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07
밥만 먹고 레벨업 1308화
올림푸스 신의 맹세.
올림푸스 십이신이 이름을 걸고 하는 맹세이다.
그들조차도 이 맹세를 어기면 크나큰 형벌을 받는다.
그로 인해 올림푸스 신들은 민혁이 가져오는 음식이 자신들이 걸었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이를 승인해야만 했다.
하지만 신의 맹세를 했다고 한들 지금 올림푸스 십이신을 비롯해 가이아인들 모두가 민혁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다.
헤파이스토스가 떨어트린 내구도는 일반적인 백성들이 쓰는 도구는 1시간 내로 모두 100%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신등급 이상의 아티팩트들은 달랐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100% 내구도가 올라간다.
더불어 그 자존심 높은 올림푸스 십이신들이 헤파이스토스의 앞에서 무릎 꿇은 바 있다.
그것도 자신들이 짓밟고 무시했던 헤파이스토스에게!
그들의 심기는 매우 불편해져 있었다.
그에 올림푸스 십이신은 데네스라는 ‘요리’를 관장하는 여신에게 민혁이 가져온 김치를 직접 깐깐하게 평가하게 했다.
데네스는 신들의 전음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형태의 요리를 요구하기도 할 거다.
데네스는 은빛의 머리카락이 아주 잘 어울리는 여인이었다.
사실상 가이아 대륙 요리의 신이라 할 수 있는 데네스는 저주에 걸렸다.
안타깝게도 이 저주는 스스로가 걸어버린 저주인데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입맛이 없다.’
데네스는 어려서부터 뛰어난 미각을 자랑했다.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불의 온도에 따른 맛. 끓은 시간에 따른 맛. 요리된 후 얼마나 지났는지에 따른 맛.
그 모든 것을 한입 맛본 것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만큼 요리실력도 뛰어났다.
그런 그녀는, 뛰어나고 대단한 요리에 입맛이 길들었고, 약 그렇게 70년쯤을 살았을까.
입맛이 없어졌다.
끔찍한 저주다.
요리를 관장하는 신이 입맛이 없어진다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다.
어떤 대단하고 뛰어난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고 느끼지 못했다.
이 저주는 지금 70년 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특별한 네임드 NPC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없어진 입맛을 돋우게 하면 특별한 무언가를 얻는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70년 동안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입맛이 없네…….’
오늘도 그녀는 같았다. 어떠한 음식도 먹고 싶지 않았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가 먹는 자들의 기둥 민혁과 만났다.
“안녕하세요.”
“네, 저는 가이아 대륙의 요리를 관장하는 신. 데네스라고 해요.”
데네스는 딱히 민혁에게 악감정을 가지진 않았다.
헤파이스토스? 굳이 괴롭힌 적은 없었지만, ‘방관자’라는 죄목은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민혁이 가져온 것이 제우스가 요구했던 것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해야만 했는데, 그저 손을 뻗은 것만으로도 확인 가능했다.
민혁이 가져온 윤기를 자르르 머금은 김치를 확인해 봤다.
[배추김치를 이용해 수백 가지 이상의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어떠한 수백 가지의 요리로 변형하여 만든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 부분은 합격.
두 번째는 바로 김치란 요리의 주재료인 ‘배추’가 없을 시, 그를 다른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느냐다.
[수십 가지의 여러 재료를 이용해 주재료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그것도 가능하다.
데네스는 작은 호기심이 생겼다.
호오 하는 표정을 짓는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맛’이다.
아무리 수백 가지 이상의 요리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쓸모가 없다.
“정작 내가 입맛이 없으니…….”
맛을 생각하다 데네스는 실소를 머금고 말았다.
맛이 있든 없든 정작 자신이 70년 동안 입맛이 없는 상황인데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입에 한입 넣어도 ‘음, 괜찮네.’ 하고 한숨을 쉬며 내려놓을 거다.
그때 민혁이란 사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입맛이 없으십니까? 전 입맛이 너무 돌아 문제인데요.”
나를 놀리나? 데네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데네스는 빠르게 기분이 풀렸다.
‘다른 신들과 다르게 오만하지 않은 자라.’
