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7
밥만 먹고 레벨업 1298화
[그 방법은 무저갱의 끝에서 위로 올라가는 거다.] [무저갱은 나조차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곳. 얼마나 깊은지 어떤 녀석들이 득시글거리는지 추측되지 않는 곳이다.] [허나. 헬레냐는 그 안에 자신의 조각을 숨겨두었고 육신을 회복시켰다.] [그렇기에 ‘너’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얼마의 시간 동안 올라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영원히 갇혀야 할 수도. 죽음을 맞이하면 천외제국에서 되살아날 수도 있다. 나조차 예측할 수 없는 너무 많은 변수가 있다.] [기대해 볼 수 있는 건 너와 함께 무저갱으로 워프했을 때 우리가 어디서 나타나느냐다.] [헬레냐는 지옥과 가까운 곳에 조각을 숨겨두었던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도 그쯤에서 나타난다면 해볼 법하다.]오블렌은 당시 굉장히 염려스러운 표정이었다.
[너무 많은 변수 속. 어떻게 될지 나조차 알 수 없다. 그런데도 가겠나?]민혁은 말없이 작게 웃었고 오블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하다.
[바로 출발하자.]민혁은 오블렌과 함께 곧바로 무저갱으로 워프했다.
[지옥의 무저갱에 입장하셨습니다.] [지옥의 무저갱에 발을 들인 최초의 유저십니다.] [무저갱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구덩이입니다.] [무저갱은 구역에 따라 그 등급이 나눠집니다.] [무저갱에서 길을 잃을 시 어쩌면 그것은 ‘영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길을 잃었을 시 강제 로그아웃하여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단 평소의 5배의 페널티를 받습니다.] [무저갱의 K-135구역에 입장하셨습니다.]칠흑 같은 어둠이 주변을 채우고 있다. 어찌나 어두운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 밑쪽인지 위쪽인지 어떻게 알아?”
[나도 모른다. 올라가 봐야 알겠지.]오블렌이 쓰게 웃으며 손가락을 퉁겼다. 그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마치 싱크홀이 생겨난 것 같은 내부.
벽에 갇힌 자들의 팔 수만 개가 오블렌과 민혁을 갈망하듯 움직이고 있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다.
민혁은 자아의 쇠사슬을 소환했다.
자아의 쇠사슬이 그를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해 줄 거다.
[5초 후 K-135구역의 모든 존재들이 공격을 시작합니다.]쿠르르르르르르르-
벽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벽면 사이로 그 안에서 꿈틀대던 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머리가 다 빠졌고 피부가 썩어들어가는 그들은 다양한 무기들을 쥐고 있다.
인간이나 인간이지 않은 그들은 좀비처럼 ‘그으으’ 소리를 냈다.
[무저갱의 죄수 Lv 785.]미치도록 높은 레벨이다. 이중 더 특별한 개체는 훨씬 강하다.
오블렌이 만들어낸 빛이 더 높은 곳을 비춘다.
끝없이 솟아오른 무저갱의 위쪽에도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팔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1초 후…….]벽이 완전히 무너짐과 동시에 수백만의 죄수들이 일제히 자유로워지며 민혁과 오블렌에게 손을 뻗었다.
“올라라!”
오블렌은 15분 동안 이곳에 머물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했다.
거대한 벼락이 쉴 새 없이 내리치며 두 사람을 잡아채려는 죄수들을 터뜨려 버렸다.
카릉-!
하늘을 부유하는 자아의 쇠사슬이 민혁의 한쪽 손목을 감싸고 힘껏 하늘로 끌어 올린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민혁과 오블렌의 바로 지척에 다른 놈들이 끊임없이 폭발한다.
혹여 놈들과 몸이 닿기라도 하면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에 멸을 새긴 민혁과 오블렌이 끝없이 올라간다.
끝이 있기라도 한 건가?
