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01
밥만 먹고 레벨업 1302화
이젠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다.
자신들이 가이아 대륙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아테네와 제우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임을.
올림푸스 12신과 가이아 대륙인들은 타 대륙인들이 눈엣가시 같았으나, 함부로 하지 못한다.
모두 규율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전에 들려왔던 이 알림이 이젠 그 규율의 일부가 사라졌음을 알렸다.
[가이아 대륙을 억압한 규율이 느슨해집니다.]세상이 시끄러워졌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내세웠다.
[님들, 아무 일도 없을 거임. 걱정ㄴㄴ] [미친놈아, 왜 아무 일도 없어. 우리 민혁이가 가서 헤라 팔도 한 짝 자르고 으이? 아레스도 개패고 으이? 헤파이스토스도 데려오고 으이? 다했어!] [……그렇긴 하네?] [닝겐들아, 생각해 보거라. 가이아 대륙 애들 우리 겁나 싫어하는데 아테네와의 계약 때문에 놔두고 있었음. 우리 쪽 사람들이 가서 이것저것 겁나 많이 얻어왔고 많이 개척했음. 말 그대로 걔넨 ‘아이고, 가져가세요.’ 해줬던 거임. 근데 규율이 느슨해졌고 가이아 대륙은 많은 인구유입을 통해 안정을 찾았음. 이제 걔들도 뭔갈 요구할 수 있는 거임.] [규율이 느슨해졌다는 게 이제 올림푸스 12신이 우릴 공격할 수도 있는 건가?] [그럴지도?] [첫 변화는 뭐려나.]느슨해진 규율. 많은 이들이 어떤 변화가 시작될지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며칠 후 들려온 알림이 그들을 경악게 했다.
첫 변화의 시작은, 드디어 가이아 대륙 이들도 이 대륙에 입장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데메테르의 목격담은 들리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올림푸스 십이 신들 중 몇몇은 외형을 바꾸는 게 가능했고, 데메테르도 그것이 가능한 이중 한 명이다.
데메테르는 허리가 꾸부정한 노인의 모습으로 천외제국으로 숨어들었다.
괜히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제우스의 명을 받들어 이곳에 방문한 거다.
데메테르는 농경의 신이다.
사람들이 밀과 벼를 먹을 수 있던 이유는 그녀 때문이다.
이쪽 대륙의 농사의 신 헬라와는 다르다.
농사의 신은 농사에 대한 특별한 힘을 가진 거고 데메테르는 태초에 농경을 만들어낸 존재다.
올림푸스 12신 중 가장 사랑받는 신이라 할 수 있을 거다.
그런 여인이나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건 그녀도 결국 12신 중 하나로 막강한 힘을 가진 권력가라는 사실이다.
또한 자애로운 그녀의 발걸음에는 ‘올림푸스 12신’의 한이 담겨 있기도 했다.
‘올림푸스 12신들이 노하고 있다.’
헤라는 영영 한쪽 팔을 잃었고, 아레스는 짓밟혀 그 위상이 추락했다.
헤파이스토스라는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를 빼앗겼으며, 영웅신마저 그들을 떠나갔다.
올림푸스 12신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고 모두가 규율이 사라지길 기다렸다.
이제 가이아 대륙 신들은 이곳 대륙인들을 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자애로운 그녀의 발걸음은 어쩌면 ‘전쟁’의 시작의 걸음일지도 몰랐다.
하나 그 걸음의 시작점에 있는 데메테르의 심성은 그리 악하지 않다.
‘민혁 황제란 자는 키가 2m 넘는 장신에 두 개의 뿔이 달렸고, 흉악한 성격을 가졌으며, 입에서 칼을 뿜어낸다 하지. 그리고 그는 음식을 먹을 때 열두 개의 입을 만들어내어 먹어치운다 한다. 또한.’
‘먹을 것을 좋아하는 그는 먹는 데 방해받거나 누군가 자신의 먹을 것을 빼앗아가면, 상대의 영혼마저 소멸시킨다 알려진다.’