재밌는 사내다.
푸념을 늘어내 본다.
“아주 실례하셨어요. 전 자그마치 70년 동안 입맛이 없거든요.”
“……?”
의아한 그 표정을 보며 데네스가 쓰게 웃었다.
“어떤 것을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요. 한입 먹으면 수저를 놓게 돼요. 다행히 신인지라 굶어 죽진 않았네요~”
장난스레 웃는 그녀를 보며 민혁은 탄식을 흘렸다.
“그것도 그거대로 무척 괴롭겠군요. 전 폭식 결여증이란 병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네스는 그의 병에 대한 설명을 듣고 놀랐다.
계속 먹어야만 하는 병이라?
서로가 서로의 병에 대해 공감했다.
계속 먹어야 하는 병도.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병도.
둘 모두 끔찍한 병이다.
민혁은 데네스가 가이아 대륙신이라 하여 밉거나 하진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단지 그녀의 상황에 크게 공감했다.
‘맛있는 것들이 많아도 먹지 못하는 고통이라니…….’
잠시 생각하던 민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제가 한번 입맛을 살려보도록 할까요?”
데네스는 호기로운 그 웃음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나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가이아 대륙에서 난다긴다하는 요리사들이 자신의 입맛을 돋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스스로도 더 뛰어난 요리를 먹음으로써 이 저주에서 벗어나고자 했지만 70년 동안 이어졌다.
“무슨 요리를 하실 건가요?”
“고등어김치찜입니다.”
“고등어김치찜이라…… 생소하네요.”
“입맛 없을 때 최고입니다.”
민혁이 요리를 시작했다. 사내의 호기로운 도전에 데네스는 그저 바라만 봤다.
뚜껑을 닫고 김치찜이 쪄질 동안 민혁이 잘 익은 배추김치를 위생장갑을 끼고 세로로 쫙쫙 찢었다.
접시에 김치를 예쁘게 담은 그가 뜨끈한 쌀밥에 물을 말아 내밀었다.
“완성되기 전에 이거라도 먹고 있어요. 입맛 없을 때 제가 좋아하는 조합입니다.”
데네스는 흥미로운 표정이다.
그저 물을 만 밥과 손으로 쭈욱 찢은 김치라?
심지어 김치란 것은 데네스에게 생소한 음식이었다.
아주 조금 물 만 밥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여전히 맛없다.
‘하긴 이게 맛있을 리 없지.’
한숨을 쉬는 데네스를 보던 민혁이 조심스레 자신도 수저를 들었다.
물 만 밥을 한 수저 뜨고 그 위에 잘 찢어진 김치를 얹었다.
“이거 먹어봐요.”
수저를 넘겨준다. 데네스가 곧 그것을 입에 넣어봤다.
물만 밥과 김치를 씹어봤다.
아삭-
‘어? 맛있는 소리.’
씹을수록 맛있는 소리가 퍼진다. 그리고 단맛을 내는 밥알과 물, 매콤한 김치가 입안에서 어울린다.
‘이게…… 무슨 맛이야……?’
매콤한 김치는 매운 것을 못 먹는 이들도 ‘가장 맛있게 맵기’를 느끼는 고춧가루가 들어갔기에 데네스에게 맛있게 매웠다.
“쓰읍, 하-.”
그런 소리를 내며 데네스는 생각했다.
‘맛있어……?’
어?
데네스는 경악했다.
“왜 맛있어……?”
70년간 입맛을 잃은 데네스였던바.
잃었던 입맛이 돋았다.
또 한 번 입에 넣는 순간 머릿속에서 천상의 하모니가 들려오는 듯하다.
황홀하다.
미친 듯이 물 만 밥에 김치를 먹어치웠다.
[데네스의 잃었던 입맛을 돋웠습니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낼 확률이 0.5% 상승합니다.] [손재주 3을 획득합니다.]“……?”
그저 요리하여 먹였을 뿐인데 얻은 효과다.
그러나 그거보다 민혁이 놀란 것은.
“입맛 없다면서요…….”
밥을 세 공기째 비워내고 있는 데네스였다.
