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409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19화
벨라가 안절부절못했다.
그 따뜻한 손으로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노인의 강직한 눈이 잊히지 않는다.
“할 수 없소. 이제 막 이곳에 넘어온 이방인들이 어찌 영주를 끌어내린단 거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 자리에 있던 무수히 많은 영지민들도 달려 나가는 그들을 보며 ‘혹시…….’란 기대감에 차올랐다.
그들이 사라지고 냉정하게 생각하며 현실을 되새 겨 보자,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아직 늦지 않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영주에 게 항의하기 전에 가서 말립시다!”
한 영지민의 말에 벨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서둘러 영주성으로 달려갔다.
* * *
민혁은 회장님들을 아끼고 존중한다.
재계를 이끌기 위해서라는 것과는 별개다.
기업은 경쟁구조로 움직이며 그건 선의의 경쟁이라 볼수 있다.
민혁의 폭식 결여증이 발발한 첫해에 민후와 친한 회장들이 직접 발 벗고 세계 곳곳에 나가 치료법을 알아보았다.
민혁의 폭식 결여증은 그가 스물한 살이던 때 밝 혀졌다.
하지만 밝혀진 시점이 그때일 뿐, 이미 그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소문은 나지 않았다.
왜?
일화그룹과 회장님들이 이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막았기 때문이다.
그래, 이번에 막 게임을 시작한 바로 이 회장님들 이 말이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자들이라면, 어째서 그것을 함께 숨겨주었는가라 생각할 수 있다.
일화그룹이 추락하면 다른 기업이 비상한다.
한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민혁을 사랑하고 아껴서.
아직 어린 민혁이가 언젠간 일화그룹 후계자가 되 는걸 보기 위해.
또 말은 괴팍하게 해도 좋은 어른들이셨기 때문이다.
민혁은 다짐하곤 했다.
‘폭식 결여증이 완치된 후에 언제라도 회장님들이 게임을 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물심양면으로 도와 야지.’
받았던 은혜를 갚고 싶었다.
그런 민혁의 눈앞에서 민태 할아버지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병실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는 자신의 손을 잡아주시며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민혁아, 무서우냐.
-저 너무 무서워요, 내일이라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밖에 안 나와요.
할아버지가 이불을 쓰다듬으셨다.
-허허, 그래, 다 안다. 하지만 민혁아, 그거 아느냐?
할아버지는 인자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도, 춘식이도, 태수도, 민후도. 또 매일 우리가 매국노라 놀리는 그 녀석도.
-모두 너를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민혁아, 우릴 믿어라. 우리가 누구더냐.
그때 민혁은 권력에서 오는 힘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누구인지 알았기에 공포를 몰아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정재계를 거머쥔 자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자들.
그들 중 민태 할아버지가 가장 앞장서 민혁을 위로했고, 민혁은 곧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 할아버지……?”
그런 민태 할아버지의 머리가 민혁 앞에서 철퇴로 깨졌다.
탐욕스레 생긴 영주는 잔인하게 웃고 있다.
그는 민혁의 은인이요.
민혁을 지킨 사람이요.
이젠 민혁이 지켜야 할 사람이었다.
“할아버지이이이이!!!!!!!!!!!”
“미, 민혁 폐하…… 하, 할아버지시라구요……?”
베르망이 뒷걸음질 쳤다.
“0|, 이분이요?”
민혁이 누구인가.
이방인 지존.
아니, 이젠 NPC와 이방인을 통틀어 지존이라 칭송받고 있다.
천외제국은 루브앙 제국마저 흡수한 가장 강한 국가이다. 민혁은 그 국가의 주인이기도 했으며.
이 서대륙 전체의 주인이기도 하다.
‘이 노친네가 폐하의 할아버지였다고!?’
베르망이 절했다.
“폐, 폐하, 오해입니다! 이 노인네들이 저를 먼저 모욕했나이다”
영주 모욕죄는 사형이 가능하다. 그걸로라도 어떻 게든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어리석은 짓이었다.
