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5
밥만 먹고 레벨업 1296화
우리 필로스는 절대병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말이 ‘우리 필로스는 절대병기 프로젝트’지.’
민혁이 해준 것은 고작 ‘족보’ 한 장을 건네준 것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필로스의 힘으로 해낸 거다.
물론 이 족보 한 장의 힘이 매우 크다.
하나 필로스와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에게 족보를 건네주었다 한들 필로스와 같은 길을 걷진 못했을 거다.
모두 필로스의 힘이다.
민혁은 강해지기 시작한 필로스가 ‘누구보다 재밌어하는지’가 궁금했다.
만약 그녀가 재밌고 행복하지 않다면 무언가 잘못되었을 테니까.
때문에 그녀와 만났다.
그런데.
“필로스 님, 이번엔 아담가브리의 대지에서 닭의 염통을 구해왔습니다.”
“……?”
민혁은 낮은 레벨부터 높은 레벨의 유저까지, 세계에서 영향력 있을 법한 자들이라면 모두 숙지하고 있다.
추후 천외제국에 영입하면 커다란 전력이 되어주니까.
‘검성의 후예……?’
부복한 검성의 후예가 양손으로 공손히 닭의 염통을 바쳤다.
“고마워!”
“하하핫, 감사합니다!”
검성의 후예가 쑥스러워했다. 그런데 곧 필로스가 염통을 꼬치에 끼웠다.
“염통 좀 구워주세요!”
‘얜 벼락의 아이잖아……?’
염통을 쥔 팔을 뻗자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쳐 아주 알맞게 구워냈다.
필로스가 노릇노릇 잘 구워진 염통 꼬치에 양념치킨 소스를 발라 맛있게 먹었다.
‘처, 천잰데……?’
민혁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그러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수십 개의 기운을 느꼈다.
“니넨 뭐냐…….”
민혁의 목소리에 주변에 기척을 숨기고 있던 암살자들이 머쓱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들의 주인이신 필로스 양을 지키고 있습니다.”
“어? 쟤 멀슨 아니냐……?”
민혁의 시야에 빛처럼 빠르게 내달려오는 멀슨이 보였다.
301~400레벨대 세계 랭킹 1위이기에 멀슨은 천외제국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강자인바.
부복한 멀슨이 말했다.
“필로스 님! 테일러드의 대지의 앵거리드의 꽃을 갈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미숫가루가 된다고 합니다!”
“우와!”
필로스가 기뻐했고 의기양양해진 멀슨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응!”
멀슨이 필로스를 목말 태웠다.
“…….”
필로스는 행복해 보였다. 무수히 많은 셔틀들을 두고 말이다.
문득 멀슨이 물었다.
“하하, 그런데 필로스 님. 강해지는 법에 대해선 언제쯤 가르쳐 주시는 건가요? 아, 이런 실수를. 죽여주십시오!”
멀슨이 아연실색했다. 자신의 말실수를 깨닫고.
그러나 은연중에 모두가 필로스에게 집중했다.
숨어있던 수백 명의 암살자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고.
검성의 후예가 눈을 번쩍였으며 방금 전 염통을 구운 벼락의 아이가 ‘염통 구우려고 벼락 배웠나 자괴감 들어…….’ 이상한 헛소리를 중얼댔다.
모두의 시선 속 필로스가 말했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열심히 하면 돼!”
“…….”
“…….”
“…….”
모두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민혁은 세상 흐뭇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 * *
지옥은 깊은 심연(深淵) 같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그곳은 지옥을 관장하고 다스리는 죽음의 신조차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할 정도다.
지옥의 한편.
헬라를 닮은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심은 죽음의 신이 웃음을 짓고자 했다.
분명 자신은 웃고 있는데 어색한 입꼬리가 간헐적으로 떨리며 기괴하다.
웃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다.
수천 년을 살아오며. 또 환생의 강을 건넌 연인 헬라를 만나오면서도 제대로 웃어본 적 없다.
헬라는 두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꼬리를 쭉 누르며 ‘이렇게 웃어야지~’라며 놀리곤 했다.
이번엔 옆으로 시선을 틀었다.
그것에 물을 주고 한참이나 바라봤다.
그것도 아주 작은 나무였는데 작은 나무에선 놀랍게도 김이 열리고 있었다.
한 장의 김을 또옥 따봤다.
흐물흐물했던 조리되기 전의 김이 빳빳해졌다.
빳빳해진 그것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저절로 윤기가 돌기 시작하며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고 누군가 소복하게 뿌린 것처럼 짭짤한 소금들이 만들어졌다.
그 김을 죽음의 신이 입안에 넣어본다.
바삭이는 느낌을 지나 짭조름한 맛이 혀끝에 남는다.
놀랍게도 ‘김’은 지옥에서 얻을 수 있는 특산품이다.
그리고 죽음의 신이 심은 이 나무는 조금 더 특별했다.
