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04
밥만 먹고 레벨업 1305화
제우스는 헤파이스토스가 태어났을 때 그를 경멸했다.
자신과 헤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너무도 못생겼기 때문이다.
헤라가 그 아이를 하늘에서 던져 절름발이가 되었을 때에도 별말 하지 않았다.
헤라클과는 달랐다. 헤라클은 ‘영웅신’의 재목으로 자신의 아들로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는 아니다.
제우스의 아들이란 위대한 이름을 가졌음에도 일반 신들에게 무시 받기 일쑤였다.
대인기피증이 심해 한낱 인간들과도 눈을 맞추지 못했고, 신들의 장난감으로 전락해 버렸다.
헤라가 그녀를 가두고 올림푸스만을 위한 무기를 찍어내게 하였을 때, 모든 올림푸스 신들은 그를 알았으나 방관했다.
그에겐 그것이 꼭 어울리는 자리 같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더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가 싫었던 것은 신임에도, 나의 아들임에도 움츠러들었던 어깨다.
헤파이스토스가 이곳을 떠나던 당시 제우스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후 그의 빈자리를 깨닫고 있다.
올림푸스 신들의 무기를 고쳐주거나 만들어줄 자가 없었다.
심지어 헤파이스토스는 아비인 자신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들던 창을 자신이 아닌 민혁에게 쥐여주기까지 했다.
서대륙인들의 입을 타고 그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헤파이스토스가 무기의 주인으로부터 천외제국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다고.
헤파이스토스가 천외제국의 든든한 대장장이로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그러나 이 안에서.
그가 태어난 이 가이아 대륙에선 그의 어떠한 것도 변하지 아니했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가 말한다.
“제 세상이 변했습니다.”
신들이 비웃었다. 그를 괴롭히는 데 앞장섰던 신이 말한다.
“뭐라는 거냐, 이 등신새끼! 여전히 X신 같은 건 여전하구나!”
아름다운 여신들이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래, 변했구나. 못 본 동안 더 못생겨졌어.”
“꺄악, 헤파이스토스와 눈이 마주쳤어. 끔찍한 걸 봐버렸다구.”
제우스의 눈이 꿈틀거렸다.
변한 것은 고작 ‘그의 세상’인가?
하지만 고작 그의 세상이 아니었다.
“제가 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졌습니다.”
“도망치기만 했던 내가 싸울 줄 알게 되었습니다.”
“땅에 떨어졌던 내 자존심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습니다.”
“사랑하는 여인이 생겼습니다.”
“지키고 싶은 내 아이들이 곧 태어납니다.”
“내 세상은 새로운 것으로 채워졌습니다.”
그 말을 듣는 제우스는 그의 시선과 마주했다.
자신이 아는 헤파이스토스의 눈빛이 아니다.
생기 가득한 그 눈을 보며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물었다.
“그 추악한 다리로 이곳까지 온 이유가 무엇이냐.”
“천외제국과 민혁을, 건드리지 마십시오.”
제우스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졌다. 장내가 조용해졌다.
제우스는 가이아 대륙의 가장 위대한 신이다.
그런 제우스에게 헤파이스토스는 으름장을 놓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재료나 요리는 명분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그가 올림푸스 신들을 돌아봤다.
경멸 어린 그들의 시선이 헤파이스토스에게 닿고 있었다.
그들은 ‘감히 너 따위가’란 표정으로 그를 비웃었다.
“어떤 대단한 재료나 요리를 가져와도 전쟁을 발발시킬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모였겠죠.”
그 누구도 부정하진 않았다.
“진실 되게. 그저 ‘거짓’ 없이 공평하게 진행해 주십시오.”
한 여인이 그 앞에 섰다.
추위와 겨울을 관장하는 신이다.
그녀가 물었다.
“우리가 왜? 부탁을 하려면 똑바로 하렴.”
여인 데네스가 그를 비웃으며 땅바닥을 쳐다봤다.
절이라도 하며 긴다면 생각해 본다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제우스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올림푸스의 다른 신들 역시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신들이 헤파이스토스를 둘러쌌다.
