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6
밥만 먹고 레벨업 1297화
데스가 민혁을 찾아왔다.
“뭔가 이상해. 아직 죽음의 신의 자리를 계승할 때가 아닌데 죽음의 신 계승 퀘스트가 발발됐어. 퀘스트가 너무 쉽기까지 해.”
“사실 계승을 위한 연계 퀘스트 준비를 그 전부터 해왔거든, 앞으로 6개월 정도 후에나 그 퀘스트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즉 데스는 ‘연계 퀘스트’로 그 끝에 도달하지 못했는데도 대부분의 것이 스킵되어 마지막 퀘스트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계승 퀘스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도 쉽게.
“무슨 일이 생겼나?”
민혁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바로 신들의 땅으로 워프했다.
신들의 땅으로 워프한 민혁은 혼란스러움에 가득한 신들의 땅을 볼 수 있었다.
“헬레냐가 지옥의 무저갱에 숨어 있었다고?”
“절대신들께서 다급히 신들의 땅과 지옥을 오가는 다리를 차단하셨다는군.”
민혁의 걸음이 다급해졌다. 그가 회의실에 도착했다.
해당 자리에 오블렌을 제외한 절대신들이 있었다.
사색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민혁은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지옥으로 향하는 길을 닫았다는 겁니까!?”
민혁의 자리는 보좌관 밴슨이 대신하고 있다.
밴슨은 실질적인 민혁의 대리인이다. 그는 민혁이 가진 권력만큼을 신들의 땅에서 휘두를 수 있고 결정할 수 있었다.
“최선이었네.”
“죽음의 신이 나오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얼굴이 붉게 물든 민혁은 태연한 표정을 짓는 절대신들을 볼 수 있었다.
죽음의 신의 위험과 죽음은 그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듯 태연했다.
“헬레냐가 지옥에서 나와 신들의 땅을 급습했다면 또다시 수억 명 이상이 죽었을 거야.”
밴슨은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자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가장 이상적인 결정을 내렸네.”
민혁의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른다. 거친 숨을 참아내기 힘들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론 이해하기 힘들다.
죽음의 신 한 명의 죽음을 수억 명의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것.
그들 중 그 누구도 죽음의 신에 대한 애정 따윈 없다는 것.
죽음의 신은 혼자였다.
걸어오는 길에도 민혁은 신들의 땅의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옥? 차라리 이번 기회에 죽음의 신과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군.
-어째서 죽은 자들이 머물러야 할 곳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죽음의 신은 신들의 땅에 언제든 위협이 될 수 있는 분 아니신가. 헬레냐와 함께 지옥에 묻힌다면 우리 신들의 땅엔 아주 좋은 일이지.
민혁은 죽음의 신과 마주했을 때를 떠올렸다.
어색하게나마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그 말들이 그에겐 어쩌면 몇 달 만에 내어보는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온 세상의 경멸 속에서 살아가는 그의 슬픔이 느껴진다.
민혁이 말했다.
“저 혼자라도 가겠습니다.”
민혁은 죽어도 되살아나는 불사.
설령 그곳에서 죽는다 해도 어떠한 피해도 다른 곳에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밸슨이 고개를 저었다.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길은 우리 절대신들이 막을 수 있네. 그러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길을 막을 수 있는 건 죽음의 신뿐. 죽음의 신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모든 길목을 차단하였다네.”
“……!”
밸슨도 이 부분에 대해선 굉장히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알았던 거지, 아무도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란 걸. 그리고 만약 단 한 명의 누군가.”
보좌관 밸슨이 몸을 일으켜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그 누군가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위함이었겠지.”
그 단 한 명의 누군가는 바로 자신이었을 거다.
죽음의 신 루이스는 혹여 민혁이 자신을 구하러 올까 봐,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할까 봐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길을 막은 거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민혁이 냉정해졌다.
떨렸던 가슴이 진정된다.
크게 토해지던 숨이 잦아들고 머리가 차갑게 식어간다.
“들어갈 수 있는 방법 없습니까?”
절대신들이 시선을 맞춘다.
“있어도 말해주지 않겠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야.”
방법이 없다. 그때 수호신 오블렌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역시…….’
오블렌은 이런 모습일 것을 알고 있었다는 씁쓸한 표정이다.
민혁과 오블렌이 잠시 회의실 밖으로 걸음했다.
함께 걷는 오블렌이 말했다.
[현재로선 지옥의 차단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오블렌 역시 절대신들과 같은 답을 내렸다.
[하지만 바보 같은 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길을 찾아내려 할 것을 안다.]오블렌은 민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아끼는 자다.