지면을 가득 채웠기에 산을 이루어가는 놈들이 날아오르는 민혁의 속도에 맞춰 높아져 간다.
그 와중에도 솟구쳐 오르는 민혁의 바로 옆에선 지옥의 죄수들이 끊임없이 벽면을 비집고 튀어나오고 있다.
“크하아아악!”
“키히이이익!”
민혁보다 낮은 곳에서 놈들을 제지하며 올라오는 오블렌.
그의 발목을 한 놈이 잡아챘다.
줄지어 놈들이 오블렌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올라가라, 내가 놈들을 늦추겠다.]위에서 떨어지는 놈들보다 아래에서 산을 쌓듯 올라서는 놈들이 더 큰 문제다.
무저갱의 죄수들에게 뒤덮여 가는 오블렌을 보면서도 민혁은 그를 믿었다.
‘오블렌은 이 정도로 위험하지 않아.’
역시나.
오블렌에게서 퍼지는 스파크가 그를 뒤덮은 수천의 죄수들을 단숨에 터뜨렸다.
그가 산을 이루는 놈들을 소멸시켜 갔다.
민혁이 오블렌과 멀어져 간다.
아득하게 높은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그에게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놈들이 몸 곳곳을 부여잡고 놔주질 않으려 했다.
쉴 새 없이 베어내며 끊임없이 올라선다.
오블렌이 사라지자 짙은 어둠이 다시 자리 잡는다.
눈은 어둠에 익숙해져 죄수들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끝’을 알 수 없음이 민혁에게 공포심을 가지게 한다.
쉴 새 없이 베고 베고, 올라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이 있긴 한 걸까.
갇힌 걸까.
세 시간은 지났을까, 아니면 여섯 시간?
시간개념이 사라진다.
[무저갱의 알 수 없는 힘이 당신을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놀랍게도 이 알림은 계속 울리고 있었으나 듣지 못하고 있다.
무저갱이란 곳의 힘이 그의 청각을 완전히 차단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만독불체의 육체로도 저항할 수 없는 무저갱의 힘이 민혁을 나태하게 하고 포기하게 한다.
‘어차피 끝에 도달하지 못할 텐데 그만할까.’
민혁이 이곳에 온 이유를 잊는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가란 의문에 휩싸인다.
손목에 감긴 자아의 쇠사슬이 갑갑하고 아리다.
어차피 이래 봤자 올라가지 못할 것.
민혁이 스르르 자아의 쇠사슬을 풀어내려 한다.
그것을 푸는 순간, 끝없는 무저갱의 구덩이에 빠진다는 걸 알지 못한 채.
그때.
[벤스: 민혁 님, 벤스입니다. 드디어 귓속말 보내기에 성공했군요.]“…….?”
귓속말이 도착했다. 몇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자다.
한 가지 가설을 세운다.
‘무저갱은 외부와 귓속말이 닿지 않는 곳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귓속말이 닿고 있다. 그리고 원래 되지 않던 귓속말이 ‘이젠’ 되고 있다.
[벤스: 죽음의 신을 구해주십시오. 민혁 님도 아시겠지만 헬레냐는 그를 공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위해 죽음의 신은 소멸을 각오하여…….] [민혁: 나 때문이라고?] [벤스: ……알고 계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헬레냐는 죽음의 신에게 적대적이지 않습니다.]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머리가 하얘졌다.
아무런 일도 그에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벤스: 그럼 민혁 님은 왜 무저갱까지 기어서 그를 구하려…… 아…… 그렇군요.]벤스는 감탄했다.
[벤스: 그가 당신에 의해 죽는다는 것을 몰랐어도 그는 이미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었기 때문이군요.]머리가 하얘졌던 민혁의 정신이 돌아온다.
모든 것을 저항한다.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무저갱의 모든 유혹을 뿌리칩니다!]느슨해진 쇠사슬을 다시 손목에 힘껏 감았다.
