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26
밥만 먹고 레벨업 1327화
천무한은 믿기 힘들었다.
일개 게임의 지존에 의해 말도 안 되는 거물들이 움직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주석이 움직였다는 것에 있다.
중국의 진짜 신과 같은 주석이 ‘오늘 중국의 신은 죽겠군.’이란 말을 한 것만으로도 깨달았다.
오늘 자신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거다.
멱살을 잡은 민혁이 웃었다. 그가 거침없이 천무한의 얼굴을 후려쳤다.
치아 몇 개가 후두둑 빠진 천무한이 비명을 지른다.
“커헉! 그, 그마아아안!”
민혁은 그의 비명에도 멈추지 않았다.
“나를 건드리는 건 괜찮아. 근데 내 동생 건드리는 건 못 참지.”
만약 라우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필로스는 정말 중국에 귀화 되었을지도 모른다.
필로스를 데려올 당시, 그녀는 과거 아테네를 시작하기 전의 자신보다 더 몸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런 소녀가 중국에 돌아간다면 분명 방치될 것이고, 결국 죽음의 길로 향했을지도 모른다.
더 분노스러운 건 필로스의 나이가 아직 14살도 되지 않았다는 것에 있었다.
천무한은 자신과 중국 공산당의 이득을 위해 그 어린 소녀를 이용하려고 한 거다.
그런 민혁을 라우쉬가 막았다.
“네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힐 필욘 없지.”
라우쉬의 눈빛이 침착하다.
민혁은 비로소 이성의 끈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래, 라우쉬는 역시 세계적인 인사답게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
“감히 내 딸을……!”
“……?”
아, ‘네 손에 피를 묻힐 수 없지.’란 말을 듣고 깨달았다. 내 손 말고 지 손으로 피를 묻히겠다는 거였다.
라우쉬가 개 패듯이 천무한을 두들겨 팼다.
“내 딸을 건드려!? 우리 소중한 필로스를!!!?”
“야야, 우쉬야.”
민혁이 라우쉬를 만류했다. 곧 공안이 들이닥쳤다.
공안이 천무한을 속박한 후 차량에 태웠다.
“민혁 님, 언제 한번 우리 기업 광고에 출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중국 대부호들이 인사를 나누고 사라졌다.
창문을 내리고 있던 주석이 말했다.
“아버지께 안부 전해주게.”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민혁도 몰랐던 사실은, 주석이 강민후 회장과 꽤 친분이 두텁다는 것이다.
만약 라우쉬만이 연락을 넣은 것이었다면 그는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거다.
주석이 민혁을 보며 말했다.
“잘 컸군.”
주석이 사라지고, 민혁도 한국으로 돌아갔다.
* * *
민혁에 대한 중국인들의 비난은 거셌다. 세계인들도 필로스란 소녀를 어떤 방식으로 데려갔으며 왜 데려갔는지 해명을 요구했다.
특히나 중국인들의 주장처럼 정말 자신을 대신할 ‘실험물’이 필요했던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혁이 SNS에 떡 하니 호적에 기재되어 있는 사진과 법적 보호자임을 밝혔다.
단 한 번에 기세가 바뀌었다.
[오 마이 갓…… 그럼 민혁은 정말 저 소녀를 구하기 위해 중국까지 날아갔다는 건가?] [실험이 아니라 구하러 간 거였어? 어리고 힘들었을 고아 소녀를 호적에 올리다니, 일화그룹 강부자의 덕은 어디까지인 거지?] [마음씨도 천사 같은 민혁. 이런 민혁을 두고 개소리를 하다니, 역시 중국은 민폐국이다.] [중국인들! 이래도 민혁이 중국사람이라 우길 거냐.]놀라운 건 중국인들의 태도도 돌변했다는 거다.
[민혁을 지지한다.]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중국까지 넘어왔고 치료에 전념해주고 있다니. 응원한다!] [민혁은 한국인이다! 우리가 인정한 아주 멋진 한국인!]중국인들도 인정할 건 인정했다.
특히나 그들은 어린 소녀를 끌어안은 민혁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중국정부가 ‘소녀 필로스는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입양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은 15억 인구를 가진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민혁의 팬카페 ‘먹고 죽어!’의 회원수가 300만 명 이상 늘어났다.
* * *
모든 일이 일단락되자 민혁이 아테네에 접속했다.
[곧 첫 번째 기둥회동에 참여합니다.]아테네를 지탱하는 기둥으로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할 확률이 높다.
