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32
밥만 먹고 레벨업 1333화
세 명의 기둥이 카오스를 바라본다.
이제껏 기둥들이 서로 함께하는 전례는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그들은 매번 끊임없이 충돌했기에 그들이 뭉친다는 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세 기둥이 모인다면, 카오스도 결코 얕잡아볼 수 없다.
고작 1년여 사이에 많은 것이 변해 버렸다.
민혁이 신들의 땅의 모든 신들을 이끌 수 있는 힘을 거머쥐었고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되었다.
기둥을 만들어낸 자는 사실상 카오스다.
그러나 민혁의 말처럼이다.
카오스와 민혁은 동등한 위치에 서 있었다.
카오스가 제아스를 흘끗 바라봤다.
오줌을 지려 버렸던 제아스가 카오스의 등장과 함께 악신의 공포 속에서 벗어났다.
“맡겨주십시오. 저런 놈 따위 손쉽게 죽일 수 있습니다.”
카오스는 두 사람의 소유자다.
그들의 데이터를 정확히 알고 있다.
루바는 1,100레벨대였고 제아스는 1,400레벨대다.
더불어 제아스는 루바와 그 종이 달랐다.
일개 인간들의 사령관이었던 루바와 다르게, 제아스는 기둥후보였던 자다.
물론 제아스는 그 과거를 모른다.
카오스가 자신감에 찬 제아스를 보았다.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을 때 제아스가 더욱 월등하다.
민혁의 요리를 먹었어도 마찬가지다.
카오스는 더 이상 이 피곤한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알겠다.]알림이 들려왔다.
[카오스와의 내기가 성립됩니다.] [내기에서 패배할 시 루바와 심사관들은 순순히 카오스를 따라야 할 것입니다.] [내기에서 승리할 시 루바를 비롯한 심사관들은 자유의 몸이 됩니다.] [내기에서 승리할 시 카오스는 진실을 말해야 할 것입니다.]제아스와 루바가 앞으로 나섰다.
* * *
100여 명에 이르는 심사관들.
제아스가 소환한 그들은 폐기 처분되었다가 일시적으로 깨어났다.
그들은 카오스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가지고 있다.
‘카오스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세상에 우리를 창조하셨다’고 믿었다.
‘태어난다는 것에 선택받지 못했던 우리를 창조해 주신 카오스’라 믿고 있기에, 그들에게 카오스는 어버이와 같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진실을 밝히라니 무슨 소리지?”
“개소리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방금 전 카오스께서 직접 말씀하시지 않았나. 자신의 손으로 우릴 직접 빚으시어 창조하셨다고.”
그의 손끝에서 우리가 빚어졌다.
그리 믿었기에 그들은 카오스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 거다.
그런데 어떤 심사관이 말했다.
“우리가 만약 카오스 님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지?”
“이놈. 내 손에 죽고 싶나? 카오스 님을 욕보이게 하지 마라.”
“이상한 일이 있다.”
한 심사관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심사를 하기 위해 어떤 왕국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미친 노인네가 나보고 자신의 아들이라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더군.”
“그건 정말 노망난 노친네였던 것 아닐까?”
“나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심사관의 말에 또다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 마을에서 어떤 여인이 나를 보자마자 오열하더군. 죽었다고 알려진 내가 왜 살아 있는지 모르겠다며. 내가 본인의 남편이라며.”
침묵이 지나갔다. 작은 의심이 싹틔워간다.
누군가 말했다.
“우린 정말 카오스 님에 의해 창조되었을까?”
그렇지 않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모두의 시선이 제아스와 루바에게로 돌아간다.
* * *
제아스는 심사관들의 수군거림을 듣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 카오스 님을 의심하는가?”
우리의 어버이시다.
‘태어남’이란 축복을 받지 못한 가여운 우리들을 그 손끝으로 빚으셨다.
“네놈이 그 원흉이구나.”
제아스의 시선은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현 심사관 대장 루바에 대한 평가도 알고 있다.
뛰어나긴 했으나 제아스가 살아가던 시절. 자신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
아니, 가소로울 수준이다.
“팔, 다리를 모두 잘라주마.”
루바가 그런 그를 그저 바라본다. 그 눈빛은 그에 대한 증오도 분노도 담기지 않았다.
그 눈빛은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아내고 있었다.
민혁은 그런 루바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삼켰다.
‘남은 건 네 몫이다.’
이제 민혁이 해줄 수 있는 건 어떤 것도 없다.
루바가 패배한다면 카오스의 말대로 따라야 한다.
민혁도 더 이상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
루바의 시선이 제아스가 거느리는 심사관들에게 흘끗 닿았다.
너희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너희는 얼마나 아플까.
