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0
밥만 먹고 레벨업 30화
하지만 이방인들은 그 말에 콧방귀를 끼며 게으른 예비군들처럼 관심을 껐다.
“군대리아? 웩! 먹으면 설사하는 그거?”
“님들이나 많이 드세요.”
하지만 민혁은 경악했다.
‘해, 햄버거라니!’
어떤 존재던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피자와 함께 밀가루 음식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녀석이기도 했다.
“참깨 빵 위에 순 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이이.”
그는 흥겹게 노래까지 중얼거렸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거기에 얼음까지 들어간 시원해 보이는 콜라!
아침치고 좀 거한 감이 없지 않긴 했지만, 민혁은 환영이었다.
곧이어 배식을 받아와서 란드 앞에 마주 앉은 민혁은 큼지막한 햄버거를 보며 감탄했다.
‘캬…… 이 두툼한 패티와 양상추, 오오, 여긴 치즈까지 들어 있어.’
민혁은 개인적으로 햄버거에 채소가 많이 들어간 걸 선호한다.
“드시죠!”
“그래, 자네도 먹지. 아마 깜짝 놀랄 걸세.”
란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햄버거를 집었다.
민혁은 빵을 손바닥으로 꾹꾹 눌러 잘 압축시켜 양상추가 떨어지지 않게 해줬다.
식신의 진가 알림이 들렸지만, 그는 빠르게 설정하고 햄버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와구!”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한입에 최대한 많이 베어 물었다.
부드러운 식감의 빵을 지나자 양상추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져 곧바로 상큼한 맛을 내는 토마토, 그리고 고기의 맛을 내는 패티, 풍부한 맛을 담당하는 치즈가 한껏 어우러졌다.
우물우물-
여러 가지 재료, 그리고 달콤한 소스가 만나자 입안에서 기분 좋은 맛을 낸다.
이때 조금 퍽퍽하다 싶을 땐, 콜라를 집어 든다.
얼음이 가득 들어간 콜라는 청량감을 더해주고 이러한 패스트푸드와 항상 잘 어울렸다.
얼음이 담긴 콜라를 그대로 든 민혁은 꿀꺽꿀꺽 들이키는데, 이때 첫 모금은 가장 많이 들이켜 주는 게 좋았다.
목이 찌릿찌릿하다.
하지만 입안 가득, 콜라 특유의 단맛과 톡 쏘는 맛에 절로 웃음이 나며 느끼한 맛이 가라앉는다.
그러다 앞에 놓인 감자튀김으로 손을 뻗었다.
노릇노릇한 감자튀김.
그리고 햄버거 가게의 케첩 맛은 항상 더 진했다.
짭조름한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서 입에 가져가 먹어본다.
바삭바삭!
막 튀겼다는 걸 증명하듯, 뜨거우면서도 바삭바삭하다.
이렇듯 감자튀김은 식어서 눅눅해진 것보다는 갓 나온 상태로 케첩에 찍어 먹으면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녀석이다.
“와아아앙, 와구!”
다시 한번 햄버거를 먹고 입을 우물거리는 민혁의 입가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웃음이 만연했다.
“이게 정말 조리병들의 실력이란 겁니까?”
“그렇네, 후후. 이방인들은 고작 우리들 음식이 얼마나 맛있겠어라고 하지만 난 자부하지!”
란드는 가슴을 두들겼다.
“이필립스 제국에 있는 조리병 중 우리 이스빈 마을 조리병들이 최고일세.”
곧이어 그가 주변을 살피더니 말했다.
“내 장담하는데, 내가 이제껏 먹어본 요리 중에서 랜 님이 하신 것보다 맛있었던 것은 없었네. 이렇게 양이 많을 때는 좀 떨어져도 그가 한 사람만을 위해 요리한 음식은 최고라는 거지.”
그 말에 민혁은 눈을 부릅떴다.
조선에 장금이가 있었다면 이스빈 마을엔 랜이라는 요리사가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맛있나요?”
“그래, 아주아주 엄청나게!”
맛있다.
그 석 자.