‘또 어떠한 분야의 기둥으로써 앞으로 해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지.’
어떠한 이야기를 나눌지는 가봐야 알 확률이 높다.
띠링!
[퀘스트: 첫 번째 회동이 생성됩니다.] [퀘스트: 첫 번째 회동.]등급: SSS
제한: 기둥 중 한 명.
보상: 회동 종료 후 합산되어 스텟 상승.
실패 시 페널티: 회동 종료 후 합산되어 스텟 하락.
설명: 당신은 유일한 이방인 기둥이다. 회동에선 다양한 이야기들이 거론되며 때론 당신에 대해 내보일 수 있다. 당신의 모든 행동이 ‘회동률’에 영향을 끼쳐 –가 될 수도 +가 될 수도 있으며, –일 시 스텟 하락을, +일 시 스텟 상승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높은 회동률을 달성한다면 조금 특별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재밌는 시스템이다.
[10초 후 회동에 참석합니다.]민혁은 꽤 기대되었다.
‘아테네와 대화를 나눈다는 건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다.’
또 그녀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녀는 슈퍼컴퓨터이며 아테네의 태초의 신이다.
어쩌면 그녀는 꽉 막힌 성격의 소유자일 수도 있으며 아닐 수도 있다.
[회동이 시작됩니다.]민혁이 빛에 휩싸여 워프되었다.
* * *
태초의 신 아테네.
혼돈이자 균형을 이끄는 카오스.
기둥심사관들의 대장 루바.
서로를 마주 본 그들의 사이에 낀 루바는 좌불안석이다.
넙죽 엎드린 그는 카오스의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아테네의 목소리를 들었다.
[매우 심각한 일이에요. 만들어가는 자가 우리의 요청을 거부하고 있으니…….]만들어가는 자 필립.
그가 더 이상 그 책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되었다.
필립은 본래 ‘그’만의 세상 안에 빠져 그 안에서만 살아가던 자다.
이젠 자유를 얻어버렸다.
심사관 루바는 오로지 기둥후보들, 또는 기둥간택이 진행될 때만 깨어난다.
그런 루바는 정확히 그 원인과 이유는 몰랐다.
카오스가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더 이상 기둥의 재앙을 만들지 않겠다.’라 했단 말이지.]“맞습니다.”
심사관 대장 루바는 카오스와 아테네의 명을 받들고 심사관들과 함께 필립을 만났다.
그저 세상을 방랑하고 있던 필립은 ‘기둥의 재앙’을 계속 만들어달란 말을 완강히 거절했다.
아테네와 카오스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나마 개입이 가능한 것이 심사관들이었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졌다.
루바가 물러서지 않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고 심사관들은 개 패듯이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
최근 삶과 죽음의 주인. 헤파이스토스. 악신 오블렌 등이 새로이 기둥의 자리에 올랐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의 재앙은 해결 가능했다.
이들의 재앙은 본디 ‘그들이 기둥이 되면’ 개방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러나 민혁이 얻은 것처럼 개방할 수 있는 힘이 없는 자들은 만들어진 재앙을 얻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기둥이 될 자격을 갖춘 자들도 보류되고 말겠지.]카오스의 목소리가 심란하다.
다른 대체할 인물을 찾아야 한다.
감히 그 누가 그를 대체할 수 있단 말인가.
[기둥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달하겠어요.]아테네의 말에 카오스가 고개를 주억이며 고개를 돌렸다.
움찔-
루바의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왔다.
[심사관들을 데리고 갔으면서 그 한 명 회유하지 못하다니. 그대의 자격이 의심스럽다.]“죄송합니다!”
[다음에 필립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폐기하겠다.]카오스가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 루바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폐기…… 라고.”
폐기란 쓸 수 없는 것을 버린다는 뜻이다.
소멸, 죽음, 사형과 달랐다.
그저 필요 없어졌기에, 너무 더러워졌기에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의미다. 루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기둥심사관들에겐 공통점이 존재한다.
어느 날 세상에 나타났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심사관이 됐는지 모른다.
또 그들에겐 마음대로 숨 쉬고 생각할 권리가 없다.
그렇기에 오로지 ‘기둥’ 혹은 ‘균형’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만 이렇듯 다시 깨어난다.
만약 며칠 전이었다면 루바는 폐기란 말을 당연히 받아들였을 거다.
그의 손에서 창조되어 그의 손에서 버려지는 거니까.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일까.
기억의 조각 하나가 스쳤다.