가이아 대륙인들은 올림푸스 수호신을 숭배한다.
타 대륙의 누군가 세운 업적?
그들에겐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민혁을 ‘괴물’과 같이 묘사하며 그가 속한 제국도 마찬가지다.
‘검신이란 자는 너무도 악랄하고 잔인하여 헤라 님의 팔을 그렇게 만들었고.’
‘창신이란 자는 괴상한 취미를 가졌기에 생명체들을 괴롭혀 원두를 추출한다.’
‘이곳의 자들은 악마이며 괴물들이다.’
‘더불어 천외제국의 백성들은 그들의 지배하에 핍박받으며 살고 있노니.’
가엾구나…….
데메테르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매일 비명이 끊이지 않을 이곳 백성들을 생각하니 데메테르는 가슴이 아파왔다.
‘전쟁은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데메테르는 전쟁을 싫어한다.
그러나, 그런 자들로부터 가여운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한 전쟁이라면, 필요할지도 몰랐다.
노부인의 모습을 한 데메테르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손에는 한 보자기가 들려 있기도 했다.
그때.
“할머니, 어디 찾으세요?”
한 청년이 친절한 미소로 다가왔다. 청년은 키가 170㎝ 정도 될 법했고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했다.
데메테르는 옳거니 했다.
때론 친절한 인간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황궁 쪽으로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황궁 쪽이요? 황궁이면 저쪽입니다.”
청년이 한쪽을 가리켰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보자기에 손을 뻗었다.
“무거우실 텐데, 제가 들어드릴게요. 같이 가요.”
데메테르는 이런 인간들의 모습을 좋아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쉬이 지나치지 않는.
한편으론 가슴이 아팠다.
‘이 고운 심성을 가진 청년이…….’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청년을 따라 걸음하던 데메테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리 평화롭지?’
시장에 들어서자 활기를 띤 상인들과 미소가 끊이지 않는 사람들이 보였다.
‘내가 알기론, 상인들은 매일같이 값비싼 과일들이나 고기를 황제에게 주지 못하면 화형에 처해진다 들었건만.’
아!
데메테르는 깨달았다.
‘뱀의 신 엘리자베스란 자가 세뇌시켰구나.’
뱀의 신 엘리자베스란 자에 대한 흉흉한 소문도 들었다.
모든 시스템을 통제하는 그녀는 여인의 육체에 뱀의 머리를 가졌고 일곱 개의 혀를 날름거린다고 말이다.
심지어 몸에는 108개의 눈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들었다.
‘가여운 자들, 세뇌당하여 자신들이 행복하다 믿는단 말인가.’
그때.
한 소녀가 다가왔다. 은빛의 머리카락에 뱀처럼 좁은 동공을 가진 그녀가 청년을 보며 눈인사를 했다.
“어디 가십니까? 그보다 이 어르신은……?”
“길을 잃으셔서 찾아드리고 있었어.”
“그랬군요. 허리가 많이 아프신가요?”
데메테르는 연신 허리를 두들겨대고 있었다. 꼽추의 모습이니 당연했다.
“홀홀, 내 나이가 되면 안 아픈 곳이 없지.”
“그렇군요. 잠시만요.”
정체 모를 소녀의 손가락 끝에서 번진 빛이 데메테르에게 스며들었다.
[통증의 통제.] [당신을 감싼 잔병들에 대한 통증이 80% 감소합니다.] [뱀의 신 엘리자베스의 힘이 일주일간 당신을 아프지 않게 합니다.]“……!?”
데메테르는 깜짝 놀랐다.
이 어린 소녀가 뱀의 신이란 말인가?
전해 들은 묘사와 너무 달랐다.
“일곱 개의 혀와 108개의 눈은……?”
“예?”
소녀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데메테르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은 그녀가 살며시 손을 잡아줬다.
그녀의 손은 뱀처럼 차가웠으나 목소리만큼은 아니었다.