그거면 민혁에겐 충분하지 않던가!
더군다나 그는 직접 맛보지 않았던가.
랜이라는 조리병의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감자튀김은 막 나온 것처럼 뜨끈뜨끈하고 바삭바삭하지 않던가.
그때 알림이 울렸다.
[식신의 진가.] [힘+1, 체력+1을 획득합니다.] [숙련된 요리사의 실력] [힘+1을 획득합니다.]‘오……!’
민혁은 작게 탄성을 흘렸다.
‘잘한 요리를 먹어도 추가 스텟이 부여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민혁은 미간을 좁혔다.
‘뭐야, 내가 한 건 형편 없다는 거야!?’
하긴 어떻게 보면 민혁은 인터넷만 보고 요리를 해왔다.
실제로 요리의 현업에서 하는 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
‘확실히 요리 스킬이 필요한데…….’
민혁은 계속 요리 스킬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요리 스킬은 모든 유저들이 자유롭게 익힐 수 있으며 보통 생산직 스킬로 사용한다.
그리고 주 직업으로 요리를 배우는 이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숫자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일반 사제들의 버프 능력에 비해 한참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지.’
더군다나, 일반 사제들의 경우는 그냥 시전 준비를 하고 걸어주면 끝이다.
하지만 요리사 직업을 가진 이들은 그것을 직접 만들고 먹여줘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먹기 위해 게임 하는 민혁은 달랐다.
민혁은 요리 스킬을 계속 배우고 싶었다.
버프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
하지만 이스빈 마을에는 요리 스킬을 가르쳐주는 NPC가 없다는 정보를 진작에 입수했었다.
하지만 이곳 토벌대의 조리병 중에 숨어있지 않던가.
그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토벌대의 조리병에게 요리를 배울 생각을!
“란드 님.”
“응?”
“저 조리병에 지원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조리병?”
그 말에 란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네 레벨업 안 해도 되나?”
아테네의 지킴이들도 레벨업을 통해서 강해진다.
그리고 이방인들이 누구보다 레벨업에 목을 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조리병이라?
“헤…… 잡일이라도 하면서 병사분들의 식사를 더 맛있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서요!”
“오오, 자넨 마음가짐도 되었군.”
지킴이들이 유저들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물론 정 아닌 경우 유저들에게 보상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지만 그들은 고작 NPC라며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민혁은 눈까지 초롱초롱 빛내며 말하고 있지 않던가?
“조리병 자리는 꽉 차 있어서 사실 받지 않는 게 맞는 건데…… 에잇, 내가 자리 하나 만들어서 넣어 주도록 하지.”
란드는 이제까지 토벌대 경험이 다수 존재하는 나름 베테랑이기도 했지만, 인사계열을 담당하는 병사이기도 했다.
“조리병으로 손수 자원하는 이방인이라니, 그리고 한 가지 말하자면 랜 님은 아주 까칠하시고 사실 이방인들을 많이 싫어하신다네.”
“그, 그래요?”
“그래, 하지만 자네라면 잘 구슬려 볼 수 있을지도?”
“그렇군요.”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음식이 많이 남았는데, 더 드실 병사분이나 이방인분들 안 계십니까?”
“그래, 자네의 그 입담으로…… 응?”
란드는 햄버거를 우물우물 씹으며 말하다가 어느새 사라진 민혁에 의해 고개를 갸웃했다.
민혁은 어느덧 배식대 앞으로 날아간 것이었다.
민혁은 남아 있는 햄버거 대부분을 싹쓸이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와구와구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자네 정말로 특기가 ‘잘 먹는 거’ 였구만!”
란드가 웃어 보였다.
* * *
햄버거를 먹어치운 민혁은 토벌대 출발 전에 란드의 옆에 찰싹 붙어 그를 졸졸 따라갔다.
곧이어 취사 마차 앞에 있는 조리병이 보였다.
취사 마차는 신비한 마도구 중 하나이다.
현실 속 군대에서 흔히 사용하는 취사 트레일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꽤 넓은 공간이 나오고 그 안에서 조리병들은 취사를 한다.