황제란 무엇인가.
빛이 내려치며 재상 헤이즈가 나타났다.
“영주 베르망이 황궁에 보고하지 않고 세금을 올려 배를 채운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재상이 빠르게 조사한다.
“사실이네요.”
황제란, 말 몇 마디로 영지를 지우는 게 가능한 자다.
“영주의 자리를 박탈한다. 너의 모든 재산을 몰수 할 것이며 함께 배를 채운 삼족을 멸할 거다.”
“몰수한 재산은 모두 영지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며 새로운 영주를 임명해 바로잡겠다.”
“그리고.”
스르르르릉-
“넌 사형이다.”
베르망은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이제 막 이 땅에 발을 들인 노친네 하나 때문에 자신이 죽는다니?
민혁은 거침없었다.
스거엉-
베르망의 목을 친 뒤 검을 집어넣었다.
민혁은 민태 할아버지가 사라진 곳에 왔다.
마치 그가 이곳에 있는 것처럼.
슬픔을 추스르지 못하는 민혁이 울부짖었다.
“하, 할아버지, 할아버지이이이이이!”
춘자할멈사랑혀는 빛이 되어 군중 속에 나타나 있었다.
[10 레벨이하십니다.] [10레벨 이하 유저는 마을에서 곧바로 되살아 납니다.]민태는 감동했다.
자신의 죽음을 저리 슬퍼하는 민혁이라니!
그 주변에 다른 노인들도 있었다.
노인들은 아테네란 게임이 캐릭터가 죽은 후 ‘부활’하는지 몰랐다.
“홀홀, 이놈, 결국 먼저 가버렸구먼……”
“춘자할멈 보고 싶다고 매일 그러더니, 결국 먼저 가버린 거시여……”
노인들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곳에선 편해지시게……”
회장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감정이 이입되기까지 했다.
“크흐흐흑, 민태. 이놈아!”
“어찌 그렇게 가냐!”
민태는 가슴이 찡해졌다.
역시 그래도 날 생각해주는 건 저놈들밖에 없구나.
고맙다 이놈들아, 너희들이 있어서 말년에 외롭진…….
“사실 민태야, 네가 가고 나니 하는 말인데……”
회장 6. 태수가 하늘을 보며 흐릿하게 웃었다.
“너 스무 살 때 어디서 날아온 야구공 맞고 3일 동안 혼수상태였잖냐……? 너 깨어나고 내가 같이 욕 해줬지? 그거 나였다.”
‘……저 씨불놈이?’
회장 1도 하늘을 보며 웃었다.
“민태야……. 너 부도날 위기 때 도와달라고 전화 했잖냐……. 그때 돈 없다고 미안하다고 했었지? 사 실 있었다. 네가 그 돈 떼먹을까 봐……”
‘저 X새끼가……?’
매국노가 말했다.
“이놈아, 너 춘자랑 사귀기 전에 전 남자친구 이 야기 많이 들었지? 그게 나였다.”
고해성사하던 회장들이 멈칫하며 매국노를 바라 봤다.
민망한 표정으로 헛기침한 매국노가 활짝 웃었다.
“민태야, 부디 그곳 하늘에선……”
“야이 씨불놈아아아아!”
민태가 날아 차기로 매국노를 차버렸다.
“커헉!”
“오오, 민태야!”
민혁도 슬픔에서 깨어났다.
“아, 맞다! 초보자들은 바로 부활하지!?”
“억,미, 민태야. 이러다 나 하늘 간다!”
“뒈져라라아아아아!”
알림이 떠올랐다.
[춘자할멈사랑허 님이 대한독립 님을 PK하셨습니다.]“……?”
매국노가 잿더미가 되어 흩어졌다.
회장 6이 눈치를 보며 웃었다.
“허허, 뒈, 뒈질 만했지, 그럼~”
“잘 죽였다. 어차피 오늘내일하던 새낀데.”
“이 태수 놈의 새끼. 어쩐지 날 3일 밤낮 동안 간호했지! 생각해 보니 열 받네!? 그때 깨어났다며 네 놈 울었지!?”