[죽음의 신이 키운 김 나무.]신등급의 이 김 나무는, 마치 과일처럼 김을 따서 먹어도 며칠 후면 다시 자라난다.
결정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이며, 한 달에 한 번은 더 특별한 김이 자라나 영구적인 스텟을 얻을 수 있다.
죽음의 신은 물끄러미 그 김 나무를 바라봤다.
누군가 떠오른다. 이 김을 받은 그 녀석은 이리 말하겠지.
‘짭짤한 김만 있어도 밥 삼십 공기는 뚝딱이지!’
그를 위해 심은 김 나무다. 죽음의 신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헬라, 보고 싶소.’
그녀를 떠올리며 한 송이의 꽃과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갔다. 지옥은 전보단 아름다워졌다.
그러나 아름다워져 갈수록 죽음의 신은 환생의 강을 건넌 여인이 더 보고 싶었다.
우리는 약속했다.
‘한날한시에.’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
‘그저 일반 연인처럼.’
사랑하고.
‘결혼식을 올리며.’
나이를 먹고.
새하얀 백발이 되었을 때 손을 잡고 산책하겠노라.
‘이제 곧 만나러 가겠소.’
수천 년 동안 죽음의 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 그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함께 물러날 준비를 해왔다.
곧 그 준비가 완전히 끝날 것이다.
그때.
쿠르르르르르르르-
거대한 격동이 일어났다. 그가 다급히 거대한 격동이 일어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앞에 싱크홀처럼 생긴 깊은 구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옥의 무저갱.
그 끝을 알 수 없는 구덩이.
지옥에 오는 자들 중 통제되지 않을 중죄를 지은 자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그곳의 입구는 본래 마법의 신의 힘에 의한 반투명한 결계에 의해 막혀있다.
그런 깊은 구덩이 안에서 누군가 천천히 올라왔다.
“……!?”
죽음의 신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마법의 신의 결계가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붉은색 머리카락과 붉은색 눈동자.
우아하게 기지개 켜며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는 그녀의 시선이 죽음의 신과 마주쳤다.
대마도사 헬레냐.
민혁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여인.
“……무저갱에 조각을 숨겨뒀었나.”
헬레냐는 세상에 무수히 많은 조각을 뿌렸다.
어쩌면 그 누구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무저갱’ 안에도 있던 걸지도 모른다.
헬레냐에겐 ‘마나드레인’이란 상대방의 마나를 흡수하는 힘을 뛰어넘는 상식을 벗어난 힘이 존재한다.
그 조각이 무저갱 안에서 많은 자들을 양분 삼은 듯했다.
죽은 자는 ‘지옥’에 온다.
그것은 기둥이라 해도 동일하다.
그러나 헬레냐는 지옥에 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영원한 소멸’을 맞이했기 때문이라 추측했다.
그러나 영원한 소멸 때문이 아니라 한 조각이 남아 서서히 힘을 되찾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그녀는 전보다 더 강해졌다. 무저갱의 이들을 먹어치움으로써.
“그르르르르르!”
무저갱 안쪽을 기어오르는 어떠한 자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헬레냐는 싱긋 웃음 지었다.
“너무 힘들었다구~”
상큼한 미소를 짓는 그녀는 죽음의 신을 보며 어떠한 적대심도 내보이지 않았다.
“지옥의 자들을 죽일 생각은 없어, 어차피 죽은 자들이잖아.”
그녀는 죽음의 신을 알았다.
지옥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다면 자신을 막을 자가 아니다.
또한 지옥과 신들의 땅의 관계도 잘 알고 있다.
신들의 땅과 지옥은 무관했다.
죽음의 신이 그들과 같은 절대신이라고 할지라도 두 세상은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즉 죽음의 신은 완전한 ‘혼자’다.
그랬기에 죽음의 신도 지옥에 피해만 없다면 관여치 않는다.
“무저갱에서 만들어낸 내 병력들만 빼고 다른 놈들은 내가 올라오지 못하게 할게. 다시 입구를 막아.”
싱긋 웃는 헬레냐가 말했다.
즉, 무저갱에서 헬레냐와 그녀가 만들어내어 벽을 타고 기어오는 군대를 제외하면 어떠한 자들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두 사람은 함께 걸었다.
적이 될 필요도 적대할 필요도 없는 사이다.
애초부터 죽음의 신은 세상 그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 신.
함께 걷는 두 사람의 등 뒤로, 어느덧 백만이 넘는 헬레냐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헬레냐의 병사 Lv 946.]온몸이 녹아내린 형상의 그들은 공포와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
“지옥이 좀 변했네.”
헬레냐는 알고 있었다.
“6개월 남았나? 네가 환생할 날이.”
그녀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대마도사. 그 정보는 그녀의 힘의 원천이 된다.
“그때 동안 소멸되지 않게 몸조리 잘하렴. 소멸되면 환생 못 하잖니.”
까르르 웃는 헬레냐는 그로테스크 그 자체다.
수억 명의 인류를 학살한 여인이 그저 입을 막고 웃는 모습은 소름 끼칠 정도다.
