잃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민혁은 루이스와 진정한 친구다.
“난 네가 행복했으면 한다. 루이스.”
그 말을 들은 루이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말했듯 환생부는 내가 원하는 날에 태어날 수 있게 해준다. 언제든 상관없지.”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던 루이스가 말했다.
“잠깐, 더 머물러 보려고.”
“응?”
루이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아름다워진 지옥에서 변화된 나의 삶에서.”
루이스가 헬라를 보듯 한다.
“조금 더 있어보려고.”
루이스는 헬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더 오래, 더 행복하게 그곳에 있다가 와.’
그가 화사하게 웃음 지으며 민혁에게 말했다.
“천외제국에 밥 먹으러 가도 되나?”
민혁이 답했다
“물론이다.”
* * *
루이스가 얼마간 세상에 머물렀는지 모르는 날.
그가 많은 세상을 둘러보고 환생부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그 날.
천외제국의 작은 마을.
한 집에서 아름다운 여자아이가 태어났고, 바로 옆집에서 한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한날한시. 같은 시각에 태어난 아기들의 이름은 루이스와 헬라다.
십 년 후.
루이스는 자신이 짝사랑하는 소녀 헬라와 손을 맞잡는 데 성공했고, 그녀와 함께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걷고 있다.
“헬라, 우리 내일은 뭐 할까?”
그때 두 사람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천외제국을 상징하는 망토를 두른 그 남자가 몸을 낮춰 루이스와 헬라를 바라봤다.
그 남자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마야.”
소년 루이스는 이 사람이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그가 말했다.
“우리 친구 할까?”
왜인진 모르겠다.
루이스는 그저 힘차게 답했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