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5
밥만 먹고 레벨업 135화
발렌 왕은 사제들과 함께 양팔을 하늘 위로 치켜들고 말한다.
“쥬이스 신이시여, 당신의 축복으로 우리는 당신을 누구보다 아끼며 존중하노니…… 중얼중얼…….”
사제 백 명이 그의 뒤에서 함께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제사상에 서둘러 음식이 올라간다.
이제 마지막만 남았다.
일주일간의 대장정.
이제 곧 쥬이스 신이 강림하여 음식을 맛보고 돌아갈 것이다.
‘이번 요리는 더 잘되었으니 어쩌면 더욱더 우리 발키리 왕국이 풍요로울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모르겠구나.’
랄드가 부드럽게 웃었다.
곧이어 사제들과 발렌 왕이 넙죽 엎드렸다.
그들의 앞엔 쥬이스 여신상이 있었다.
사제들이 엎드린 상태에서 손바닥을 뒤집어 하늘을 보게 했다.
그들의 손바닥에서 엄지손톱만 한 작은 하얀 빛들이 구의 형체가 되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그 구들이 수만 개를 이루었을 때.
파아아아앗!
하얀빛이 주변으로 터져나갔다.
랄드와 요리사들도 절을 한 상태로 그녀를 기다렸다.
그리고.
뚜벅뚜벅 뚜벅-
청아한 걸음 소리가 들렸다.
랄드도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단, 발렌 왕에 따르면 과연 여신이란 이런 존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하였다.
그녀가 식기를 드는 소리가 들린다.
달그락, 달그락.
그리고 잠시 수저가 멈춘다.
우물우물-
음미하는 소리.
그리고 부드러운 숨이 ‘후.’ 하고 뿜어진다.
랄드는 보지 않았어도 그녀가 만족스러워 작은 미소를 짓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의 수저와 젓가락이 빠르게 움직인다.
고요함 속에, 발렌 왕은 부드럽게 웃었다.
‘이번 요리는 최고라더니, 사실인가 보군.’
앞으로 1년 동안 발키리 왕국은 풍족해지리라.
또한, 쥬이스 신께서 도우심으로써 북부 대륙에 있는 많은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더욱더 영토를 확장시킬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쿨럭!”
갑작스러운 기침 소리가 들렸다.
발렌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지?’
그저 기침하신 건가?
하지만 그는 고개를 들 수 없다.
탁!
식기를 내려놓는 소리였다.
그 순간.
콰르르르르르르!
‘헉……!’
‘컥!?’
‘뭐, 뭐지!?’
갑자기 신전 전체가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기둥이 무너질 듯 움직인다.
그리고 강력한 힘에 숨이 막힌다.
‘컥, 컥컥……!’
하지만 감히 쥬이스 신 앞에서 그들은 숨소리조차 뱉지 못하며 속으로 그 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기분 나쁜 맛이 나는구나…….]‘기분 나쁜 맛?’
발렌은 미간을 구겼다.
설마 상한 음식이라도 올린 걸까?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랄드는 모든 재료를 엄중하게 확인한다.
직접 맛보기도 하며, 가장 신선한 재료만 사용한다.
‘……!’
그 순간.
신전 안의 모든 이들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미친……!
독이라니? 독이라니!?
감히 누가 쥬이스 신의 음식에 독을 탔단 말인가!
물론, 쥬이스 신은 죽지 않는 불사의 신이다.
그 때문에 결코 독 따위로 죽일 수 없다.
그 말은 간단하다.
‘누군가 일부러…… 그녀를 화나게 하기 위해……!’
발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쿠르르르르르!
거대한 진동은 갈수록 거세지기 시작했다.
[나의 축복에 이런 식으로 보답하다니.]피식-
웃음소리.
그 웃음소리는 보지 않아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커허어어억!”
요리사 한 명이 자신의 목을 부여잡았다.
“쿠에에엑!”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모든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피가 쏟아지는 소리만 그들의 귓가에 들린다.