귓속말이 닿았다는 것. 그것은 이곳이 ‘입구’와 가깝다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무저갱은 쉽사리 입구로 가는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무저갱의 힘이 당신의 모든 스킬과 소환의 힘을 차단시킵니다.]자아의 쇠사슬이 스르르 흩어진다. 동시에 땅에 추락하던 민혁이 벽에 힘껏 검을 박아 넣었다.
콰지이이이익-
다행히도 벽면은 더 이상 죄수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또 다른 검을 꺼내 쥐었다.
민혁이 벽에 검을 박아 넣으며 말 그대로 무저갱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죽음의 신이 헬레냐와 충돌한 이유를 알았기에 민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저갱을 벗어날 거다.
* * *
[육신이 재창조됩니다.] [열 번 중 마지막 회수를 사용하셨습니다.] [더이상 부활할 수 없습니다.] [사망 시 영원한 소멸로 간주합니다.]죽음의 신에겐 생소한 것이다.
뼈가 아스러지고 장기가 폭발하는 것.
크게 뛰던 심장을 무언가 꿰뚫는 순간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
그 모든 것이 생소하고 낯설다.
뭐든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게 마련이건만.
‘죽는다는 건 익숙해지지 않는군.’
더군다나 죽을수록 소멸에 가까워지기에 두려움은 더 커져갔다.
그 와중에도 죽음의 신은 헬레냐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헬레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그를 보며 지쳐 버리고 말았다.
허나, 죽음의 신은 자신에게 위협 따위가 되지 않았다.
아니 않는다고 믿었다.
[열 번의 죽음 끝에.] [열 번의 죽음 동안 축적한 힘이 당신을 대폭 강화시킵니다.] [6% 강해집니다.] [8% 강해집니다.] [7% 강해집니다.] [9% 강해집니다.] [총 64% 강해집니다.]낫을 든 죽음의 신이 공간 속으로 사라진다. 기류가 되어 나타난 그가 헬레냐를 한 번 베어내며, 물러서는 그녀의 목을 쥐었다.
땅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수백 개의 손들이 그녀의 몸 곳곳을 붙잡았다.
“너 설마……!”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의문.
헬레냐의 동공이 떨렸고 그녀는 곧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그는 헬레냐가 민혁에게 닿지 않기 바라는 거다.
데스는 ‘시체폭발’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죽음의 신의 ‘죽음의 폭발’의 하위호환이다.
진짜 죽음의 폭발은.
[죽음의 폭발.] [3초 후 당신의 생명력과 스텟 외 모든 것을 소진하여 거대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폭발은 반경 2㎞ 반경을 집어삼킬 것입니다.]헬레냐의 불꽃 급의 힘을 낸다. 대신 생명을 기반으로 한다.
하늘에서 수만 마리의 본드래곤이 떨어져 헬레냐와 죽음의 신을 가둔다.
그 위로 수백만의 스켈레톤 떼와 데스나이트들이 겹겹이 쌓인다.
그녀의 ‘도망’을 완전히 막아선 거다.
“역겨워…….”
헬레냐가 죽음의 신을 죽이고자 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에게서 ‘동질감’을 느껴서다.
그 동질감이 사라진 헬레냐는 죽음의 신에 대한 살기를 가졌다.
그러나 폭발한다.
피유유유유유유유유-
죽음의 신에게서 뻗어 나간 한 줄기 빛이 지옥 중앙에 닿는다.
그 지옥 중앙에서 빛이 명멸을 일으키며 원자폭탄이 터진 것처럼 그 주변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킨다.
헬레냐의 육신이 녹아내리고, 죽음의 신의 육신 또한 녹아내리려 한다.
[죽은 자들이 자신의 주인을 위해 마지막 힘을 끌어올려 당신을 위한 배리어를 형성합니다.] [그들이 한 줌 남은 생명력을 당신에게 불어넣고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 처음 있는 일이다.
