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8
밥만 먹고 레벨업 1299화
섞이다.
두 가지 이상의 것이 합쳐진다는 뜻.
공존하다.
서로를 도와 함께 존재한다는 것.
비슷하나 완전히 다르다.
죽음의 신은 어둠 그 자체다. 너무도 어두워 세상을 칠흑처럼 물들이는 자다.
민혁은 빛과 같다. 너무도 밝고 찬란해 온 세상을 빛으로 물들인다.
섞일 순 없다.
흉측한 몰골로 비로소 ‘진짜’ 웃을 수 있게 된 죽음의 신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원체 마른 탓에 웃는 순간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였고, 퀭한 눈동자에 공포감마저 느낄 정도의 미소다.
그러나 민혁에겐, 그 하나의 미소를 내기 위한 그의 어둠이 느껴졌다.
세상은 죽음의 신을 ‘악(惡)’의 근원으로 여기고 두려워하고 회피한다.
가장 밝은 빛인 민혁은 그와 섞일 수 없으나 그 주변에 가장 찬란한 빛을 내려줄 수 있다.
서로가 미소 지으며 눈을 맞췄다.
어떠한 말도 필요치 않다.
죽음의 신은 문득, 환생의 강을 건너기 전 헬라가 민혁을 보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루이스. 난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어.
루이스는 부정했다.
-인간들이 좋아하는 연(緣)이라는 것. 그것은 나약한 자들의…….
-그렇지 않아. 내가 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당신이 좀 아플 때.
-좀 힘들 때.
-좀 버거울 때.
-당신을 위해 달려올 누군가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어.
싱긋 웃는 그녀가 루이스의 뺨을 쓸었다.
-수천 년을 당신을 위해 살았어.
삭막한 지옥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위해.
-그 수천 년 동안 나는 당신이 찾아내지 못한 걸 찾아냈다?
싱긋, 웃음 짓는 그녀가 장난스레 웃었다.
-몇 번 동안 이곳의 주인은 바뀌었어, 그동안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것. 그것을 해봐. 어쩌면 당신의 세상이 변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알 수 없는 심장의 격동이 느껴진다.
두근-
그 뜨거운 격동은 그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것.
두근-
그 박동이 너무도 두렵고 생소하나 기분 좋았다.
두근-
그리고 아차 한다.
‘내게 진짜 심장이란 게 있던가.’
죽음의 신은 인간을 닮았으나 죽음을 다스리는 자인만큼 ‘죽은 자’이기도 했다.
심장을 가졌으나 뛰지 못했던 그의 심장이 격렬히 뛰고 있다.
심장은 빠르게 펌프질하여 몸 곳곳으로 피를 보냈다.
죽었던 세포들이 깨어나고 썩었던 어떤 것들이 회복된다.
두근!
두근!
두근!
빠른 격동 속.
[오로지 당신만이 역대 죽음의 신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치이이이이익-
달궈진 그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 * *
민혁은 죽음의 신의 변화를 알지 못했다. 그저 그가 죽음의 끝에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급히 몸을 돌렸다.
분노한 헬레냐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헬레냐의 병사들의 육신이 21% 생성됩니다.] [1분 후 완전한 헬레냐의 병사들이 태어납니다.]“이 녀석들이 천외제국을 멸망으로 인도할 거다.”
헬레냐의 온몸에서 마나가 역류한다. 여전히 그의 손에 죽어가던 그 날을 잊지 못한다.
뜨겁게 가열되어 한곳에 응집되는 마나는 가장 순수하며 가장 강인한 것의 집약체.
그 누구도 행할 수 없는 ‘궁극의 마법’의 시전이 준비된다.
“무저갱 안에서 이날만을 기다리며 칼을 벼리고 또 한 번의 새로운 마나의 경지에 이르…….”
“난 놀았냐?”
[필멸학살자(必滅虐殺自.)] [8기둥의 재앙이 발동됩니다.] [경고.] [경고.] [경고.] [적군으로 인식된 적들의 숫자만큼의 백색검기가 생성됩니다.] [총 4,854,391자루의 백색검기가 100% 적중합니다!]민혁의 검에서 비롯된 수백만 개의 백색 검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일제히 떨어지는 비처럼. 그 모든 검기가 헬레냐의 병사들에게 적중했다.
[적중한 백색검기가 추가 공격력 2,900%의 힘을 발휘합니다.]아직 육신의 생성을 25%도 채 하지 못했기에, 2,900%의 추가 공격력만으로 충분했다.
검기에 휩쓸린 헬레냐의 군사가 땅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도 못하고 모두 잿더미가 되어 지옥의 하늘을 채웠다.
