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5
밥만 먹고 레벨업 15화
‘정말 살만 빠지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두 사람이 많은 유저들 사이를 헤치고 나왔다.
“진짜 적응 안 된다.”
“저도 형 모습 적응 안 되네요. 햐…… 진짜 제네럴 같네.”
제네럴은 붉은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고 번들거리는 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알기론 클래스가 골든 나이트라고 들었다.
히든 클래스.
그리고 골든 나이트는 일반 클래스의 기사나 전사들과 함께 싸울 때 버프 효과를 준다고 한다.
그 때문에 제네럴이 꽤 이름 있는 길드의 부마스터라고 들었다.
“그것보다 뭐 필요한 거 없어? 골드랑 템 좀 싹 다 한 번 맞춰줄까?”
“템은 이거면 만족해요.”
민혁은 자신이 입은 것을 바라봤다.
그에 제네럴도 납득했다.
“하긴, 그 정도면…….”
돈으로 구할 수도 없는 거다.
제한 없음에 저 정도 능력치들이라면.
아마 민혁이 꽤 레벨이 될 때까지 써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럼 골드 줄까? 지금 아예 없지? 아직 초보자여서 골드도 그렇게 많이 들진 않을 거야. 일단 200만 골드 줄게.”
200만 골드.
굉장한 거액이었지만 제네럴은 순순히 손을 뻗었다.
악수를 하면 트레이드 기능이 발동된다.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에휴, 역시 안 되겠다.”
“엥? 뭐가?”
“제힘으로 먹고 싶은 걸 먹겠어요.”
“이거 200만 골드면 지금 네가 먹고 싶은 거 당장 다 먹을 수 있어. 원하는 건 정말 다 먹을 수 있다니까?”
그 말에 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된다고?”
“형, 전요. 음식의 소중함을 알아요. 누구에겐 일상과 같은 한 끼가, 배가 고픈 어린아이들에겐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
“누군가에겐 얼마 안 하는 스테이크가 어떤 학생에겐 여자친구를 위해 용돈을 모아서 화려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요.”
“그렇지.”
그리고 어딘가의 나라의 아이들은 지금도 배고픔에 허덕이며 죽어가고 있다.
누구에게는 흔하지만, 누구에게는 닿지 않는 게 음식이다.
현실 속 민혁에게처럼.
“그 소중한 음식을 뷔페처럼 저 돈 많다고 이것저것 막 먹고 싶지 않아요. 정말 제대로, 맛있게 먹고 싶어요. 제힘으로.”
“……그러냐?”
제네럴은 부드럽게 웃었다.
사람마다 어떻게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지는 다르니까.
그건 민혁의 자유이니까.
“하나만 말할게.”
제네럴이 빙긋 웃었다.
“넌 X발, 진짜 멋있는 내 동생이다.”
부모의 덕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혁은 혼자 해냈다.
공부도 과외 선생도 없이 시키지 않았는데, 1등 했고, 사람들이 그만 쉬어도 된다 해도 운동했다.
모두 혼자서 해냈다.
그랬기에 민혁이 진짜 멋진 놈이라는 거다.
“그리고 형.”
“응?”
“저 서둘러 가봐야 합니다.”
민혁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야, 양갱 먹어야 함요!”
다시 평소의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돌아온 민혁.
그가 몸을 돌려 움직였다.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제네럴이 피식 웃었다.
“매일 먹던 음식이, 누군가에겐 다르게 다가갈 수 있다.”
참 멋진 말이다.
그가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민혁을 보며 중얼거렸다.
“꼭 해냈으면 좋겠다. 형도 멋진 동생 옆에 데리고 나가서 시선 집중 좀 받아보자, 짜샤.”
진심으로 그를 응원하는 제네럴이었다.
* * *
민혁은 주변 유저들이나 NPC들에게 묻고 물어 알론이 있는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알론은 양갱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아주 조그맣고 초라한.
그리고 유저들은 말했다.
‘알론이라는 NPC를 만나려고요? 저는 비추합니다. 저 붙잡혀서 두 시간 동안 이야기 들음요. 말이 너무 많아.’
‘양갱? 그런 걸 왜 먹어요?’
‘그 사람 무쓸모 퀘스트 줘요. 밤을 얻어오면 밤양갱을 준다나, 뭐라나. 그런 것도 퀘스트라고.’