끼디디딕!
손톱이 땅을 긁는 소리다.
그 끔찍한 소리.
곧 쥬이스 신이 말했다.
[아이야, 고개를 들어라.]발렌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그곳에 아름다운 여신 쥬이스가 있었다.
치료와 축복의 신 쥬이스.
그녀의 아름다움.
하지만 발렌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쓰러진 요리사가 있었다.
아니, 요리사가 아니었다.
그는 검은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고 도적이 분명했다.
[네가 이런 일을 꾸미진 않았을 것을 안다. 하나, 죗값은 받아야겠지.]“쿨럭!”
“크흡!”
이번엔 요리사들의 몸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피부로 파고드는 이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중엔 전설의 요리사 랄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몸은 새까맣게 물들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땅이 갈라질 것이다, 흉포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을 것이다. 비명의 절규가 이 땅을 삼킬 것이다.]“……!”
발렌은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엄청난 재앙.
재앙이 올 것이다.
곧이어 쥬이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어.
화아아앗!
그녀의 몸이 빛으로 화하며 사라졌다.
“허억허억.”
그제야 발렌은 숨을 뱉어냈다.
그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아, 안 돼……!”
이럴 순 없다.
그의 표정이 분노로 가득 차 검은 복면을 쓴 자에게로 돌아갔다.
‘누군가 위장해서…….’
침입했다.
일부러 이 일을 꾸몄다, 도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요리사 랄드.
“쿨럭!”
그는 피를 토해냈다.
* * *
북부 대륙 토벌대.
호스민은 레벨 250대의 유저였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이번 북부 대륙 토벌에 참여했다.
막대한 골드와 경험치 보상, 심지어 새로 보게 될 몬스터들까지.
벌써 기대가 되었다.
어느덧,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위해 나아가던 500명 규모의 토벌대가 멈추어섰다.
“정지! 정지!”
앞쪽에 득실거리는 몬스터들이 보였다.
“캬, 어떤 아티팩트를 줄까?”
“제발 좋은 거 드랍되게 해주세요!”
유저들의 기대감은 극에 달했다.
바로 그때.
[쥬이스 신의 분노] [모든 몬스터들이 흉포해집니다.]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따라 20% 상승합니다.] [쥬이스 신의 재앙 첫 번째. 강력한 태양이 모든 생명체를 지치게 만듭니다.]“……어?”
“뭐, 뭐야?”
유저들은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몬스터들이 흉포해지다니?
그리고 이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온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마치 사우나에 온 듯 후덥지근하다.
그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붉은 태양이 강력한 화염을 쏟아낸다.
일반 더위 정도가 아니었다.
“이런 미친……!”
“아…… 엄청 덥잖아!?”
그들은 후덥지근한 날씨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 순간, 몬스터들이 그들을 향해 충돌을 일으켰다.
* * *
북부 대륙에 있는 모든 유저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유저들은 처음 북부 대륙에 관련해 흥미롭다, 재밌겠다, 아테네 이번에 정말 제대로 업뎃 하는구나! 하던 반응이 변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소문이 퍼져나갔다.
[gadj254: 레전드 길드 때문 아님? 걔네 왕국 가자마자 쥬이스 신 화나심, 걔네가 뭔 잘못했나?] [캘론: ㄴㄴㄴ 그건 아닌듯합니다. 레전드 길드 매너 좋기로 소문났습니다. 레전드 길드는 관계없는 것 같아요.] [gadd31: 하긴, 이 정도 재앙이면 그냥 아테네에서 기획한 거 아냐? 무슨 이딴 기획을 하냐?]다행스럽게도 레전드 길드는 그 화살을 피해 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 또 다른 소문이 퍼졌다.