“할머니, 저는 저쪽에 있으니 아프실 때마다 오시면 통증을 좀 낫게 해드릴게요.”
데메테르는 너무도 친절한 미소에 깜짝 놀랐다.
‘혹시 나 또한 세뇌된 건가?’
믿어선 안 된다. 어쩌면 그녀도 자신처럼 본모습을 숨기는 힘을 가졌을지 모르는 노릇이다.
그녀를 지나쳐 걷는다.
그러다 또 한 사람을 만났다.
“형! 어디 가는가!”
“응? 아, 할머니가 곤경에 처하셔서 도와드리고 있었어.”
정체 모를 소년이 다가왔다. 소년이 데메테르를 보더니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나는 코니르! 우리 가게에 라면 드시러 오세요!”
“홀, 홀홀. 고맙구나.”
활기찬 소년을 뒤로하고 걸었다.
“참 예의 바른 꼬마 아이로구나, 한데 저런 꼬마 아이도 검을 차고 있다니…….”
데메테르는 이 천외제국의 사상이 이해되지 않았다.
저 어린아이에게 검을 차게 하다니.
벌써부터 사람 죽이는 법을 가르친단 말인가?
이 빌어먹을 제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검신이니까요.”
“……!?”
데메테르가 홱 고개를 돌아 ‘나는 코니르!’ 하며 뛰어가는 소년을 바라봤다.
믿을 수 없다.
자신이 들은 검신은 여덟 개의 팔을 가졌고, 그 팔엔 여덟 개의 검을 쥐었다 들었다. 또 워낙 잔인한 심성이라 사람의 몸을 토막 낸다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가면들을 쓴 거지?’
데메테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걸을 때마다 걸음을 멈춰선 자들이 아는 척 해왔다.
“허허, 어디 가십니까? 이분은 누구십니까?”
“아, 길을 잃으셔서.”
“그렇군요. 할머님. 오늘 추출한 커피인데 맛 좀 보시겠습니까?”
검은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노인이 손에 따뜻한 커피를 쥐여줬다.
등 뒤에 찬 창을 보며 또 중얼거렸다.
어린 소년은 그렇다 치자!
“왜 노인이 창을…… 설마 노인이 전쟁에라도 참전하시는 겐가?”
“아, 저분 창신이십니다.”
“……?”
데메테르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혹시.
‘아까 전 뱀의 신의 힘이 닿았을 때 세뇌에 걸렸나?’
복잡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계속 황궁을 향해 걸었고 누군가 인사했다.
“할머니, 아프지 마라.”
“……?”
엘피스란 대악마였다.
이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엘피스란 대악마는 음악을 통해 인간들의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게 해 죽게 한다 들었건만?
심지어 사람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 했다.
또 누군가 왔다.
듣기로 천외제국엔 아주 못생겼으나 활기찬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
“어디가?”
“아, 로크야. 나 할머니 좀 도와드리고 있어.”
그건 영락없는 사실이다.
아무튼 이상했다. 자신이 들었던 천외제국과 실제 천외제국의 모습은 180도 달랐다.
그리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데메테르는 마음이, 소망이, 사랑이라는 강아지가 있다는 것도 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들은 악마 같은 모습과 다르게, 아주 귀엽고 깜찍하고 이쁜 강아지…….
“크르르르르르-!”
“왈왈와와오와!”
“크라아아아아아아아!”
“……?”
아니, 이곳은 왜 로크라는 얘 빼고 전부 반대되는가?
귀엽고 깜찍한 게 아니라 무섭고 끔찍했다.
“사랑이, 소망이, 행복이 물어와!”
“크라라라라라라라!”
사내가 품속에서 공을 꺼내 내던지자, 귀엽고 깜찍하고 이쁜(?) 켈베로스들이 그 공을 향해 달려갔다.
“정신없죠?”
머쓱하게 웃는 사내를 보며 데메테르는 머리의 복잡함을 느꼈다.
혹시 나의 착각은 아니었을까?
