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06
밥만 먹고 레벨업 1307화
끝을 알 수 없는 구렁텅이.
지옥의 무저갱.
자신조차 어느 지점인지 알지 못하는 곳에 흑발의 미남자가, 시체로 이루어진 산 위에 앉아 있다.
지칠 대로 지쳐 버린 그는 수호신 오블렌이다.
민혁을 지옥의 무저갱에 워프시키며 함께 넘어왔던 그는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자 했다.
그로 인해 며칠을 이곳에서 머물렀다.
[예전이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놈들이…….]전성기 시절의 오블렌의 무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신들의 땅의 모든 이들과 대적했을 정도니까.
쓴웃음을 머금는다.
[후회는 없다만…….]그의 약화는 오랜 봉인에서 시작되었다. 너무도 오랜 시간을 ‘제멋대로 심술 맞은 고추장’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깨어난 후 맞이한 두 번째 약화는 바로 수호신이 됨으로써다.
수호신은 절대신으로서 결코 다른 절대신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수호신’이란 것은 결국 어떠한 것에 한정되어 있다.
실제로 오블렌은 천외제국의 수호신이다.
그렇기에 가질 수 있는 힘에 제약이 있다.
악신의 서가 수호신의 서로 변화하였고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형되었다.
그 변형이 결코 ‘악신 오블렌’일 때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오블렌은 마치 100㎖를 채울 수 있는 물병에 60㎖밖에 채우지 못한 것처럼 부족하다.
[도태되고 있다…….]오블렌이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손을 꽉 쥐었다.
물론 천외제국의 그 누구도 오블렌을 무시하지 못한다.
지금 그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없다.
그의 도태란 격차를 의미한다.
갈수록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 녀석이 나를 능가하는 것도 몇 년 안 남았겠는데.]오블렌이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끝을 알 수 없게 펼쳐진 벽 한편에 동굴처럼 파여 있는 공간을 발견했다.
지옥의 무저갱은 미지의 세상이다.
이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는 삶과 죽음의 주인 루이스나 아테네도 모른다.
발을 디딘 오블렌이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였다.
계속 걷던 오블렌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무저갱은 죄를 지은 자들의 감옥이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 죄를 딛고 새로운 자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가 지은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개과천선(改過遷善).
좋은 사람이 되겠다 다짐하고 이뤄낸 것을 뜻한다.
설령 그렇다 한들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고 하여 그전에 지은 죄가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그 죄는 영원히 그의 발목을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 따라붙는다.
동굴의 끝에 도달한 오블렌은 볼 수 있었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땅.
어둡고 캄캄한 그곳에 숫자를 헤아릴 수조차 없는 무덤들이 세워져 있었다.
다듬어지지 않아 갈대처럼 올라선 무덤의 풀들과 역한 공기는 오블렌마저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런 많은 무덤 중. 오블렌은 단 하나의 무덤에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다.
그 앞에 선 오블렌은 무덤 앞에 적힌 비석을 바라봤다.
[악귀 오블렌의 죄.]수천만 명 이상을 살해했다. 씻을 수 없는 죄를 남겼다. 그 죄가 사라지리라 믿는 건 과욕이다.
그때.
스스스스스스스스스-
무덤 안에서 한 형상이 나타났다.
그는 바로 ‘나’였다.
악귀 오블렌일 당시의 모습처럼 살기가 눈에 가득 찬 그는 수호신 오블렌을 보며 말했다.
[힘을 되찾고 싶지 않나?]“……!?”
오블렌은 놀랐다. 과거의 자신처럼 살기로 이글거리는 그의 두 눈.
[죄를 지우면 힘을 일부 되찾을 수 있다.]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널 죽이면 힘의 일부를 되찾는다?] [그렇지, 네놈을 억압하는 그 뭣 같은 수호신의 페널티를 일부 지워줄 거다.]오블렌은 바보가 아니다.
[대가가 있군.] [나를 죽여라. 패배하면 네가 이 안에 잠들 것이고. 이긴다면 내 힘 일부를 가져갈 거다.]오블렌은 힘을 갈망했다. 앞으로 천외제국이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많았다.
자신의 힘의 일부를 되찾는다면 그 산을 넘기 훨씬 수월할 거다.
하지만 오블렌은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린 수호신에게 악귀가 말했다.
[날 죽이지 않아도 네가 죽으면 이안에 잠들어 평생 고통받게 될거다. 그러나 나를 죽이면 너의 ‘죄’는 사라져 안식을 얻게 될거다.]밖으로 걸음하는 오블렌이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 내가 잘못되면 슬퍼할 사람이 있다.]도박에 걸진 않는다. 혹여 자신이 잘못되면 슬퍼할 그로 인해.
오블렌이 그곳을 벗어났다.
언젠간 다시 이곳에 방문하긴 할 거다.
* * *
㈜즐거움 회의실.
세계 각국 지부장들은 아직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서대륙과 가이아 대륙의 전쟁 발발은 생각보다 더 심각한 에피소드였기 때문이다.
발발 시 곧바로 회의를 거쳐 대비하려던 그들은 고작 ‘한 명의 대장장이’가 만들어낸 상황이 놀라웠다.
더 놀라운 사실은 ‘헤파이스토스’란 캐릭터에 있다.
각국 지부장들은 아테네에서 핵심이 되는 NPC들의 정보를 달달 외우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변화에 언제든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런 헤파이스토스에 대한 설명은 처음 이러했다.
