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27
밥만 먹고 레벨업 1328화
민혁이 필립을 소환하기 30분 전.
루바를 유려한 말솜씨로 살살 꼬드긴 민혁은 회동장이 가까워지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루바가 그를 비웃었다.
“감히 그대가 앉을 수 없는 자리이거늘.”
루바는 그가 거느리고 있던 수호신 오블렌이 악신 오블렌으로서 기둥에 오른 것은 알게 되었다.
또 천외제국에 머물고 있는 가이아 대륙 출신의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도 기둥이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기둥.
삶과 죽음의 기둥도 탄생했다.
루바는 중간중간 깨어난 탓에, 가진 정보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신도 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특히나 오블렌은 그렇다 쳐도.
‘제작해 내는 자는 천외제국에 왜 머물고 있는 거지? 가이아 대륙의 신인데.’
다른 기둥들에 대한 정보는 정확히 모른다.
또한.
‘삶과 죽음의 주인이라. 멋지군. 본래 죽음의 신이었단 말이지.’
삶과 죽음의 주인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다.
듣기로 다른 죽음의 신들의 고정관념을 깨낸 자라 들었다.
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이유는 아테네와 카오스의 이야기를 엿들었기 때문이다.
아테네와 카오스는 그를 극찬했다.
죽음의 신이란 한계를 깨부쉈다고 한다.
‘신들의 땅과 교류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어떤 죽음의 신도 신들의 땅과 교류하지 못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주인이 직접 신들의 땅으로 가 그들과 연을 맺고자 한다 들었다. 삭막했던 지옥에는 꽃과 나무가 넘쳐났다고 한다.
놀라운 일은 여기서 벌어진다.
지옥에 꽃과 나무가 넘쳐나게 되자, 지옥의 것들이 더 강해졌다는 거다.
‘멋진 자야. 암. 저런 자가 기둥이 되는 것이 맞지!’
“배고프당.”
루바가 옆에서 긴장을 날리기 위해 배를 문지르는 민혁을 경멸 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곧 회동장에 도착했다.
회동장에 도착한 루바는 삶과 죽음의 주인을 볼 수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흘러나온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선다.
다리를 꼬고 우아하게 앉은 그는 머리를 질끈 묶고 있었다.
‘민혁 놈. 오줌 지리는 건 아닌가 몰라?’
루바가 즐거운 상상을 하며 혼자 웃어댔다.
곧, 삶과 죽음의 기둥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했다.
루바는 그 순간 오줌을 지릴 뻔했다.
그런데.
“안녕.”
“……?”
삶과 죽음의 기둥이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려 민혁에게 인사했다.
민혁도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리고 인사했다.
“안녕.”
“……?”
“여기 네 자리야. 앉아.”
“응, 고마워. 잘 지냈니?”
“응, 난 잘 지냈어. 너는?”
“나도 잘 지냈어.”
침묵.
“……?”
뭐지? 이 친한 것 같은데 어색한 것 같은 것은 사이는?
그보다 놀라운 건, 두 사람이 꽤 두터운 친분이 있어 보인다는 거다.
삶과 죽음의 기둥이 애증 어린 시선으로 민혁을 바라보고 있다.
민혁의 몸이 뻣뻣하게 굳자 루이스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른 기둥들도 긴장한 민혁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아테네가 걸어왔다.
[태초의 신 아테네의 출현!]환한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테네가 인자한 미소로 웃었다.
그리고 민혁의 시선은 아테네가 안고 있는 무언가에 향해 있었다.
그 무언가는, 도톰한 뱃살을 드러내 놓고 잠들어 있었다.
“꿀…….”
녀석이 자신의 배를 벅벅 긁어댔다.
“……콩이가 왜 거기서 나와?”
* * *
콩이는 신들의 땅에서의 배달을 명목으로 매일 아테네를 찾아왔다.
출생의 비밀(?)을 깨닫고 자신의 어머니가 아테네인 것을 알게 된 콩이!
배달을 시키지 않아도 자신에게 와 ‘보고 싶었어, 엄마. 꿀!’거리며 눈시울을 붉히는 콩이를 보며 아테네는 처음엔 곤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달라졌다.
아테네는 전지전능한 존재다. 그만큼 외로웠고, 그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올 수조차 없었고, 누군가 다가와도 그들은 냅다 절부터 하고 봤다.
태초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매일같이 찾아오는 아기 돼지는, 편견 없이 재잘거렸다.
어느 날부터는 아기 돼지 콩이를 기다리게 되었다.
혹여 오지 않으면 오늘은 무슨 일 있나 걱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심술 맞은 듯하지만, 자신을 ‘엄마’로 여기며 무엇인가 챙기기 위해 노력하는 콩이를 보며 마음의 문을 열었다.
