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1
밥만 먹고 레벨업 31화
“……이것도 까보겠나?”
브락이 옆에 있는 양파 자루를 가리키며 말했다.
양파 자루에 들어 있는 껍질이 벗겨지지 않은 양파는 20㎏ 정도 있었다.
하지만 민혁이 손을 가져간 순간이었다.
양파 껍질이 그대로 사라졌다.
“다 깠습니다. 이제 전 조리병인 건가요!? 우와!”
민혁은 퀘스트 완료 알림을 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안에서 랜이 시끄러운 소리에 다시 나왔다.
“깔 거면 까고 말 거면 그냥 가라. 시끄럽게 하지 말고!”
“……랜 대장님, 이 녀석. 마늘을 정말 다 깠습니다. 양파도요.”
랜은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마늘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게 까져 있었다.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나?’
재료를 다듬는 스킬은 요리사 직업을 가진 이들도 드물게 가지고 있건만?
“후…… 일단은 알았다.”
랜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부터 할까요!”
* * *
아침 일찍 출근하는 박민규 팀장은 꽤 피곤해 보였다.
작은 팩으로 된 홍삼액을 쭉쭉 빨며 들어온 그는 이민화 사원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아침.”
“아, 팀장님. 오셨어요.”
그녀는 그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이다.
정장 상의를 의자에 걸친 박 팀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민혁 유저가 시크릿 NPC와 접촉했습니다.”
“……시크릿 NPC?”
그는 미간을 구겼다.
시크릿 NPC.
힘을 숨기고 있는 강자들, 그리고 또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상은 은퇴한 은둔 고수 같은 느낌을 풍기는 자들이다.
이들은 퀘스트를 주거나 혹은 놀라운 보상을 준다.
“보르디 토벌대의 조리병이 되었어요.”
그 말에 박 팀장은 눈을 크게 떴다.
“조리병 정원 꽉 차서 더 이상 못 들어가지 않나?”
“민혁 유저가 인사과 계열 병사와 친밀도를 올려 들어갔습니다.”
“이놈의 자유도 진짜…… 시크릿 NPC에 그것도 왜 하필 요리 관련 NPC지? 저 유저, 뭐 먹을 복이 타고난 건가.”
“정확히는 맛있게 먹을 복 아닐까요.”
그녀가 웃었다.
“흠, 그런가. 근데 이미 시크릿 NPC 랜에 관련한 퀘스트 다른 유저가 행방을 쫓고 있지 않아?”
“네, 맞아요. ‘황혼의 요리사’가 그를 찾고 있습니다. 이미 이스빈 마을 근방에 도달했고요.”
그에 박 팀장은 고개를 주억이며 턱을 쓸며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다 이민화가 작게 웃었다.
“저 요새 민혁 유저한테 너무 신경을 많이 썼나 봐요. 어떻게 보면 민혁 유저가 그걸 얻을 확률 자체가 없는 건데…….”
“얻을 확률 자체가 없다라…….”
그 말에 박 팀장은 그 말을 곱씹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다.
랜이라는 NPC는 황혼의 요리사에게 레벨 50대의 오크 부족장의 정수를 얻어오라고 할 것이다.
퀘스트는 공유 퀘스트와 공유 불가능 퀘스트로 나뉜다.
공유 퀘스트는 누구든 다 받을 수 있다.
설령 어떠한 NPC에 따라서 이미 진행되고 있어도 같은 NPC에게 다른 이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유 불가능 퀘스트는 다르다.
이미 누군가 연계 퀘스트라고 할지라도 진행하고 있으면 그것에 관련한 정확한 것을 그 NPC가 가져오라 할 수 없다.
이것은 아테네의 신들이 알아서 지킴이인 랜에게 통보할 터.
하지만 곧 박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랜은 민혁 유저에게 기초 요리를 가르쳐주고 요리 스킬을 습득하게 하겠지.”
“그렇겠죠?”
“하지만 식신은 요리를 배우는 순간, 남들과 다른 힘을 또다시 개방하지.”
“네.”
식신의 요리는 다르다.
일반 유저들의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거다.