모든 죽은 자들이 그를 지켜내고자 한다.
폭발의 여파가 끝나고 죽음의 신의 모습은 끔찍했다.
머리카락이 다 타버렸고 두피는 그을려 핏기 가득하다.
양쪽 다리의 살은 전부 타올라 뼈만 앙상했고 그나마 상체만이 멀쩡했다.
이런 죽음도 나쁘지 않겠지.
그런 그의 시야로 꾸물거리며 재생되는 헬레냐의 모습이 보였다.
“…….”
그녀를 소멸시키는 데 완전히 실패한 거다.
순식간에 모든 육체를 회복시킨 그녀가 처참한 몰골의 죽음의 신을 내려다봤다.
“너를 좋아했던 건 나와 같았기 때문이야.”
자신과 같이 외로워 보였으나 이젠 아니다.
헬레냐는 악녀다. 악랄해지는 순간 그녀는 가장 잔인한 이가 된다.
움찔거리기만 하는 그를 보며 손가락을 퉁겼다.
[헬레냐의 마력이 소멸된 자들의 영혼을 먹어치워 병사들을 새로이 창조시킵니다.]백만을 넘은 수백만의 놈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그래서 더 처절하게 빼앗고 싶어졌어. 네가 지키려고 했던 천외제국도.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 끝에 두둥실 떠오른 무언가 있었다.
그것은 환생의 강에서 환생을 기다리는 자의 영혼.
바로 ‘헬라’의 영혼이었다.
둥근 구의 그것을 엄지와 검지로 집어 힘을 주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한날한시에 다시 태어나겠다고 해놓고 넌 소멸하려고 했잖아? 얘도 같이 소멸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그녀의 등 뒤로 땅을 비집고 군사들이 일어서고 있다.
“네가 내부에서 외부로 가는 길을 차단한 걸 알아.”
“혹여 민혁이 올까 봐 그가 피해 입을까 봐 두려워서겠지.”
꽈아아악-
그녀의 손가락에 더 힘이 들어간다. 그 순간 죽음의 신은 어떠한 알림을 들었다.
[누군가 지옥에…….]“그는 오지 않아.”
“그는 너의 죽음 따위 슬퍼하지 않을 거거든.”
“너의 친구는 ‘그’ 하나뿐이지만. 그에겐 무수히 많아.”
“너와 그는 친구가 될 수 없는 운명이거든.”
그녀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어둠과 빛은 섞이지 못해.”
꽈아아아아악-
[헬라의 영혼의 HP량이 10% 남았습니다.]헬라의 영혼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을 적신다.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그를 ‘증오하라’. 그는 너를 위한 어떤 희생…….”
스가아아아악-
누군가 휘두른 검에 헬레냐의 손이 잘려 나갔다. 하늘로 헬라의 영혼의 구가 떠오른다.
그를 보는 죽음의 신이 말했다.
“그는 왔다.”
“나의 죽음이 두려워, 혹여 내가 영영 떠날까 무서워. 감히 신들조차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옥의 무저갱’ 끝을 기어서…….”
죽음의 신이 울었다.
빛처럼 나타난 사내가 헬라의 영혼을 다급히 품속에 집어넣고 자신을 향해 달려온다.
그를 보는 죽음의 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미 그와 친구이다. 운명으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와 ‘나’ 사이로 인해 서로 알고 있기에 된 거다.”
그가 천천히 자신을 끌어안는다.
흉측하게 온몸이 녹아내려 더러움에도 그는 자신을 끌어안았다.
살가죽이 녹아내려 앙상한 뼈만 남은 두 다리가 축 처졌다.
‘그’가 나를 천천히 한쪽에 눕혔다.
나타난 자.
그가 죽음의 신의 말을 대신 이었다.
“어둠과 빛은 섞일 수 없다.”
죽음의 신의 세상에 고작 한 명밖에 없는 친구가 그를 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어둠과 빛은 ‘공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