아테네가 부드러운 미소를 그리며 콩이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콧물 비눗방울을 만들며 잠들어 있던 콩이가 눈을 떴다.
“꾸울, 꿀꾸울, 꿀!(주인놈, 반갑꿀!)”
잠에서 깨 거만하게 손을 들어 올렸던 콩이가 회의실 의자에 착석했다.
[모두 반가워요.]회동이 시작되었다. 회동내용은 앞서 루바가 말했던 것들 대부분이다.
각 기둥들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할지를 이야기한다.
‘첫 번째 회동은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 건가?’
민혁은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런 이야기들이 지나고 루바가 언급했던 만들어가는 자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를 회유하지 못하면, 당분간 기둥의 자격을 갖춘 자가 있어도 기둥이 될 수 없습니다.]당분간이란 말이 강조되었다.
‘당분간이라 했으나 몇 년일지 알 수 없다.’
만들어가는 자의 재능을 가진 자는 흔치 않았다.
아니, 그를 제외하고 없었다.
그렇다는 건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적임자라도 찾아야 합니다.]새로운 적임자.
오블렌만이 해당 회동에서 유일하게 긴장하지 않은 기색으로 말했다.
[적임자를 찾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는 걸 알 텐데? 만들어가는 자 급의 사람은 없음이고 새로운 적임자를 임명한다면 그가 가지는 기둥의 재앙은 더 이상 그 이름으로 부를 수 없는 힘을 가진다.]팩트다. 새로운 기둥들은 훨씬 약화된 기둥의 재앙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아테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답은 나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만들어가는 자 필립을 회유해야만 합니다.]이야기를 듣던 헤파이스토스가 말했다.
“수천 년 동안 그 직무를 군말 없이 수행하던 자가 어째서 갑자기 하지 않겠다 하는 거죠? 아테네시여.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민혁은 알고 있는 사실이나 다른 이들은 몰랐다.
확실히 헤파이스토스의 말처럼 이상한 일이다.
수천 년 동안 군말 없이 일하던 자가 갑자기 일을 하지 않겠다니?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억압하고 착취하고 있었음을.
아테네가 말을 시작했다.
카오스에 의해 한 세상에 갇혔던 비루했던 사내의 이야기를.
헤파이스토스는 철저히 약자의 삶을 살아왔다. 그랬기에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회유해야 한다고요? 수천 년 동안 독방에 가둬놓고 부려먹었으면서?”
헤파이스토스는 더 이상 어깨를 움츠리는 겁쟁이가 아니다.
또한 이 자리의 모두는 동등한 힘을 가진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갇혀 있다 이제 겨우 자유를 얻은 사내입니다!”
헤파이스토스는 보이지 않는 카오스에게 으르렁거렸다.
[진정해 주세요.]부드러운 아테네의 목소리가 그를 진정시켰다.
곧 오블렌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럼 그 일을 해낸 자에겐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져야겠군.]오블렌의 시선이 흘끗 민혁에게 향했다.
역시 오블렌은 영리했다.
아테네가 고개를 주억였다.
[카오스와의 논의 끝에, 그 일을 해낸 자에게 카오스와 제가 가능한 선 안에서 원하는 한 가지를 해주려고 합니다.]“……!?”
[……!?]아테네나 카오스가 가능한 선에서 해준다.
말도 안 되는 것만 아니면 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지금 이 일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것도 가능합니까?”
헤파이스토스는 제작해 내는 자다. 그가 기둥의 자리에 올라선 것은 민혁을 위해서가 크다.
비록 헤파이스토스는 아직 기둥으로서 많이 부족한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지금 아테네에서 그를 따라올 대장장이는 없었으며 가장 위대한 무기를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기둥이 되었을 깨 기둥의 재앙인 맞춤제작을 개화했다.
누군가 만들어준 게 아니다. 그가 가진 힘이 한계를 극복해 창조된 거다.
“맞춤제작의 힘을 더 뛰어나게 해주는 거요.”
맞춤제작은 기둥의 재앙.
민혁을 위한 맞춤제작을 진행 중이지만 쉽지 않다.
아테네가 말했다.
[한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에서만 두 계단 더 높은 격으로 시도하는 게 가능하게 해드릴 수 있어요.]맞춤제작의 2단계.
즉 맞춤제작을 2레벨업 시킬 수 있다는 거다.
헤파이스토스가 생각보다 큰 보상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루바가 한걸음 나섰다.
“직접 회유를 시도했으나 쉽지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기둥심사관들이 그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기둥심사관 대장 루바와 심사관들의 강함은 기둥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그들이 괜히 기둥을 심사하겠는가?
