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94
밥만 먹고 레벨업 1295화
301~400위의 세계 랭킹 1위 멀슨은 상대방 측정기를 통해 들려오는 알림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녀에게서 상태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었다.
‘레벨 45~60짜리가……?’
상대방 측정기는 상대방의 레벨도 80%의 정확도로 측정해 낸다.
상대방 측정기가 나타낸 소녀의 레벨은 45~60이었다.
가장 높은 값인 60으로 잡아도 초보자 중의 초보자다.
특이한 점이라면 소녀가 가진 무기들이다.
‘유아용?’
유아용 아티팩트는 일반 아티팩트와 다르다.
검을 예를 들면, 검날이 장난감처럼 뭉툭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아티팩트여도 ‘유아용’이 붙으면 귀여운 모양새가 된다.
마치 낙엽 잎을 연상케 하는 X이플스토리 캐릭터들이 입는 옷 같달까?
하지만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다.
유아용은 어린이들 맞춤으로 나왔다는 것뿐이지, 일반 유저들이 착용하는 아티팩트에 비해 뒤처지는 게 아니란 것.
소녀는 꽤 번쩍번쩍한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문득 멜런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이런 미친 새끼…….’
자신들이 수개월을 찾아다닌 던전을 누군가 이미 파헤쳤다는 사실에 화가 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수백 명의 길드원들이 보는 앞에서 고작 꼬맹이한테 무시당했다는 것 때문일까.
또 아니면 너무 오만해져서일까.
멜런은 사람들의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자란 평가에 계속 오만해지고 있었다.
본인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이번엔 도가 지나쳤음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라면이 엎어짐에 따라 절규하는 소녀에 의한 깨달음이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괜한 소녀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저 꼬마한테 라면 세 개를 끓여줘…….”
그러나 멜런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한들.
계속해서 기고만장한 놈들도 있게 마련이다.
“꼬맹아, 그깟 라면 한 그릇이 뭐라고 쳐 질질 짜대는 거냐! 응!? 꼬맹이 너 되게 특이한 클래스인가 보구나!”
길드원 전체가 이 순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공기의 격동, 지면의 흔들림.
어린아이들은 실제로 전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랬기에 남들에게 ‘겁’을 주는 데 극대화된 스킬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이봐. 헬란. 적당히 하고 돌려보…….”
그러나 멀슨이 말하기도 전에 헬란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쪼끄만 게 아주 귀엽…….”
소녀 필로스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쥐었다.
힘을 준 순간.
꽈드드득-!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필로스의 머리를 쓰다듬던 헬란의 손이 말 그대로 아작났다.
헬란은 레벨 374의 암살자 클래스.
손이 아작난 헬란이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하고 서둘러 몸을 빼냈다.
암살자의 특징은 빠른 발과 강력한 한 방의 데미지다.
실제로 암살자의 민첩성은 자신보다 1.5배 높은 레벨의 타직업군과 맞먹을 정도다.
그런데 뒤로 몸을 뺀 헬란을 쫓아 소녀가 지면을 박차고 있었다.
소녀가 인벤토리에서 빠르게 유아용 신창을 꺼냈다.
유아용 신창이 단숨에 헬란의 목에 뻗어졌다.
“자, 잠깐……!”
헬란의 외침에도 창은 이미 그의 목을 꿰뚫고 있었다.
물론 어린이인 필로스에게는 뿅망치로 때린 듯 ‘뿅뿅’소리와 함께 모자이크 처리가 되었다.
잿더미로 화해 사라지는 헬란을 보며 모두가 눈을 끔뻑였다.
헬란이 단 한 번에 로그아웃 당했다.
“어떻게 끽해야 레벨 60이…….”
멀슨이 그런 경악을 하고 있을 때.
이미 아군을 잃은 암살자 수백 명이 허공을 부유하고 있었다.
허공에 떠오른 그들은 체계적이다.
사방팔방에 떠오른 이들 중 한 명이 공격했다.
“즉살(卽殺)!”