꽈아아악-
루바가 힘껏 검을 쥐었다.
‘내가 내기를 건 이유.’
그를 보는 민혁의 심장이 격동했다.
‘알기 때문이다.’
민혁은 루바의 과거를 봤다.
한 제국의 사령관이었던 그는 수백만의 몬스터 사이를 뚫고 살아남았다.
그가 강해서인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기억을 각성한 루바 스스로가 알고 있을 거다.
또.
‘그것은 데이터를 무시한다.’
카오스는 데이터를 믿는다. 그러나, 카오스가 갖고 있는 루바의 데이터는 과거의 데이터다.
그의 손에서 벗어난 루바의 현재 데이터는 그에게 없었다.
제아스가 먼저 움직였다.
빛이 명멸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루바의 앞에 당도한 제아스와 루바가 거칠게 부딪친다.
태애애애애앵-!
제아스의 힘이 너무 강력하여 충돌할 때마다 그가 휘청거렸다.
제아스가 빠르게 후미로 이동해 그의 등을 노렸다.
그 순간, 반걸음 뒤로 움직이며 루바의 그립이 힘껏 그의 명치를 가격했다.
퍼헉-
물 흐르듯 움직이는 루바의 검이 사방팔방에서 휘둘러진다.
‘이런 하찮은 검로 따위……!’
제아스가 비웃었다. 너무도 단조롭고 쉬운 움직임이다.
특히 자신보다 훨씬 약한 루바였기에 그의 모든 움직임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궤도를 바꾼 루바의 검이 제아스의 가슴팍을 베었다.
푸화아아아악-
솟구치는 핏줄기를 보며 제아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제아스는 누구였을까.
알지 못한다. 그러나 민혁은 루바가 누구인지 알았다.
전장에서 군대를 이끌던 사령관.
수백만 몬스터들을 혼자 궤멸시켰던 장본인이다.
그는 수백 번 이상의 전투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던 자다.
물론 그저 강한 자들이 있다.
그것이 제아스일 거다.
하지만 육체적 강함을 제하고 실력과 경험을 가진 자들은 때론 그들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분명 제아스의 검술도 뛰어났으나 생사를 넘나들던 루바의 검술은 더 날카로웠다.
파, 파파파파, 파파파파팍-
그가 빠른 속도로 제아스를 압박한다.
그러나 곧 제아스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환한 빛이 모든 상황을 역전시킨다.
[심판의 심사관.]기둥심사관 중 가장 뛰어났던 제아스만이 익힐 수 있는 심사관의 힘이 발현되고 있는 거다.
제아스의 검이 빛처럼 움직이며 루바의 몸 곳곳을 찢어발긴다.
‘심판의 심사관’은 적의 모든 검의 경로를 읽어내고 본인의 속도를 20% 이상 상승시킨다.
공격력과 방어력, 신체능력도 크게 상승한다.
파가아아악-!
루바의 왼팔이 절반 가까이 잘려나갔다.
빠르게 회복된다.
루바는 한쪽 팔이 덜렁거리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심사관들의 회복능력이야 알고 있었…….’
화아아아아아악-!
이변이 일어났다.
자신이 알고 있는 심사관들의 회복력을 초월한다.
잘려 나간 부위가 상식을 벗어난 속도로 재생하기 시작한다.
[경이로운 투지가 발동됩니다.]민혁이 루바의 기억에서 보았던 것.
투지(鬪志).
민혁은 그 힘을 보며 경악했었다.
그가 살아남고자 하는 것.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말겠다는 것.
어떻게든 모든 적을 죽이겠다는 것.
다양한 요소로 발동되는 이 경이로운 투지를 보며 깨달았다.
‘한낱 인간의 육체에서 만들어진 힘이나.’
이 힘은 신들마저 뛰어넘는 힘을 가졌다.
‘왜냐면.’
당사자의 의지에 따라 한계 없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제아스의 검이 또 한 번 루바의 몸 곳곳을 베고 지나갔다.
루바는 솟구쳐 오르는 피와 무너져 내리려는 육체를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전장에선 살고 싶었던 거다.
딸 아이 이름도 지어주지 못해 죽고 싶지 않았던 거다.
그래서 몬스터에게 물어 뜯기면서도 그는 검으로 사정없이 놈들을 찔렀다.
이미 루바는 인간의 육체를 초월했던 존재였던 거다.
오로지 이 경이로운 투지로.
지금의 그의 투지는 진실 앞에서 발동된다.
“밝히고 말 거다!”
퍼서어어어어억-
갈비뼈가 서너 대 부러진 루바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그날의 진실을!”