그것은 심사관이 되기 전의 기억이었다.
아주 찰나의 기억이었을 뿐이다.
하나 그 기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린 그의 손끝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외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루바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필립을 회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루바가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그의 얼굴이 더 심란하게 일그러졌다.
‘먹는 자들의 기둥…….’
빠득-
치아가 갈린다.
악연의 시작은 천외제국의 경비원 두 명의 팔과 다리를 각 하나씩 부러트린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을 부러트림으로써 루바는 당시 천외제국 가신, 초월자, 민혁에게 개 패듯이 두들겨 맞았다.
두 번째는 ‘혼돈’ 안에서였다.
궁극의 대군주로 잠시 깨어난 루바는 민혁에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루바가 생각하기로 이방인인 민혁은 기둥이 되어선 안 되는 존재다.
그런 존재가 몇 가지를 남들보다 뛰어나게 해냈다 하여 그를 기둥으로 인정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둥의 자리가 공석만 아니었다면.’
민혁을 기둥의 자리로 올리진 않았을 터.
그를 만난 루바가 이를 악물고 상체를 숙였다.
“어.서.오.십.시오.”
루바는 기둥이 된 민혁을 회동장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바.
뚝뚝 끊어지는 목소리가 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오냐.”
“……!?”
루바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요샌 경비병들 팔, 다리 안 부러트리지?”
“……고작!”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고작 팔다리 하나씩 분질렀다고 자신을 기만하고 팼던 순간이.
“고오자아아악?”
민혁의 말에 루바가 말을 삼켰다.
지금은 자신이 그에게 한 수 접어줘야 할 때다.
숨을 내뱉은 루바가 회동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주요안건에 대해서 말했다.
어차피 가게 되면 알게 될 사실이다.
“기둥의 재앙을 만들어줄 자가 더 이상 없어서 큰 곤란을 겪고 있다라.”
“추천할 만한 자가 있는가?”
지금 루바는 폐기될 위험에 처했다. 웬수고 뭐고 일단 어떤 정보든 필요했다.
“추천할 자는 없는데, 필립이라면 아주 잘 아는데.”
심사관 대장 루바는 생각보다 무지하다.
왜?
기둥심사관들은 기둥, 균형, 후보들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만 깨어난다.
또 그 외의 것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듯 정보가 알려지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필립이 세상 밖으로 나갔는지 모른다는 거다.
물론 아테네나 카오스도 비슷하다.
그들이 매일 민혁만 보고 있겠는가?
아니다. 온 세상을 바라보는데 바쁜 것이 그들이다.
“……말도 안 되는 허세 부리지 마라.”
결국 참다못한 루바가 주먹을 꽉 쥐었다.
“내 부하들과 내 목숨이 걸린 일이다.”
“너도 결국 인간이구나?”
그 말에 루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 ‘부하’들이란 부분에서 절실함이 느껴졌거든.”
그랬나? 그럴지도 모른다.
“내겐 그 부하들이 그나마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새끼가 내 부하들 팔과 다리를 부러트려?”
“이익……!”
“아무튼 나 필립. 잘 알아.”
“후…….”
루바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를 못 느꼈다.
이방인들이란 허세로 가득 찬 자들이라더니 딱 그 짝이다.
이딴 자가 기둥이 되었으니 앞으로 세상 돌아갈 꼴이 어찌 될지 훤하다.
“내가 응? 필립소환! 하면 필립이 나한테 달려와서 ‘아이구, 우리 민혁이’ 한다니까?”
결국 그가 폭발했다.
“차라리 네 할아버지라고 하지 그러냐!? 응!?”
“네가 부르면 ‘아이구 우리 민혁이’ 하면서 달려온다!?”
“필립은 무신이었고 모든 기둥의 재앙을 창조해 낸 자다. 백화의 불꽃과 악신강림마저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단 말이다. 한데 네깟놈이 무슨?”
인간들의 장난삼아 하는 농담이 루바는 경멸스럽기 짝이 없다.
“필립이 네가 부르면 온다? 그럼 그날 나는 카오스 님의 왼쪽 뺨을 한 대 때리고 아테네 님 오른쪽 뺨을 때릴 것이며 그날부터 니가 내 할아버지이다! 원한다면 재롱도 부려주지. 아니, 아예 손주로서 존중을 다 하지!”
“맹세할 수 있어?”
“맹세!? 심사관 대장으로서 맹세하겠다!”
[심사관 대장 루바가 맹세합니다.]그를 보며 민혁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