[즉살(卽殺).] [한 대상에게 500%의 추가 데미지를 입힙니다.] [순간적으로 공격속도가 260% 상승합니다.]즉살은 300레벨대 암살자가 되면 배우는 스킬이다.
대부분의 암살자들은 이 스킬을 익히고 있는데, 이 즉살이 무서운 이유는 다섯 명 이상의 암살자들에게만 포위되어 집중 공격당해도 3초 컷이 가능하다는 거다.
빠르게 암살자의 단도가 소녀에게 내리꽂혔다.
그런데.
[검신의 가호.] [검신이 누군가에게 내린 가호가 그를 지켜냅니다.] [가호의 주인의 힘에 따라 검과 흡사한 무기류의 공격 데미지의 30%를 감소시킵니다.]이제껏 필로스는 누군가에게 공격당해 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녀 또한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들이 내린 힘이 가진 힘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바.
[대악마의 찬사.] [대악마가 찬사한 자에게서 뿜어지는 마기가 적들의 숨통을 조일 것입니다.] [엘프들의 친구.] [엘프들의 친구임을 인식한 자연이 소녀를 지켜줄 것입니다.]방금 전 즉살을 발동한 이가 입을 벌렸다.
검신을 나타내는 백색 오오라.
패황을 나타내는 붉은색 오오라.
대악마를 나타내는 흑색 오오라.
엘프를 나타내는 녹색 오오라.
소녀에게서 다섯 개가 넘는 오오라가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가 넋을 잃고 빠져든다.
그 아름다운 오오라의 춤사위 속에서.
즉살에 당하고도 다소 멀쩡한 소녀의 작고 고운 입술이 움직인다.
“절대극창.”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허공에 솟아 있는 수백 명의 암살자들을 강대한 창기의 줄기들이 꿰뚫었다.
“크하아아아악!”
“칵!”
“컥!”
비명을 토해내는 그들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매섭다.
“패왕도.”
쿠화아아아아아아악-
하늘로 솟구쳐오르는 패왕의 화마가 세상을 달군다.
한껏 달궈진 뜨거운 하늘 아래.
이미 필로스는 그 위에 서 있었다.
빠르게 스왑하여 엘레가 쥐여주었던 검을 찬다.
차가운 시선이 세상에 내리 앉았다.
공기를 얼어 붙일 차가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황제극강검술.”
최종장.
멀슨은 보았다. 하늘 위에서 수백 마리의 늑대, 아니, 토끼 떼가 강림하고 있다.
늑대보다 훨씬 약한 힘이나, 그 수백 마리의 토끼 떼가 이미 커다란 피해량을 입은 길드원들에게 큰 충격을 입히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쏟아지는 검기에 휩쓸린 자들이 강제 로그아웃 당한다.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다.
멀슨의 온몸이 벌벌 떨려왔다.
‘도대체 뭐야……?’
바닥에 널브러진 길드원들 수백 명이 보였다.
멀슨이 치아를 악문다.
자신들의 잘못임을 깨달았고 멈춰야 하는 걸 알았으나, 엄청난 호승심이 불타올랐다.
301~400레벨 세계랭킹 1위. 차가운 암살자라 불리는 멀슨의 손끝에서 수십 개의 얼음단도가 만들어졌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팡-!
순식간에 날아간 단도를 소녀의 검이 쳐냈다.
‘저 실력은 도대체 뭔데!’
소녀는 유저다.
만약 저 소녀가 NPC였다면 이해했을 거다.
이 아테네는 그런 세상의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유저가 휘두르는 검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정확했다.
그는 몰랐으나 검신의 가호는 ‘검술실력’을 향상시켰다.
그처럼 무수히 많은 가호와 찬사들은 실력을 받쳐주는 힘을 가졌다.
거기에 더해진 한 방울의 ‘노력’은 세계 랭킹 1위조차 두려워할 ‘천재’를 만들어냈고, ‘한 젓가락’도 먹지 못한 막 끓여진 꼬들꼬들했던 라면은 광기의 절대병기를 깨어나게 했다.