[경이로운 투지.] [상식을 넘어선 정신력으로 당신의 육체가 한 단계 강화됩니다.]“보아라, 카오스여.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경이로운 투지.] [상식을 넘어선 정신력으로…….] [경이로운 투지.] [상식을 넘어선 정신력으로…….] [경이로운 투지.] [상식을 넘어선 정신력으로…….]베이고 찢어지고 부서진다.
그러나 상식을 넘어서는 투지가 그의 온몸을 빠르게 회복시키며 강인하게 만들고 있다.
콰자아아아악-
목에 검이 박혔다. 목을 완전히 잘라내지 못한 검에 제아스는 당황했고, 그 검을 잡아채는 루바를 보며 경악했다.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제아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목에 들어온 검을 붙잡은 그.
검이 식도를 침범해 꺽꺽거리는 숨소리 너머로 그가 소리친다.
“나의 이야기가 있었다. 내 삶이 있었다.”
콰르르르르르르를-!
용솟음친다.
[8기둥들이 기둥의 재앙급 힘을 감지하고 주목합니다.]한계를 수차례 넘어선 경이로운 의지가 세상을 격동시켰다.
[모든 8기둥이 진실을 알고자 하는 한 사내를 묵묵히 바라봅니다.] [먹는 자들의 기둥이 그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한 가정의 아비였던 내 삶을 빼앗아갔던 존재여!”
카오스를 바라보는 루바가 목을 벤 검을 쥔 채 돌진한다.
푸화아아아악-!
스스로 목에 박혔던 검을 뽑아내며 미친 듯이 제아스를 난도질한다.
“크하아아아아악!”
제아스가 거칠게 비명을 토했고, 곧 그의 다리에 힘이 풀려갔다.
“내 아이와 아내가 슬피 울게 만든 세상의 신이여!”
[경이로운 투지가 일시적으로나마 기둥의 재앙에 가까운 힘을 냅니다.]“진실을 말하라, 내가 누구인지 말하라!”
그 목소리가 천외제국 전체에 울렸다.
“너희가.”
그 목소리가 심사관들에게 닿았다.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어떠한 목표가 있었던.
삶의 이유가 있었던 자들.
인생(人生)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한낱 소유물이 되어버린 자들.
“우리가!”
약자였기에 짓밟혔고 기억조차 빼앗긴 자들.
“누구인지 밝히라!!!”
쿠화아아아아아아아-!
그의 검에서 터진 환한 빛. 심사관의 검술.
꿰뚫는 검이 평소 4배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카오스는 묵묵부답이었다.
경멸 어린 시선으로 루바를 바라보았다.
피눈물을 흘리는 루바의 검이 제아스를 향해 휘둘러졌다.
까아아아아앙-!
그 순간 발동된 제아스의 비기.
적의 검을 파괴시켜 버리는 그 힘이 루바의 검을 산산조각 나게 했다.
깨져 버리는 검의 조각과 발동이 중지된 그 힘.
비산하는 수백 조각의 칼날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루바.
제아스는 승리를 확신했다.
카오스는 ‘데이터는 변함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무미건조했다.
루바가 튀어 올라 자신의 몸에 박히는 수백 조각의 칼날 중 하나를 집었다.
“내 이름은 루바. 아드레스 제국의 사령관이다!!!”
심사관 대장이 아닌 그냥 인간이었던 자.
칼날을 쥔 손에서 피가 흐른다.
그 피가 제아스의 목에 향한다.
그러나 카오스는 알고 있었다.
이미 제아스의 검이 놈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모든 것은 카오스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종합적인 데이터에 기반했던 그 예측이 100% 적중했다.
루바보다도 먼저 제아스의 검이 놈의 목을 날려 버릴 거다.
그저 무미건조하게, 그저 당연하다는 듯.
카오스는 그 진실을 원하는 목소리에 응하지 않았다.
피식-
균형이 있는 이 세상에서 벌어진 변수가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루바의 목을 치려던 제아스가 멈췄다.
그의 목에 칼날이 박혔다.
푸화아아아아악-!
믿고 있던 데이터.
그를 비집는 변수가 일어났다.
쓰러지려는 제아스가 루바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입에서 피를 흘리는 그가 눈물 흘렸다.
“정말 또 다른 진실이 있는 건가…….”
제아스는 스스로 패배했다.
루바의 목소리와 그 투지에서 느껴진 힘이 제아스의 심경을 변화하게 했다.
카오스의 동공이 크게 떨렸다.
그가 믿던 데이터가 파괴되어 가고 있다.
“있다. 우리의 진짜 이름이. 우리가 빼앗긴 삶이.”
무너져 내리는 제아스가 웃었다.
“밝혀다오. 진짜 진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