매번 헤파이스토스를 짓밟고 괴물이라 놀렸던 신들.
도끼의 신이 웃었다.
“헤파이스토스. 예전처럼 ‘제발, 남들이 보는 앞에서 때리지 말아줘!’라며 애원해 봐라. 그럼 내 1초 정돈 고민해 보마. 부탁하는 태도가 그게 뭐냐?”
델슨. 도끼의 신의 도끼면이 헤파이스토스의 뺨을 툭툭 때렸다.
데메테르는 눈물 흘렸다.
“……우린 신들이잖아요.”
그녀의 울음소린 신들에게 닿지 않았다.
“인간들보다 나은 판단을 내리고 높은 지성을 가진 신들이잖아요! 그런데 왜 인간들보다 더 악하게. 왜……!”
헤파이스토스가 한 잘못이 뭐란 말인가.
용기를 내어 온 그를 비웃는 그들은 무어란 말인가.
이 올림푸스는 얼마나 썩었단 말인가.
울고 있는 데메테르의 시선을 헤파이스토스가 마주했다.
상냥하게 웃는 헤파이스토스를 보며 데메테르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곧 헤파이스토스가 우악스러운 손으로 델슨의 도끼를 쥐었다.
[파멸자의 망치.]어느덧 한 손에 망치를 든 헤파이스토스가 그의 도끼를 힘껏 후려쳤다.
쩌저저저저저저적-!
아티팩트를 부술 수 있는 힘을 가진 헤파이스토스.
그의 망치가 도끼와 닿는 순간 도끼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신들이라고 하여 무기와 같은 아티팩트를 여러 개씩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그들도 애증 하는 무기는 한두 개쯤밖에 없다.
그리고 그 무기란 ‘가장 강한 것’이 된다.
델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신이 애장하는 도끼.
태산을 가르는 도끼가 부서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도끼는 바로 헤파이스토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후두두두두둑-
결국 부서져 버린 도끼를 보며 델슨이 눈을 부라렸다.
“지금 뭐 하는 짓……!”
“부탁하러 온 게 아닙니다.”
맹수같은 눈빛으로 좌중을 흩는 그의 손이 하늘 위로 뻗어졌다.
“이 가이아 대륙에서 내가 제작한 아티팩트의 개수는 465,313,724개.”
“그중. 이 자리에 있는 3,685개의 장신구들이여.”
웅웅웅웅웅-
거대한 공명음이 퍼졌다.
미의 상징 아프로디테가 목에 건 목걸이, 팔목에 찬 팔찌, 발목에 찬 발찌가 크게 운다.
신들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채운 반지들이 크게 떨린다.
제우스가 헤파이스토스에게 받은 목걸이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자리의 모든 신들이 입은 것. 건 것. 든 것. 착용한 모든 것들이 오로지 한 명의 신의 손가락 끝에서 비롯되었다.
“부서져라.”
후두두두두두두둑-
부서져 내리는 수백 개의 장신구는 그들의 상징체요, 그들을 강인하게 만드는 아티팩트다.
그 모든 신등급 장신구 아티팩트가 땅에 떨어졌다.
“아, 안 돼……!”
“내 에메랄드 반지…….”
“이이이익!”
[올림푸스 신들이 약화됩니다.]장신구 아티팩트도 다양한 특수효과가 존재하는 바 있다.
“나는 지금 경고하러 온 겁니다.”
도끼가 부서지고, 손가락의 반지가 가루가 되어 흩어진 도끼의 신의 얼굴에 헤파이스토스가 주먹을 꽂았다.
퍼지이익-!
우악스러운 손으로 그를 날려버린 헤파이스토스.
그의 몸에서 수십 개의 황금도구들이 만들어졌다.
망치, 모루, 못, 톱. 어떠한 것을 만드는 데 쓰이는 그 모든 것들이 빠른 속도로 어떠한 것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금빛으로 만들어진 왕좌였다.
그 왕좌에는 ‘대장장이’를 나타내는 망치와 모루가 교차되어 각인되어 있다.
절뚝절뚝-
절뚝이는 다리로 그곳에 앉은 헤파이스토스가 말했다.