민혁은 몰랐으나 오블렌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죽음의 신은 살 수 있었다. 오블렌은 절대신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자다.
또 헬레냐의 성격과 죽음의 신의 관계도 절대신들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죽음의 신은 헬레냐가 천외제국을 공격할 것을 알기에 ‘소멸’을 감수하고 막아선 거다.
평소의 오블렌이었다면 그 방법을 찾지 않았을 거다. 안다고 할지라도 모른 척했을 거다.
그에겐 민혁도 소중했으니까.
그러나 이번은 예외다.
민혁에게 망설임은 없었다.
“당연하지.”
[역시 넌 멍청하다.]이래서 내가 널 사랑한다, 그 뒷말은 삼킨 오블렌이 말했다.
[그 방법은…….]* * *
지옥의 대행자 벤스는 지옥을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저 중 한 명이며 천외제국 소속이다.
그조차도 혹여 죽음의 신과 마주치면 죽거나(?) 고문당하거나(?) 그런 으스스한 상상을 하며 피해 다녔다.
어느 날 정체 모를 묘목과 물뿌리개를 든 죽음의 신과 마주쳤다.
난 꼼짝없이 죽겠구나,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는 말했다.
-따라와라.
그는 잔뜩 움츠러들어 그를 따라갔다. 묘목을 정성스레 심는 죽음의 신은 1시간이 지나도 말이 없었다.
묘목이 다 심어지고 나서야 그가 주변의 흙을 두들기며 물었다.
-……친구란 게 뭐지?
벤스는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친구란 게 뭐냐니?
그걸 모를 수가 있단 말인가.
아차 했다. 죽음의 신은 평생 친구 하나 없는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신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리라는 생각이 스친다.
-솔직하게 말해라.
죽음의 신은 꽤 친절하게 말했으나 그것을 왜곡시킨 벤스는 진실 된 답을 하지 않으면 사지가 갈기갈기 찢길 거란 생각에 바들바들 떨며 답했다.
-뭐 별거 있습니까. 길 가다 마주치면 ‘밥 한번 먹자’ 하며 인사하고 심심하면 같이 놀러 가고 그런 게 친구 아니겠습니까?
-……굳이 밥을 같이 먹어야 하는가? 어딘가로 놀러 가면 전부 친구인가?
-답답한 분이시네요.
-…….
-…….
벤스가 무의식적으로 뱉었다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친구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겁니다. ‘우리 오늘부터 친구다’가 아니라 그 사람과 있으면 내 스스로가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내게도 한 명은 있군
죽음의 신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란 것이 워낙 해괴하고 망측했으며 소름 돋았기에, 벤스는 자신을 죽이려 든다 생각 들어 서둘러 부복했다.
부복한 벤스에게 죽음의 신이 물었다.
-친구에게 뭘 해주기도 하나?
-해, 해줍니다! 그러나 사실 친구라는 건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거창한 건 아니다?
-친구란 건 언제든 어긋나기도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친구에게 뭘 해준다는 건 좋은 거지만, 인간들의 세상은 생각보다 그렇게 아름답진 않습니다.
-친구 사이에 배신은 밥 먹듯이 일어나죠. 사소한 말다툼 하나에도 끊어지는 것이 친구 사이이고 나이를 먹을수록 멀어지기도 하는 게 친구 사이입니다. 친구란 거창한 듯하지만 너무도 가벼운 사이이기도 하죠. 물론 끈끈한 사이도 있을 순 있겠지만 살면서 그런 친구가 몇이나 되겠나 싶습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그 말을 끝으로 죽음의 신은 과일 하나를 내밀었다.
벤스는 생각보다 그가 상냥하다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 개월 만에 죽음의 신을 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벼락이 내리쳤다. 헬레냐의 손끝에서 내리친 벼락은 죽음의 신을 단숨에 터뜨렸다.
[죽음의 신은 지옥의 주인입니다.] [육신이 재창조됩니다.] [열 번 중 앞으로 일곱 번 남았습니다.] [모든 횟수를 소진할 시 소멸합니다.]여전히 벤스의 생각은 같았다.
친구란 언제든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사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했던 벤스는 친구란 존재를 믿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죽음의 신은 달랐다.
육신이 재창조된 죽음의 신이 헬레냐의 마법의 폭우를 뚫고 내달렸다.
그의 왼팔이 날아갔고 얼굴에 거대한 충격을 받아 뼈가 으스러졌다.
그러나 두 손으로 낫을 쥔 죽음의 신은 달렸다.
헬레냐의 고운 손이 그의 심장을 관통하고 튀어나왔다.