이곳 대륙인들이 가이아 대륙의 이들을 괴물로 비유하는 것처럼, 가이아 대륙인들도 그들을 괴물로 비유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데메테르는 황제만은 다를 거라 생각했다.
‘헤라 님의 뺨을 십 회 이상 때렸다 들었다.’
‘아레스를 짓밟았고.’
‘제우스에게 검을 겨눈 인물.’
어쩌면 그만큼은,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황궁 앞에 도착했다.
“할머니, 여기예요.”
친절한 미소의 청년이 물었다.
“이 근방엔 무슨 볼일이 있으세요?”
황궁 인근에도 주택가가 존재했다. 데메테르는 보자기를 건네받으며 홀홀 웃었다.
인간들은 때론 신의 축복을 받기도 한다.
데메테르는 자신을 이곳에 인도해 준 친절한 청년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리고자 했다.
어차피 황제를 알현하면 퍼질 소문이다.
“사실 나는 가이아 대륙에서 온 농경의 신이란다.”
빛에 휩싸인 그녀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인자한 모습의 그녀는 청순했고 갈색 머리카락은 고귀해 보였다.
“이곳의 황제를 만나기 위해 왔단다. 너희를 핍박하고 억압하는 그에게 제우스의 말을 전하고자 한단다.”
그녀가 부드러이 웃었다.
한데 청년의 얼굴이 굳었다.
동시에 사내도 빛에 휩싸였다.
185㎝에 이르는 키.
선함이 깃든 깎아 만든 듯 잘생긴 얼굴.
허름했던 옷이 화려하게 변화한다.
등 뒤에 그의 망토에 포크와 나이프가 각인된다.
“내가 천외제국 황제다.”
“……!?”
데메테르는 또 한 번 놀랐다. 이 친절했던 자가 천외제국의 황제?
‘듣기로 키 2m가 넘으며 두 개의 뿔이 달렸고…… 아니, 그런 건 중요치 않아.’
외형은 중요치 않다.
폭군은 외형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데메테르는 가여운 백성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듣기론, 먹을 것을 좋아하는 그는 질 좋은 고기를 바치지 못한 자를 화형에 처하고, 질 좋은 과일을 바치지 못한 자도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들었다.
순전히 자신이 먹기 위해 살아가는 황제다.
백성을 개미 보듯 업신여기는.
그런 그가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어쩌면 그는 내가 농경의 신인 줄…….
터억-
그 순간 천외제국 황제가 그녀의 손을 잡아챘다.
“이곳에 숨어든 이유가 무엇이냐.”
소름 끼치는 눈이 살기를 머금는다.
“한 명의 백성이라도 해하였는가?”
데메테르는 그 질문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단지 당황하여 뱉어낸다.
“그, 그랬다면 어쩔 건데?”
“그럼 나는 너희들의 백성 만 명을 해할 것이다.”
“……!”
그 말에 데메테르는 진실을 깨달았다.
황제의 소문마저 거짓된 소문이었음을.
그 말은 진심을 품고 있었고.
“내 백성 열 명에게 해를 끼쳤다면, 네가 농경의 신이라도 베겠다.”
데메테르의 가슴이 격동한다.
“또 만약.”
“내 백성들을 위험에 빠트린다면 올림푸스라도 검을 겨누겠다. 백성에게 해를 입힌 것은 내게 해를 입힌 것.”
스르르릉-
그의 검이 데메테르의 목에 겨눠졌다.
“대답하라, 누구를 어떻게, 왜 해하였는가.”
청년의 눈이 충혈되었다.
백성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그의 몸이 분노로 떨리고 있다.
데메테르의 심장이 격동하기 시작했다.
올림푸스 신들은 백성 한 명의 목숨을 파리보다 가벼이 여긴다.
그러나 이자는 한 명의 백성이라도 해했다면, 농경의 신인 자신을 베겠다 말하고 있었다.
“…….”
데메테르.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이자 레벨 1,597의 초네임드 NPC.
‘멋있어…….’
그녀는 사랑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