유저들은 양갱이라는 것에 흥분한 민혁을 이해하지 못했다.
확실히 양갱은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하지만 민혁의 기억 속에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할머니가 살아 계시던 때다.
할머니는 아버지 같은 부자 아들을 두고 계셨음에도 검소하셨다.
민혁이 놀러 올 때마다 서랍에서 아끼고 아꼈던 양갱을 꺼내어 입에 쏙 넣어주곤 했다.
그때의 팥의 달콤함, 입안에서 녹는 촉감.
“헤…….”
민혁은 침을 꼴딱 삼키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아주 작은 상점이 나타났다.
이름은 ‘맛나양갱.’
이렇듯 아테네 안에선 현실의 것들이 많이 판매되곤 했다.
그것 또한 게임을 즐기는 묘미일 테니까.
그리고 맛나양갱 앞에는 잘 포장된 양갱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판매대 앞에는 사람이 없었다.
“저기요~”
민혁이 설레는 마음으로 불렀다.
곧이어 안쪽에서 중년의 남성이 나왔다.
“혹시 길을 물으려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그럼 혹시 내게 히든 퀘스트 같은 걸 기대하는 손님인가?”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양갱이 먹고 싶어요!”
“……!”
알론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맛있는 먹을거리가 천지에 널리고 널렸다.
때문에 사실 맛나양갱은 파리만 날리는 상점이었다!
그는 판매대 앞에 섰다.
“그래? 후후, 요새 젊은이들이 이런 음식 잘 안 찾는 법인데.”
빙긋 웃은 알론은 곧이어 양갱 하나를 깠다.
“직접 만드신 건가요?”
“그럼. 모두 내 손을 거쳐서 완성되었지.”
그다음 양갱을 칼로 잘라 민혁에게 건넸다.
“시식용일세. 사람들은 양갱을 거들떠보지도 않지. 하지만 난 자신하네!”
그는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직접 만든 이 양갱을 먹으면 그런 말 못 할 거라고! 자, 이제 자네가 먹어봄세!”
그에 민혁은 시식용 양갱을 받았다.
마치 도토리묵처럼 탱글탱글하다.
검은색이면서도 번들거린다.
입으로 조심스럽게 가져간다.
그리고 천천히 씹어본다.
달콤한 팥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그리고 부드럽게 입안에서 녹는다.
혀를 굴릴 때마다 달콤함에 절로 미소가 감돌았다.
예전에 할머니가 주셨던 그 맛.
그걸 느끼는 것 같다.
거기에 알론의 양갱은 정말 맛있었다!
“와……! 진짜 맛있어요!”
“하하, 자네 정말 맛있게 먹는군!”
[알론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알론은 그가 미소를 지으며 먹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웃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민혁 유저가 양갱을 맛봤습니다.] [E급 퀘스트. 밤 50개 모아오기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사실 양갱 시식 자체는 퀘스트로 이어지게 된다.
애초에 유저들 중에서 양갱을 맛보려는 이는 많이 없었기 때문에 시식 자체가 충족요건이다.
그리고 사실 이 퀘스트 자체가 보상이 후한 편은 아니었다.
‘해내면 밤양갱을 주지.’
그리고 이런 알림이 뜨면 NPC는 적당한 때를 봐서 퀘스트를 제안하면 된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면 안 주면 그만이고.
곧이어 그가 말했다.
“자, 이제 몇 개나 드릴까?”
“……!”
민혁은 아차 했다.
로이나가 말했던 건 아마도 시식용 양갱을 준다는 말 같았다.
‘그래도 로이나 교관님은 내게 이렇게 맛있는 양갱을 먹을 수 있게 알려주셨어!’
민혁은 흐뭇하게 웃었다.
“가격이 얼마인가요?”
“한 개에 1,000골드.”
조금 가격이 비싼 감이 없지 않았다.
딱딱한 빵이 500골드에 한 개이니까.
아마 그래서 장사가 더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민혁은 말했다.
“2만 골드 치만 주세요!”
황금 닭을 잡고 재료를 샀던 것을 제외해도 남은 돈이 좀 있었다.
“……!”
그 말을 들은 알론은 놀랐다.
20개다.
꽤 많은 양이다.
“어디 선물할 건가?”