그러나 깨부순 얼음의 단도가 필로스의 몸을 얼어붙게 만든다.
차가운 암살자가 부서진 얼음파편 조각 사이에서 나타난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다.
거대조직도 운영하는 멀슨은 천외제국의 ‘아벨’과 닮았다는 평이 많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이리 평한다.
‘아벨과 멀슨이 동레벨이었다면 정보력, 실력, 모든 것이 아벨이 멀슨을 닮았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그것이 사실처럼 움직인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적-!
레벨 500도 즉사시킬 수천 개의 얼음의 바늘이 허공에 만들어진다.
그 얼음의 바늘이 소녀의 몸 곳곳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수백 개의 얼음바늘이 소녀를 관통하는 순간 물방울이 되어 땅에 흩어졌다.
총합 데미지 8,000%.
레벨 301~400짜리 유저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상식을 벗어나는 힘이다.
그러나.
[수호신의 절대적 가호.] [수호신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내린 가호가 위급상황에 그 힘을 발휘합니다.] [30% 확률로 적의 모든 공격을 무산시킵니다.]소녀에게 또 다른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그 오오라는 너무도 신성하고 아름다운 것이어서 보자마자 신을 영접한 듯 ‘아아…….’ 하는 탄식을 흘리게 만들었다.
그 탄식 속에서.
“패황의 검술.”
지지 않는 황제의 절대적 힘이 발동된다.
“하늘찢기.”
쿠화아아아아앙-!
밑에서 위로 쳐올린 그 힘은 멀슨을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게 했다.
솟구쳐 오른 멀슨의 온몸이 수백 번 난도질당한다.
만약 탱커나 일반 전사였다면 약 50%의 HP 피해량을 입었을 거다.
그러나, 멀슨은 암살자다.
땅에 추락한 멀슨의 HP가 바닥을 긴다.
패배했다는 상실감이 든다.
그러나 그 상실감보다, 멀슨은 잘못을 인정했다.
“미안하다, 꼬마야. 그렇게 막무가내로 네가 먹을 라면을 걷어찼으면 안 되는 건데.”
강한 건 강한 거고 어긋난 것은 어긋난 거다.
수백 명의 피해에도 잘못은 멀슨 쪽에서 먼저 했다.
“라면 열 개로 갚아주마.”
순간 필로스는 고민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응징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하지만 라면 열 개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럼 다시 와서 사과하세요, 아저씨.”
“……?”
푹-!
멀슨이 강제 로그아웃 당했다.
* * *
태초의 신 아테네는 세상을 다스리는 존재다.
그리고 이 아테네란 세상에서 균형이 어긋난 일이 벌어지면 그를 바로잡아야만 했다.
[상식을 벗어난 힘이 느껴집니다.]아테네는 며칠 전부터 한 소녀로부터 비롯된 이 목소리를 따라 강림했다.
그곳에서 소녀 필로스를 만났다.
아주 예쁘고 어린 소녀였다.
귀여운 소녀 필로스를 보는 순간 아테네는 마음을 확 빼앗겨 버릴 뻔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태초의 신. 신들의 아이의 ‘마음도둑’ 스킬로 어쩌지 못하는 대상이다.
아테네는 그저 소녀 필로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녀가 거쳐 갔던 모든 데이터가 그녀에게 주입된다.
그리고 아테네는 결론을 내렸다.
‘버그 없음.’
아테네가 다시 사라졌다.
* * *
멀슨은 로그아웃 페널티가 풀리자마자 길드원들을 이끌고 소녀에게 죽은 장소로 향했다.
솔직히 말하면 길드원들 전부 창피했다.
멀슨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먼저 시비 걸고 소녀 한 명한테 300명이 죽다니…… 끄응.”
미안하다 사과를 하기 위해 가는 거다.
길드원들도 멀슨의 말에 수긍했다.
결국 모든 잘못은 자신들로부터 비롯되었다.
또 추후 아테네에 커다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자들 집합소인 만큼, 모두가 소녀에게 자격지심이 아닌 다른 감정을 느꼈다.