[흉측한 얼굴에 다리를 절뚝이는 대장장이.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외의 많은 정신병을 가졌고, 무수히 많은 트라우마로 인해 가이아 대륙 신들을 보기만 해도 다리를 벌벌 떱니다.] [겁쟁이이며 태어났을 때부터 그런 삶을 살아왔기에 성격이 바뀌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뛰어난 대장장이이나 약자인 그는 목표를 세울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는 위대한 무기의 제작자 레오를 뛰어넘진 못할 것입니다.]헤파이스토스가 민혁을 만나기 전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 설명은, 이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많은 인간이 ‘나 변할 거야.’라고 말하지만 변하지 못한다.
인간은 어지간해선 변하지 않는다는 걸 연륜이 있는 지부장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민혁을 미친 듯이 깎아내리며 반한 감정을 가진 이토 지부장조차 이젠 그에 대해 비난하기 힘들었다.
그저.
‘가지고 싶은 자다. 대일본에서 태어났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미국 지부장이 읊조렸다.
“삶과 죽음의 주인. 제작해내는 자가 모두 민혁을 지지한다라.”
유저는 기둥이 돼선 안 된다.
민혁은 지존이나 우리는 그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가졌던 모든 지부장들은 씁쓸한 감정을 보였다.
모든 것엔 이유가 존재하는 법.
저 모든 것은 민혁의 능력에 있어서 가능했던 거다.
강태훈 사장은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그 새로운 시대의 중심에 민혁이 있었다.
“궁금하지 않나?”
모두의 시선이 모니터 속 헤파이스토스에게 향했다.
“저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시대가.”
* * *
헤파이스토스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동안 기둥에 오를 수 있었으나 미뤘던 이유는 순전히 민혁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그는 목표를 잡고 기둥의 자리에 올랐다.
기둥에 오른 그는 예상과 같이 아티팩트 제작과 연관된 기둥의 재앙을 얻은바.
(맞춤제작)
등급: 기둥의 재앙.
액티브 스킬.
레벨: 1
소요마력: 30,000
사용시 페널티: 모든 스텟 10
쿨타임: 1년.
효과:
⦁대상을 지정하여 그를 위한 아티팩트를 맞춤 제작할 수 있습니다.
⦁맞춤제작이 발동되었을 시 더 높은 등급의 아티팩트가 탄생할 확률이 200% 상승합니다.
⦁무조건 신등급 이상의 아티팩트가 탄생합니다.
⦁맞춤제작 특혜로 완성 후 모든 능력치가 10% 더 뛰어나집니다.
⦁맞춤제작 특혜로 인한 아티팩트 제작시 당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티팩트를 만들어내는 모든 스킬들이 가장 뛰어난 힘을 넘어서 20%더 뛰어나집니다.
⦁맞춤제작은 어쩌면 기존의 한계를 부수고 더 높은 등급의 아티팩트를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첫 번째 ‘맞춤제작’ 사용 시에 맞춤제작의 모든 효과가 1.5배 더 뛰어나집니다.
⦁첫 번째 ‘맞춤제작’ 사용 시에 더 높은 등급의 아티팩트가 나올 확률이 400% 상승합니다.
⦁최소 절대신급 이상의 아티팩트가 탄생합니다.
⦁상대방에게 가장 적합한 아티팩트를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안내합니다.
설명: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제작 아티팩트를 만들어냅니다. 첫 사용 시 모든 효과가 말도 안 되게 뛰어나지며, 그 어떤 대장장이의 스킬도 이보다 뛰어날 순 없을 것입니다.
헤파이스토스는 기뻤다. 이 스킬을 이용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아티팩트를 만들리라 다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티팩트를 만들어갈 재료도 얻겠어.’
필요하다면 몇 년에 걸쳐 대장간에 박혀 제작하기도 할 것이다.
무조건 해낸다.
헤파이스토스는 기뻤다.
이를 듣고 좋아할 민혁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기만 했다.
그렇게 걷다 휘청하며 중심을 잃을 뻔했다.
가이아 대륙 신들과의 만남에서 긴장의 끈을 조였기에, 그의 다리가 후들거리는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계속 걸었다.
천외제국으로 간 그는 급히 민혁을 찾아다녔다.
그는 가이아 대륙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녀석이 얼마나 기뻐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민혁을 발견한 헤파이스토스.
그는 서둘러 민혁에게 달려갔다.
“민혁아!”
민혁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 또한 월드 메시지를 들었고, 그의 새로운 변화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자 했다.
“내가 만들어가는 자가 되었어. 맞춤제작이란 기둥의 재앙을 얻었는데, 이 힘으로 너에게 가장 위대한 무기를 뛰어넘는 아티팩트를 만들어줄 거야. 재료가 용암에 있다면 그 안에 들어가서라도 얻을게. 몇 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꼭 만들게.”
그러나 갈수록 민혁의 표정은 굳어져 갔다.
헤파이스토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뛸 듯이 기뻐할 거라 생각했다.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한 걸까?
민혁이 말했다.
“고마워, 헤파이스토스. 그리고 축하해. 그런데 헤파이스토스.”
민혁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너 지금 피곤해 보여.”
“……?”
헤파이스토스는 가이아 대륙 전체와 홀로 맞서고 돌아온 셈이다.
수축됐던 근육이 이완되고 긴장이 풀리며 몹시 피곤하고 지쳤던 게 사실이다.
“네가 나를 위해 그 힘을 써주는 게 너무 기뻐. 근데 네가 힘들진 않았으면 좋겠어. 나를 위해 희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행복하게.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
“…….”
헤파이스토스는 허탈한 웃음을 짓고야 말았다.
그래, 내가 이 녀석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거다.
자신이 얻을 그 무엇보다, ‘나’부터 생각해 주는 유일한 사람.
“어디 다녀왔어?”
헤파이스토스는 그저 빙긋 웃었다.
수천의 신들과 싸웠다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두 기둥의 우정이 돈독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