그 와중에도 죽음의 신은 흔들림이 없었다.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낫으로 헬레냐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벤스는 이 자리에서 죽음의 신의 말을 통해 그 유일한 친구가 민혁임을 알았다.
그랬기에 더 이해할 수 없었다.
‘당신은 NPC고 그는 이방인인 걸 알지 않습니까…….’
헬레냐를 베어낸 죽음의 신의 몸 곳곳에서 검은 이빨들 수백 개가 튀어나와 헬레냐의 몸 곳곳을 물어뜯었다.
“으으으으으으으으!”
심장이 터진 와중에도 마지막 힘을 담아 밀고 나가는 죽음의 신에게 벤스는 소리치고 싶었다.
‘그에게 이건 게임일 뿐입니다!’
자신이 사기를 당했던 것처럼.
민혁은 그처럼 그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없다. 불가능하다.
왜? 민혁 같은 지존이 그럴 이유는 없다.
그저 당신이 바보다. 친구가 살면서 한 명도 없었기에 ‘친구’라는 거짓된 것에 씌워져 사리 분별하지 못하는 거다.
벤스는 바랐다.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그녀는 당신을 죽이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나 죽음의 신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의 전음이 들려온다.
[내가 심은 묘목이 아주 잘 컸다. 지옥의 무저갱으로 가라. 그곳에 지상과 연결되는 작은 틈을 만들어주마. 그 나무를 민혁에게 전해다오.]“…….”
벤스는 상냥하게 웃기 위해 노력하며 과일을 건넸던 그를 기억한다.
그 상냥함이 그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그를 온전히 이해하게 했다.
외로웠겠지.
힘들었겠지.
아무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 이 세상.
살아가야 의미 없다 생각하겠지.
그럼에도 살아가는 그를 벤스는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한쪽 눈이 함몰된 죽음의 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벤스가 잠시 망설였다.
지옥의 무저갱.
무저갱과 지옥은 엄연히 분리되어있다.
비록 지옥 내에 위치해 있으나 무저갱은 전혀 다른 땅이다.
‘무저갱엔 엄청난 괴수들과 가장 추악한 죄수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무저갱은 끝이 없다.’
누군가 말했다.
유저는 절대 ‘무저갱’에 들어가선 안 된다.
비록 예측일 뿐이지만 어떠한 유저가 무저갱에 들어간다면 그 유저는 영원히 그곳에 갇힐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벤스는 상냥했던 그를 믿었다.
그는 내가 갇히지 않는 방법과 내가 무사히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놨겠지.
벤스가 달렸다.
온 힘을 다해 그 나무가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나무를 습득함과 동시에 지옥의 무저갱을 향해 젖먹던 힘으로 달렸다.
“……뭐 하는 거냐.”
헬레냐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그런 헬레냐를 다시 재창조된 죽음의 신이 온몸으로 막았다.
뒤에서 거친 폭음이 들렸으나 벤스는 돌아보지 않았다.
멍청한 자다.
‘친구한테 기껏 이 김 나무 하나 주겠다고 저러고 있다니.’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눈물밖에 안 나온다.
그래,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가 너무 가여워서.
‘민혁은 당신 따위 안중에도 없다.’
그러니 나라도 당신을 위해 이렇게 뛰어보겠다.
‘친구’라는 티끌 같은 실수에도 언제든 돌아서는 그 덧없는 것에 걸어보는 당신을 위해.
무저갱의 앞에 도착했다.
벤스가 씁쓸한 표정으로 죽음의 신이 있던 곳을 돌아본다.
그리고 힘껏 뛰어내리려 했다.
그때.
콰라라라라라라랑-!
지옥 무저갱의 끝.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 어두운 곳. 유저들이 발을 들여선 안 되는 미지의 땅.
그 끝에서 정체 모를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 아니지?”
벤스는 부정했다.
그의 친구는 되레 그를 배신했다.
수십 년간 어울렸던 친구는 돈이라는 탐욕에 자신의 돈을 들고 사라졌다.
무저갱 끝에서 울리는 굉음이 점차 가까워진다.
누군가 필사적으로 싸우며 무저갱의 끝에서 기어 올라오고 있다.
“하, 하하하하하…… 둘 다 미쳤어. 목숨을 버리는 죽음의 신이나, 그곳을 기어 올라올 생각을 하는 당신이나 미쳤다고!”
지옥과 무저갱은 분명 다른 곳. 벤스도 천외제국의 일원이었기에 길드창을 통해 ‘길드 마스터’가 어디 있는지 위치 파악은 가능했다.
[길드 마스터 민혁. 현재 지옥의 무저갱에 입장 중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