[헬레냐의 모든 군사가 전멸합니다.] [필멸학살자(必滅虐殺自.) 사용조건으로 3레벨 하락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헬레냐는 빠르게 차가워졌다. 그가 성장했을 거라곤 확신했던바.
그 성장의 도가 상식을 벗어났기에 더 침착해야 한다 믿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던 마나들이 종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마나의 파장을 일으킨다.
“스톰.”
꽈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륵-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토네이도가 지옥의 것들을 삼켜냈다. 몰아치는 바람이 민혁을 찢겨내고 있다.
그리고 헬레냐는 토네이도 사이로 떠오르는 두 개의 주사위를 목격했다.
두 개의 주사위가 토네이도 속에서 눈금을 나타낸다.
[번개의 신.]번쩍인다. 토네이도를 뚫고 헬레냐의 시야에 명멸하여 접근한 민혁의 검이 그녀의 바로 코앞의 실드에 가로막혔다.
까아아아앙-
빠른 속도로 바뀐 검로가 턱을 노린다.
블링크로 물러나 피해냈을 때.
무형의 검 수백 자루가 그녀의 눈앞에 이르고 있다.
마나의 흐름을 읽어낸 헬레냐가 읊조렸다.
“디스펠.”
화아아아아아아아-!
보이지 않던 무형검 수백 자루가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조소적으로 웃음 지을 때. 검은 주사위의 눈금을 ‘멸’로 택한 민혁이 검으로 그녀의 가슴을 노렸고.
동시에 헬레냐의 기다랗게 뻗어진 손가락 앞으로 마력의 집약체가 ‘강대한 힘’을 만들어냈다.
“그레이트 디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검은 주사위에 선택된 멸이 오십 회 이상 헬레냐를 갈기갈기 찢었다.
심장을 노리고 뻗어 나간 디스가 갑옷을 비집고 심장을 관통하더니.
“반복.”
다시 역행하여 이번엔 민혁의 몸 수십 곳을 관통했다.
[HP가 5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헬레냐도 중상을 입었다. 죽음의 신을 열 번 죽이는 동안 많은 마력을 소진했다.
[대마도사 헬레냐 Lv 1,203.]과거보다 한층 강해진 헬레냐지만, 민혁의 힘 역시 과거보다 강해졌다.
‘그때 오블렌의 융합이 아니었다면.’
그는 자신을 죽이지 못했을 거다.
“초월.”
검은 기류가 폭주한다. 종전보다 두 배가량 빨라지고 강해진 그가, 두 자루의 검으로 압박한다.
민혁의 속도는 블링크로 허공의 곳곳에서 빠르게 나타나는 헬레냐를 쫓아올 정도로 엄청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익스플로전의 폭발이 허공에 일며 쫓아오던 민혁이 폭발에 휩쓸린다.
[HP가 34%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익스플로전을 발동했던 잠깐의 그 틈과 민혁이 폭발 속에 갇힌 그 틈에서 생성된 초월자의 창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쿠웩!”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진 그녀의 입에서 울컥 피가 토해졌다. 어느덧 자신의 앞에 그가 있다.
헬레냐의 손끝이 그의 턱 끝을 겨눈 순간.
“절대방어.”
푸른 배리어를 두른 민혁이 학살자의 검을 준비했다.
10초의 시간은 길며 그녀는 자신에게 잡혔다고 믿었다.
“있잖아.”
그녀가 속삭였다.
“무저갱 안에서 생각했어, 네가 가진 힘들을 무력화시킬 방법. 문제는 네가 가진 힘들 중 무력화시키는 게 불가능한 것들투성이였다는 거야.”
“그래서 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기둥의 재앙을 재창조했어.”
비상식적인 소리다.
8기둥의 재앙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필립뿐이고 그 8기둥의 재앙을 변형시킬 수 있는 건 그뿐이다, 라는 민형의 관념이 깨진다.
8기둥의 재앙을 기존의 힘보다 훨씬 약하게 만들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커다란 페널티를 일으킨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힘이 약해지니까.
그러나 헬레냐는 과거처럼 인류의 인간을 멸망시키겠다는 거창한 꿈을 품었던 게 아니다.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을 이곳에서 지우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뿐.
[백화의 불꽃.] [경고.] [경고.] [경고.] [절대방어로도 막을 수 없는 힘입니다.] [백화의 불꽃이 단일대상에게 불꽃을 피워냅니다.]화아아아아아아아-
민혁의 몸에 붙은 백화의 불꽃. 푸른 배리어가 녹아내렸다.
발끝부터 붙기 시작한 백화의 불꽃은 단일대상을 죽이는 힘으로 변화해 있었다.
[초당 1,000%의 추가 데미지로 상대방을 불태웁니다.]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한 그 힘이 더 충격적인 힘을 드러낸다.