‘어떻게 소녀가 그렇게 강하지?’
‘이건 정말 말이 안 돼.’
‘그 점을 배우고 싶다.’
‘직접 배워보고 싶어!’
배움에 있어 상대방의 나이가 중요할까.
그 비법이 궁금한바.
그리고 소녀가 있던 곳에 당도한 멀슨과 길드원들은 말문을 잃었다.
“……?”
“……?”
[태초의 신 아테네의 출현.]게임의 아테네의 어버이.
태초의 신. 그리고 유저 중 그녀를 만난 자는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들었다.
그런 아테네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감춰져 있다.
다만.
아테네가 소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순간 멀슨이 중얼거렸다.
“……저 꼬마. 아테네의 후예였어.”
“……!?”
“……!?”
“……!?”
“지금 아테네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저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올려진 손을 봐. 아테네는 지금 이런 말을 하고 있겠지.”
“아이야.”
“세상을 이롭게 하고 비틀어진 모든 것을 바로 잡거라.”
“네겐 널 지킬 나의 가호와 수십 명의 이들의 힘이 함께할지어다. 네가 곧 나임을 잊지 말거라.”
“……!”
“……!”
“……!”
모두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온 세상은 태초의 신 아테네의 후예를 궁금해한다.
모든 전문가들은 한입 모아 말한다.
태초의 신 아테네의 후예는 모든 클래스의 어버이다.
또 누군가는 예측했다.
어쩌면 많은 신들의 힘을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 순간 멀슨은 깨달았다.
저 소녀는 50레벨임에도 301~400레벨 사이인 자신들을 이겼다.
저 소녀가 먼 미래에 아테네를 이끌 장본인임이 분명하다.
아테네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멀슨은 똑똑했고 빨랐다.
“꼬마야!”
멀슨이 무릎 꿇자 자연스럽게 모든 길드원들이 부복하였다.
“라면 열 개, 아니, 백 개. 천 개!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져다주겠다. 너를 위한 ‘정보조직’으로 살아가겠다.”
“그러니 우리에게 네가 강해진 방법을 알려주고 우리를 이끌어다오. 우리가 너의 갑옷, 검, 그리고 눈이 되겠다!”
소녀 필로스가 아테네의 선택을 받은 이유가 있을 터!
그녀의 곁에만 있다면 그들은 추후 더 뛰어난 자들이 될 거다.
아테네의 후예와 함께한 자들!
천외제국의 레전드 길드 시절 부럽지 않은 거다.
그녀도 지금 기쁠 거다. 장차 미래를 이끌 최강의 정보길드가 될 우리를 흡수…….
“……입이 수백 개가 늘어난다고요?”
“?”
“?”
“?”
그녀는 묘책이 생각난 듯했다.
“아, 맞다! 그럼 제 가신들이 되는 건가요!?”
“아, 그래! 네가 원한다면 가신이 되겠다.”
[당신들이 필로스에게 영원한 충성을 맹세합니다.] [가신의 종속을 함부로 끊을 시 커다란 페널티를 얻습니다.]가신이 된다는 건 영원한 충성의 의미다.
즉 함부로 끊을 수 없다는 의미.
“헤헤, 직책들을 드릴게요! 직책은……!
모두가 꿈꿨다.
아테네의 후예를 지키는 ‘사자’들이 된 자신들!
자신들은 앞으로 대륙에서 새로운 신화를…….
“재료 정보꾼이에요.”
이젠 신하가 된 멜슨이 물었다.
“재료 정보꾼이 뭐, 뭐죠?”
“아저씨들이 세계 각지에서 맛있는 것에 대한 정보나 맛있는 것들을 얻어와서 제게 주는 거예요!”
필로스는 행복했고.
“……?”
“……?”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가신이 되면 주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바.
뒤늦게 확인한 멜슨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테네의 후예 아니셨어요?”
“아테네가 누구예요……?”
“방금 계셨던 분…….”
“그냥 지나가던 아줌마신데…….”
“…….”
“…….”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아테네보고 지나가던 아줌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