회장 6은 말이 없었다.
“나 뒈졌으면 하다가 살아나서 운 거지?”
“허허. 다 지나간 일……”
회장 6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꿱!”
한 대 맞은 회장 6이 날아갔다.
열심히 회장들을 때려잡은 민태가 곧 민혁을 발견 했다.
“허허, 고맙구나. 내 새끼.”
민혁은 예의 없이 굴었던(?) 고블린 방어전 때의 일을 만회했다.
“저, 저기요!”
그때 벨라와 영지민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아직 현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영주한테 덤벼드는 건……”
민태가 이를 드러내 웃었다.
“내 그대를 위해 영주를 처단했소.”
어떤 방식으로든 퀘스트 내용을 이행했다.
“한번 죽었긴 했지만……”
벨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멋쩍게 웃는 민태를 보며 알게 되었다.
“혹시 나 때문에……”
민태가 검지로 또다시 입을 막았다.
“쉿, 울지 마시오. 나의 꾀꼬리. 이제 걱정 마시오. 악덕 영주는 사라졌으니……”
그녀가 감격에 젖어 민태의 품에 안겨들었다.
벨라의 우수에 찬 눈을 보며 민태의 손이 그녀의 뺨을 쓸었다.
‘지롤허네……’
‘아이구, 춘자야. 네 남편 좀 봐라.’
‘노친네, 주책이구만.’
생각은 그렇게 했어도 회장들이 웃고 있다.
그가 춘자를 떠나보내고 홀로 지낸 지 어언 50년이 지났다.
이쯤 되면 춘자도 이해해 줄 거다.
감격에 차오른 벨라.
목소리마저 간헐적으로 떨리는 벨라가 말했다.
“당신의 이름은 뭐죠?”
“……”
춘자할멈사랑혀.
춘자할멈…….
준자…..
민태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못했다.
아무튼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
“이제 가야겠어요. 남편이 기다려요.”
“……?”
민태는 당황했다.
“나,남편이사, 살아있……아니, 계시오?”
“ 네.”
“남편 나이가 어찌 되오?”
“아흔아홉이요.”
“…….”
민태는 자신 혼자 북 치고 장구 쳤음을 깨달았다.
벨라는 영주를 몰아내 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다. 민태 혼자 약속하고 행동한 것이다.
벨라는 영주에게 핍박받는 영지민들을 구하기 위해 민태가 뛰어들었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놈의 노친네 참 오래도 사는구먼.’
하지만 민태는 얼마 후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것 을 알았다.
‘벨라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가 했더니.’
다시 저 냄새나는 노친네들과 다녀야 한단 말인가?
입안이 쓰다.
그러나 벨라가 이대로 끝내고 가는 건 아니다.
‘도대체 어떤 보상이 내려지는 거지?’
자초지종을 들은 민혁도 놀랐다.
천외제국엔 상위 1%의 강자들이 넘쳐난다.
그런 1%의 강자들도 레벨 1 때 SSS급 퀘스트를 받지 못했다.
‘SSS급은 고사하고 S급 받은 사람도 없는 거로 아는데.’
누가 레벨 1 짜리에게 그런 퀘스트를 준단 말인가.
‘누가 준 게 아니라 어르신들이 만들어 내다시피 해서 받았지?’
벨라가 말했다.
“당신들은 우리 데스덴 영지의 영웅들이십니다.”
띠링!
[칭호 데스덴 영지의 영웅을 획득합니다』
[데스덴 영지에서 모든 물품을 20% 싸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데스덴 영지에서 영주에 의해 핍박받던 모든 이 들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데스덴 영지의 퀘스트의 시작은 대부분 악덕 영주 에게서 시작된다.
악덕 영주로 인해 살기가 막막해지거나 혹은 반란을 준비하는 자들을 위한 퀘스트.
그런 퀘스트를 가진 자들 앞에서 노인들은 소리쳤다.