[백화의 불꽃은 상대방을 20회 죽일 때까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강제 로그아웃 후에 부활한 후에도 당신의 육신을 백화의 불꽃이 태울 겁니다.]“…….!”
[백화의 불꽃을 꺼뜨리려면 20회 강제 로그아웃 당하거나 시전자인 헬레냐가 죽어야 합니다.]20회의 연속 죽음은 민혁을 나락에 빠트린다.
어떠한 유저의 실험에 따르면, 10회 연속으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할 시 강제 로그아웃 페널티가 갈수록 올라간다고 하였다.
민혁은 최소 50레벨 이하가 떨어질 거다.
위협을 느낀 민혁의 검이 움직인다.
그녀를 꼭 이 자리에서 죽여야 했다.
학살자의 검.
수십 회 그녀를 난도질하며 지나쳤다.
녹아내린 다리에 의해 균형이 일그러진다. 무너지기 전 그녀의 어깨를 잡아채 균형을 유지해 본다.
“아하하하하하하하!”
박장대소하는 그녀가 속삭인다.
“20회 죽었을 때쯤엔 내가 다시 불꽃을 피워 올릴 수 있겠지. 그땐.”
“다시 널 찾아갈게.”
“절대군주.”
쿠우우우우우웅-!
오만한 그녀를 강압적으로 무릎 꿇린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녀에게로 쏟아지는 검의 폭우가 꽂혔다.
쉴 새 없이 유린당하는 헬레냐가 깨달았다.
“이제 정말 날 이길 수 있을 정도구나…….”
소름 끼칠 정도의 성장력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그녀에게서 피가 튀어 올랐다.
그녀의 HP가 0을 향해 달린다.
“너와 나의 차이는, 네가 재생할 수 없을 때, 나는 끊임없이 재생한다는 거야.”
헬레냐의 회복력이 그녀를 다시 되살리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재생이 불가했다면 이 싸움은 민혁의 승리로 끝났을 확률이 높다.
후두두두두두두둑-
다리가 완전히 타들어 간 민혁의 몸이 완전히 땅에 처박혔다.
위로 올라서는 불꽃은 급기야 민혁의 상체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때 헬레냐의 바닥을 향했던 HP양은 다시 빠르게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눈물 나는 우정이다만, 아무것도 구해낸 것이 없구나. 너도, 죽음의 신도.”
타오르는 민혁의 상체를 보며 발을 들었다.
이 발이 그의 가슴을 밟은 순간 퍼석하고 잿가루가 되어 그의 상체가 흩어질 거다.
그때 느껴지는 이질적인 힘에 헬레냐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세상에 새로운 기둥이 탄생하였습니다.] [그의 각성은 ‘그’가 죽음의 신의 고정관념을 버림으로써 시작되었습니다.] [죽음의 신으로 태어나 ‘사랑’을 느끼고 ‘희생’의 의미를 알게 되며.] [가식적 세상에 ‘우정’을 만들어냈습니다.] [모든 죽음의 신들의 영혼이 ‘관념’에 사로잡힌 자신들과 다른 길을 걷는 죽음의 신을 바라봅니다.] [모든 죽음의 신이 인정합니다.] [관념을 버리고.] [지옥을 가꾸고.] [어쩌면 자신들과 다른.]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그가 진짜 죽음의 신의 힘을 가질 자격이 있음을.] [지옥의 관념이 붕괴되어 새로운 지옥을 창조해 냅니다.]지옥에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난다.
그 꽃은 죽음의 신 루이스의 바로 앞에서 개화했다.
뼈가 보였던 두 다리에 살이 차올랐다. 흉측하게 화상을 입은 자국이 원상복구 되었다.
또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
너저분하게 길게 늘어졌던 그의 모든 머리카락이 깔끔하게 쳐져 댄디한 헤어로 드러난다.
죽음의 신의 감춰진 진짜 얼굴이 드러나고.
또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
퀭했던 그 두 눈에 생기가 가득 찼고 얼굴에 가득했던 검버섯이 씻은 듯 사라졌다.
이번엔 나무 한 그루가 지옥을 비집고 나왔다.
화르르르르르륵-
입고 있던 검은 누더기 같은 로브가 아닌, 새하얀 백색의 해골이 금색으로 수놓아진 옷이 입혀진다.
검은 낫이 타오른다.
백색 대를 지닌 하얀 낫이 그 손에 쥐어졌다.
또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화아아아아아아아-
민혁의 몸에 힘을 주며 떨어지던 HP를 멈추게 했다.
[새로운 기둥의 이름.] [삶과 죽음의 주인. 루이스입니다.]삶과 죽음의 기둥이 새로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