“저는 변했습니다.”
그렇다. 헤파이스토스의 세상은 변했고 나 또한 변했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진실이 그에게서 꿈틀대고 있다.
헤파이스토스는 군신 수호의 창을 제작함과 동시에 올림푸스 12신의 자리에 즉각적으로 오를 수 있는 권한을 가졌던 바 있다.
그러나 그를 버리고 서대륙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그는 완전한 서대륙인이 된 거다.
그리고 그가 서대륙으로 넘어갔다고 하여 그가 군신 수호의 창의 제작자였던 것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 누군가 가장 높은 대장장이의 끝에 도달해 있습니다.] [그는 언제든 ‘제작해 내는 자’가 되어 세상을 떠받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감춰두었던 진실이다.
오르지 않은 이유는 천외제국에 두 개의 태양이 있어선 안 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또 그저 그런 자리보다 헤파이스토스는 민혁의 곁에서 무기만 만드는 바보 헤파이스토스가 되고 싶었다.
기둥은 올림푸스 12신들과 대등하다.
아니, 다섯 올림푸스 신들을 제하고는 기둥이 더 뛰어나단 평이 정확하다.
“이 X새끼!”
“내 장신구 물어내!”
“당장 똑같은 걸로 만들어…….”
상황 파악하지 못한 멍청한 신들의 아우성.
[아티팩트의 제작자가 자신이 만들어낸 모든 아티팩트를 통제합니다.]가이아 대륙 전체에 뿌리를 내린 그가 만든 아티팩트는 수억 개 이상.
[가이아 대륙 전역에 존재하는 모든 아티팩트의 내구도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쩌저저저저저저적-!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젠 장신구만이 아니다.
입고 있던 견갑, 들고 있던 무기, 착용하고 있던 부츠.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모든 것.
혹은 헤파이스토스가 제작해 주어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는 것.
심지어 지금도 훈련 중인 가이아 대륙의 병사들이 입고 있는 갑옷들과 쥐고 있는 무기류까지.
그저 그가 손가락을 들어 올림에 따라 금이 갔다.
헤파이스토스가 오만한 미소로 웃었다.
“니, 니 새끼…… 무사할 거 같아!?”
“지금 우리 아티팩트를 부수는 순간 너는 우리 손에 죽는다.
“3분도 걸리지 않고 사지가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3분? 아니. 2분이면 족하다.
이 자리에 있는 올림푸스 신들이라면 헤파이스토스 따위 가뿐히 죽일 수 있다.
그러나 움츠린 개처럼 겁에 질렸던 헤파이스토스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었다.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해.
나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이빨을 드러내며 당장 튀어나갈 준비를 하는 헤파이스토스만이 있을 뿐이었다.
“해보든가, 이 X새끼들아.”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죽음을 각오한 그 눈빛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내구도가 8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내구도가 7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내구도가 6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내구도가 50% 미만으로…….]갈수록 더 크게 일어나는 균열을 보며 그 자리의 모두가 숨죽였다.
하데스가 든 낫도, 제우스가 쥔 번개도.
헤르메스가 신는 하늘을 나는 부츠도.
이 가이아 대륙 신들의 모든 아티팩트에 번진 균열이 그들을 고통스럽게 했다.
왜?
그것의 가치를 그들은 아니까.
왜?
그것이 부서지는 순간, 자신들이 크게 약화될 것을 아니까.
어쩌면 서대륙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점치지 못할지도 모를 정도로.
[내구도가 40% 미만으로…….] [내구도가 35% 미만으로…….]끊임없이 하락하는 내구도와 갈수록 커져 가는 신음과 비명 사이.
태어나 수천 년 동안 짓밟히고 무시 받았던.
이곳을 떠나서도 그들에게 조롱받고 괴물이라 불렸던 자.
사실, 그들을 위해 무수히 많은 아티팩트를 제작해 주었고 그들에게 존경받아 마땅했던 헤파이스토스.
내 친구 한 명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고, 기둥이 될 수 있었으나 그 길을 걷지 않은 자가 오랜 시간 끝에 오만한 목소리로 응징했다.
“꿇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