어느덧 고등어김치찜이 완성됐다.
그녀의 앞에 놔주고 자신도 함께 먹는 즐거움을 발현한다.
다른 반찬은 딱히 필요 없다.
뜨끈한 밥과 고등어김치찜이면 충분하다.
뚜껑을 열어젖히자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민혁의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고등어김치찜의 묘미는 바로 푹 익은 김치다.
국물을 머금은 김치는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입에서 녹듯 사라진다.
그리고 그 매콤함과 감칠맛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밥을 뜬다.
그 밥 위로 쭈욱 찢어진 김치를 하나 올린다.
아, 여기에 도톰한 고등어는 필수다.
그 상태에서 입에 넣어본다.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밥과 입에서 녹아 사라지는 매콤한 김치.
담백한 고등어가 한데 어울린다.
씹을 때마다 미소가 피어오른다.
그저 밥 위에 잘 찢은 김치만 올려 먹어도 감탄이 나온다.
가시를 잘 발라낸 고등어도 기가 막힌다.
끝이 아니다.
수저로 짭짤한 국물을 밥 위에 퍼 올려 적신다.
그 상태에서 가득 퍼서 김치 역시 크게 올리고, 고등어를 올려주면?
“와…….”
말도 안 되는 맛이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다.
‘왜 고등어김치찜을 먹을 땐 밥이 많이 들어가는 거지?’
밥 다섯 공기를 뚝딱 했다.
그러다 데네스를 봤다.
“님…….”
와구와구?
“입맛 없다면서요…….”
와구…….
“지금 밥 다섯 공기째이신데.”
입안 가득 밥과 김치찜을 밀어 넣은 데네스다.
[데네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데네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낼 확률이 0.5% 상승합니다.] [손재주 3을 획득합니다.]또 올랐다. 민혁은 혹여 뺏어 먹을까 봐 몸을 돌려 먹는 데네스를 바라보며 좋은 생각이 났다.
“……데네스 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
데네스는 눈물을 글썽이는 민혁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음식이 있어도 먹지 못하는 것. 얼마나 힘들지 잘 압니다.”
민혁도 먹어야 하는 병을 가졌다는걸 데네스는 알았다.
“데네스 님이 병을 이겨내는데 한 걸음 나아감에 너무 기쁩니다.”
급기야 민혁은 한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입에 밥을 밀어 넣던 데네스의 입이 벌어졌다.
‘……나를 공감해 주는 유일한 사람.’
데네스가 입맛이 없다는 말을 들은 신들은 그녀를 지적했다.
-배부른 소릴 하고 있군.
-네가 먹는 음식들은 신들조차 접하기 힘든 것들투성이지 않나.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다고? 뭐 그런 개떡 같은 소릴…….
그러나 민혁이란 사내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공감해 주고 있었다.
“데네스 님. 당신을 위해 더 많은 요리를 하겠습니다.”
그가 눈물을 닦아내며 화사하게 웃었다.
데네스의 마음이 떨려왔다.
민혁은 곧바로, 더 많은 요리를 시작했다.
돼지고기김치찜.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낼 확률이 0.5% 상승합니다.] [손재주 3을 획득합니다.]꽁치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더 뛰어난 요리를…….]김치짜글이.
[더 뛰어난 요리를…….]김치라면.
[더 뛰어난 요리를…….]쉴 새 없이 오르는 더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낼 확률과 손재주!
그럴수록 데네스의 민혁에 대한 감정은 더 깊어져만 갔다.
신은 포만도에 따른 제약이 없다.
입맛 없는(?) 그녀가 끊임없이 먹어치운다.
[더 뛰어난 요리를…….] [입맛 없는 데네스를 만족시켜 얻을 수 있는 것의 한계에 도달합니다.]자그마치 9%의 더 높은 요리가 나올 확률이 상승했고 80개가 넘는 손재주를 획득한 민혁이다.
민혁은 자신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데네스를 보며, 보이지 않는 짙은 미소를 머금었다.
몇 시간 후.
“이건 제 보답이에요.”
[데네스가 신등급 재료 149개를 선물합니다.]꿩 먹고 알 먹고에 성공한 민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