하지만 그것은 요리를 배워야지만 발발한다.
게임이란 하나하나 찾아가는 맛이 있다.
식신은 처음 먹으며 스텟을 올리는 것에 즐겁고 그다음에는 요리를 배우면 즐겁게 될 것이다.
“민혁 유저가 받는 요리 스킬들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네?”
“랜과 친해진다면 말이야.”
“그 말은 깰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럴 가능성도 있다. 인 거지, 사실 깰 확률은 나도 생각이 같긴 해. 희박한 정도.”
그가 눈을 빛냈다.
“보르디 평지 인근에 오크 부락지가 있긴 하지만 변수가 있지 않은 이상 민혁 유저가 오크 부족장을 사냥할 일은 없을 테니까.”
“맞아요.”
“그래, 일단 이건 접어두고. 이번에 전설 클래스로 전직한 복제 술사는 뭘 하고 있어?”
“잠시만요.”
두 사람이 이야기의 화두를 바꿨다.
* * *
보르디 평지를 향해 토벌대가 출발했다.
그리고 조리병들은 취사 마차 속 안에서 음식을 준비 중이었다.
취사 마차 속은 9평 정도 될법하게 컸다.
물론 마차 크기가 그처럼 큰 것은 아니다.
특수마법이 걸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탁탁탁탁탁탁-
랜이 쥔 칼이 빠르게 움직이며 양배추를 얇게 쳐냈다.
그는 뒤를 돌아봤다.
조리병 신병으로 들어온 민혁.
그는 입에 딱딱한 빵을 물고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다음엔 설거지를 끝낸 식기류들을 전부 뜨거운 물 안에 담가 소독을 시작했다.
“뜨겁나?”
“아뇨, 괜찮습니다!”
“요리의 첫 번째는 위생이다. 식기류를 소독시키면 식중독균을 잡을 수 있지.”
“네, 제가 다 잡아버리겠습니다!”
민혁은 열심히 했다.
자신은 더 맛있는 걸 먹기 위해, 더 많이 먹기 위해 조리병이 된 건 맞다.
어쩌면 랜이 말했던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냥 얻으려는 건 아니었다.
그만큼 대가를 줄 생각이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허리 한 번 피지 않고 소독했다.
그게 끝나면?
곧바로 커다란 철 대야에 감자를 넣고 물을 담았다.
물에 담긴 감자의 껍질을 열심히 벗겨냈다.
“대장, 저 녀석 정말 열심히 인데요? 단순히 말뿐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군.”
생각해 보라.
유저들 중에서 그 누가 게임 안에 들어와서 마늘 까기, 설거지하기, 식기류 소독하기를 하고 싶겠는가?
차라리 밖에 나가 식당일을 하며 그 시간에 시급을 받는 게 낫다는 거다.
하지만 민혁은 정말 놀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끼이끼이!
끼에끼에!
“몬스터들이 나타났나 보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조리병의 임무는 요리를 해서 병사들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는 것이다. 그 임무를 해내지 못하는 것만큼 한심한 것도 없어.”
“그렇군요, 각자 맡은 임무를 최선을 다해서! 와구!”
그러면서 민혁은 딱딱한 빵을 다시 먹었다.
“아까부터 그건 왜 먹는 거냐?”
“배고파서요.”
“……흠.”
랜은 일단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곧 관심을 껐다.
* * *
배식시간.
배식 통을 들고 민혁이 빠르게 움직였다.
“아이쿠, 제가 하겠습니다. 브락 님!”
“하하, 그렇게 뛰어다니지 마라, 다칠라!”
“브락 님의 요리를 하는 손을 다치는 것보다야 제가 다치는 게 낫죠.”
“그런가?”
요리사의 손은 중요하다.
손이 베인 요리사는 요리를 해선 안 된다.
손이 베인 요리사의 피가 식중독과 같은 것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식 통을 전부 옮긴 민혁이 소리쳤다.
“병사님들, 식사하세요!”
“오, 드디어 식사시간이군.”
보르디 평지로 향하는 길은 5일 정도 소요된다 들었다.