헬레냐의 걸음은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목으로 향하고 있었다.
“너 왜 그래?”
헬레냐가 정색했다. 지옥의 군단이 은밀하게 집결하고 있었음을 그녀는 눈치챘다.
또한 지상으로 가는 길목을 죽음의 신의 마물과 군단이 막아서고 있었다.
“너 그러다 환생 못 해. 너도 알잖아. 절대 못 이기는 거.”
“…….”
언제나처럼 그는 말이 없었다. 그저 먼 곳에 있는 자신이 키운 김 나무를 바라봤다.
“끼에에에에에에엑!”
“크하아아아아아아악!”
수만 마리의 본드래곤이 하늘을 채웠다.
악취가 가득한 땅에서 데스나이트들이 기어 올라왔다.
수만 마리의 지옥마들이 사방팔방에서 나타났다.
그와 마주 선 헬레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절대신들이 지옥의 이상을 감지합니다!] [절대신들이 긴급회의 끝에 신들의 땅과 지옥을 잇는 다리를 차단합니다.] [절대신들의 힘이 지옥 전체에 외부로 나갈 수 없는 결계를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4시간 후 지옥의 모든 문이 일제히 닫힙니다.]“거봐.”
헬레냐는 황당하단 미소를 머금었다. 예상했던 일이나 이렇듯 절대신들이 단호하게 지옥의 모든 통로를 막을 줄은 몰랐다.
외부로 나갈 수 없다는 뜻은 죽음의 신도 외부로 피할 수 없단 의미다.
“네가 나와 싸워야 할 이유는 없어.”
헬레냐는 죽음의 신에게 동정을 느낄 정도다.
같은 절대신들에게 버림받고, 그 누구도 없이 홀로 살아가는 그가.
그렇다고 자신처럼 살육으로 그 지루함을 채우지도 않는 불쌍한 자.
콰지이익, 콰득콰득-
죽음의 신의 군단이 헬레냐의 군단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뭐야. 지켜야 할 사명감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는 네가 이러는 이유.”
헬레냐가 쏘아낸 빛의 창이 죽음의 신에게 쏘아졌다.
까드드드드드득-
땅속에서 뼈로 이루어진 실드가 생성되어 그를 막아선다.
후두두둑 무너져내리는 본실드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죽음의 신이 말했다.
“네가 누구에게 갈지를 안다.”
헬레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천하의 죽음의 신이 고작 한 명 때문에 이런다는 거야!? 응!?”
헬레냐는 웃었다.
그 웃음을 바라보며 죽음의 신은 그녀의 등 뒤에 있는 김 나무를 바라봤다.
‘계승을 앞당긴다.’
죽음의 신은 6개월 뒤에 자신의 환생과 더불어 예정되었던 죽음의 신에 대한 계승을 앞당겨 실행시켰다.
데스란 아이가 이제 내 뒤를 이을 것이다.
퍼어어어엉-
헬레냐의 마법은 상식을 벗어난다. 그녀의 익스플로전은 일반 고레벨 마법사들보다 수십 배는 강하다.
죽음의 신의 몸 안에서 그 힘이 폭발했다.
뼈, 살점, 눈, 목, 팔, 다리, 신경 하나하나가 모두 폭발하였다.
고작 헬레냐의 공격 한 번에 죽을 정도로 죽음의 신은 나약했던 거다.
그러나 지옥의 주인은 그다.
“그 새끼가 네 친구라도 되니!? 가엾다. 세상에 고작 한 명의 친구밖에 없다니, 눈물이 날 지경이구나!”
헬레냐도 알고 있다.
이곳의 주인은 죽음의 신.
산산조각 나 터져 버렸던 죽음의 신이 헬레냐의 등 뒤에서 뼈의 모습으로 땅을 비집고 나오고 있다.
비집고 나오는 죽음의 신의 모든 육체가 빠르게 재생된다.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죽음의 신.
비쩍 마른 그는 뼈로 앙상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눈을 가렸다.
죽음의 신이 머리를 묶었다.
텅 빈 듯한 그의 눈동자에 생기가 깃든다.
“한 명밖에 없다.”
수천 년을 살아온 세월.
절대신들도 경멸했고 세상도 경멸했고 모든 것이 자신을 경멸했다.
그 모든 이들의 경멸 속에서, 고작 한 명의 친구가 생겼다.
“아직 그와 대화도 잘 나누지 못해.”
검은 기류가 솟구친다. 그의 앙상한 손에 기다란 낫이 쥐어진다.
“만나면 어색하기 그지없어.”
“그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러나 살면서 단 한 명도 없었기에.”
“누구와도 연을 맺은 적이 없었기에.”
죽음의 신이 헬레냐의 등 뒤의 김 나무를 바라봤다.
“고작 그 한 명을 위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은 죽음의 신이 ‘진짜 웃는다’란 어떤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평생 동안 고작 한 명이었기에.
“소멸한들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