“오. 아까 전의 그 햄버거 왕창 가져가서 먹던 이방인 아닌가.”
“브락. 이 친구, 조리병으로 좀 넣겠네.”
“응? 우리는 이미 자리가 찼는데?”
“에이, 한 번만 봐주게. 일은 열심히 할 거니까, 잡일이라도 시키면 되지 않겠나?”
브락이라는 조리병은 일반 병사들보다 체격이 훨씬 더 거대했다.
또 팔에는 멜론만 한 근육이 붙어 있었다.
“우리 랜 대장 성격 알지 않나.”
“아무튼 부탁함세!”
란드가 도망치듯 후다닥 뛰어갔다.
곧이어 민혁은 자신이 해야 할 제스처를 알았다.
“안녕하세요!”
민혁은 꾸벅 고개를 숙여 보였다.
곧이어 취사 마차 안에 있던 사내가 나왔다.
그는 키가 민혁과 비슷할 만큼이나 커다랬다.
거기에 머리카락은 짧게 쳐서 한 가닥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눈 옆으로 기다란 칼자국이 나 있었다.
“뭐지? 이방인인가?”
그가 바로 랜이었다.
랜은 얼굴을 험상궂게 굳혔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리병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우린 인원이 가득 찼다. 다른 델 알아봐.”
“하지만 꼭 하고 싶습니다.”
“꼭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뭐 떡고물이라도 받아먹을 수 있을까 해서 온 거 아니더냐?”
떡고물.
그 말에 조금 흠칫하긴 했다.
조리병이라면 더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수 있을까 해서 왔다.
그리고 그의 요리 스킬을 배우는 게 탐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민혁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잡일은 뭐든 시켜만 주시면 잘합니다. 저 일 잘해요!”
민혁이 볼록하고 알통을 보였다.
랜은 그를 보며 미간을 구겼다.
‘잡일이라…….’
하지만 잡일도 요리 쪽에 재능이 있어야 시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와 부려먹으면 그 기간은 교육시킨다고 힘만 든다.
그러다가 그는 토벌대가 끝나면 곧장 이곳을 떠나겠지.
곰곰이 생각하던 랜은 취사 마차로 들어가서 한 자루를 가지고 와 그의 앞에 던져줬다.
“마늘 자루에 있는 것을 20분 안에 전부 까라. 그러면 네 녀석을 받아주고 요리도 가르쳐주마.”
[퀘스트: 마늘 20분 안에 전부 까기.]등급: D
제한: 없음
보상: 조리병이 될 수 있다.
실패 시 패널티: 랜과의 친밀도 하락.
설명: 랜은 쓸모없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조리병에 도움이 된다면 당신을 거두어줄 것이다. 하지만 마늘 자루에 든 것을 20분 안에 손으로 까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대장님도 참으로 능글맞으시군. 이걸 20분 안에 어떻게 까겠나.”
브락은 쯧 하며 혀 차는 소리를 냈다.
딱 보아하니 랜은 조리병을 추가로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애초에 조그마한 저 마늘을 까는 건 쉽지 않다.
고작 마늘 따위로 보이지만 숙련된 자와 아닌 자의 까는 속도는 매우 달랐다.
“재료습득.”
‘뭐라는 거야?’
브락은 정체 모를 이방인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말했다.
“자, 돌아가서 열심히 검이나 창을 이용해 고블린들을 잡으라고.”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리려던 때.
“다 깠습니다. 브락 님!”
“……응?”
브락은 어이가 없었다.
랜이 들어간 지 이제 고작 30초 정도가 지났다.
근데 뭐라고?
다 깠다고?
그런 헛소리가 어딨겠는가.
자신도 사실 저 마늘을 다 까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었다.
빨라야 20분, 느리면 30분일지도 모른다.
그는 얼굴을 굳히면서 성큼성큼 민혁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무리 조리병이 되고 싶어도 거짓말을 하면 안…… 음?”
민혁이 자루를 열어 보였다.
그곳에 깨끗하게 잘 까진 깐마늘들이 들어 있었다.