[아이리스짱!: 님들, 소식 들음? 아이리스 길드에서 저 재앙 없앨 공략법 계속 조사 중이었대요. 그리고 얼마 전에 알아냈대요! 저 재앙 없애려고 엄청난 랭커들 모아서 던전 들어가서 쥬이스 신 잡는다네요! 지금 던전 공략 라이브에서 예고편 나오는 중!] [FAD: 오, 레알? 개꿀잼각! 신을 레이드한다? 캬! 아이리스 길드, 길마님 젠틀맨으로 유명하더니, 유저들 위해 손수 희생해 주시고!]사람들은 환호했다.
저 뜨거운 태양과 몬스터의 흉포함만 사라진다면 다시 북부 대륙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
또한, 모든 유저들을 위해 뛰어든 아이리스는 열렬한 환호를 받았고, 유저들은 던전 공략 라이브의 방송일만 기다렸다.
그들은 이 일의 원흉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 * *
발렌은 신전 안에서 나오는 사제장 이드니를 볼 수 있었다.
이드니는 노한 쥬이스 신에게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잠 한숨 자지 않고 기도를 드렸다.
현재 상황은 심각했다.
뜨거운 태양은 무럭무럭 자라난 곡식들을 단숨에 말라비틀어지게 했다.
거기에 더해 흉포한 몬스터들이 발키리 왕국 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진 버틸만하다.
피해도 크지 않다.
하지만 갈수록 재앙은 더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신께서 응답하셨나?”
“네.”
사제장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발렌 왕 또한 최대한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노여움을 어느 정도 푸셨습니다.”
발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곧 사제장이 말했다.
“한데, 쥬이스 신께서 말씀하시길 더 맛있는 요리를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
그 말에 랄드는 놀랐다.
왕궁 요리사들이 모두 쓰러졌다.
지금도 사제들의 치료를 받고 있지만, 호전은커녕 악화되고 있다.
그들의 피부가 조금씩 썩어가고 있다.
그런 그들이 요리를 할 수 없지 않은가?
곧 더 충격적인 말이 이어졌다.
“전설 등급의 요리 정도는 먹어줘야겠답니다.”
“그, 그런……!”
발렌은 생각했다.
아아, 이것은 노여움을 푸는 척 한 것처럼 보이지만 쥬이스 신의 짓궂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설이라?
전설의 요리를 먹고 싶다니?
물론 과거에 전설의 요리들이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지금 그 요리를 만들 유일한 사람인 랄드가 저 모양 저 꼴이었다.
“다른 방법으로는 ‘분노한 쥬이스의 영혼…….”
“닥쳐라!”
“……죄송합니다, 전하!”
사제장이 고개를 땅에 박았다.
그가 한 말은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발키리 왕국엔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쥬이스 신이 분노하였을 때에 그녀의 분노한 쥬이스의 영혼을 죽인 후에 잘 달래준다면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는 불경스러운 일이었다.
어찌, 쥬이스 신의 몸에 손을 댄단 말인가!?
또한, 그 던전의 위치 또한 정확하지 않았다.
그러다 발렌은 생각했다.
‘그곳엔 쥬이스 신의 보물…… 바라드의 잔 또한 있다고 했지.’
바라드의 잔.
신이 가진 보물!
바라드의 잔은 단 한 사람에게 축복을 내리는 엄청난 힘을 가진 물건이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 자체를 해선 안 된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이필립스 제국에 도움을 요청하여 뛰어난 요리사를…….”
제사장이 말하던 때.
발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있다……!”
“예?”
제사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이 있다는 말인가.
“라, 랄드를 대체할 전설 등급 요리를 만들 유일한 요리사가 바로 이곳에 있단 말이다!”
“……!?”
제사장은 깜짝 놀랐다.
그런 자가 있다?
전설 속에나 내려오는 ‘전설 등급’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자가 말인가?
아니, 본래 랄드를 제외하고는 없지 않던가?
그리고 이어 발렌이 말했다.
“민혁…….”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발렌은 직접 먹어봤다.
그의 황홀한 요리를.
노한 쥬이스 신을 달랄 방법은 그가 쥐고 있다.
즉, 발키리 왕국의 운명은 그 손에 달린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