“자칫 잘못했다간 큰 화를 입을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루바가 나선 이유가 있다.
“한데.”
그의 눈꼬리가 휘었다. 그가 나선 이유는 꼴 보기 싫은 민혁을 짓밟기 위함이다.
“먹는 자들의 기둥께서 만들어가는 자와 친분이 두텁다고 하셨습니다.”
요것 봐라?
민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대놓고 엿을 먹이려고 들어오는 놈이다.
“오죽 친하면 필립이 그를 ‘아이구, 내 새끼’라고 부르며 먼저 달려올 거라고 하더군요.”
루바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렇게 친분이 두터운 자라면 그의 소환에도 쉽게 응하지 않겠습니까?”
모두의 시선이 민혁에게 향했다.
특히나 아테네는 굉장히 놀란 표정이다.
[사실인가요?]“그게…….”
“사실입니다. 이곳에 오기 전 저에게 호언장담하며 자신 있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친하다면 그의 부탁이라면 들어주겠죠!”
아테네가 웃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아테네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물론 지나치게 과장돼 보이지만 그를 이곳에 부르는 것만으로도 성공적이다.
“해보겠습니다.”
루바는 황당해졌다. 자존심을 부린다고 되지도 않을 일을 해보겠다 하다니?
[소환할 수 있는 힘을 드리겠습니다.]아테네의 힘이 민혁에게 깃든다.
이윽고 모두의 시선 속에서 민혁이 말했다.
“필립 소환.”
작은 빛이 일렁였다.
그러나 곧 그 빛이 사그라졌다.
[필립이 소환에 응하지 않습니다.]“……이상하군요!”
루바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분명 기둥께서 제게 그리 말씀하셨는데 말입니다!”
민혁도 적잖이 당황했다. 그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어째서 응하지 않는가?
‘혹시…….’
연이란 한번 스치면 잊히게 마련이다. 어쩌면 필립의 생각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자신이 오만했던 걸지도 모른…….
[필립이 당황합니다.]“……?”
[필립이 아테네의 소환으로 착각하였습니다.] [필립이 스스로 소환의 힘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경고.] [경고.] [아테네의 힘을 비집고 넘어옵니다.]아테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루바의 얼굴도 딱딱히 굳었다.
태초의 신. 세상을 만든 장본인의 소환을 비집고 올라온다고?
쩌어어억-
[회동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 난입합니다.]회동장은 오로지 기둥만이 올 수 있는 곳.
상상을 초월하는 결계와 힘이 깃든 곳이다.
그 공간을 가볍게 초월한 필립이 모습을 드러냈다.
루바의 몸이 움찔거렸다. 자신을 개 패듯이 팼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테네가 놀란 표정으로 공간을 찢고 들어온 필립을 바라봤다.
그런 필립이 한 사내를 보며 활짝 웃었다.
“아이구, 내 새끼!”
그는 쉬고 있었던 듯싶다. 맨발로 내달려 오는 필립이 온 힘을 다해 민혁을 꽉 끌어안았다.
그를 끌어안은 필립은 한참이나 그를 놓아주지 못했다.
수천 년 갇혀 있었고 수개월을 그로 인해 세상을 둘러봤다.
바다는 아름다웠고 하늘은 푸르렀다.
인간들은 자신을 즐겁게 했고 자연은 때론 맛있는 것을 선사했다.
그는 나에게.
“내 은인 민혁이 잘 지냈느냐!?”
은인이었고.
“내 세상을 방랑하며 한 번도 너를 잊어본 적이 없다.”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으며.
“무슨 부탁이 있어서 날 부른 것이냐? 말만 해보거라. 그 어떤 것도 들어주마!”
그 무엇도 다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 모습을 보는 루바의 몸이 벌벌 떨렸다.
그는 민혁 앞에서 직접 맹세한바.
-필립이 네가 부르면 온다? 그럼 그날 나는 카오스 님의 왼쪽 뺨을 한 대 때리고 아테네 님 오른쪽 뺨을 때릴 것이며 그날부터 니가 내 할아버지이다! 원한다면 재롱도 부려주지. 아니, 아예 손주로서 존중을 다하지!
그는 심사관의 맹세도 진행했다.
[맹세를 이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테네의 오른쪽 뺨을 때리시기 바랍니다.] [맹세를 이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테네의 오른쪽 뺨을 때리시기 바랍니다.] [맹세를…….] [아테네의 뺨을…….] [맹세를…….] [아테네의 뺨을…….] [뺨…….] [뺨…….] [뺨…….]“…….”
빗발치는 맹세의 알림을 들으며 루바는 숨을 삼켰다.
오늘따라 아테네의 뺨이 더 반질거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