“아뇨. 제가 다 먹을 겁니다.”
알론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수제 양갱이라 보관 기간이 그리 길지 않네. 20개 정도면 일주일 내로 다 먹는 걸 권장하지.”
“오늘 다 먹을 겁니다. 너무너무 맛있어서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도 맛있나? 하하하, 내 인심 썼다. 다섯 개 더 얹어주지!”
“감사합니다!”
자신의 음식을 사랑해주는 사람.
이것만큼 기쁜 일이 있겠는가?
[양갱 25개를 구매합니다.] [2만 골드를 사용합니다.]자신의 손에 놓인 양갱의 포장지를 그 자리에서 뜯은 민혁은 와구와구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자네 같은 청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야. 양갱을 그렇게 행복하게 먹다니…… 중얼중얼중얼…….”
그리고 유저들이 말했던 모터 수다가 발동된 듯싶었다.
민혁은 떠날 만도 했지만 떠나지 않았다.
왠지 더 사 먹을 것 같아서였다.
“나는 예전에는 연금술사로 활동했었지, 그러다가 말이야. 예전엔…… 중얼중얼…….”
“그렇군요!”
민혁은 이야기를 들어주며 양갱을 먹었다.
귀찮을 법도 했지만 맛있는 양갱을 먹고 있으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러다 그의 이어지는 수다 속에서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예전에 황혼의 무덤이라는 곳도 갔었지. 병사들을 따라 함께 갔었던 곳인데, 그곳에서 말이야…….”
‘황혼의 무덤?’
민혁은 기억을 떠올렸다.
?로 되어있는 퀘스트를 하는 곳이 그곳 아니던가?
“그리고 보스몹이 아주 특이한 놈이었어.”
“특이한 놈이요?”
“그래. 놀라지 말게.”
그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려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말했다.
“돼지였네.”
“……예?”
잠깐.
순간 민혁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었다.
“뭐라고요?”
“보스가 돼지였다고.”
“……!”
민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순간 양갱을 놓칠 뻔했다.
민혁이 자신이 들고 있던 먹을 걸 놓칠 뻔한 게 얼마나 놀란 건지 대변해주는 것이지 않겠는가?
그 정도로 민혁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심! 등심! 목심! 갈비! 삼겹살의 그 돼지요!?”
“그래, 그 돼지. 자네 왜 그렇게 놀라나?”
민혁은 순간 알론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상상만 해도 끝내준다.
가장 먼저 상상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삼겹살이었다.
잘 달궈진 불판 위로 삼겹살을 올린다.
치이이이익-
그 소리를 들으며 된장찌개 하나와 공깃밥 하나를 시킨다.
고기를 다 익힌 후에는 싹둑싹둑 자른다.
그리고 상추 위로 삼겹살을 올리고 밥을 조금 얹는다.
그다음 마늘에 쌈장을 발라 그 위로 잘 올린 다음, 기호에 따라 잘 익은 김치나 파무침, 명이나물 등을 올린다.
마지막으로 입속에 가져가 먹으면…….
꾸울꺽-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넋 나간 표정으로 입안에 쌈을 넣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입안에 실제로 그 녀석이 없다는 것에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이었다.
“크…… 끝내주지.”
돼지는 정말이지 버릴 게 없고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다.
그런 돼지가 황혼의 무덤 끝에 있다?
“돼지! 돼지! 돼지!”
민혁이 자신의 목적지를 결정짓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우뚝 멈췄다.
‘설마 교관님은 내가 돼지를 먹을 수 있게 도와주신 건가?’
갑자기 로이나 교관님의 은혜가 너무나도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마 수다꾼 알론의 입에서 항상 황혼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민혁은 씨익 웃었다.
알론은 돼지 돼지 노래를 부르는 민혁을 보며 말했다.
“자네, 돼지고기가 먹고 싶어서 황혼의 무덤에 가려 하는가?”
“옙.”
“돼지고기는 정육점에도 많이 판다네.”
“그런 것과 제가 직접 노력해서 먹는 맛은 다르죠!”
민혁이 밝게 웃었다.
그 말에 알론은 고개를 갸웃했다가 말했다.
“자네 레벨이 몇이지?”
“1입니다.”
“안타깝게도 레벨 1이면 황혼의 무덤에 들어갈 수 없다네.”
띠로리-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