오전 중에 만난 몬스터는 고블린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작 스무 마리 정도.
경미한 부상자를 제하고 다친 이가 없다고 한다.
“오늘 메뉴는 뭔가?”
“엄마 같은 랜 대장님의 손맛을 담은 스파게티입니다!”
“오, 그런데 이 친구야. 어딜 봐서 랜 대장이 엄마처럼 생겼나. 산적처럼 생겼지.”
그에 민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속삭였다.
“사실 저도 알아요. 산적 같은 랜 대장의 손맛이 담긴 스파게티입죠! 얼굴은 우리 베네토 병사님이 최고 아닙니까.”“크하하하핫! 이 친구 뭘 아는구먼! 이봐 란드. 조리병 신병을 아주 잘 뽑았어!”
[베네토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이 녀석, 아주 재밌다니까!”
병사들은 민혁을 아주 좋아했다.
말재주 솜씨와 싹싹한 모습, 거기에 열심히 하기까지 한다.
다른 유저들은 이번 고블린들의 습격에서 건성으로 움직이는 것과 태생적으로 다른 것이다!
[란드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아르덴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계속해서 오르는 친밀도!
베네토라는 병사가 자신의 품 안을 뒤적였다.
민혁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자네, 아까 보니 먹는 걸 참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 육포 좀 먹어보겠나?”
“오오오오! 감사합니다. 킹갓 엠페러 제네럴 충무공 마제스티 같은 베네토 님!”
“응? 그게 무슨 소리인가?”
“짱짱이라는 겁니다!”
“하하하하하, 먹을 거 하나 줬다고 이렇게 좋아하는 친구는 처음이군, 이방인들은 아주 싫어하던데.”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먹을 것보다 좋은 건 없는데 말입니다!”
민혁은 그가 건네준 육포를 받아들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생각했다.
이것 보라.
병사들과 친해지니, 자신에게 맛있는 걸 주지 않는가!
“마음 같아선 내 딸 아이를 소개시켜 주고 싶군, 내 딸이 얼마나 예쁜지 아나!? 이거 보게. 화가가 그려준 내 딸과 내 그림이라네!”
곧이어 베네토라는 병사가 딸아이와 자신이 그려진 그림을 보여줬다.
‘이, 이게 뭐야……! 오크가 화장한 것 같이 생겼잖아!’
민혁은 아부 인생 처음으로 엄청난 난관에 봉착했다.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베네토가 기분 나쁘지 않겠는가!
혹여 기분 나쁘다면 다시 육포를 빼앗길지도 모르는 노릇.
‘그, 그것만은 안 돼!’
민혁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친구, 왜 말이 없나? 예쁘지 않나?”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는 예쁘다더니!
“아, 아주 아름다우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한데, 왜 식은땀을 흘리나? 좀 구체적으로 말해보지.”
“눈과 코의 자유분방함에 경악…… 아니, 감탄이 나올 것만 같습니다.”
“자유분방하다?”
“예, 헤…… 자유분방하게 어딜 봐도 아름답다?”
“크하하하핫, 이 친구. 내가 토벌대가 끝나면 자리 한 번 마련해 주지!”
‘끄, 끔찍한 소릴……!’
민혁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바로 그때였다.
랜이 다가왔다.
“자네, 나 좀 보지.”
“예?”
그가 민혁을 이끈 곳은 다름 아닌 주방이었다.
민혁은 잡일을 하는 동안 랜과 브락의 친밀도가 상승했다는 알림을 계속 들었었다.
그리고 랜은 민혁을 도마 바로 앞쪽에 세웠다.
“칼을 쥐게.”
“예?”
“요리 가르쳐주기로 했으니까.”
민혁은 그 말에 속으로 쾌재했다.
[요리사 랜으로부터 요리 스킬을 배울 수 있습니다.] [명성4를 획득합니다.] [제안을 수락할 시 스킬 퀘스트가 생성됩니다.]민혁의 입가가 기쁨에 겨워 씰룩였다.
요리를 배운다.
즉, 요리 스킬을 익힌다.
그게 뜻하는 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