‘거, 우리가 영주 몰아내 주겠다니께!?’
어쩌면 그들 모두에게 임무를 하사받은 거다.
일반적인 퀘스트는 레벨에 따라 그 난이도가 나눠 진다.
영주와 관련된 퀘스트는 적게는 1레벨부터 450 레벨까지 수행할 수 있다.
“그들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당신들께 드립니다.”
민태가 앞장서 퀘스트를 해결했지만, 다른 회장들 이 함께한 퀘스트기도 하다.
[경험치 15,465,316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레벨 1 의 경우에는 레벨업을 위한 경험치 총량이
매우 낮다.
토끼 한 마리만 잡아도 레벨업할 수 있다.
“에잉, 뭐 이리 시끄러운 겨!”
회장들이 귀를 앵앵거리게 하는 소리에 얼굴을 찌 푸렸다.
“뭐여, 나 레벨이란 것이 79가 되었는디?”
“으잉? 나돈디?”
“아, 뭐여! 원래 게임 레베르라는 게 이렇게 올리기 쉬운 겨?”
“아, 그런가 벼”
민혁은 경악했다.
‘한 번에 80레벨 가까이 찍었다고?’
쉽긴?
어렵다.
그것도 한 번에 1레벨에서 79레벨 찍은 자들에 대해선 들어본 적 없다.
[7플래티넘을 획득합니다.]“7플래티넘? 돈!? 돈이여!?”
회장들은 돈을 좋아한다.
물론 돈 싫어하는 사람 있겠냐마는 유독 밝혔다.
7플래티넘.
한 통계에 따르면 300레벨 유저의 평균 재산이 5 플래터넘이라고 한다.
벨라의 뒤에 서 있던 영지민들이 앞으로 나섰다.
회장 6. 신의 사수에게 한 영지민이 잘 닦인 소총 을 내밀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 사용하시던 소총입니다.”
[폭풍 뚫는 소총을 획득합니다.]“에픽? 에픽이 뭔데?”
[파괴장인의 건틀릿을 획득합니다.]평양 김두한의 손에도 건틀릿이 쥐어졌다.
“유니크?”
[피닉스 꼬리활을 획득합니다.]불꽃활의 손에도 그 이름에 걸맞은 붉은색 활이 쥐어졌다.
회장들이 받은 아티팩트들은 최소 레어 등급이다.
‘와……. 엄청나다.’
회장들은 게임을 시작한 지 하루밖에 안 되었다.
민혁은 하루 만에 이 정도 성장을 이룬 이들을 본 적 없다.
얻은 아티팩트도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여기에 끝내주는 직업만 있으면 완벽한데……?’
“근데 민혁아.”
“ 네?”
“아, 거 이상한 놈들이 내 귀에 대고 계속 이상한 소릴 해뎌! 그놈 이름이 둥신인가 그런디!”
“아니, 누가 우리 할아부지 괴롭혀요!”
“민혁아, 나도.”
“아, 나돈디?”
“그래서 내 뭐 말할 거면 너희들보고 오라고 했지!”
“야야, 민태야. 이놈들 온다는디!?”
“온디야? 그려 뭐 부탁할 게 있으면 지들 발로 와야지!”
“암암, 그래야지!”
태수가 말했다.
“거, 민혁아 니가 서대륙의 주인장이라며.”
“……?”
마치 ‘서대륙의 밤’이란 술집 주인 같은 이름이다.
어른들에게 맞춰줄 줄 아는 민혁이다.
“아, 네. 맞아요.”
“요 녀석들 오면 뭐라고 좀 해줘. 할배들이 힘이 어딨겠냐.”
“알겠어요.”
“그려, 가봐. 이놈들 오면 바로 부를게.”
“할아버지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귓속말 하세요!”
민혁은 자신을 소환할 수 있는 양피지를 건넸다.
“오냐!”
민혁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난 후.
[궁신이 당신께 직접 걸음하고 있다고 말합니다.]“이 썩을 놈들, 어서 와라! 응!?”
회장들이 껄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